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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헬스]"조현병, 20대 초반까지 조기 치료시 거의 완치"
김동욱 부천 맘편한의원 병원장 "조현병 무조건 폭력적이라는 편견이 치료 어렵게 해"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조현병 환자가 부모를 때렸다는 등 공격성을 드러낸 사건 소식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는 테러범을 두고 '조현병 환자가 망상에 빠져 공격했다'는 식으로 조현병 환자의 폭력성을 당연시하다가 당국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진 조현병은 급성기 증상이 발병하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200만건이 넘는 전체 범죄 중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0.003%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치료 후에는 위험성이 9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증 환자를 8년 이상 치료해온 김동욱 부천 맘편한의원 병원장은 "조현증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많다"며 "이것이 환자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을 맞아 김동욱 병원장에게 조현병의 A~Z까지 물어봤다.조현병, 뇌 손상 의한 만성 질환…주로 10~20대 발병 - 조현병은 어떤 병인가."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돼 감각이 예민해지고 충동조절이나 현실 판단력이 떨어지는 정신 질환이다. 인종·문화·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전 세계 발병률이 1% 정도 된다. 2011년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 주는 어감이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조현병'으로 병명이 개명됐다. 이후 미세한 뇌 회로의 손상으로 인해 기능 손상이 동반된다는 조현병의 개념이 더 명확해졌다." - 뇌 손상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뇌에는 델타파·세타파 등 뇌파가 있는데, 정량뇌파검사를 하면 이 뇌파가 적게 나오면 파랗게, 많이 나오면 빨갛게 표시된다.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이나 초조 증상이 있을 때, 망상이나 환청 등이 있는 경우 빨갛게 나타난다. 이같은 정량뇌파검사만으로 조현병을 진단하기는 어렵고, 면담 등을 종합해서 질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 주요 증상은."4가지 유형이 있다. 망상·환청 등이 나타나는 '양성 증상', 감정표현이 결여되고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음성 증상', 일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거나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인지적 증상', 우울감·불면증 등 다른 증상과 연계된 '기분 또는 감정' 등이다." - 조울증·우울증 등 다른 정신 질환과의 차이점은."조현병은 단순히 기분의 변화에 따른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황장애나 우울증, 조울증은 모두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증상이 나타난다면, 조현병은 일반적인 사람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믿거나,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고 무표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조현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증상이 심해지고, 삶의 전 기간 동안 현실 판단 능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만성 질환이다." - 주로 발병하는 연령대가 있나. "10대에서 20대 사이에 발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성의 경우에는 군대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임상과 환자의 병력들을 살펴보면 특정 시점에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조금씩 쌓여온 뇌의 구조적 변화가 어떤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놓였을 때 질환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예민한 사람들이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맞나."같은 조건의 스트레스 환경에 놓였을 때 일반인들보다 조현병 환자가 보이는 뇌의 흥분도가 훨씬 높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통해 조현병 환자가 감각에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조현병에 대한 연구 중 '귀뚜라미는 왜 귀가 멀지 않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귀뚜라미는 자신의 다리와 꼬리를 비벼서 소리를 내는데, 귀뚜라미 머리에는 자신이 내는 소리를 차단하는 회로가 있어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사람도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뇌 회로가 돼 있다.하지만 감각이 민감해지면 이 회로에 손상이 생겨 자신 마음 속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이는 환자들에게 매우 공포스러운 경험으로 다가가고 점차 주변 자극에 예민해지면서 분노나 화를 조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조현병 치료에 있어 환자의 감각이 얼마나 예민한지 등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 조현병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조현병이 선천적 질환일 경우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에게 조현병이 발병하면 나머지 한 명에게도 100%의 확률로 발현돼야 하지만 실제로 나머지 한 명에게 조현병이 발병할 확률은 50%다. 따라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질환으로 볼 수 있다.또 두 부모 모두 조현병이 없을 경우 아이의 발병 확률은 1%인 반면, 부모 중 한 명이 환자일 경우에는 10%, 양 부모 모두 환자일 경우에는 30~40% 정도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보면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성인이 돼 후천적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많나."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다만,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조현병은 그 증상이 약한 경우가 많다. 60대 후반에 일시적으로 발병한 경우에는 2~3년 정도 약물치료 후에 경과를 지켜본다."약물치료가 기본…조기 치료시 거의 완치 - 치료법은."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약물치료·정신치료·재활치료·입원치료다. 한 가지 치료법만으로는 치료가 어렵고 환자의 상황에 따라 순차적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조현병은 환자 스스로 질환을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경구제·장기지속형 치료제 같은 약물을 통한 치료가 가장 기본적이라고 볼 수 있다." - 약물치료 시 효과는 금방 나타나나."약물치료 후 1~2개월 내로 환청이나 망상, 사고장애 등 양성 증상은 대부분 사라진다. 음성 증상은 성격적인 부분도 있고 감각에 민감한 체질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접촉하기 싫어하는 성향을 고쳐서 사회에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힘들어하는 요인 중 하나가 음성 증상의 지속이다." - 완치는 가능한가. "평생토록 약을 먹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것을 완치의 정의라고 하면 완치는 어렵다. 다만,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들이 그러한 것처럼 평생 약을 복용하며 충분히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 조기 치료하면 거의 완치된다고 들었다."뇌가 20대 초반까지 성장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일찍 치료하면 충분히 안정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하거나 치료를 중단해서 재발한 경우에는 그만큼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조현병이 만성화되고 사회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조기 치료를 위해서는 초기 증상을 발견하는 게 중요할텐데….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우울감이 있고, 타인과 눈을 마주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학생의 경우에는 등교를 거부하는 것도 증상의 하나일 수 있다. 간혹 예민한 사람들은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과도하게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갑자기 성격이 변하는 과정이 10대 후반까지 이어지다가 일시적인 잠복기를 거쳐 20대 초반 이후 환청·망상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약물 복용 중단으로 재발 많아…개선책으로 장기지속형 치료제 나와 - 조현병 환자는 스스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재발-입원 치료-퇴원'을 반복하는 '회전문 증훈군'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는데."환자가 의사 처방에 따라 조제된 약물을 얼마나 잘 복용하는지를 '복약 순응도'라고 한다. 복약 순응도 측면에서 조현병 환자는 낮은 순응도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74%가 수개월 내에 약물 복용을 중단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치료받는 환자들 중 2년 이내에 절반 이상, 5년 이후에는 82%나 되는 환자들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약물 중단은 곧 증상 재발과 재입원으로 이어진다. 조현병은 재발할수록 치료 저항성이 유발되고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조현병 환자의 치료에서 복약 순응도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 약물 복용 중단 시 부작용은."환자의 증상 악화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결과가 있다. 실제로 약물을 중단한 지 3개월 이내에 증상 악화·응급실 방문 횟수·재입원·노숙 생활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 약물 복용 중단으로 재발을 거듭하면 인지 기능 저하, 뇌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와 뇌에 장기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이 커진다는 것이다." - 낮은 약물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장기지속형 치료제가 나온 것으로 안다."장기지속형 치료제는 한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 투약으로 장기간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효과를 지닌 치료제다. 조현병 환자의 치료에서 가장 큰 문제인 복약 순응도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장기지속형 치료제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경구용 치료제 대비 치료 실패율이 낮은 것으로 입증됐다. 의료계의 빅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재입원 위험률이 20~30% 낮고, 같은 성분의 경구제 대비 자살률도 3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체내 약물 농도 유지나 치료 경과 확인 등 장기지속형 치료제에 대한 우려는 없나."환자와 보호자에게 약효가 길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처음에 투여되는 양이 아주 많고 점점 감소하면서 약물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지속형 치료제는 '나노 크리스털'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서 아주 미세한 입자가 근육 속에 저장돼 있다가 서서히 방출되는 형태로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또 약을 받으러 병원에 방문하면서 환자의 상태 체크 등이 이뤄지는데, 너무 긴 시간 동안 작용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환자의 모니터링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약물을 투여한 기간에도 모니터링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복약 시간을 놓칠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보다 훨씬 안정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조현병 환자는 모두 공격적? "아니다" - 최근 한 드라마에서 조현병 환자를 폭력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다."모든 조현병 환자에게 공격성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또 조현병에 걸려서 폭력적으로 변했다기보다 원래 성격이 폭력적인 사람이 조현병에 걸린 것으로 봐야 한다. 공격성은 치료받으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증상 중 하나기 때문에 모든 조현병 환자가 공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부정적 인식이 높다."국내에서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이 사실이 안타까운 것은, 정상적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스스로 위축되기 쉽다는 점 때문이다. 환자의 위축은 소극적 치료와 복약으로 연결되고, 이는 또다시 증상이 발현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환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경구제와 장기지속형 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있고, 이제 낮병원 같은 다양한 사회 복귀 시설이 등장하고 있다. 숨기고 쉬쉬하면서 치료 시기를 늦추는 것보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았으면 한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
2019.03.0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