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포커스 IS] 경기마다 바뀌는 라인업, 수베로 감독의 관리 야구
한화는 지난 시즌 KBO리그 구단 중 라인업 교체가 가장 빈번했다. 정규시즌 144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141개의 라인업을 사용했다. 리그 평균(119개)보다 22개가 더 많았다. 붙박이 주전이 부족한 팀 사정상 포지션마다 여러 선수를 돌려가며 기용한 결과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는 13일까지 8경기에서 6개의 라인업을 사용했다. 다른 팀보다 월등하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도 아니다. KBO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수베로 감독의 상황을 고려하면 흥미를 자아내는 '수치'이다. 그는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한두 달이 선수단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의 다양한 라인업은 '관리 야구'로 연결된다. 13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수베로 감독은 "7경기에서 7경기의 라인업을 사용했다"며 웃었다. 자주 라인업이 바뀌었다는 걸 에둘러 한 표현했다. 이어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노시환·정은원·하주석·라이온 힐리를 포함해 외야수까지 (정규시즌 개막 후) 한 번씩 오프(휴식)를 줬다. 오늘도 정은원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 하루 쉬어간다"며 "스태미너와 관련된 걸 잘 알고 있어서 (선수들이) 지치기 전에 로테이션을 돌려서 관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작용했다. 수베로 감독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다수의 마이너리그팀 감독을 역임해 팀을 이끌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구단의 1루 및 내야 코치를 맡아 여러 선수의 성장과 좌절을 지켜봤다. 그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백업 선수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주전 멤버가 피로도 등을 이유로 빠졌을 때가 (팀으로선) 중요한데 그때 백업 선수가 어느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주길 바란다. 하지만 출전 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상황에선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업들에 출전 시간을 보장해야 이후 변수가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주전 의존도가 높을수록 그 선수가 빠졌을 때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한화는 노시환·정은원·하주석을 중심으로 박정현·임종찬·유장혁·김민하·장운호 등이 돌아가면서 기회를 잡고 있다. 포수 최재훈도 이해창과 출전 시간을 나눈다. 이른바 '1+1'로 기용되는 선발 박주홍과 김이환도 계속 서로의 순번을 바꿔가면서 경기를 소화한다. 특정 선수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걸 막고 여러 선수에게 경험과 기회를 준다. 수베로 감독은 "출전 시간을 보장하면서 (백업 선수들이)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있다. 대구=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4.15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