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3차 캠프 본격 돌입, 10구단 우선 순위 '감염 방지'
KBO 리그 10개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국내에서 전례 없던 '3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예년이라면 실전 감각 회복과 전력 구상 완성에 집중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가장 중요한 화두가 바로 '선수단 내 감염 방지'.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KT가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마치고 첫 국내 훈련을 시작한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오후 1시 훈련에 맞춰 출근을 한 몇몇 선수들이 중앙 출입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다음에 도착한 무리도 의아해하지 않고 곧바로 그 뒤에 줄을 섰다. 체온 측정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인이 야구장에 출입하려면 이름과 소속 그리고 주소와 개인 휴대폰 번호를 써넣어야 했다. 문진표 대신이다. 차가운 바깥바람으로 인해 정확한 측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귀뿐 아니라 손목까지 체온을 점검했다. 비치된 손 세정제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출입구에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팬은 2~3명에 불과했다. KBO가 이미 1주일 전에 팬과 선수단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제안한 덕이다. 구단도 개별적으로 팬들에게 '선수들과 접촉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위즈파크를 찾은 팬들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선수들을 지켜봤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훈련 준비가 이뤄졌다. 대여섯명의 무리가 지나가도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야외 훈련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실내 타격 훈련이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는 반드시 착용했다. 훈련을 마친 뒤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38일 동안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니 심각한 기운을 체감한다. '한국에 계신 분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나조차도 이틀 동안 집 밖에 나서지 않았다. 선수단에도 모두를 위해 철저히 대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몇 선수들은 귀국 뒤에도 자택 대신 호텔에 머물며 생활하고 있다. 가족과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KT도 합숙을 고려했지만, '많은 인원이 오래 한곳에 모여 있는 게 오히려 위험할 것 같다'는 내부 의견을 받아들였다. 대신 향후 개개인이 저녁 모임을 줄일 수 있도록 저녁 식사까지 제공하며 간접적인 지원을 할 생각이다. 1군 전력이 아닌 몇몇 선수는 2군으로 보내 훈련 인원을 분배할 계획도 있다. 시즌 준비도 걱정이다. 이강철 감독은 "개막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점이 가장 고민이 된다"고 했다. 캠프에서 80~90%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린 선수들이 다음 단계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다. 이 감독은 투구 수를 늘리면 되는 선발투수보다 야수진의 컨디션 조절을 걱정하고 있다. 타 팀 전력 확인도 어렵다. 미국에서 연습 경기를 치른 SK와 NC 외에 다른 7개 팀은 개막 전까지 직접 상대해볼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외인도 많이 합류했기 때문에 개막 뒤 백지상태에서 상대 원투 펀치들을 만나야 한다. 주장 유한준도 "나를 포함한 선수 모두 개막일이 정해지지 않은 채 귀국 뒤 다시 준비를 시작하는 상황을 처음 겪고 있다. 막막한 마음이다"라며 "그러나 개막은 해야 하니 4월 중순을 예상하고 몸을 만들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각자 (감염을) 조심하자'고 얘기를 해줬다"고 전했다. KT뿐 아니라 현재 모든 구단이 같은 상황이다. 두산의 국내 훈련 첫날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7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두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지난 11일부터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여느 때라면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던 잠실구장이다. 선수단도 설렘과 열정이 충천한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달랐다. 홈구장에서 진행되는 훈련인데도 선수들은 구단 버스를 타고 야구장에 도착했다. 전원 마스크를 착용했고, 구장 입구에서는 체온을 측정했다. 야외 훈련도 마스크를 쓴 채로 진행했다. '마스크가 답답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몇몇 선수도 그 필요성은 잘 알고 있었다. 토스 배팅을 위해 공을 올려주는 코치와 받아치는 타자 사이에도 소통은 쉽지 않았다. 마스크 두께 이상의 벽이 생겼다. 외부인 통제도 철저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취재진과 협력 업체 관계자는 구장으로 입장할 수 없다. 체온 측정은 당연히 필수다. 두산의 클럽하우스로 이어지는 1루 쪽 더그아웃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취재원과도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수원과 잠실 그리고 SK의 홈 구장 인천을 포함한 모든 구장이 같은 상황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0구단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를 전면 중지해야 하지 않나"라며 "나부터 조심하겠다. 선수들도 신경을 써서 대비할 것이다"고 했다. 시범경기가 취소되던 당시 일본에 있던 김 감독은 이미 선수단에 경각심을 강조했다. 귀국 뒤 체감한 '코로나19 정국'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LG는 현재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1, 2군 모두 합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감염 위험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 시설이 있어 훈련에 문제가 없다. 첫 훈련부터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가급적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려는 의지를 전했다. 감염병 특별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와 경산에서 훈련해야 하는 삼성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설을 비롯한 상황을 두루 고려해 개별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구단과 선수 개개인의 경각심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공식 개막일을 알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 훈련 일정을 짜기도 어렵다. 그러나 실전 감각 회복에 대한 걱정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취지에 모든 팀이 공감하고 있다. 전 구단이 같은 조건에 놓여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코로나19의 파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프로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프로농구(NBA) 유타 소속 선수 한 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사무국도 리그 운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한 야구인은 "우리 구단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선수단 관리 문제로 큰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신경 쓰인다"고 했다. KBO 리그 10개 구단은 일단 스프링캠프에서 끌어올린 몸 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최우선 지향점으로 감염 방지를 내세우고 있다. 수원=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3.13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