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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IS 시선] SSG 폭력 사태, 누가 책임질 것인가

요즘 시대에, 그것도 프로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폭행 및 가혹행위가 일어났다. '세상에 없던 야구'를 외친 SSG 랜더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11일 SSG 퓨처스(2군)리그 선수단 내에서 단체 가혹행위에 2·3차로 추가 가해가 개별적·집단적으로 이어진 사건이 알려졌다. 내야수 A는 지난 6일 2군 훈련장인 인천 강화 SSG 퓨처스파크에서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을 불러 모아 얼차려를 지시했다. 올해 입단한 신인 내야수 B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투수 C는 부당한 가혹행위를 당한 이유를 파악하고선 B를 탓하며 배트로 두 차례 엉덩이를 내리쳤다. 이어 외야수 D도 후배들을 집합시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SSG 구단도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일차적으로는 선수의 잘못이다. 프로 구단에 입단한 선수라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원산폭격이나 배트로 때린 것은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다. 현장 최고 책임자인 김원형 SSG 감독이 "감독으로서 내 불찰이다.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라며 "선수단 관리에 소홀해 너무 죄송하다.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할 것 같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감독보다 구단의 책임이 더 크다. 이번 사건은 다름 아닌 2군 훈련지 내에서 발생했다. 구단의 선수단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주로 외부에서 발생하는 음주나 성추행 등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구단의 관리 책임이 있는 2군 시설 내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그것도 2차 폭행, 3차 가혹행위까지 연달아 일어났다. 과거 군대에서 악습으로 여겨지던 '내리갈굼'이 프로 야구단에서 벌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SSG에서는 비슷한 일이 3년 전에도 발생했다. 2020년 7월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에서도 2군에서 선배들이 후배 선수에게 물리적인 체벌을 가하는 폭행 사건이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선배들이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 숙소 무단 외출을 한 후배들에게 훈계를 이유로 얼차려와 폭행을 가했다. 당시 SK 구단은 이 상황을 인지하고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고하지 않아 파장을 키웠다.3년 전 구단은 사과문을 통해 "선수단 관리에 허점을 노출했다. 선수단 내 얼차려, 체벌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잘못의 정도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퇴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폭력의 대물림'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가 이번 사건을 통해 감지됐다. 2020년 당시 선배들의 폭행을 지켜본 선수가 이번에는 가해자로 둔갑했다. 이 정도라면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2군 선수단에서 가혹행위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사고를 막을 순 없다. 다만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이 안 좋은 선수를 뽑은 것도 구단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단의 그 누구도 앞으로 나와 사과하거나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았다. 책임이 더 큰 사람이 감독과 실무자 뒤에 숨어있다. 이형석 기자 2023.07.13 06:10
야구

3차 캠프 본격 돌입, 10구단 우선 순위 '감염 방지'

KBO 리그 10개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국내에서 전례 없던 '3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예년이라면 실전 감각 회복과 전력 구상 완성에 집중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가장 중요한 화두가 바로 '선수단 내 감염 방지'.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KT가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마치고 첫 국내 훈련을 시작한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오후 1시 훈련에 맞춰 출근을 한 몇몇 선수들이 중앙 출입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다음에 도착한 무리도 의아해하지 않고 곧바로 그 뒤에 줄을 섰다. 체온 측정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인이 야구장에 출입하려면 이름과 소속 그리고 주소와 개인 휴대폰 번호를 써넣어야 했다. 문진표 대신이다. 차가운 바깥바람으로 인해 정확한 측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귀뿐 아니라 손목까지 체온을 점검했다. 비치된 손 세정제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출입구에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팬은 2~3명에 불과했다. KBO가 이미 1주일 전에 팬과 선수단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제안한 덕이다. 구단도 개별적으로 팬들에게 '선수들과 접촉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위즈파크를 찾은 팬들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선수들을 지켜봤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훈련 준비가 이뤄졌다. 대여섯명의 무리가 지나가도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야외 훈련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실내 타격 훈련이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는 반드시 착용했다. 훈련을 마친 뒤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38일 동안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니 심각한 기운을 체감한다. '한국에 계신 분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나조차도 이틀 동안 집 밖에 나서지 않았다. 선수단에도 모두를 위해 철저히 대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몇 선수들은 귀국 뒤에도 자택 대신 호텔에 머물며 생활하고 있다. 가족과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KT도 합숙을 고려했지만, '많은 인원이 오래 한곳에 모여 있는 게 오히려 위험할 것 같다'는 내부 의견을 받아들였다. 대신 향후 개개인이 저녁 모임을 줄일 수 있도록 저녁 식사까지 제공하며 간접적인 지원을 할 생각이다. 1군 전력이 아닌 몇몇 선수는 2군으로 보내 훈련 인원을 분배할 계획도 있다. 시즌 준비도 걱정이다. 이강철 감독은 "개막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점이 가장 고민이 된다"고 했다. 캠프에서 80~90%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린 선수들이 다음 단계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다. 이 감독은 투구 수를 늘리면 되는 선발투수보다 야수진의 컨디션 조절을 걱정하고 있다. 타 팀 전력 확인도 어렵다. 미국에서 연습 경기를 치른 SK와 NC 외에 다른 7개 팀은 개막 전까지 직접 상대해볼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외인도 많이 합류했기 때문에 개막 뒤 백지상태에서 상대 원투 펀치들을 만나야 한다. 주장 유한준도 "나를 포함한 선수 모두 개막일이 정해지지 않은 채 귀국 뒤 다시 준비를 시작하는 상황을 처음 겪고 있다. 막막한 마음이다"라며 "그러나 개막은 해야 하니 4월 중순을 예상하고 몸을 만들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각자 (감염을) 조심하자'고 얘기를 해줬다"고 전했다. KT뿐 아니라 현재 모든 구단이 같은 상황이다. 두산의 국내 훈련 첫날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7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두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지난 11일부터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여느 때라면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던 잠실구장이다. 선수단도 설렘과 열정이 충천한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달랐다. 홈구장에서 진행되는 훈련인데도 선수들은 구단 버스를 타고 야구장에 도착했다. 전원 마스크를 착용했고, 구장 입구에서는 체온을 측정했다. 야외 훈련도 마스크를 쓴 채로 진행했다. '마스크가 답답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몇몇 선수도 그 필요성은 잘 알고 있었다. 토스 배팅을 위해 공을 올려주는 코치와 받아치는 타자 사이에도 소통은 쉽지 않았다. 마스크 두께 이상의 벽이 생겼다. 외부인 통제도 철저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취재진과 협력 업체 관계자는 구장으로 입장할 수 없다. 체온 측정은 당연히 필수다. 두산의 클럽하우스로 이어지는 1루 쪽 더그아웃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취재원과도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수원과 잠실 그리고 SK의 홈 구장 인천을 포함한 모든 구장이 같은 상황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0구단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를 전면 중지해야 하지 않나"라며 "나부터 조심하겠다. 선수들도 신경을 써서 대비할 것이다"고 했다. 시범경기가 취소되던 당시 일본에 있던 김 감독은 이미 선수단에 경각심을 강조했다. 귀국 뒤 체감한 '코로나19 정국'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LG는 현재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1, 2군 모두 합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감염 위험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 시설이 있어 훈련에 문제가 없다. 첫 훈련부터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가급적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려는 의지를 전했다. 감염병 특별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와 경산에서 훈련해야 하는 삼성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설을 비롯한 상황을 두루 고려해 개별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구단과 선수 개개인의 경각심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공식 개막일을 알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 훈련 일정을 짜기도 어렵다. 그러나 실전 감각 회복에 대한 걱정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취지에 모든 팀이 공감하고 있다. 전 구단이 같은 조건에 놓여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코로나19의 파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프로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프로농구(NBA) 유타 소속 선수 한 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사무국도 리그 운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한 야구인은 "우리 구단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선수단 관리 문제로 큰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신경 쓰인다"고 했다. KBO 리그 10개 구단은 일단 스프링캠프에서 끌어올린 몸 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최우선 지향점으로 감염 방지를 내세우고 있다. 수원=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3.13 06:01
축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전북, 이기고도 침통한 최강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17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4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전북 현대의 맞대결. '호남 더비'로 치러진 이날 경기는 전북이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3-0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전북 관계자의 얼굴에는 완승의 기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단이나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승점 3점으로 희석시킬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전북 선수단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 때문이다.지난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사무국 근처 관중석 통로에서 스카우트 A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구단 직원이 발견했다. 사망한 A씨는 지난해 심판 매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북의 스카우트다. 그는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주심에게 수백만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직무정지 처분을 받고 전북을 떠났다. 그리고 사건 후 약 1년 만에 경기장에서 생을 마감했다.누구보다 침통한 이는 당연히 최강희(58) 감독이다. 경기 전에 만난 최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평소와 같이 답변하다가도 이번 일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무표정한 포커 페이스로 유명한 최 감독이긴 하지만 이날은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는 화력쇼에도 굳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사건 이후 "고인이 최 감독을 만나러 나간다고 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최 감독 연루설'이 불거져 입장도 한층 난처해졌다. 그래서인지 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경찰에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누굴 만나고 그런 부분들은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기 때문에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갑작스러운 비보에 전북 구단도 안타까움과 난감함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광양에서 만난 전북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고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인이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난 만큼 추모는 물론이고 유가족들에 대한 예우 같은 부분들도 선뜻 처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사건 자체도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전주 덕진경찰서가 수사 중에 있으며 유가족들도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어 구단 측과 자세한 얘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전북 관계자는 "이번 일의 추후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일단 백승권(56) 단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빈소가 차려진 16일 곧바로 전북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17일 광양 원정경기를 위해 하루 전날 이동해야 했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원정이 끝난 뒤 개별적으로 빈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관계자는 "이동국 등 베테랑 선수들 중에는 평소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이들도 많아 침울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광양=김희선 기자 2017.06.19 06:00
야구

LG, 연봉 계약 발표 안 하는 이유

팀별로 연봉 협상 막바지다. 대부분 팀들이 15~16일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에 연봉 협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넥센, NC, 삼성, KIA, SK 등 5개 구단은 이미 재계약 대상자들과 연봉 협상을 마쳤다. 아직까지 완료하지 못한 팀들은 한화, 롯데, LG, 두산이다. 한화와 롯데는 미계약자가 5명 이하다. LG와 두산은 미계약자가 7~8명 된다고 한다. 일부 구단들은 굵직한 연봉 계약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다. 주요 선수 개별적으로 하거나 계약자들을 모아서 중간 발표를 하는 식이다. 박병호(넥센), 김현수(두산) 등 이슈가 되는 선수들의 연봉은 팬들의 관심사로 주목도가 높다. 롯데는 중간 발표를 두 차례 했다. 반면 연봉 협상을 완료해서 재계약 대상자를 한꺼번에 발표하는 구단도 있다. LG는 "전원 재계약을 하고 난 후 일괄 발표할 계획이다"고 했다. LG는 지난해 연말까지 80% 정도 계약을 마치고선, 해가 바뀌어도 주요 선수들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선발과 불펜에서 큰 활약을 한 주요 선수들이 아직 미계약 상태라고 한다. LG 관계자는 "2013시즌에서 정규시즌 2등을 하고, 2014시즌 연봉은 우승팀 삼성에 이어 2위였다. 올해(2015시즌 연봉 총액은) 여기서 또 올라간다. 인상요인들이 많다. 몇몇 선수들과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LG는 다른 구단과는 차별화된 윈세어의 비중을 반영한 신연봉제 체제다. 도입 초기에 팀 성적이 전체적으로 부진할 때는 잡음이 많았으나, 팀 성적이 올라가면서 안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선수 개개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펜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크다는 소리도 들린다. LG는 오는 16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캠프 출국일까지 시간은 나흘 밖에 남지 않았다. 한용섭 기자 2015.01.12 15:16
축구

축구협회, 언제까지 프로구단 희생 시킬건가?

축구협회는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맡아달라고 했다. 이유야 어쨌든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협회가 K-리그 구단에 짐을 떠넘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이철근 전북 현대 단장은 지난 4일 K-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최강희 감독과 재계약을 2015년까지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정상급 클럽으로 성장하겠다는 구단의 비전을 보여준 긍정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전북의 이런 계획은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됨에 따라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감독의 공백이 팀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계 훈련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터지자 전북 선수들도 동요하고 있다. 전북 구단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상황만 주시하고 있다.협회가 최강희 감독을 선임한 결정적인 이유는 시간이다. 협회가 밝힌대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경우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을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단은 애초에 축구협회가 조광래 감독의 후임을 고민하거나, 조금 더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협회가 구단에 희생을 강요했던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핌 베어백 감독이 물러났을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베어백 감독은 당시 국가대표와 올림픽 대표팀을 동시에 지휘하고 있었다. 협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 도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급히 박성화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박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부임하진 겨우 15일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박 감독은 "부산 구단과 팬들에게 백번 사죄한다"며 떠났으나 부산은 12위에 머물렀다.프로축구 구단 관계자들은 “축구협회가 프로축구의 전체적인 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프로에서 거둔 결실을 따먹기만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쿠웨이트전을 대비한 대표 선수 소집 기간 확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협회는 공식 요청 대신 구단 관계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차출 기간 확장에 협조해 달라'고 하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대의 아래 프로구단들이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한 해설위원은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경우 입을 수 있는 한국 축구계의 타격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편법을 쓴다면 결국 2002년 월드컵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대한축구협회는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프로축구연맹에 가입한 구단들은 회원이다. 축구협회 정관 12조와 13조에 따르면 등록팀들은 축구협회에 대해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권리보다 의무가 너무도 커 보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11.12.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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