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라운드 지명권 포기 각오" 김세현·최원태 없이 이룬 우승, '김태형'까지 잡은 KIA
'우승 청부사' 없이 이룬 우승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KIA 타이거즈는 지난 7월 트레이드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주 언급됐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오른 어깨 회전근 염증 소견으로 6월 24일 1군 엔트리 제외돼 그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시급한 과제였다. 때마침 트레이드 시장에는 키움 히어로즈 마무리 투수 출신 조상우가 매물로 나왔다는 게 정설이었다. 조상우는 2020년 33세이브를 기록한 파이어볼러. 관건은 영입 대가였다.지난 5월 30일 키움에서 NC 다이노스로 트레이드된 내야수 김휘집의 대가가 2025 신인 드래프트 1·3라운드 지명권 두 장이었다. 조상우를 영입하려면 더 많은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뒷문이 불안한 복수의 팀이 조상우 영입전에 뛰어들면서 그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이었다. 당시 한 구단 관계자는 "NC처럼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은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KIA는 2017년 통합 우승 당시 '우승 청부사'로 투수 김세현을 영입한 경험이 있다. 불펜 보강 목적으로 트레이드 마감일(7월 31일)에 과감히 움직였다. 그러나 그에 따른 출혈이 만만치 않았다. 김세현의 영입 대가로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한 왼손 투수 이승호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적 후 이승호는 2019년 8승, 2022년 10홀드 10세이브를 달성하며 키움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KIA가 통합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미래 자원을 내줬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지난 시즌에는 LG 트윈스가 시즌 중 선발 투수 최원태를 트레이드로 영입 후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대신 대형 타자 유망주 이주형(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3순위 지명)을 내줘야 했다. 이후 이주형은 키움에서 '제2의 이정후'로 불리며 1군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처럼 '우승 청부사'를 데려오면 그에 따른 선수단 변화가 불가피한데 KIA는 고심 끝에 움직이지 않았다. 트레이드 매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으로는 지난 11일 덕수고 투수 유망주 김태형을 뽑았다. '고교 투수 빅5'로 불린 김태형을 영입하면서 팜 시스템까지 강화했다.정해영이 지난달 6일 복귀한 뒤 재이탈 없이 잔여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조상우를 영입하지 않으며 중복 투자를 피했다. 정규시즌 우승에 유망주까지 확보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9.19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