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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신무기’를 도입할 때도 골프 규칙에 맞는지 따져 보자

자립형 퍼터를 쓰는 것은 골프 규칙에 어긋날까? 자립형 퍼터(self-standing putter)란 손을 놓아도 넘어지지 않고 혼자 서는 퍼터를 말한다. 당연히 규칙에 어긋난다고 답했다면 틀렸다. 엥? 자립형 퍼터는 공식 경기에서는 쓰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올해부터 그렇게 하기로 한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그렇게 오해하는 골퍼가 많다. 자립형 퍼터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상관이 없다. 다만 자립형 퍼터만 혼자 세워두고 플레이어는 손을 떼고 물러나서 라인 따위를 살피는 것은 규칙에 어긋난다. 자립형 퍼터를 사용해 정렬(alignment)에 도움을 받는 행동은 규칙 위반이라고 정한 것이다. 골프용품 개발자인 최승진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자립형 퍼터를 보여주었다. 그때까지 나온 다른 제품과는 발상이 다른 자립형 퍼터였다. 어떻게 다르냐고? 일반 퍼터의 헤드를 그대로 쓰면서도 퍼터 혼자 설 수 있게 만든 점이 달랐다. 다른 자립형 퍼터는 헤드가 훨씬 크고 무거웠다. 그래야 무게중심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다른 원리로 균형을 구현해냈다. 바로 퍼터 샤프트를 매우 가볍게 만든 것이었다. 건축학 박사로서 구조공학을 전공한 최 박사다웠다. 금속으로는 샤프트를 가볍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 박사는 그라파이트로 퍼터 샤프트를 만들었다. 탄성이 높은 그라파이트가 가진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발상도 가미했고. 뱁새 김용준 프로는 그의 총명함과 그가 흘린 땀에 탄복했다. 그런데 자립형 퍼터를 이리 저리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퍼터 샤프트의 그립 부분이 다각형이었기 때문이다. 골프 장비 규칙에 어긋난 것이었다. 장비 규칙은 샤프트를 자르면 단면이 원형(圓形)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최 박사에게 장비 규칙을 귀띔했다. 최 박사는 “그립을 끼우면 무게가 늘어 퍼터가 중심을 잃을 수 밖에 없어서 그립을 끼우지 않고도 퍼터를 잘 잡을 수 있도록 그립 부분을 다각형으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샤프트 규칙을 미처 감안하지 못한 것이다. 기껏 개발했는데 공식 경기에는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 박사는 고심을 거듭해 얼마 뒤에 그 문제를 해결했다. 어떻게 해결했느냐고? 그 이야기를 다 하다 보면 지면이 모자랄 것이다. 최 박사처럼 수 많은 수재들이 골프 장비 개발에 미쳐있다. 이른바 ‘신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땀 흘리는 개발자가 몇 명이나 될까? 전 세계에 수 만 명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이들이 짜낸 지혜 중에는 일리 있는 것이 수 없이 많다. 그 중에는 발명이나 발견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혁신적인 것도 있고. 이렇게 수 많은 개발자가 덕에 골퍼가 신무기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무기 중에는 골프 규칙에 어긋나는 것도 많다. 어떤 것이 그러하냐고? 고리가 달린 장갑 따위가 대표적이다. 장갑을 끼고 나서 장갑에 달린 고리를 손가락에 걸도록 만든 장갑이 있다. 고리 덕에 장갑이 손에 더 달라붙어서 그립을 더 가볍게 잡을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이 장갑이 규칙 위반이냐고? 그렇다. 그런 것까지 골프 규칙에 정해두었냐고? 그렇다. 골프 장비 규칙은 장갑은 물론 티와 마커(marker)까지도 아우르고 있다. 같은 원리로 손가락 끝에 끼워 그립이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는 고무 가락지도 규칙 위반이다. 말이 나온 김에 티(tee) 이야기도 하자. 자주 받는 질문이니까. 줄을 단 티가 규칙에 어긋나느냐고? 티에 줄을 단 것 자체로는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잃어버리지 않게 티 여러 개를 줄로 묶어서 써도 된다고 정했으니까. 그러나 티를 꽂고 나서 줄로 이어 놓은 작은 티마저 땅에 꽂는 것은 규칙에 어긋난다. 티가 멀리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도 규칙 위반이냐고? 그렇다. 그 행동으로 정렬에 도움을 받는다고 판단한다는 말이다. 에이,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목표와 나란히 내려놓은 클럽은 얼마나 큰 도움이 되길래 페널티를 주겠는가? 어떤 부분은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것이 골프 규칙이다. 더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은 어떠냐고? 그것은 신무기 축에 들지도 못한다. 이름 있는 골프용품업체는 그런 공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만들기 때문이다. 공은 이미 무게와 크기 그리고 딤플(dimple)까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반발력도 규제하고 있고. 공 속에 뭔가를 넣어서 공이 균형을 잘 잡고 날아가도록 만드는 꾀도 금지하고 있다. 신기술을 거부하는 것이냐고? 얼핏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골프를 골프답게 유지하자’는 뜻으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다른 골프용품도 같은 취지로 규제하는 것이고. 그러니 신무기를 장착할 때는 골프 규칙에 맞는지 반드시 따져볼 일이다. 골프를 골프답게 치기 위해서 말이다. 비록 한 타 더 잃게 되더라도 그것이 골프 아니겠는가? 알면서도 버젓이 골프 규칙에 맞지 않는 장비를 쓰는 사람이 있다고? 아직 기량이 부족한 골퍼라면 이해해주자. 웬걸, 제법 잘 치더라고? 틀림 없이 진정한 골퍼가 아닐 것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KPGA 프로 2025.03.26 08:15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해야 멋진 골퍼이다

방어기제라(防禦機制)고 하면 알 듯 말 듯 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영어 단어를 쓰는 것이 명쾌하다. 심리학에서 쓰는 용어를 한자어로 바꾸다 보니 뜻이 바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방어기제를 영어로는 ‘디펜스 메카니즘(defence mechanism)’이라고 한다. 어떤가? 더 쉽게 이해했는가? 국어사전대로라면 방어기제는 ‘두렵거나 불쾌한 정황이나 욕구불만에 직면하였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이다. 쉽게 말하면 마음을 상하지 않으려고 하는 말이나 행동 따위를 말한다.심리학에서 방어기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은 프로이트이다. 우리가 아는 명저인 ‘정신분석학 입문’을 쓴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냐고? 비슷하다. 그의 딸 아나 프로이트(Anna Freud)이니까.뱁새 김용준 프로도 이번에야 알았다. 안나 프로이트가 아니라 아나 프로이트라는 사실을. 이름은 현지에서 부르는 대로 써야 한다는 것도. 아나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어서 그렇게 불러야 한다. 그리고 방어기제는 아나 프로이트가 자기 아버지가 남긴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서 정립하였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우리가 방어기제를 가장 많이 사용할 때는 언제일까? 골프를 칠 때를 꼽았다면 진정한 애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답이다. 독자가 골프를 칠 때 보다 방어기제를 더 많이 사용한 곳이 있다면 귀띔해주기 바란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다른 일에 방어기제를 더 많이 사용한 적을 떠올리지 못하겠다. 골프에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예를 들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라운드를 시작도 하기 전부터 방어기제를 내놓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은 “아니, 비겁하게 연습을 하고 있어”라고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먼저 와서 퍼팅 그린에서 몸을 풀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이 말을 안 해 본 골퍼가 있을까?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오늘 공을 맞힐 수나 있을 지 모르겠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친구 얼굴이 불그레한 것을 보고 걱정을 해 주었더니 웬걸! 공만 잘 치는 것을 보고 얄미운 적은 없었는가? “내가 운전을 하고 왔으니 핸디(덤)를 더 줘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말은 차 한 대로 같이 왔다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국민 방어기제’이다. 막상 라운드를 시작하면 이 정도 방어기제는 애교에 가깝다. 첫 홀 티샷부터 마지막 홀 퍼팅을 마무리 할 때까지 셀 수 없는 방어기제를 쏟아낸다. 그 중에는 플레이어 자신을 깎아 내리는 것도 있다. “핸디캡은 바퀴벌레와 같아서 어디서든 꼭 나오기 마련”이라는 말을 안 들어본 골퍼가 있을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골퍼라도 이런 말을 내뱉기 십상이다. 내심 라이프 타임 베스트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기대를 하고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 실수를 해서 기대가 무참하게 깨질 때 마음이 덜 상하려고 미리 연막을 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것은 점잖은 방어기제 축에 든다. 겸손도 지나치면 미덕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비뚤어진 방어기제이다. 어떤 예가 있는 지는 경험이 조금만 있는 골퍼라면 다 알 것이다. 퍼팅이 빗나갔을 때 브레이크를 조언(advice)한 캐디 탓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 경우에 캐디에게 성질까지 부린다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친 것이다. 심리학에서 이런 비뚤어진 방어기제를 ‘성숙하지 못한 방어기제’라고 부르는 것을 새겨볼 일이다. 알면서도 골프 규칙을 어기는 것도 비뚤어진 방어기제이다. 규칙을 어겨서라도 자신이 장담하던 핸디캡을 맞추려고 한다면? 당장은 마음이 상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길게 보면 손해이다. 찝찝한 마음은 상당히 오래가기 마련이니까. 혹시 속임수를 쓴 것을 들켰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흠흠! 짐작하기에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뱁새 김 프로는 못 치는 날에도 절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다른 핑계를 대면 대지!미성숙한 방어기제가 있다면 ‘성숙한 방어기제’도 있느냐고? 그렇다. 가장 멋진 것은 이타적 말이나 행동이다. 다른 플레이어라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언행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해서 자신의 기량이 부족하거나 그날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이 상하는 것을 덜어보려고 한다는 이야기이다. 너무 점잖고 멋지지 않은가? 선전하는 ‘경쟁자’를 응원할 수 있다니! 샷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화를 내신 대신에 말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로 또 다른 것은 긍적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후반에 집중해서 핸디캡을 맞춰내겠다”는 식으로 자신을 다독이는 것처럼 말이다. 방어기제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성숙한 방어기제를 발휘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멋진 골퍼이다. 독자에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뱁새도 더 노력하겠다고 독자에게 약속 한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3.19 08:19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15분 이내에는 스코어 카드를 수정할 수 있다고?

스코어 카드에 점수를 잘못 적어서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엘리트 골퍼가 겨루는 골프 대회 때 이야기이다. 실격이라고? 절반만 맞는 이야기이다. 지난 2021년 9월 마지막 날 일이다. 그 때 뱁새 김용준 프로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KPGA투어 경기위원이었다. 그 날은 경기도 여주에 있는 페럼골프클럽에서 대회를 열었다.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었다. 그 때는 KPGA투어를 ‘코리안투어’라고 불렀다. 첫 라운드가 끝날 무렵이었다. 천철호 경기위원장 낯이 어두웠다. 최경주 선수가 경기위원회에 올라왔다고 했다. 자신의 점수를 재확인하러 온 것이다. 자신은 그날 2오버파를 쳤는데 리더 보드에는 3오버파로 떴다고 했다. 최경주 선수는 천 경기위원장과 함께 스코어 카드를 확인했다. 그리고 16번 홀 점수를 잘못 쓴 것을 찾아냈다. 파3인 그 홀에서 최경주 선수가 실제로 친 점수는 ‘3’ 즉, 파였다. 그런데 스코어 카드에는 ‘4’이라고 써서 제출한 것이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그날 최경주 선수를 마크한 사람은 박 모 선수였다. 박 선수는 애초에 16번 홀 점수를 ‘3’이라고 맞게 적어서 최경주 선수에게 건넸다. 그런데 최경주 선수가 자신의 16번 홀 홀 점수를 ‘4’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선수는 스코어 카드를 돌려 받아 최경주 선수가 말한 대로 ‘4’라고 고쳐서 다시 돌려 주었다. 최경주 선수는 고친 스코어 카드에 서명을 하고 경기위원회에 제출했고. 그리고 스코어 카드 제출처를 떠났다. 최경주 선수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리더 보드를 보았다. 리더 보드에는 자신의 점수가 3오버 파라고 올라왔다. 2오버 파가 아니라. 최경주 선수는 곧바로 경기위원회를 찾아 문의한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제출한 스코어 카드를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은 그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벌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점수를 적어낸 뒤에 나중에야 벌타를 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 점수를 고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냐고?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뱁새 김 프로는 최경주 선수가 이튿날 점수를 줄여서 컷 통과를 하기 바랐다. 대선수이자 대회 주최자 아닌가! 이어지는 10월 1일 경기에서 최경주 선수는 선전했다. 뱁새는 조마조마하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는 리더 보드를 휴대 전화로 수 십 번도 더 확인했다. 최경주 선수는 한 타 한 타 줄이더니 마침내 그날만 3언더 파를 기록했다. 이틀 합계 이븐 파였다. 아슬아슬했다. 경기위원회가 주최측과 머리를 맞대고 어렵게 코스 세팅을 하긴 했다. 그래도 선수들이 너무 잘 쳤다. 안개 탓에 그날 경기는 늦게 끝나서 최종 컷 오프 점수는 이튿날인 10월 2일에야 정해졌다. 컷 오프 점수는 안타깝게도 ‘1언더 파’. 최경주 선수는 한 타 차이로 컷 탈락했다. 대회 주최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담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날아온 최경주 선수였기에 뱁새는 더 안타까웠다. 미국 PGA 챔피언스 투어 참가도 포기하고 날아온 것일 텐데. 이쯤 되면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아니, 실수로 잘못 기록한 점수를 왜 못 바꾸냐’고 말이다. 그러게 말이다. 골프에서는 그랬다. 다른 종목은 점수를 심판이나 경기위원회가 매긴다. 그런데 골프는 선수 자신이 점수를 매겨서 경기위원회에 제출한다. 물론 서로 돌아가며 감시도 하고 점수도 기록하기는 한다. 그래도 최종 점수는 선수 자신이 책임을 지고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엘리트 골프 대회의 스코어 카드는 조금 다르다. 자신이 마크하고 있는 선수의 점수를 기록하는 칸과 별도로 자기 점수도 기록하는 칸이 있다. 최경주 선수는 아마 16번 홀 파3에서 ‘파’를 기록하고도 자기 점수를 적는 칸에 무심코 ‘4’라고 적었을 것이다. 자신이 쓴 것을 보고 마커인 박 선수에게 16번 홀 점수를 바꿔 달라고 요청한 것이고. 나중에 마커인 박 선수에게 물었다. 박 선수는 “대 선배인 최경주 선수 본인이 4라고 하니 멈칫했지만 따져 묻지 못하고 고쳐준 것이다”고 답했다. 최경주 선수 본인도 마커인 박 선수도 2라운드 때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 결국 손해 본 한 타가 발목을 잡았을 때 두 사람 마음은 어땠을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여간 해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코어 카드를 내고 나서도 15분 이내에는 수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골프 규칙을 그렇게 바꾼 것이다. 왜 진즉 이렇게 하지 못했느냐고? 점수를 속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어서 그랬다. 최경주 선수처럼 손해를 본 경우 말고 말이다. 보기를 해 놓고도 파를 했다고 써서 내는 악당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나중에 고칠 수 있게 하면 슬쩍 속여보았다가 들키면 마는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골퍼는 신사이고 숙녀라고 보는 것과는 모순이긴 하다. 이제는 혹시 나쁜 마음으로 줄여서 낸 점수라고 해도 15분 이내에는 수정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가 꾀가 있다면 15분이 지나서 돌이킬 수 없게 된 뒤에야 따지겠지만.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3.12 08:19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디봇에 들어간 공 어떻게 할 것인가?

독자는 디봇에 공이 빠지면 어떻게 하는가? 디봇(divot)이란 샷을 하면서 잔디를 파는 바람에 생긴 움푹 패인 자국을 말한다. 디봇에 공이 들어가면 무조건 꺼내 놓고 플레이 하는가? 고개를 끄덕인다면 고수라고 치기에는 아직 멀었다. 놓인 그대로 친다고? 디봇도 골프의 일부분이라고 여긴다고? 고수가 틀림 없다. 머지 않아 고수가 될 골퍼이거나. 디봇에 빠진 공은 페널티 없이 꺼내기로 팀 규칙으로 정한다고?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애독자라고 할 수 있다. ‘골프 규칙 가운데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설문조사를 한다면? 가장 많이 꼽을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디봇에 공이 빠졌을 때 페널티 없이 꺼내도록 바꾸자’는 것 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도 디봇 탓에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챔피언스투어 예선전에서이다. 전남 해남에 있는 솔라시도골프클럽에서 연 대회였다. 뱁새는 그날 경기를 어렵사리 풀어가고 있었다. 코스 난이도와 날씨 따위를 감안할 때 이븐 파 정도면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뱁새는 직전 홀까지 1오버파를 기록하고 있었다. 몇 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파4 홀에서 뱁새는 3우드를 꺼내 들었다. 좁은 페어웨이 왼쪽에 있는 벙커 앞까지만 티샷을 보낼 생각이었다. 아예 드라이버로 벙커를 넘겨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턱이 제법 높은 벙커에 빠지면 후회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마음을 바꿨다. 뱁새의 3우드 스윙은 매끄러웠다. 공은 빨랫줄처럼 벙커 살짝 오른쪽 페어 웨이로 날아갔다. 의기양양하게 세컨 샷을 하러 간 뱁새 입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공이 상당히 깊고 긴 디봇 한가운데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공은 옆구리까지 잠겨 있었다. 하필 그린 앞에는 페널티 구역이 쑥 들어와 있었다. 홀은 페널티 구역 바로 너머에 뚫어 놓았고. 노골적으로 왼쪽으로 꺼내야 하나 하고 망설였다. 여러 날 치는 본선이라면 그 길이 맞았다. 하지만 그 날은 예선전이었다. 한 타를 줄여도 모자랄 판에 돌아가서 보기를 한다면? 예선 탈락을 하고 짐을 싸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뱁새는 자신이 디봇에서도 곧잘 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디봇에 빠진 공은 ‘새로운 디봇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치면 된다는 것을 뱁새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나름대로 비결도 있었다. ‘디봇에 있는 공을 칠 때는 두 팔 겨드랑이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샷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공을 평소 보다 살짝 오른쪽에 둔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뱁새는 그나마 여남은 발짝이라도 가까운 핀 왼쪽 그린을 노리기로 마음 먹었다. 연습 스윙을 여러 번 했다. 겨드랑이를 떨어뜨리지 말자는 다짐을 되뇌면서 시원스럽게 샷을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철퍼덕! 클럽이 공 옆을 감싸고 있던 잔디에 먼저 닿고 말았다. 공은 충분히 멀리 가지 못하고 물에 빠졌다. 페널티를 받고 네 번째 샷을 해야 했다. 스물 댓 발짝쯤 되는 그 자리에서 핀에 붙이려다가는 다시 물에 빠지기 딱 좋았다. 이판사판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다운 스윙 때는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공은 홀을 훌쩍 지나 스물 발짝 남짓 떨어졌다. 가까스로 투 퍼팅으로 홀을 마쳤다. 더블 보기였다. 뱁새 점수는 3오버 파가 되었다. 남은 홀이 많지 않아서 역부족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마구마구 쏘아대면서 홀을 직접 노렸다. 그러나 마음만 바빴다. 단 한 타도 줄이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했다. 쓴 잔을 마시고 올라오는 속이 얼마나 쓰리던지. 뱁새는 디봇이라면 지금도 경기가 난다. 뱁새는 그래도 골프 규칙을 고쳐야 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디봇에 들어간 공은 페널티 없이 꺼내 놓고 칠 수 있도록 바꿔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왜냐고? 규칙은 분명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엄격한 것과는 살짝 다르다. 어떤 것까지 디봇으로 봐야 할 지 정확하게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봇을 모래로 메꾼 자리는 디봇인가 아닌가? 디봇 속에 잔디가 어느 정도 돋아나고 있다면 디봇인가 아닌가? 떨어져 나간 잔디조각을 가져다가 메꾼 다음 밟는 둥 마는 둥 해 놓은 곳은 디봇인가 아닌가? 이런 것을 분명하게 나눌 수 없다면 더 혼란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리트 경기에서는 디봇에 빠진 공을 페널티 없이 꺼내 놓고 칠 수 있도록 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코스 상태가 좋지 않다면 차라리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를 허용할지언정 말이다. 물론 공식 경기가 아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친선이라면 대회 규칙이나 팀 규칙으로 정하면 상관 없다. 다만 디봇에 빠진 공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박진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어떤 골퍼가 디봇을 ‘샷이 남긴 발자국’이라고 이름 지었다. 너무 멋진 이름이다. 디봇에 공이 빠졌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그 골퍼의 발자국이기도 하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3.05 08:21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한계란 자신이 스스로 정해버린 것은 아닐까?

사진 속 그는 옛 얼굴을 간직하고 있었다. 수 십 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의 어릴 적 친구 ‘이병식’이 이야기이다. 어려서 그의 이름은 ‘이병묵’이었다. 나중에 바꾸었다고 한다. 이른바 ‘바가지 귀’는 그가 틀림 없다고 확신하게 해주었다. 그는 귀 모양이 특이했다. 태어났을 때 귀를 뒤로 붙여놓는 것을 깜빡 해서 ‘못난’ 귀를 갖게 되었다고 그가 이야기했다. 그는 저수지 바로 아래에 있는 집에 살았다. ‘아시아의 물개’라고 부르는 조오련 선생이 어려서 수영을 했다는 저수지였다. 그의 집 마당에는 줄기와 가지가 마당을 다 덮을 만큼 큰 감나무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칠순이 넘어서 그를 가졌다. 그의 아버지는 씨름 대회에서 소를 탄 적도 있다고 했다. 웬만한 어른 몸통만큼 굵은 지겟다리를 보고 뱁새는 짐작했다. 그의 아버지가 천하장사라는 것을. 어느 날이었다. 이병식이가 교과서를 살짝 펼치더니 네 잎 클로버 한 개를 꺼내 주었다. 뱁새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평생 처음 네 잎 클로버를 보았으니까. 담임 선생님이 네 잎 클로버에 얽힌 이야기를 해 준 다음날이었다.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네 잎 클로버를 보고 신기해서 몸을 숙이는 순간 총탄이 스치고 지나갔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병식이가 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아온 것이다. 책 속에는 네 잎 클로버가 여남은 개나 더 있었다. 신기했다. 뱁새는 이병식이가 준 네 잎 클로버 한 개를 책 속에 고이 끼웠다.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가 이튿날은 다섯 잎 클로버를 찾았다며 보여주었다. 네 잎도 드문데 다섯 잎이라니! 뱁새는 눈이 커졌다. 며칠 뒤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가 여섯 잎 클로버를 가져온 것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 세 잎 클로버 두 개를 붙인 것은 아닌가 하고 요리저리 살펴 보았다. 틀림 없이 여섯 잎 클로버였다. 그리고 제법 여러 날이 지나서였다. 그가 여느 때와는 다른 상기한 얼굴로 책을 펼쳤다. 뱁새 입이 떡 벌어졌다. 거기에는 일곱 잎 클로버가 들어 있었다. 일곱 잎 클로버라니! 뱁새는 마침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주말에 그를 따라 반나절이나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제 손으로 네 잎 클로버를 제법 여러 개 찾고는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다섯 잎 클로버 한 개를 뱁새 눈으로 직접 발견하고 우쭐해 했다. 끝내 여섯 잎 이상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여섯 잎 클로버도 있고 심지어 일곱 잎 클로버도 세상 어디엔가 있다는 사실을 뱁새는 두 눈으로 보았다. 다른 친구가 보내준 이병식이 사진을 보고 추억이 밀려왔다. 골프도 네 잎 클로버 찾기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고. 독자가 라운드를 할 때는 두 가지 숫자를 자주 떠올릴 것이다. 하나는 애버리지 즉, 평균이다. 보통 몇 타나 치느냐는 것을 따지는 것이 애버리지이다. 애버리지를 돌려 말하는 표현이 핸디캡이고. 핸디캡은 파 72를 기준으로 몇 타나 더 치거나 덜 치냐는 것을 말한다. ‘핸디캡이 9’라면 ‘보통 ‘81타 정도 친다’는 뜻이다. ‘핸디캡이 마이너스 3’이라면 ‘보통 69타를 친다’는 말이고. 뱁새는 핸디캡이 얼마냐고? 명색이 프로 골퍼이니 마이너스 핸디캡이냐고? 진정한 애독자라면 그런 민감한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흠흠! 애버리지와 핸디캡은 기량이 다른 여러 골퍼가 흥미를 잃지 않고 겨룰 수 있게 해 주는 기가 막힌 기준이다. 내기라도 할라치면 애버리지와 핸디캡을 모르고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자주 떠올리는 다른 숫자는 바로 라이프 베스트이다. 흔히 ‘라베가 몇 타인가’라고 물을 때 그 ‘라베’가 바로 라이프 베스트이다. 애버리지(또는 핸디캡)와 라이프 베스트 두 숫자는 큰 유인동기가 된다. 골퍼가 기량을 늘리려고 땀 흘릴 때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를 시작한지 3년 이내인 골퍼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입문한지 3년 이상 지난 골퍼에게는 이 숫자가 오히려 벽이 되는 경우도 많다. 더 이상 핸디캡을 낮추지 못하고 정체되니 그렇다. 오랫동안 라이프 베스트를 경신하지 못해서도 마찬가지이고. 독자가 라운드 초반 또는 전반을 기가 막히게 풀어가고 있다고 치자. 여느 날과 다르게 말이다. 함께 라운드 하는 다른 플레이어가 보기에도 이 기세라면 라이프 베스트를 경신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럴 때 독자는 어떤 말을 내뱉는가? ‘핸디캡은 바퀴벌레 같아서 꼭 기어 나온다’ 같은 말을 하지는 않는가? ‘더 집중해서 라이프 베스트를 한 번 갈아치워 보겠다’라고 하는 대신 말이다. 골프가 벽에 부딪힌 골퍼라면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병식이가 보고 싶다. 경남 마산에서 양복 짓는 일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병식을 아는 독자가 있다면 꼭 전해주기 바란다. 세상에는 일곱 잎 클로버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이병식이를 뱁새가 무척 보고 싶어한다고. 그리고 뱁새가 어른이 되어서 마침내 여섯 잎 클로버까지는 찾았다고 말이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2.26 08:23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뱁새 김용준 프로가 가장 후회하는 일. 독학!

지난해 11월이었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전북 고창에 있는 고창컨트리클럽에서 시합을 치렀다. ‘2025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챔피언스 투어 퀄러파잉 토너먼트’였다. 이 대회에는 쉰 살이 넘은 시니어 프로 골퍼 수 백 명이 참가했다. 스테이지1부터 시작해서 스테이지3가 마지막이다. 최종 순위 25위까지만 2025년 시드를 받을 수 있었다. KPGA 챔피언스 투어도 골프 채널에서 중계를 한다. 성적이 상위권에 든 선수만 따라다니면서 찍기 마련이지만. 뱁새 김 프로도 이따금 화면에 비치느냐고? 진정한 애독자 눈에는 보일 것이다. 아차, 이야기가 딴 길로 샜다. 늦가을 서늘한 공기 속에 치른 그 시합에서 뱁새는 당당히 파이널 스테이지인 ‘스테이지3’까지 올라갔다. 120명을 추리는 데까지 간 것이다. 뱁새는 스테이지2 마지막 홀에서 기적 같은 버디로 파이널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뱁새는 이틀간 치른 스테이지2에서 중반까지 선전했다. 그러나 몇 홀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컨 샷을 그린에 한참 못 미친 페널티 구역에 빠뜨렸다. 더블 보기였다. 여러 선수를 돕는 공용 캐디가 건네 준 짧은 클럽으로 그냥 샷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화를 참고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몇 홀을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계속 파에 그쳤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해도 아슬아슬하다고 판단했다. 390m가 넘는 긴 파 4였다. 뱁새가 얼마나 호쾌하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는지 공은 한없이 날아갔다. 개미 허리처럼 날씬한 페어웨이 우측에 멈춰 있었다. 남은 거리는 채 100m도 되지 않았다. 맞바람이 살짝 불었다. 뱁새는 웨지로 풀 스윙을 했다. 공은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서 한 번 튀더니 핀 바로 옆에 멈췄다. 탭인 버디였다. 그 홀에서 파에 그쳤다면 동점자에 밀려서 스테이지2에서 탈락할 뻔했다. 그렇게 잡은 기회. 진을 뺀 탓이었을까? 뱁새는 파이널 스테이지 첫날 살짝 부족했다. 코스 매니지먼트와 아이언 샷이 문제였다. 파 5에서 세컨 샷을 두 번이나 물에 빠뜨린 것이 뼈아팠다. 투 온도 안 될 거리에서 세컨 샷을 조금 더 멀리 보내려다가 화를 자초한 것이다. 롱 아이언 샷도 난조였다. 한창 새 스윙을 개발하느라 뒤엉켜서 그랬다. 마지막 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 붙었다. 그러나 번번히 버디 퍼팅이 빗나갔다. 몇 홀 남기고는 두어 타 정도 모자랐다. 15번 홀에서는 제법 가파른 내리막 세 발짝짜리 버디 퍼팅 기회가 왔다. 그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면 벼랑 끝에 몰릴 것이 분명했다. 점수가 넉넉했다면 살살 달래서 퍼팅을 했을 터이다. 이판사판이었다. 공격적으로 홀을 노렸다. 공은 홀을 스치고 한참 더 내려갔다. 뱁새는 파 퍼트에도 실패하고 보기를 기록했다.남은 세 홀에서 기적이 필요했다. 파 3인 16번 홀은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맞바람 탓에 긴 아이언을 잡아야 했다. 뱁새는 아이언 샷을 어떻게 하는 지 잊어먹었다. 자신있게 휘두르지 못했다. 공은 바람에 밀려 그린을 벗어났다. 어프러치마저 핀에 붙이지 못하고 또 보기를 기록했다. 남은 두 홀에서는 집중력을 잃고 줄 보기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2025년 시드는 물거품이 되었다. 시드전을 준비하는데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은 뱁새는 참담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뱁새 김용준 프로와 이름이 비슷한 김용해와 김용태 프로가 나란히 같은 타수로 탈락한 것이었다. 결과를 보고 주위에서 ‘형제 사이 아니냐’고 놀렸다. 흠흠! 뱁새는 2025년 시드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자신의 골프를 돌아보았다. 처음 골프 클럽을 잡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를 말이다. 뱁새는 지독하게 연습을 많이 하기는 했다. 골프 애호가를 넘어서서 매니악(Maniac)이리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그 연습이 온전히 다 뼈가 되고 살이 되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엉뚱한 길로 너무 많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왜 그랬느냐고? 뱁새가 골프를 독학으로 익힌 탓이었다. 독학으로도 정상급 실력을 갖춘 골퍼도 더러 있다. 공태현 같은 선수도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고 한다. 그러나 뱁새는 독학을 해서는 안 되었다. 운동 신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체력이 강한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길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무턱대고 가보는 사람이 있다. 아니다 싶으면 기꺼이 돌아서서 새 길을 찾아 나서고. 이런 사람은 지나가는 이에게 길을 묻는 경우는 드물다. 찾다 찾다 못 찾으면 모를까! 이상하게 길을 묻는 것을 꺼려 한다. 뱁새처럼 말이다. 골프라는 ‘길 찾기’에서는 어떨까? 혼자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왜냐고? 거리에서 길을 찾을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한 번 나쁜 습관이 몸에 배면 고치기가 너무 힘들다는 점이 다르다. 또 다른 점은 골퍼가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다. 나중에 돌이키려고 해도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뱁새가 가장 후회한 것은 바로 처음에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것이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꼭 성실한 골프 지도자를 만나서 도움을 받을 것이다. 애초에 그랬더라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기량이 좋은 골퍼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올해도 대회마다 예선전을 치러야 하다니! 막막하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2.12 08:21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세계 바둑 규칙도 하나가 되기를. 골프처럼

최근에 이름난 중국 바둑 선수가 대회 규칙을 연거푸 어겨 심판이 실격을 시킨 일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일로 한국과 중국 바둑계가 수 십 년간 쌓은 우호가 흔들릴 정도이다. 얼마 전에 치른 이름 있는 국내 바둑대회 결승전에서였다. 한국기원이 주관한 대회였고. 중국 선수는 따낸 돌 즉, ‘사석(死石)’을 바둑알통 뚜껑에 담지 않고 그 옆에 두었다. 한국기원은 사석을 ‘사석통’으로 정한 뚜껑에 담도록 대회 규칙을 정했다. 사석통에 담지 않으면 처음 위반할 때는 벌로 두 집을 매긴다. 벌을 받고도 다시 위반하면 실격이다. 사석을 어디에 두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정했느냐고? 이유가 있다. 한국 바둑에서는 집 수를 세어 승부를 가릴 때 즉, 계가(計家)를 할 때 사석이 중요하다. 따낸 돌을 상대방 집을 메우는데 쓰는 것이다. 그래서 형세를 판단할 때 현재 상대가 사석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 상대가 사석 한두 개를 슬쩍 숨긴다면? 형세 판단에 착오가 생길 수 있다. 형세에 따라 전술을 바꾸는 바둑에서는 가볍게 볼 수 없는 빈틈이다. 설마 공식 대회에서 그런 짓을 하는 선수가 있겠느냐고? 골프 대회에서는 어떤가? 규칙에 허점이 있을 때 악용하는 선수가 정말로 없는가? 바둑도 골프처럼 아니 어쩌면 골프 보다 더 매너를 엄격하게 따지는 스포츠이다. 그래도 승부에만 연연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 바둑이 사석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바둑에서는 사석으로 집을 메운다. 그런데 중국 바둑에서는 사석은 빼고 집을 센다. 그래서 중국 선수에게는 ‘사석을 사석통에 넣어야 한다’는 규칙이 낯설 수도 있다. 세계 바둑 랭킹 1위 자리까지 올랐던 그 선수가 고의로 사석을 ‘제자리’에 두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무심코 한 행동 탓에 실격패를 당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큰 대회 결승전에서. 중국 바둑을 대표하는 중국기원은 그 대회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일로 한중 바둑 팬 사이에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 골프 투어에 참가한 선수가 골프 규칙 탓에 어이 없는 손해를 보는 일도 있을까? 다른 나라 골프 투어가 다르게 정한 골프 규칙 때문에 말이다. 정답은 ‘지금은 없다’이다. 정말 없느냐고? 그렇다. 지금은 없다면 과거에는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대표적인 것이 바로 ‘투 그린(two green)’에서 적용하는 골프 규칙이다. 한 홀에 그린이 두 개인 경우 말이다. 투 그린이면 하나는 쓰고 다른 하나는 닫아 놓는다. 쓰지 않는 다른 그린에 올라가면 그린 밖으로 꺼내 놓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일본 골프에서는 달랐다. 다른 그린에 공이 올라가도 그래도 플레이를 해야 했다. 당연히 꺼내 놓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던 한국 선수가 손해를 보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있는 공을 무심코 집어 올렸다가 벌타를 받은 것이다. 아예 사용하지 않는 그린 밖으로 꺼내 놓고 치기까지 했다가 잘못된 자리에서 플레이 한 것에 대해 더 큰 페널티를 받기도 했고. 이 허점 혹은 맹점은 이제는 없다. 규칙을 분명하게 고쳐서 그렇다.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놓인 공은 무조건 그린 밖으로 꺼내 놓고 치도록. 골프 규칙도 바둑 규칙처럼 나라마다 혹은 대륙마다 달랐던 적이 있다. 투 그린 규칙처럼 맹점도 있었고. 그래도 지금은 골프 규칙은 전세계가 하나이다. 세계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두 단체가 수 십 년간 지혜를 모은 결과이다. 두 단체가 어디인지는 뱁새 김용준 프로 칼럼 애독자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이다. 한 때는 골프 공 규격에 대한 규칙이 달랐던 적도 있다. 크기와 무게에 대한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각자 대회를 치를 때는 문제가 없었다. 해당 국가 골프협회가 정한 규칙을 따르면 되었으니까? 문제는 영국과 미국 혹은 미국과 유럽이 각각 팀을 꾸려 대항전을 벌일 때였다. 번갈아 가며 대회를 열 때마다 시비가 일었던 것이다. 골프 공 규격을 비롯한 규칙 탓이 컸다. 물론 규칙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졸하게 서로를 비난하기도 했다. 더 작은 공을 쓰는 선수를 ‘사기꾼’이라고 비방하는 식으로 말이다. 공이 더 작으면 홀에 들어가기 쉬우니까. 그러던 것을 두 단체가 지혜를 모으면서 차이를 줄여갔다. 그리고 마침내 골프 규칙은 하나가 되었다. 두 단체는 정기적으로 머리를 맞대어 규칙을 고쳐나가고 있다.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이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바로 ‘골프 발전을 위해서’이다.최근 바둑 규칙이 빚은 논란은 증오로 이어지고 있다. 안타깝다. 세계 바둑계가 가슴을 열고 바둑을 발전시킬 계기로 삼을 기회인데 말이다. 골프가 걸어온 긴 여정처럼. 그리고 골프 규칙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땀 흘린 골프 선조와 골프 법률가에게 경의를 표한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2.0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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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지속 가능한 스윙을 하려면 그립을 부드럽게 잡아야

독자는 그립을 얼마나 강하게 쥐는가? 정말 부드럽게 쥐는 독자는 손을 들어보기 바란다. 그립 하나는 누구 보다 부드럽게 쥔다고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면? 진정한 고수가 틀림 없다. 그립은 가볍게 쥐지만 아직 고수는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 머지 않아 고수가 될 것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도대체 그립을 얼마나 부드럽게 쥐느냐고? 그 고민을 한참 한 결과가 오늘 이야기이다.뱁새는 새 해 목표를 ‘그립을 가볍게 쥐자’로 정했다. 아차! 그래도 명색이 프로인데. 체면도 있고 하니 그립을 ‘조금 더’ 가볍게 쥐자라고 정한 것으로 하자. 아니, 하고 많은 목표 중에 고작 ‘그립을 가볍게 쥐자’를 한 해 목표로 골랐느냐고? 그렇다. 그 말은 곧 뱁새가 여태 그립을 가볍게 쥐지 않았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부끄럽지만 그렇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니 그랬다. 뱁새는 그립을 정말 부드럽게 쥐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그립을 부드럽게 쥐지 못했다. 뱁새는 그립을 부드럽게 잡지 못해서 손을 많이 쓰는 스윙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아니면 손을 많이 쓰는 스윙을 하다 보니 그립을 부드럽게 쥐지 못했을까? 어떤 쪽이든 마찬가지이다. 뱁새가 긴장했을 때 이따금 어처구니 없는 샷을 하는 것 말이다. 롱 아이언을 칠 때 퍼포먼스가 갑자기 떨어질 때가 있는 것도. 여러 날 시합을 하다 보면 막바지 몇 홀에서 스코어를 연거푸 잃을 때가 있는 것도. 그립은 단단하게 잡고 손을 많이 쓰니 그럴 수 밖에. 그립을 단단하게 잡으면 왜 뱁새 같은 꼴이 날 확률이 높으냐고? 바로 관성 모먼트(Moment of Inertia, MOI)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다윗은 돌팔매질(Sling Shot)로 골리앗을 이겼다고 한다. 돌멩이를 담은 가죽 주머니를 팔로 휙휙 돌리다가 갑자기 팔을 멈추면? 돌멩이가 총알처럼 날아간다. 이것이 돌팔매질이다. 빠르게 회전하던 팔이 가진 관성이 돌멩이에 전해지면서 돌멩이가 회전하던 속도 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성 모먼트 즉, MOI 원리이다. MOI 원리를 우리는 삶 곳곳에서 체득해서 활용하고 있다. 낚싯대를 던지는 것에도 MOI 원리가 들어 있다. 도끼질이나 망치질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일을 할 때 그립을 세게 잡는다면? 엉터리 낚싯대 던지기가 될 것이다. 서툰 도끼질이나 망치질이 되고. 젖은 수건을 뿌려 친구를 ‘딱’ 하고 칠 때도 같은 원리이다. 수건을 세게 잡고 뿌렸다면? 타격이 약하거나 아예 없을 것이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팔과 클럽이 함께 회전하다가 팔이 갑자기 속도를 줄여야만 클럽을 더 빠르게 뿌릴 수 있다. 그런데 그립을 단단하게 잡았다면? 임팩트 직전에 갑자기 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 당연히 팔이 회전하던 속도가 클럽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테고. 그렇게 되면 클럽은 애초에 회전하던 그 속도로만 공과 부딪힐 것이다. 팔로부터 관성을 얻지 못한 채로 말이다. 덩치는 산만한데 이상하게 비거리를 못 내는 골퍼가 있다면 십중팔구 이것 때문이다. 그립을 너무 꽉 잡는 것 말이다. MOI를 극대화 하기는커녕 거의 활용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립을 부드럽게 잡으면 손 보다는 팔을 더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팔을 더 잘 휘두르기 위해 어깨와 몸통을 먼저 움직일 수 밖에 없고. 어깨와 몸통을 더 쓰기 위해서 당연히 하체로 리드할 테고. 반대로 그립을 세게 잡으면? 손만 써도 클럽이 그럭저럭 움직인다. 그래서 팔도 덜 쓰게 된다. 어깨와 몸통도 쓰는 둥 마는 둥 하고. 하체가 리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그런데도 왜 그립을 세게 잡는 골퍼가 많을까? 아차, 남 이야기 할 것이 아니다. 뱁새는 왜 여태 그립을 세게 잡았을까? 일단 몰라서 그랬다. 독학으로 골프를 익히다 보니 한참 지나서까지 진짜로 몰랐다. ‘그립을 가볍게 잡으라’는 조언을 귀동냥으로 듣기는 들었다. 흘려 넘긴 것이다. 뱁새가 힘이 넘친 것도 저주가 되었다. MO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는데도 뱁새 비거리는 상당했다. 완력만으로도 플레이를 할 수는 있었으니 고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나중에는 알고도 고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친걸음이었다. 그립을 강하게 잡다가 부드럽게 잡으려면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몸에 익히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는가? 뱁새는 이제라도 고치기로 마음 먹었다. 계속 그립을 세게 잡아서는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중년이고 보니 머지 않아 완력이 줄어들면 곤혹스러워질 것이 뻔하다. 눈물을 흘리며 얻은 프로 골퍼라는 이름을 헛되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 누구라도 지속 가능한 스윙을 하려면 그립을 부드럽게 쥐어야 한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1.22 08:20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골프 세상의 잣대는 같아야 한다

‘자치기 놀이’를 해 본 적이 있는가? 자치기는 한 자쯤 되는 긴 막대기로 한 치쯤 되는 짧은 막대기를 쳐서 멀리 보내는 놀이이다. 자세한 놀이 규칙은 찾아 보기 바란다. 뱁새 김용준 프로도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이 놀이를 했다. ‘자치기 놀이를 고대에 천재가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길이를 재는 ‘자’는 지역마다 눈금이 조금씩 달랐다. 똑같은 ‘한 자’라고 해도 어느 곳에서는 한 뼘 남짓 되고 어느 곳에서는 30㎝도 넘는 식으로 말이다. 기준이 다르면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기가 고약하다. 그래서 기준을 통일해야 했을 것이다. 역사책에도 나오지 않는가? 강력한 지배자의 업적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도량형을 통일하는 것이다. 새 기준을 공표하더라도 실제로 널리 쓰기까지는 한참 걸린다. 익숙한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꿰뚫어 본 천재가 꾀를 냈다고 상상해 보자. 새로 정한 길이 단위인 ‘자’와 ‘치’를 퍼뜨릴 방법으로 ‘놀이’를 만들었다면? ‘자’와 ‘치’를 잔뜩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면? 그것이 ‘자치기 놀이’라면? 고개를 끄덕였다면 총명한 독자이다. 놀이와 함께 ‘자’와 ‘치’는 빠르게 삶에 녹아 들었을 것이다. 골프 칼럼에서 느닷없이 소설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느냐고? 첫 골프 규칙을 만든 지 수 백 년이 흐른 지금 골프 세상은 과연 동일한 ‘자’와 '치'를 쓰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몇 주 전이다. TV 골프 채널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투어)를 보았다. 이틀째 경기였다. 낯설지 않은 이름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아마추어 때 우승 턱밑까지 갔으나 골프 세상이 들이댄 엄격한 잣대에 막혀 우승을 놓친 그 선수였다.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무명 선수가 어프로치를 하는 동안 캐디를 맡은 아버지가 캐디백을 선수 가까이에 눕혀 놓았다. 캐디백은 공교롭게도 선수가 정렬한 라인과 제법 평행을 이루고 누웠다. 선수가 우승을 했다고 기뻐하며 스코어카드를 내려는 순간 경기위원장이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캐디가 장비를 내려 놓아 선수가 정렬을 하는데 부당하게 도움을 주었다고 판정한 것이다. 선수는 울음을 터뜨렸다. 캐디 노릇을 한 아버지는 당혹감과 좌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때 그 선수는 열 여섯 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선수는 2벌타를 받고 순위가 내려갔다. 2등이라고 생각한 선수가 얼떨결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우승을 놓친 그 어린 선수는 어차피 우승을 해도 우승 상금을 받을 수도 없었다. 아마추어이니까. 우승자에게 주는 특전도 놓치고 뼈아파했다. 규칙을 가혹하게 적용했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KLPGA 경기위원회는 그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뱁새는 그때 당연히 현장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 판정이 옳은지 그른지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한 가지 느낀 것은 있었다. ‘KLPGA는 골프 규칙을 정말 엄격하게 적용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아깝게 우승을 놓치고 펑펑 울던 그 어린 선수는 그 일이 있고 나서 몇 년 지나 프로 골퍼가 되었다. 그리고 갈망하던 우승도 두 차례인가 했다. 그런 선수가 오랜만에 이틀 연속 선두를 달리니 뱁새도 예전 사건이 생각났다. 옛날 일과 함께 몇 달 전에 다른 KLPGA투어에서 생긴 일도 겹쳐서 떠올랐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선수가 친 공이 홀에 걸쳐 있다가 시간이 꽤 흘러서 홀에 떨어진 사건이다. 골프 규칙은 홀 옆에 멈춘 공이 10초가 지나서 홀에 떨어지면 벌타 한 타를 더하게 정해 놓았다. 물론 퍼팅 하고 나서 공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빼고 나서 10초이다.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면 되겠다고? 지체하지 말고 공 있는 곳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골프 규칙은 못을 박고 있다. 뱁새가 본 그 상황은 아슬아슬하게 10초가 지났느냐 아니냐 문제가 아니었다. 선수는 아쉬운 탄식을 토한 뒤 조금 지켜 보다가 공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공 가까이 있던 같은 조 다른 선수가 그 선수를 말렸다. 오지 마라고! 아니 저게 뭐 하는 짓이지? 뱁새는 어이가 없었다. 공은 수 십 초나 흐른 뒤에 홀에 떨어졌다. 그 사이 선수들이 별 짓을 다 했지만 그 이야기는 생략한다. 뱁새는 당연히 벌타 한 타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벌타 없이 그대로 끝났다고 했다. 스코어카드를 낼 때 경기위원이 공이 홀에 걸친 것이 아니었다고 판정했다고 한다. 홀에 가까이 가서도 계속 움직여서 홀로 굴러 떨어졌으니 10초 규칙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공이 홀에 걸친 것이 아니면 어떤 것이 홀에 걸친 공이란 말인가? 그 공은 미국여자골프투어(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름 있는 선수 것이었다. 아마추어 무명 시절에 엄격한 아니, 어쩌면 가혹한 잣대를 갖다 대서 우승을 놓쳤던 선수가 오랜만에 선두에 나선 것을 보자 이 ‘홀에 걸친 공 논란’이 겹쳐서 떠올랐다. 잣대는 눈금이 같아야 한다. 아마추어 무명 선수이든 이름이 있는 선수이든. 그것이 스포츠이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4.11.13 08:25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KPGA에서도 슈퍼스타 감사용을 꿈꿀 수 있도록

감사용이 누구인지 이제는 알게 되었는가?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지난 회 칼럼을 건너 뛴 독자가 틀림 없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감사용 김용준'이라고 쳐 보는 것이 제일 빠르다. 직장에 다니다가 늦깎이로 프로 야구 선수가 된 감사용. 왼손잡이 투수였던 그가 거둔 천금 같은 통산 1승. 안간힘을 썼어도 피하지 못한 통산 14패. 그 실화를 담은 영화가 바로 '슈퍼스타 감사용'이다. 뱁새 김 프로 칼럼 애독자라면 다 알 것이다. 뱁새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그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물론 용기를 얻었다는 것도. 프로야구 세상에는 더 이상 감사용 같은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고는 프로 야구 선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골프 세상은 어떨까? 바로 얼마 전까지는 가능했다. 어려서는 골프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사내가 늦게 골프를 배워 프로 골퍼가 된 경우 말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사례는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혹시 드문 사례가 있다면 귀띔해 주기 바란다. KPGA 경우에는 늦깎이 프로가 골프 투어에서 우승을 한 사례도 여러 번 있다. 그 중에 하나만 꼽아 본다. 바로 김정국 프로(66)다. 김정국 프로는 올해 KPGA 챔피언스투어 그랜드 시니어부에서 우승했다. 지난해에도 우승을 했으니 통산 2승째이다. 챔피언스투어는 만 50살이 넘은 골퍼만 참가하는 투어이다. 그 중에서 그랜드 시니어부는 만 60세 이상인 프로 골퍼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이고. 뱁새가 김정국 프로를 처음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이다. 백발인 건장한 중년 사내가 스탠드 백을 등에 매고 나타났다. 그는 태권도 사범이었다.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를 다섯 차례나 제패한 고수다. 그는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다. 그는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간 지 오래 되어서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프로 골프 투어에 도전하기 위해 고국을 찾은 것이 그 무렵이었다. 그 해 막 KPGA 프로가 된 뱁새가 보기에 그는 대단했다. 김정국 프로는 그 전 해에 이미 아마추어 자격으로 KPGA챔피언스투어 시드전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 해에 빼어난 성적을 내며 시드를 유지했다. 지금은 아마추어 골퍼도 챔피언스투어에서 두 차례만 컷을 통과하면 프로 골퍼 자격을 준다. 그 무렵에는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 선수에게는 엄격했다. 3년 연속 시드를 유지해야 프로 골퍼 자격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 김정국 프로는 그 조건마저 다 채워 KPGA 프로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작년과 올해 그랜드 시니어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는 챔피언스투어 시즌이 끝나면 LA로 돌아가 훈련을 한다. 그리고 챔피언스투어 시즌에는 고국에 돌아온다. 뱁새는 김정국 프로 골퍼가 가르쳐 준 비결을 귀담아 듣고 연마해 퍼팅이 훨씬 세졌다. 그 덕에 올 시즌 챔피언스투어에서 마침내 귀중한 1승을 거두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뱁새는 우승은 하지 못하고 올 시즌에 귀중한 생애 첫 상금을 받았다. 김정국 프로가 알려 준 퍼팅 비결은 조만간 공유할 할 예정이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뱁새의 생애 첫 상금’ 이야기도 곧 할 것이고. 궁금하더라도 조금만 참기 바란다. 김정국 프로처럼 순수 아마추어 골퍼가 프로 골퍼가 되고 프로 투어에서 우승을 한 사례는 더 있다. 우승을 하지는 못했어도 프로 골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례는 드물지 않고. 그런데 더 이상 그런 일이 생기기는 어렵게 되었다. 왜냐고? 바로 KPGA가 챔피언스투어 시드전에 아마추어 선수는 참가할 수 없도록 참가 자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번 주에 열리고 있는 시드전부터 말이다. 이번 주부터 열리는 시드전을 통과해야 내년 챔피언스투어에 뛸 수 있다. 뱁새도 이 시드전에 참가한다. 지난해까지는 아마추어끼리 겨루는 프리 스테이지(Pre Stage)를 열어 몇 십 명이라도 뽑아 시드전에 참가시켰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일절 참가할 수 없게 규정을 바꾸었다. KPGA는 참가 자격을 제한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슈퍼스타 감사용 같은 사례가 드물지 않았던 골프 세상이 문을 좁힌 것이다. 늦깎이가 프로 골퍼가 되려면 프로 선발전을 치를 수 밖에 없다. 엘리트 청년 선수와 겨루는 길 밖에 없다는 뜻이다. 뱁새도 마흔 네 살에 그 좁은 문을 통과했다. 너무 힘들었다. 눈물을 쏟을 만큼 말이다. 뱁새는 늦게 시작한 골퍼에게 프로 골퍼가 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이 사라지니 안타깝다. 뱁새는 대한민국 대표 늦깎이 골퍼 아닌가! 내년에라도 이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4.11.0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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