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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한수] '덕혜옹주', '손예진·라미란 연기,엄지척' VS '방대한 스토리,아쉬워'
영화 '덕혜옹주'가 차별화 전략으로 올 여름 영화 대전에 뛰어들었다.3일 개봉하는 '덕혜옹주'는 여자 캐릭터를 원톱으로 내건 올 여름 유일한 영화다. 경쟁해야하는 한국 영화는 '부산행'·'인천상륙작전'·'국가대표2'다. 장르나 소재가 전혀 다르고, '덕혜옹주'만이 가진 개성이 있기에 승산은 있다. 무거운 내용을 그린 시대극이지만, 지난해 여름 시대극 '암살'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흥행도 노려볼 만 하다. 출연 : 손예진·박해일·윤제문·라미란·정상훈·김소현·박주미 등감독 : 허진호줄거리 :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연지 기자가 꼽는 신의 한수 : 배우들의 열연이 이 영화를 살렸다. 타이틀롤 손예진을 비롯해 박해일·윤제문·라미란 등이 펼쳐내는 명품 연기는 믿고 볼 만 하다. 특히 이번 영화로 노역 분장에 도전한 손예진은 인생 연기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반부에 구부정한 자세에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공항 게이트를 나오는 신에선 손예진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과하지 않게 노인 분장을 한 것도 천만다행. 지나치게 분장을 했다면, 관객들의 비웃음을 샀을 뻔 했다. 극 중 덕혜옹주의 유일한 동무이자 궁녀인 복순 역을 연기한 라미란의 캐스팅도 신의 한수. '신스틸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연기로 입증했다. 김연지 기자가 꼽는 신의 악수 : 선택과 집중이 부족했다. 영화에 담아낸 이야기가 너무 방대하다. 덕혜옹주의 인생 전체를 그렸다. 덕혜옹주의 삶 중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에 힘을 줬다면,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던질 수 있었을 듯 하다. 같은 이유로 덕혜옹주와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 역시 깊게 파고들지 못 하고, 겉핥기만 한 느낌이다. 혼자 따로 노는 것 같은 정상훈의 연기도 아쉽다. 무거운 시대극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반전이 없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영화 초반부터 박해일은 노인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이런 까닭에 극 중반, 젊은 박해일이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조연경 기자가 꼽는 신의 한수: 여배우들의 능력이 터졌다. 타이틀롤을 맡은 손예진의 연기는 결코 관객을 배신하지 않았다. 미모와 연기력으로 두 번 관객을 홀린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꼭두각시로 조선에서도, 일본에서도 인형같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덕혜옹주의 기구한 운명을 손예진은 노역분장까지 마다하지 않고 표현해냈다. 감자 먹방과 귀여운 음주부터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해 점점 미쳐가는 극한의 감정 연기는 단연 일품. 또 신린아에서 김소현으로 이어지는 손예진의 아역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덕혜옹주'에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한 수는 윤제문과 라미란이다. 극 중 악독한 친일파 윤제문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라미란 연기는 웃음과 감동을 모두 선사한다.조연경 기자가 꼽는 신의 악수: 큰 한 방이 없다. 반전도 없다. 덕혜옹주라는 인물과 실화가 과연 영화적인 재미와 가치가 있는지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또 덕혜옹주라는 한 여자의 삶을 나열했을 뿐, 특별함이나 신선함은 없다. 덕혜옹주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만 크다. 딸의 죽음 등 덕혜옹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 만한 주요 에피소드를 대사 한 줄로 처리하면서 감당해내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한 몇몇 대사들은 오히려 보는 이들의 반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또 실제 존재한 인물이지만 영화를 위해 허구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박해일(김장한) 캐릭터도 아쉬움을 남긴다. 과거 군인, 현재 기자로 오로지 덕혜옹주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홀로 비장하기만 할 뿐이다.김연지 기자·조연경 기자 kim.yeonji@joins.com
2016.08.01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