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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IS] "소신 vs 오만" 정우성, 친선대사 4년 만에 맞닥뜨린 '난민의 벽'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목소리 내겠다"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 정우성이 '난민의 벽'에 부딪혔다. 2015년 친선대사로 임명된 지 4년 만이다. 누구보다 난민을 잘 알고 경험한 입장에서 꾸준히 '한목소리'를 낸 정우성이지만, 정우성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민들은 난민은 물론, 정우성의 발언 하나하나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대한민국과 난민'은 분명 낯선 어울림이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일 줄 알았다. 하지만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로 대두됐다. 정우성은 지난 26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3회 '제주포럼'에서 '길 위의 사람들: 세계 난민 문제의 오늘과 내일(중앙일보 주최)'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 세션에 참석했다. 정우성을 섭외하는 데만 3년이 걸린 프로젝트에서 포럼 참석을 확정 지은 즈음 공교롭게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앞서 20일에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친선대사로서 SNS에 올린 난민 관련 글이 대중의 직격탄을 맞았다. 모든 시선이 '정우성의 입'으로 쏠렸지만 정우성은 이유 있는 '정공법'을 택했다. 친선대사를 뛰어넘은 난민전문가로서 난민의 현실과 파장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전했다. 정우성은 지난 2015년 5월 세계에서 10번째, 아시아에서는 2번째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에 임명됐다. 2014년 명예대사 자격으로 네팔에 방문한 뒤 여러 차례 난민촌을 직접 방문했고 친선대사로 공식 임명되면서 난민에 대한 관심은 물론, 친선대사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 네팔(2014년) 남수단(2015년) 레바논(2016년) 이라크(2017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로힝야 난민촌(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을 직접 방문했고, 매년 500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정우성은 이번 대담에서 원고 한 줄 없이 심도 있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전 세계 난민 수를 줄줄 꿰는가 하면, SNS 갑론을박에 대한 심경,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이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심 등 그 자체만으로도 예민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들고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경계 안에서 언급하려 노력했다. '이것이 맞고 저것은 틀리다'는 명확한 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강약약강'을 유연하게 조율했다. 이 똑똑한 배우가 난민 관련 기사에 쏟아진 수백, 수천 개의 댓글 반응을 모를 리 없다. 모든 것을 감수한 소신 발언이었다.전문가들도 놀랄 만큼 전문성을 내비친 정우성은 행사가 끝난 뒤 비공식적으로 예멘 난민 캠프를 방문해 직접 움직이고 눈으로 확인하는 행보까지 보여 줬다. 정우성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더 미루지 말고 용기를 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대담에 임했다"며 "지금은 찬성과 반대 입장을 따지기 전에 이해와 관점의 차이를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근거가 빈약한 정보나 과장된 정보로 논의의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인권보다 난민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냐'고 묻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안감 알지만"… '난민 친선대사' 정우성의 변정우성에 따르면 2017년 난민 수는 6850만 명이나 된다. 태국 인구와 맞먹는다. 그중 2540만 명이 국경을 넘고, 4000만 명이 국내 실향민이다. 매일 4만4500명이 집을 잃고, 2초마다 한 사람이 집을 잃어 가고 있다. 정우성은 "이 숫자가 왜 중요하냐면 결국 한 특정 사회나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거대한 세계적 문제라는 것을 계속해서 경고하기 위해서다. 엄청난 수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기에 결국 이 먼 나라까지 흘러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그는 지난 1일부터 제주도에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없는 국가에 예멘이 추가된 것에 대해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에 예멘을 넣은 것은 인권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자를 통해 난민의 입국을 제어하겠다는 것은 난민이 어느 나라에 가서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위험성이 내포돼 있는 방법이다"고 지적했다.또 "제주도민들께서는 제주도가 다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반감이나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출도(出島)를 제한했기에 마치 제주도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출도를 허가했다면 예멘인이 서울 등 커뮤니티에 자리 잡고 도움받으며 어렵더라도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제주도나 중앙정부의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며 "정부는 국민의 얘기를 귀담아들어 그런 불만을 같이 해결해 나가고, 국민은 정부가 (난민 문제에서) 국제사회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차분한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현명하게 찾아가야 한다"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신 vs 오만" 갑론을박, 왜?그럼에도 대중은 여전히 의견에 분분한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정우성이 말하는 난민과 제주도 예멘 난민은 본질부터 다르다는 것이 골자다. 정우성은 모두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난민을 걱정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눈에 비친 예멘 난민은 똑같은 난민이 아니다. 여자, 아이 없이 20~30대 건장한 남자들이 대부분인 것부터 기피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다. 난민에 대한 적응과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맞닥뜨린 예멘 난민은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불법체류자들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정우성과 국민들의 입장 차가 가장 큰 지점이기도 하다. 물론 정우성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다.정우성은 "난민이 우리에게 먼 나라 이야기였기 때문에 (국민들도) 대부분 관용하고 이해하셨다. 근데 어느 순간 다수 난민이 제주도에서 신청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각 국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이다. 친선대사로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일반인들에게 난민의 고통, 그 난민들에게 처해진 상황을 공유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원인에 대한 심각성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면 전쟁과 분쟁에 대한 해결 방안을 국제사회가 함께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근거가 빈약한 정보나 과장된 정보로 논의의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인권보다 난민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냐'고 묻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도 안 된다"고 피력했다.조연경 기자
2018.06.28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