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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정치색 없다" '남산의부장들', 이병헌→이성민 소름돋는 티키타카[종합]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배우들의 소름 돋는 연기로 1979년을 2020년에 소환한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남산의 부장들'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한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1979년 10월 26일 오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18년간 지속된 독재 정권의 종말을 알린 이 사건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40일 전, 총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 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며 스크린에 담아낸다. '내부자들'보다 먼저 '남산의 부장들' 원작을 접하고 영화화를 꿈꿨다는 우민호 감독은 인상적인 미쟝센을 쏟아낸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 떠오를 정도로 철저히 대칭을 맞춘다든가, 당시 서울과 파리 등의 모습을 한 치 오차도 없이 재현한다. 자로 잰 듯 철저히 계획된 모든 신이 모여 '남산의 부장들'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금세 끓어오르는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는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았다. 어떤 인물의 공과 과를 절대 평가하지 않는다. 단지,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인물들의 심리 묘사로 보여주고 싶었다. 판단은 관객 분들이 하시면 좋을 것 같다"며 조심스레 선을 그었다. 이병헌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다. 악마의 재능을 가진 배우라 불리는 그는 그야말로 이 영화를 '찢어' 놓는다. 김재규의 말이라고 전해지는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는 대사를 읊을 때와 마지막 총격 신에서는 이병헌의 표정 하나, 대사 하나에 전율이 인다. 이병헌은 "실존한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든 작업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기에 감독님이 미리 준비한 여러 가지 자료들과 증언들 뿐 아니라 혼자서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온전히 그런 자료에 기대고, 시나리오에 입각해 연기했다. 혹여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줄이거나 키우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왜곡시키지 않으려했다. 시나리오에 입각해 그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성민이 박통 역을 맡았다. 당시 박 대통령이 살아돌아온듯 외모부터 제스처까지 완벽하다. 이성민은 "그간 많은 이들이 이 인물을 연기했다. 그래서 부담감도 있었다. 분장팀, 미술팀과 같이 비슷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의상까지 당시 그 분의 옷을 제작했던 분을 찾아가 제작했다. 이 역할을 하면서, 세 부장과 어떻게 밀당을 해야할지,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어떻게 품을지, 부장들에 대한 변주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신경쓰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곽도원이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을, 이희준이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았다. 곽도원은 "시나리오를 받고서 정치적 색채가 아닌 인물 사이의 긴장감이 마음에 들었다.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다가 그 권력이 없어졌을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려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 것들을 영화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고, 이희준은 "'뭘 어떻게 믿고 있기에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에 공감하려고 마지막까지 애썼다. 이 인물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걸 공감해내는 것이 큰 숙제였다"고 이야기했다. 뜨거운 화제가 될 문제작이다. 이 영화가 모티브를 얻은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지금도 엇갈리기 때문이다. 우 감독은 "선택은 관객 여러분이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김진경 기자
2020.01.15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