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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일본으로 전선 넓히는 네이버 크림, 위축된 무신사 솔드아웃

한정판 리셀 플랫폼 업계의 양대 산맥인 크림과 솔드아웃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은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 운영사를 사들이며 거침없이 전선을 확대 중이다. 반면 무신사의 '아픈손가락'인 솔드아웃은 외부 잡음을 고려해 티켓 등 신규 판매 카테고리 사업을 접는 등 위축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솔드아웃의 인수합병(M&A)을 원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무신사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거침없는 크림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크림은 소다에 976억원을 투자해 9752주를 매입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크림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7억원) 대비 1만3617%에 달하는 규모다.크림은 2021년 7월에도 소다에 355억원을 투자해 지분 14.9%를 확보했다. 이에 크림은 추가 지분 획득과 함께 소다 지분율 43.6%을 얻어내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일본 리셀 업계를 향한 야심이 크다. 소다는 일본에서 절대 강자로 통한다. 한정판 스니커즈 외에도 명품과 게임 등도 취급한다. 최근 2년 사이 누적손실액이 700억원을 웃돌지만, 시장 점유율은 80% 수준에 달한다. 크림 관계자는 "크림과 소다에 입점한 한국과 일본 브랜드들은 자연스럽게 고객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며 "각 플랫폼이 쌓아온 검수 노하우를 더해 더욱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일본 증시 상장도 계획 중이다. 크림 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소다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 뒤 일본 증시에 별도 상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크림은 2021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된 후 국내는 물론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꾸준히 지분 투자를 이어왔다. 크림 측은 각국에 포진한 플랫폼을 거점지 삼아 국경을 초월한 사업 확대를 구상 중인 것으로 전망된다. 취급 상품도 끝없이 확장 중이다. 이미 한정판 스니커즈의 벽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명품과 가전은 물론 중고차 검수·판매 스타트업까지 투자를 단행하면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몸집도 빠르게 부풀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60억원으로 전년(33억원)대비 1300% 급증했다. 지속된 투자로 영업손실은 2021년 595억원에서 2022년 861억원으로 45%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구매·판매 수수료를 올리는 등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잇따른 인수로 영업손실 폭을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축된 솔드아웃…매각 제안설도 모기업을 등에 업고 뻗어나가는 크림과 비교해 무신사의 솔드아웃은 다소 경직된 모습이다.솔드아웃은 지난 7월 티켓 개인간거래(C2C) 서비스를 론칭했다. 국내 티켓 리셀링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면서 여러 사회적 문제로 연결됐다. 솔드아웃은 티켓 C2C 서비스를 통해 티켓 판매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기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면서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원가 보다 몇 배 이상 비싸게 판매되는 개인 간 티켓 거래 관행이 아티스트와 제작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솔드아웃은 고심 끝에 티켓 C2C 서비스를 론칭 두 달 만에 중단했다. 여러 외부 논란에도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크림과 대조적인 행보다. 무신사가 추후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가운데 솔드아웃이 '아픈손가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리셀 플랫폼은 정·가품 검수가 생명이다. 솔드아웃은 2020년 7월 출범 뒤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검수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투자가 이어지면서 적자 구조가 깊어지고 있다. 솔드아웃 운영사 에스엘티디(SLDT)는 지난해 11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1년 16억원에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손실도 전년 158억원에서 427억원으로 늘었다. 매년 승승장구하던 무신사가 지난해 전년 대비 94% 감소한 32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친 배경에는 사실상 솔드아웃이 있었다. 이용자 수도 신통치 않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솔드아웃의 평균 이용자 수는 15만355명이다. 크림은 같은 기간 크림의 평균 이용자 수는 100만673명이었다.여러 면에서 위축돼 있기는 하지만 솔드아웃은 한정판 리셀 플랫폼으로서 매력이 적지 않다. 업계 일부에서는 솔드아웃의 운영사 에스엘디티의 경영권 매수를 원하는 기업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무신사가 솔드아웃의 주 종목인 신발에 대한 애정이 크고,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무신사는 솔드아웃 신규 서비스를 통해 고삐를 쥐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지난 1월 종료한 중고 제품 거래 서비스 '중고'를 리뉴얼해 재개했다. 수수료 기반의 중고거래 서비스는 매출 외형은 물론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 무신사는 중고거래 서비스가 가품 이슈 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만큼 검수 서비스도 제공한다. 솔드아웃 측은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더 고도화할 것"이라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10.12 07:05
산업

스니커즈 리셀? 럭셔리 라이프 플랫폼 향한, 네이버 크림의 원대한 꿈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스니커즈를 더 비싼 가격에 되파는 리셀 플랫폼에서 출발했지만, 고가의 애플 제품은 물론 바이크와 자동차까지 취급 목록에 추가하고 있다. 패션 리셀 플랫폼을 넘어 한정판 고급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크림의 기업공개(IPO)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21일 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최근 사업목적에 자동차매매업을 추가했다. 자동차매매업은 자동차의 매매 또는 매매 알선, 등록 신청의 대행을 목적으로 한다. 추후 크림이 플랫폼에서 자동차까지 취급할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인 크림은 2021년 1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분사했다. 이후 운동화를 비롯해 꼼꼼한 정품 검수를 거친 명품 패션잡화로 보폭을 넓히면서 국내 1위 리셀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테크 카테고리를 개설하고 애플 등의 전자제품도 리셀 품목에 올렸다. 크림 앞에 제한은 없는 분위기다. 크림은 최근 한국 대표 도자 브랜드인 광주요와 고 김정기 작가와의 마지막 협업 작품을 발매하며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BT21 X SUPER73' 컬래버레이션 바이크까지 선보이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자동차를 향한 관심도 꾸준하다. 크림은 지난해 5월에는 중고차 검수·판매 스타트업 체카에 15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분 3%를 취득했다. 이번 자동차매매업 사업목적 추가와도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0% 늘어난 459억5800만원을 기록했다. 거래액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올해 크림 거래액이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크림이 리셀 플랫폼 중에는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크림은 지난 3월 총 2206억원 규모의 시리즈C를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 9700억~9800억원 가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크림은 2021년 3월 첫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9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불과 2년 사이 10배 넘게 기업가치가 뛴 셈이다.크림은 지난달 김영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김 CFO는 IB 전문가로 JP모건과 한국IB부문 대표를 역임했다. 카카오페이 IPO 등 굵직한 인수합병(M&A)과 IPO를 성사시킨 경험도 있다. 김 CFO가 앞으로 크림의 상장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기업의 관심도 크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크림에 대해 "리셀 상품 카테고리를 지속 확장해 국내 1위 C2C 커머스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크림 관계자는 "지금 당장 자동차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며, 큰 틀에서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일환에서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힙한 감성과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럭셔리 라이프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것이 크림이 지향하는 목표"라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8.22 07:04
생활문화

[스타일 IS리포트] '토마토걸' '올드머니룩'…요즘 패션가 주름잡는 트렌드

최근 패션가에 상반된 스타일의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부자 스타일인 ‘올드머니룩’(Old Money Look)과 누가 봐도 싱그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토마토걸’(Tomato Girl)이 주인공이다. 패션가와 이커머스 업계는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 합성어,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의 취향을 대변하는 유행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찐부자룩’ 올드머니룩 요즘 젊은 세대가 올드머니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찐부자룩’이다. 코인이나 주식 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케이스가 아닌, 대대손손 부를 축적한 상류층이나 귀족 가문에서 즐겨 입을 법한 클래식한 스타일이 올드머니룩이라는 뜻이다. 올드머니룩의 기본은 간결한 '로고 플레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 로고는 지양한다. 여기에 뉴트럴톤·모노톤 등 절제된 색감을 활용해 캐시미어나 실크 등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했다면 올드머니룩을 완성한다. 서구권 상류층들이 즐겨온 스포츠인 승마나 테니스·요트·골프 등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담은 점도 특징이다. 올드머니룩이란 결국 찐부자가 입는 스타일이기보다는 진정한 상류층의 일원이 되고 싶은 열망이 패션으로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올드머니룩은 이른바 '조용한 명품(스텔스 럭셔리)'과도 결이 비슷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한 뒤 최고급 브랜드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 집착하던 국내 소비자들이 이들과는 다른 '진짜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룩'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올드머니룩의 대표 아이콘으로는 미국의 유명한 팝 가수 라이오넬 리치의 딸이자 인플루언서인 소피아 리치가 꼽힌다. 베이직한 컬러에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면서 은은하면서 세련된 스타일을 자랑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올드머니룩의 유행을 견인하는 매개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올드머니와 관련한 키워드 게시글은 60만개에 달한다. 틱톡과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올드머니룩은 단연 화제다. 업계 관계자는 "올드머니룩은 큰 부와 성공을 얻은 신흥부자들이 이를 과시하기 위해 명품 로고나 패턴 등, 화려한 장식을 강조하는 '뉴머니룩'과 대척점에 있다"며 "팬데믹 동안 공격적인 소비를 하다가, 경기 침체로 중단한 소비자들이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과 좋은 원단을 활용하는 올드머니룩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조용한 럭셔리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로고리스의 실용적이고 심플한 디자인, 좋은 소재로 만든 아이템으로 스타일링한 올드머니룩이 인기"라며 "과잉 소유의 시대가 지나가고 본질에 집중하는 '의식 있고 신중한' 소비로 흐름이 전환되면서 소비자들이 좋은 소재를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올드머니룩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하는 프랑스 브랜드 '르메르'다. 파리지앵 감성 특유의 절제된 디자인과 양질의 소재, 단정한 색감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갖췄다. 국내 브랜드 중에는 '르베이지'도 올드머니룩과 비슷한 분위기다. 변치않는 '타임리스 클래식'을 모토로 최고급 소재, 자연스럽고 편안한 실루엣, 우아하고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고품질을 추구한다.올드머니룩의 가장 큰 단점은 비싸다는 것이다. 브랜드 별로 가격대가 다르지만, 국내 브랜드인 르베이지의 경우 웬만한 원피스 한 벌의 가격이 70만~90만원이다. 로맨틱·자유분방한 토마토걸 올드머니룩이 패션가 키워드를 장악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유행도 2023년 여름 시즌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바로 토마토걸이다. 토마토걸은 이탈리아 황금기를 풍미했던 1960년대 이탈리아나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지역에서 인기 있던 스타일을 담아내고 있다.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급부상한 뒤, 틱톡 등에서 관련 영상이 200만건 이상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토마토걸은 이름처럼 싱그럽고 건강한 느낌을 선사하는 룩을 지향한다. 터질 듯한 빨간색을 중심으로 화이트와 베이지, 잘 가꿔진 정원을 연상케하는 건강한 초록색이 상징 컬러다. 여름이니만큼 가볍고 시원한 린넨류의 페브릭을 사용한 롱원피스나 러플 블라우스, 레이스 장식의 의상이 대표적인 토마토걸 룩으로 꼽힌다. 보기만 해도 연애에 푹 빠진 여성이 떠오를 정도로 로맨틱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발산된다. 덩달아 토마토걸 화장법도 유행이다. 토마토걸 화장법은 색조를 표현할 때 토마토색 립은 사용하지만, 그 밖의 화려한 컬러는 많이 섞지 않는다. 자칫 생기발랄함 대신 요염한 섹시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 윤곽을 가르는 셰이딩 역시 가벼운 터치로 건강하고 산뜻한 느낌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피부 결점을 일부러 감추기보다는 양 볼과 콧등에 주근깨 몇 개 정도는 일부러 노출한다. 지중해의 햇살을 받아 잘 익은 토마토를 떠올리게 하는 피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느슨한 펌을 한 헤어스타일과 무심한 듯 동여맨 스카프, 라탄 재질의 가방 등을 동원하면 그 어떤 토마토걸 보다 아름다운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연스럽고 사랑스럽지만, 자유분방함이 담긴 토마토걸 스타일은 휴양지에 갈 기회가 많은 여름에 특히 잘 맞는 경향이 있다"며 "올드머니룩처럼 부자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특유의 건강미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반가운 업계 유통가에서 패션 트렌드는 세일 포인트다. 유통가는 저마다 관련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은 최근 토마토걸을 콘셉트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끌로에' '셀린느' '프라다'의 라탄 소재 가방이나 에스파듀 소재의 슬리퍼, 시원한 문양의 스카프,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선글라스 등을 주로 모았다. 가격대는 5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올드머니룩 브랜드 보다 비교적 저렴한 축에 든다. 단가가 비싼 올드머니룩을 공략해 상품을 구성한 곳은 더 많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이십구센티미터)는 19∼25일 일주일간 '메가 트렌드 올드머니'를 주제로 인기 브랜드 위주의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그만큼 잘 팔린다. 29CM는 지난달 한 달간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리넨, 시어서커, 실크, 캐시미어, 트위드 등과 같은 소재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검색량이 가장 많은 소재는 능직으로 촘촘하게 짠 천인 트위드였고, 대표적인 여름 소재인 린넨과 시어서커가 뒤를 이었다. 겨울 소재인 캐시미어, 실크 등도 지난해에 비해 각각 60%, 37% 늘었다. 이런 경향은 '올드머니룩' 트렌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29CM는 분석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7월 버버리 브랜드 주문 수량은 전월 대비 60% 이상 신장했다. 셔츠·반팔·스카프 등이 인기를 끌었다. 롯데홈쇼핑은 박춘무 디자이너와 협업한 단독 브랜드 박춘무블랙으로 올드머니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만 브랜드 주문 수량은 전월 대비 90% 증가했다.CJ온스타일도 올드머니룩이 유행하자 패션 PB(자체 브랜드) 상품 매출이 더욱 신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CJ온스타일이 7월 한 달간 패션 PB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드머니룩이 유행하기 전인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신장한 주문금액을 보였다.29CM 관계자는 "올드머니룩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여름에도 캐시미어, 트위드 등 겨울철 의류에 주로 쓰이는 소재의 상품 구매가 늘고 있다"며 "자신만의 개성과 고급스러움을 드러내려는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8.16 07:04
산업

"어쩔 수 없는 아킬레스건" 또 다시 가품 논란 휘말린 명품 플랫폼 업계

명품 플랫폼 발란이 가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6월 입점 업체가 가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공식 사과를 한 뒤 약 4개월 만이다. 업계는 가품 유통 이슈가 발란만의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명품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공식 수입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품 유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란 외에도 명품을 취급하는 타 플랫폼들도 가품 시비로 곤욕을 치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란에서 30만원대에 판매된 '스투시 월드투어 후드집업'이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객은 리셀을 위해 크림에 해당 제품을 맡겼는데, 시리얼 넘버와 로고 등에서 정품과 차이가 있다고 판정됐다. 크림은 이 고객에게 제품 가격의 15%인 5만1000원을 페널티로 부과했다. 크림은 네이버 손자회사로 고가의 명품이나 한정판 제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국내 리셀 플랫폼 중에서는 선두다. 발란은 곤혹스러운 눈치다. 아직 자체적으로 정·가품 여부를 검증 중이기 때문이다. 발란 관계자는 "가품 검증을 맡은 파트너사인 중고 명품 취급 업체 고이비토에서 스투시는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면서 검증을 거절했다. 현재 다른 곳에서 검증을 진행 중이며 판매업자에게는 소명을 요구한 상황"이라며 "아직 정·가품 여부를 공식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발란만의 일은 아니다. 무신사도 명품 판매 카테고리인 부티크와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가품이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명품 플랫폼 업계에서는 "가품은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약한 아킬레스건 중 하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명품 리셀 플랫폼 A 사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은 채널 특성상 가능한 다양한 가격대의 많은 제품을 유통한다. 병행수입 채널은 당연한 선택"이라면서 "신뢰도 높은 병행수입 업체로부터 정품만 받더라도 복잡한 수입 과정에서 소수의 가품이 끼어드는 것까지 막기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플랫폼마다 명품 감정 전문가를 채용하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람의 영역이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섬세하게 검증하고 있으나 솔직히 우리도 100% 가품을 골라낸다고 장담 못 한다"며 "가령 2만여 개의 상품 중 1% 미만 수준만 가품이 섞였다고 해도 그건 가품을 유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정교하게 발전하는 가품 기술도 발목을 잡는다. 최근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는 정품 매장에 들어가는 수입 가죽과 실을 공수해 '특A급' 가품을 만든다고 알려진다. 정품도 수제품이고 가품도 사람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몇몇 브랜드의 특정 제품은 완성 수준이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발란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 중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본사 차원에서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하고, 입점 심사 기준도 높이는 등 '발란 케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0.28 07:00
산업

“이제 슬슬 부담되는데요” 수수료 인상 가속 패달 밟는 네이버 '크림'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의 수수료 인상 폭이 가파르다. 올해 들어 판매와 구매 수수료만 다섯 차례 올리면서 이용자 사이에 "부담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크림은 수수료 무료 정책과 함께 경쟁 플랫폼인 무신사와의 이른바 '가품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리셀 플랫폼 업계 선두권에 섰다. 그러나 잇따른 수수료 인상으로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서면서 향후 성장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다음 달 1일부터 구매 수수료를 3%로 인상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까지 무료였던 구매 수수료는 4월 1%에서 시작해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6월과 10월 또 한 번 수수료 조정을 한 뒤 현재 3%에 이르렀다. 판매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구매 수수료처럼 무료로 출발했으나, 지난 8월 1%로 수익 창출을 시작했고 내달 1월에는 1.5%로 올린다고 했다. 최근 반년 사이 판매와 구매 수수료를 통틀어 다섯 차례나 인상한 셈이다. 업계는 크림이 수익화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크림의 올 상반기 총 거래액은 7200억원으로 2021년까지 누적 GMV(총거래액) 8000억원의 90%를 달성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크림의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8월 기준 약 100만명이다. 외연은 확대했으나,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크림은 2021년 연간 매출 33억원, 당기순손실 889억원을 기록했다. 검수 시설 확장 및 차입금 증가로 올해도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크림의 2022년 연간 예상 매출액은 580억원으로 연내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크림이 올해 들어 지속해서 수수료를 상향 조정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크림 이용자들이 수수료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크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한 사용자는 "올해 초만 해도 무료였는데, 점차 큰 폭으로 늘더라. 구매 수수료 최대 3%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앞으로 현재 무료로 진행 중인 검수비까지 받게 된다면, 크림에서 구매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리셀 시장 여건도 녹록하지 않다. 나이키코리아는 지난달 2일부터 재판매 목적의 구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나이키 측은 재판매를 위한 목적으로 제품을 살 경우 소비자 계정에 판매 제한이나 주문 취소, 환불 또는 반품 거절 등의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한정판 리셀 플랫폼인 크림에서 스니커즈는 전체 매출의 약 절반 수준이다. 그중에는 인기있는 브랜드인 나이키 비중이 작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크림의 고속성장 배경은 결국 무료 수수료였다.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윤이기 때문에 유료화가 당연하지만, 이용자 관점에서는 인상 속도가 다소 가파르다는 인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 크림 관계자는 "무료 수수료 정책을 2년 간 유지한 끝에 올해 4월부터 인상을 하게 됐다. 일부 이용자께서 부담을 느끼실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크림의 수수료가 동종 업계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낮은 수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1위 리셀 플랫폼으로 분류되는 스타엑스는 약 8~10% 구매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0.19 07:00
IT

네이버, 미 중고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2조3441억원 투입

네이버가 북미 중고거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네이버는 해외 자회사인 프로톤 패런트가 미국 중고 패션 플랫폼 회사인 포쉬마크의 지분 100%를 취득하는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공시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2조3441억원에 품었다. 순기업 가치는 12억 달러 수준으로, 보유한 현금 5억8000만 달러를 포함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포쉬마크는 독립된 사업을 운영하는 네이버의 계열사(손자회사)로 편입된다. 북미 및 호주와 인도 등에서 포쉬마크의 경영진들이 동일한 브랜드와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펼쳐나가게 된다. 네이버의 이번 인수는 글로벌 C2C(개인 간 거래)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장기적인 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는 크림을, 일본에서는 빈티지시티를 키우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베스티에르콜렉티브에 투자하는 등 C2C 시장에 지속해서 투자해왔다. 포쉬마크는 북미 시장 패션 C2C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소셜과 커뮤니티에 강점을 가진 독보적인 사업 모델을 확보했다. 네이버와 포쉬마크는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 형성에 주목했다. 차세대 시장의 핵심층인 MZ세대의 가치관과 소비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 아낌없는 기술 투자 등 상호 유사한 사업 비전을 기반으로 더 큰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양사는 검색·인공지능(AI) 추천·비전 기술과 라이브 커머스, 커뮤니티·광고 플랫폼 등을 활용해 포쉬마크의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 행보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글로벌 IT 산업 본진인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기업으로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며 한 단계 높은 성장을 기록해 나가겠다"며 "미래의 핵심 사용자들에게 C2C 쇼핑·웹툰·K팝 콘텐츠를 넘나드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C2C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10.04 09:15
산업

네이버도 뛰어든 중고 명품 거래 시장, 이유는?

네이버가 자회사를 통해 중고 명품 거래 중개 시장에 뛰어들어 관심을 받고 있다. 중고 명품 거래는 직매입 등에 따른 재고 부담이 없고 최대 10~20%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중소 명품 플랫폼은 물론 SSG와 롯데 같은 대기업까지 중고 명품 거래 시장에 참전하는 이유다. 후발주자인 네이버는 손자회사인 한정판 리셀 플랫폼사 '크림'의 노하우를 이용해 중고 명품 거래 시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가품 가능성을 없애면서 지각변동을 노리고 있다. 네이버 시크, 중고도 무료 정·가품 판정 30대 주부 A 씨는 네이버 크림의 중고 거래 플랫폼인 '시크'에서 명품 신발을 구매했다. 약 2년 전 출시돼 현재는 구하기 힘든 좋은 상태의 구두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A 씨는 "그동안 백화점이나 구매대행을 통해 명품을 산 적은 있지만, 중고 제품을 구매해 본 적은 없었다. 가품일 수도 있고, 판매자가 제품 컨디션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두를 살 때도 며칠 동안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크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중고 명품 거래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제품 구매 결정을 누른 순간부터 입고, 배송 절차가 친절하게 안내될뿐더러 시크가 보유한 전문가를 통해 무료 정·가품 판별까지 해줬기 때문이다. A 씨는 "시크에서 제품 내 미세한 흠집까지 모두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판매자가 게시글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제품에 이런 흠이 발견됐는데 그래도 구매를 하겠는가'라고 의향을 다시 물어보기도 했다"며 "중고 명품 거래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이 플랫폼은 믿어도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시크는 네이버 최대 명품 커뮤니티인 '시크먼트'가 모태다. 시크먼트는 명품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중고 거래도 이뤄지는 공간으로 약 60만명의 회원을 보유 중이다. 네이버 손자회사인 크림은 시크먼트가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올해 초 투자를 결정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자회사인 스노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500억원을 출자했다. 이 중 600억원 수준이 크림에 투입됐고, 크림은 이 자금을 발판으로 시크먼트에 투자한 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인 시크를 출시했다. 일련의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투자 정점에는 네이버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명품 플랫폼 B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약 7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크림은 지난 1분기부터 네이버 커머스 사업으로 편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네이버가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을 통해 중고 명품 거래 시장까지 커머스 사업으로 넣었다. 시장성이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첫선을 보인 시크는 크림이 보유한 오프라인 검수 시스템을 활용해 시크를 국내 최대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지만, 추후 이용자와 거래액이 늘어나면 정·가품 판정이나 판매 대행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 수익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크는 매월 10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시크 관계자는 "기존 플랫폼들과 달리 12단계에 달하는 검증 과정을 통과한 판매자들만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며 "자체 검수센터 시크랩을 통한 제품 검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약 이를 통해 구입한 제품이 가품으로 판정되면 구매 가격의 300%를 보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고 거래 뛰어드는 명품 플랫폼 네이버만이 아니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는 2020년부터 중고 명품 위탁 서비스 '트렌비 리세일'을 운영 중이다. 올해에는 개인 간 명품 리셀을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정품리셀 서비스'도 선보이면서 중고 명품 카테고리 확대에 나섰다. SSG닷컴은 지난달부터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제휴해 '중고 명품'을 선보이고 있다. 번개장터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 ‘BGZT(브그즈트) 컬렉션’이 판매하는 중고 명품을 정품 인증 과정을 거친 뒤 SSG닷컴에 입점시키는 방식이다. 2억원 대 시계부터 5000만원대 가방까지 고가 명품 브랜드 위주로, 그중에는 미사용 중고 제품도 있다. 롯데는 작년 3월 사모펀드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중고 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했다. 중고나라는 회원 수만 2497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롯데가 향후 중고나라를 안전거래 시스템과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의 중고 명품 플랫폼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4조원으로 6배 성장했다. 국내 명품 시장 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16조2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명품 시장은 지난해 약 18조9600억원으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에서 인기 있는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의 수수료율은 10~20% 선에 형성돼 있다"며 "직매입이 없기 때문에 재고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정·가품 판정만 해주면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다. 기업들이 중고 명품 거래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9.14 07:00
IT

'빛바랜 혁신 아이콘' 네이버·카카오, 직원 호소에도 묵묵부답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 하반기 시작부터 노사 갈등으로 잡음에 휩싸였다. 행동보다 대화로 해결하자는 노조의 목소리에도 사측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으며 입을 굳게 닫았다. 비용 절감과 이윤 추구에만 급급해 구성원의 처우 개선·고용 안정은 뒷전으로 한 과거의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사내 하청 구조로 임금 차별 네이버는 계열법인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노조의 단체 행동에 직면하게 됐다. 네이버의 손자회사 5곳(그린웹서비스·엔아이티서비스·엔테크서비스·인컴즈·컴파트너스)은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쟁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최고 수위의 파업까지 검토한다. 노사는 지난달 두 차례의 조정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지난 14~15일 5개사에서 쟁의 찬반 투표를 했고, 평균 90%가 넘는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번에 쟁의권을 확보한 5개 회사는 독자 사업 없이 네이버 서비스 용역만 수행하고 있다. 직원 700명의 엔테크서비스는 네이버·라인·웍스 등 서비스 품질 개선 및 관리를 전담한다. 컴파트너스에서는 400명의 직원이 네이버쇼핑 고객·판매자의 문의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지분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아이앤에스가 100% 보유하고 있다. 본사가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면 5개 회사가 운영·관리하는 형태다. 서비스에 필수적인 조직이라 본사 부서화로 흡수할 수도 있지만, 하청 방식으로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자회사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어 네이버가 책임을 미루기 너무 좋은 구조라고도 꼬집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임금을 똑같이 맞추자는 게 아니라 자회사도 본사와 같은 비율로 인상하자는 것"이라며 "사측을 설득했지만 사내 하청 구조에 주어지는 용역비 말고는 절대 (인상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루라도 서비스가 멈추면 안 되기 때문에 휴가는 팍팍하게 운영되고 있다. 본사에서 3년 근무하면 주는 15일 리프레시 휴가도 없다. 창립기념일에도 본사는 쉬었지만 5개 법인은 일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개 계열법인 한 곳의 신입 연봉은 2400만~2500만원으로 본사와 2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10%의 연봉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5.6~7.5%로 회신했다. 월 15만원의 개인 업무 지원비 지급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네이버는 본사 직원에게 월 30만원의 지원비를 주고 있다. 오 지회장은 "드러나지 않는 노동이라고 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표방하는 네이버가 노동 격차를 벌리는 사내 하청 구조를 답습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독립된 법인의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모빌리티 매각설 대응 소극적인 카카오 카카오는 최근 불거진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구성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오히려 팔릴 위기에 놓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모회사에 해법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카카오에 매각 추진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오후에는 사내 경영진과 직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지속 성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공존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 달 구체화해 그룹사 현안을 다루는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 전달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현재 보유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약 58% 중 일부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려 한 사실을 인정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사업 확장길이 막히면서 더는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측은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안을 만든다고 하니 카카오에서는 이를 존중하고 지지하고 어떤 안이 나올지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매각을 결정한 바 없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유지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는 "모회사인 카카오가 너무 3자처럼 대응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카카오가 이달 중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 이번 이슈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존 남궁훈 대표는 신사업에 집중하고, 신규 선임된 홍은택 대표는 사회적 책임 이행에 전념한다. 앞서 홍은택 각자 대표는 "카카오가 그간 만들어왔던 혁신과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7.27 07:00
IT

"손자회사도 챙겨라" 네이버 노조, 파업 땐 서비스 차질

네이버 노동조합이 손자회사 5곳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쟁의에 돌입했다. 본사와 비교해 임금 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회사는 네이버 검색과 쇼핑 등 인프라·고객 대응 업무 전반을 맡고 있어 파업으로 이어지면 서비스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지난 14~15일 진행한 쟁의찬반투표 결과 5개 계열법인 모두 가결됐다고 18일 밝혔다. 네이버쇼핑·네이버페이·스마트스토어 입점·모니터링 등 판매자 업무를 수행하는 컴파트너스는 10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엔테크서비스(네이버·클라우드·라인·웍스모바일 관리)·엔아이티서비스(네이버·라인 운영)·그린웹서비스(네이버 광고·검색 콘텐츠 제작)·인컴즈(네이버쇼핑·검색 콘텐츠 지원)도 90%를 오르내리는 찬성률을 나타냈다. 이번 투표 결과로 5개 계열사는 최고 수위인 파업을 포함한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게 됐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해당 법인들은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법인별로 총 50차례 넘게 이어진 교섭에서 이들 계열사의 신입 직원 연봉을 10% 인상하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조사 전담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한 자릿수에 그친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고 전담 기구 설치 등 일부 단체 협약 사항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에 따르면 5개 계열사의 신입 직원 연봉은 본사 초봉의 50~60%에 불과하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직원 1인의 평균 급여액은 4000만원 후반대다. 이에 반해 5개 계열법인 중 한 곳의 입사 연봉은 2000만원 중반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5개 계열사에 대한 조정은 지난달 30일 2차까지 이어졌지만 노사의 입장 차이가 크다는 조정위원들의 판단에 중지됐다. 반면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라인플러스 등은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이 원만하게 잠정합의된 상황이다. 네이버 노조는 "5개 법인 모두 네이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및 용역의 비중이 100%이기 때문에 업무 및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회사인 네이버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노조는 다음 주 중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일정을 공유할 계획이다. 쟁의권을 확보한 5개 계열사에 한해 단체행동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본사 직원도 조합원의 위치에서 충분히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이번 주 온라인 단체행동을 기획 중인데 아직 논의 단계"라며 "최고 수위 쟁의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본사 측은 "경영적으로 독립된 회사의 사안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7.19 07:00
산업

크림에 묻습니다…3년 전 제품도 안뜯으면 신상인가요?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이 2~3년 묵은 명품도 미개봉 상태면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명품은 미개봉 상품이라도 몇 년도에 생산됐느냐에 따라 제품 사양은 물론 가격도 달라질 수 있어 크림의 약관 변경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 A 씨는 최근 크림에서 '샤넬' 가방 입찰에 성공했다. 원하던 상품을 갖게 돼 기뻤던 A 씨는 뒤늦게 크림 약관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크림 홈페이지 공개된 약관에 '샤넬 상품은 28번대 이후 상품만 거래 가능'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샤넬은 출시된 연도 등에 따라 번호를 준다. 게런티카드에 새겨진 앞자리 번호에 따라 28번대, 29번대, 30번대, 31번대 등으로 불린다. 명품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최근 32번대 제품까지 선보인 바 있다. 크림이 약관에 쓴 28번대는 보통 2018년 말에서 2020년 사이에 생산돼 세상에 나온 제품으로 추정된다. A 씨는 "구하기 힘든 제품이어서 크림에서 플미(한정판에 붙는 프리미엄, 웃돈)까지 주고 샀다. 가방 가격만 700만 원대다"며 "약관을 보면 내 가방이 생산된 지 2~3년 지난 제품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누가 플미를 주고 묵힌 제품을 사나"라고 토로했다. 크림은 리셀샵이긴 하지만 '중고'가 아닌 새 제품만 취급하고 있다. 몇 년 지난 제품일지라도 새 상품인데 문제가 되는 이유가 뭘까. A 씨는 샤넬의 인기 가방 모델인 '코코핸들(탑 핸들이 장식된 가방)'을 예로 들었다. 그는 "가령 코코핸들은 28번대의 경우 내부가 천으로 돼 있다. 그러나 31번대부터는 가죽으로 바뀌었다. 샤넬은 모델의 번호 대에 따라 제품 사양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당연히 리셀을 할 때 가격도 달라진다. 코코핸들의 경우 내부가 천에서 가죽으로 바뀐 시점에 가격 인상을 했기 때문에 두 제품 사이에는 플미를 포함해 적어도 50만~100만 원의 차이가 있다. 코코핸들만의 상황이 아니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샤넬은 클래식 백처럼 수십 년째 같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스테디셀러와 한두 해 나오고 사라지는 시즌 백이 있다"며 "그러나 클래식 백일지라도 몇 번대냐에 따라서 미세한 색감이나 가죽 질감의 차이가 있다. 캐비어 가죽이라고 할 경우 알 크기나 모양이 미세하게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크림이 샤넬 제품을 판매할 때는 입찰 전부터 미리 번호 대를 고지하거나 현재 규정된 28번대를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A 씨는 "샤넬 가방이 한두푼 하는 상품도 아니지 않나. 우리가 크림에서 플미를 주고 사는 이유는 구하기 어려운 가장 양질의 정품을 얻기 위해서"라며 "그런데 판매되는 번호 대가 2~3년 전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뭐하러 크림을 찾겠느냐"고 반문했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은 최근 리셀 플랫폼인 무신사의 '솔드아웃'과의 이른바 가품 경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무신사가 정품으로 인증해 판매한 제품이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는데, 해당 브랜드의 본사에서 가품이 맞다고 인증을 했다. 무신사는 이미지 손상을 입었고 크림은 사실상 국내 리셀 시장을 이끌어가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림 선전은 매출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4월 들어 일평균 거래액 100억 원을 넘어섰다. 현 추세라면 연간 총거래액이 3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업계는 크림이 앞선 가품 경쟁에서 승리했고, 솔드아웃과 달리 샤넬이나 '에르메스' 등 럭셔리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거래액도 뛰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구스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판매 제품 사진과 함께 샤넬은 번호 대를, 에르메스는 각인 알파벳을 공개한다. 소비자가 생산 연도를 가늠하도록 정보를 주는 차원"이라며 "크림이 우리나라 간판 리셀샵이 되고 싶다면 관련한 약관을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당사의 검수 기준은 생산연도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닌 정·가품 여부, 미사용품 여부, 검수 기준에 다른 하자 여부"라며 "구매자에게 몇 번대 제품임을 고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용 편의성 증대를 위해 샤넬 등 일부 대상제품에 한해서는 보관 및 검수를 한 후 생산연도를 추정할 수 있는 제품번호 노출이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것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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