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39건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토란을 먹을 수 있어 좋구나

지역의 특색 있는 먹을거리를 취재하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다니는 게 제 직업입니다. 먹을거리에는 그 지역의 자연과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먹을거리 취재는 자연과 사람 취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은 자연이지만, 관광으로 볼 때의 자연과 취재로 볼 때의 자연이 다릅니다. 취재는 나중에 글로 옮겨야 하므로 관광으로 볼 때보다 아무래도 좀더 가까이에서 깊이 보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어느 때에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만한 곳이 보이던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40년 넘게 서울과 그 언저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번잡한 대도시에서 살지만, 저에게 일을 주는 사람이 더 이상 없으면 제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평생의 경험을 토대로 ‘말년을 보내기에 적합한 곳’ 목록을 만들었고, 그 목록에 올려진 지역 중 하나가 전남 곡성입니다.늘상 곡성은 그냥 지나치는 곳이었습니다. 하동이나 순천을 가면서 차창 밖으로 “아, 경치 좋다”며 보던 지역이 곡성이었습니다. 2011년 토란 취재를 하면서 곡성을 조금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토란밭이 많은 죽곡면 일대를 주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때에 제가 쓴 글입니다.“죽곡면은 섬진강 상류의 한 지천을 남쪽으로 두고 북쪽을 향해 기다랗게 골을 파고 들어가 있는 지형을 하고 있는데, 산이 막혀 북풍이 내려오지 않고 햇볕을 충분히 받는 땅이다. 또 죽곡면의 골짝에는 섬진강 지천으로 들어가는 개천이 흘러 물이 풍부하다. 토란은 따뜻하고 물 많은 곳에서 잘 자라므로 토란 키우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땅인 것이다.” 북으로는 산이 둘러 있고 남으로는 강이 흐르는 땅은 토란에게만 천혜인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곡성은 토란을 토란답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땅으로 여겨졌습니다. 가을볕이 곱던 그날에 사람처럼 서 있는 토란을 보면서 부러 사투리로 했던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라제, 사람은 이런 데서 살아야제.”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서 토란대로 요리를 하였습니다. 원래는 토란 요리를 하려고 했는데 근육병아리 김정수 기자한테 토란 알러지가 있어 토란대로 바꾸었습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금요미식회에서 토란 음식을 한다니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는 최근에 선거운동을 하느라 곡성에 머물었습니다.“김한민 감독을 거기서 만났는데. 이순신 장군이 ‘토란이구나. 먹을 수 있어 좋구나.’ 전쟁에서 이긴 장군이 먹을 게 토란이야. 토란밖에 없어. ‘먹을 수 있어 좋구나.’ 대사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토란을 먹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이 미소를 보이는 유일한 장면일 것입니다.이순신은 억울하게 왕한테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고 권율 밑으로 백의종군을 하라며 내쫓깁니다. 이순신의 어머니가 아들이 풀려났다는 말을 듣고 고향 집으로 그를 만나러 가던 중에 숨을 거둡니다. 이순신은 몸도 마음도 크게 상해 있을 때였습니다. 원균이 크게 패하자 왕은 다시 이순신에게 수군을 맡깁니다. 이순신은 13척의 배로 300여 척의 왜군에 맞서 싸웁니다. 명량해전입니다. '명량'은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전쟁에 휩쓸린 백성의 고통을 김한민 감독이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었고, 화면에 보이는 조선 백성의 고통이 단군 이래 겪었던 한반도 민중의 고통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전란이 하도 심하여 한반도에서 전란을 피할 수 있는 10곳을 찍어 십승지라는 이름으로 민간에 떠돌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살기 좋은 땅이 전쟁이 없는 땅이라 했을까요.왜적은 물러났고, 이순신 장군은 지친 몸으로 갑판에 앉았습니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삼베 보자기를 장군 앞에 내밉니다. 보자기를 펴니 하얀 알토란이 보입니다. “이거 토란 아니냐.” 장군은 토란 한 알을 입에 뭅니다. “먹을 수 있어서 좋구나.”토란을 먹으며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2024.10.24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이태리 할머니 파스타

마산 창동에 경양식집이 있었습니다. 친구끼리 용돈을 모아서 함박스테이크를 썰러 간 것이 중2 때였습니다. 밥과 빵 중에 무엇을 골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함박스테이크 옆에 놓였던 마카로니는 사진을 찍어놓은 듯이 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1980년 입경을 하였습니다. 고향 선배가 서울 구경을 시켜준다면서 명동으로 데려갔습니다. 무대가 있는 커다란 맥주홀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였습니다. 그때 선배가 사준 것이 ‘모듬’이었습니다. 은빛 찬란한 네모난 식판에 함박과 돈까스, 감자튀김,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마카로니가 산더미처럼 제공되었습니다.마요네즈에 버무려진 마카로니는 고깃집, 횟집, 백반집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나타났습니다. 분홍색 당근, 노란 통조림 옥수수와 뒤섞인 마카로니는 콩나물무침만큼 친숙한 음식으로 외식 상차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부대찌개 냄비에 담겨서 매우 한국적인 양념에 푹 끓여지는 마카로니를 보고 있자면, 더 이상 자신의 출생지를 고집하지 않고 한국에 귀화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마카로니 다음에, 대학생일 때에 스파게티를 알게 되었습니다. 단체로 미팅을 하여 상대가 마음에 들면 그 다음 둘만의 2차 미팅에서는 종로에서 스파게티를 먹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푹 퍼진 면에 토마토 아니면 크림밖에 없었고, 가격은 사악했지만, 음식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비교 대상이 없으니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1990년대에 이탈리아 음식을 이탈리아에서 배웠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전에 먹었던 스파게티는 미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아 이탈리아 본토의 맛이 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주장하였습니다. 스파게티나 마카로니는 파스타의 한 종류이니까 이탈리아의 밀가루 요리는 파스타라고 고쳐 불러야 한다고도 하였지요.2000년대에 들면서 파스타 붐이 일었습니다. 이탈리아 분위기를 한껏 낸 레스토랑이 우후죽순으로 번졌습니다. 파스타는 전문 요리사에 의해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져야만 하는 미식 음식으로 다시 자리를 잡게 됩니다. 덩달아 파스타 요리사가 유명세를 탔고, 파스타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방영되어 히트를 칩니다. 마침내 파스타는 ‘한 경지에 올라야 비로소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으로 등극합니다.외래 음식이 신비롭게 보이는 것은 정상입니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의 음식은 우리 음식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 줄 여기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심리 현상입니다. (한국 음식이 근래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한국이 잘사는 나라에 들었다는 증거입니다.)파스타 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10여 년 전에 잘 차려진 이탈리아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으며 이런 농담을 뱉은 적이 있습니다. “이거 이태리 분식이잖아. 분식이 이래 비싸도 되남?”틀린 말은 아닙니다. 가루 분, 먹을 식. 밀가루 음식이 분식입니다. 파스타는 잔치국수, 수제비, 칼국수, 라면 등과 같은 분식입니다. 파스타 전문점은 이태리 분식집입니다. 당시에 핫했던 파스타 앞에서 정신적 승리라도 하겠다는 생각에 실없이 농담을 던졌는데, 반응은 썰렁했습니다. ‘감히 이탈리아를?’ 하고 정색하는 분위기였습니다.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서 파스타를 다루면서 ‘이태리 할머니 파스타’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탈리아 시골 할머니가 조그만 부엌에서 대충 해서 먹는 일상의 파스타를 상상하게끔 유도한 것이었습니다.파스타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 음식입니다. 식당에서 팔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정 음식입니다. 이때까지 우리나라 외식시장에 소개되었던 파스타는 ‘외식용 파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가정에서 먹는 파스타는 우리가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이탈리아 가정에서 먹는 파스타가 궁금하면 유튜브 Pasta Grannies(파스타 할머니들)를 보십시오. 이탈리아 방방곡곡의 할머니들이 자신만의 파스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탈리아 할머니들이 우리 할머니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음식을 해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먹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입니다. 2024.08.08 06:59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보신탕과 족발이란 이름의 탄생

“도대체 보신탕이란 말을 언제부터 썼나… 조선시대 기록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이름은 없어요. 육이오 이후에 나타난 말이에요. 우린 개장이라고 그랬거든요. 개장 또는 구장. 육이오 때 오죽했겠어요? 피난민들이, 개만 보이면 바로…. (개를 안 먹는) 미군들이 봤을 때는 황당하죠. 거기에 변명삼아 나온 것이, ‘저게 몸에 좋다고 해서 먹는다’, 그래서 보신탕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의 말입니다.'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대기실에는 작은 주방이 있습니다. 거기서 금요미식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금요일에 요리를 하여 나눠 먹습니다. 근육병아리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는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가 요리를 합니다. 그날은 족발을 삶고 있었는데 강아지 이야기를 하다가 보신탕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까지 인문학적 상상력이 확장되었습니다. 전우용 선생은 말을 마치면서 “우리 보신 음식은 소였지요”라고 했습니다.소고기가 보신 음식이라는 말은,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금방 알아들을 것입니다. 몸이 허한 가족이 생기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장 가서 고기 좀 끊어와라.” 이때의 고기는 당연히 소고기였습니다. 예전에 돼지고기는 “잘 먹어봐야 본전”이었던 고기였습니다. 소고기 끊어와서 미역국이나 죽을 해서 몸이 허한 가족을 먹였습니다.소는 특히 뼈가 보신용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무릎 위 다리뼈는 사골이고, 무릎 아래 다리는 우족이라고 하는데, 계절이 바뀔 때에 가족들 몸 보신을 해야 한다고 커다란 솥에다 사골이나 우족을 넣고 하루종일 고았었지요. 설날이나 추석에는 선물로 사골과 우족 세트가… 원고를 쓰면서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사골과 우족 세트를 선물 상품으로 팔고 있군요. 보신의 관습이 참 오래도 갑니다.삶은 족발은 소가 아니라 돼지의 다리입니다. 족발도 한때에 보신 음식으로 여겼습니다.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에 족발을 먹으면 좋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족발집 벽면에는 족발이 체력을 튼튼하게 한다는 썰들이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잘 먹어봐야 본전”이라는 돼지고기에 대한 속설은 족발에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저는 우족 덕이라고 생각합니다.족발이라는 말이 참 흥미롭습니다. 한자어 발족에 한글 발이 붙었습니다. 족족, 발발입니다. 족이 발인 줄 모르고 발이 붙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역전의 전이 앞전인 줄 모르고 역전앞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족이 발인 줄 알고 족발이라고 불렀을 수도 있습니다.우족은 지금은 싸지만, 옛날에는 참 비쌌습니다. 한우 우족은 돈이 있어도 못 샀습니다. 안면이 있는 정육점에 미리 부탁을 하거나 웃돈까지 붙여서 주어야 우족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한우 우족은 한우 우족이 맞다는 증거로 무릎 쪽에 털을 조금 남겨두었습니다. 누런 털을 확인하고 나면 그 부분을 칼로 베어내고 기계 톱으로 토막을 쳤습니다.족발은 돼지의 앞뒤 발과 그 바로 위 관절 부위까지를 말합니다. 돈족이나 저족이라 하면 될 것을 족발이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족발은 “각을 뜬 돼지의 발. 또는 그것을 조린 음식”이라고 했습니다.한자는 귀족적이고 고급하며, 한글은 서민적이고 친근하다는 관념이 있습니다. 돈족 또는 저족이라고 하면 귀족적이고 고급하나, 족발이라고 하면 한글 ‘발’ 덕에 서민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만들어줍니다. 우족은, 소고기를 포함해,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적인 보신 음식입니다. 돼지는 보신 음식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1970년대에 양돈산업의 발달로 불쑥 돼지 다리가 우리에게 값싸게 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보신 음식의 왕자인 우족과 쌍으로 놓을 만한데, 돼지 다리에 보신의 파워를 입히기에는 스토리가 부족합니다. 전통의 보신 음식인 우족의 명성에 손상을 주지 않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한자보다 급이 낮은 한글을 붙이자는 생각을 누군가 했을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족발이라고, 저는 감히 추정하는 바입니다. 2024.07.25 06:59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빵의 시대

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 가끔 먹을거리를 가져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빵이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변상욱 대기자가 빵을 들고 프랑스의 명언을 날렸습니다. “빵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 이 말에 다들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빵은 생명이지요.프랑스인의 빵에 해당하는 우리 것은 밥입니다. ‘빵’의 자리에 ‘밥’을 넣어보면 어떨까요. “밥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 어색합니다. 빵이나 밥이나 생명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밥만 있으면 안 됩니다. 반찬도 있어야 하고 국도 있어야 합니다.“빵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는 프랑스 명언에 대비될 수 있는 한국의 명언으로 해월 선생의 말씀인 “밥이 하늘이다”가 있습니다. 인간은 먹어야 삽니다. 먹을거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인간은 없을 것입니다. 마침 변상욱 대기자가 포르투갈을 간다고 하여 제가 “빵의 나라에 가시네요” 했습니다. 빵이라는 말이 포르투갈어 pão에서 왔으니 “빵의 나라”라고 했던 것입니다. 제 곁에 있던 젊은 분이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빵이 우리말 아니었어요?”빵은 곡물을 가루 내어 반죽을 하고 이를 부풀려서 굽는 음식이지요. 이런 음식이 우리에게는 없었습니다. 우리 조상이 빵을 싫어해서 안 만들었던 것은 아니고요, 한반도의 자연 조건이 빵을 구워 먹기보다는 밥을 지어 먹는 게 효율적이었던 것이지요. 조선 말기에 ‘곡물을 가루 내어 반죽을 하고 이를 부풀려서 굽는 음식’이 우리 땅에 들어왔고, 이를 이르는 명칭으로 포루투갈어인 pão이 선택된 것이지요.빵은 분명히 근래에 이식된 외래어인데 이를 외래어라고 느끼는 일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저도 그냥 우리말인 듯이 쓰다가 별스런 일이 발생했을 때에나 빵이 외래어임을 강조해서 말하곤 합니다.빵은 한 음절로 된 단어입니다. 우리말 중에 한 음절로 된 단어를 입에 올려 소리를 내어보십시오. 해·달·별·땅·물·논·밭·몸·손·발·입·코·귀·눈·벼·쌀·콩·팥·밥·국·술·똥… 느낌이 오십니까. 우리말에서 한 음절의 단어는 자연과 몸, 그리고 생명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주 먼먼 옛날에 탄생한 단어라고 보아야 합니다. 빵. 외래어인데 한 음절입니다. 그리고 생명과 관련이 있습니다. 외래어인 빵은 한 음절의 우리말이 주는 느낌을 자연스레 공유하고 있습니다.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등 빵과 관련한 서양의 속담이나 명언이 우리의 오랜 속담이나 명언인 것처럼 받아들여져서 우리의 가슴을 흔드는 것이 그 이유이지 않나 추측을 하게 됩니다.아침으로 빵을 먹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밥을 차려서 먹는 것보다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빵집이 가장 핫한 이슈입니다. 유명 빵집 앞에 줄을 섭니다.밥의 시대는 가고 빵의 시대가 왔습니다. 한국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림수산식품부도 빵의 시대에 맞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민이 밥을 안 먹으니 쌀로 빵가루를 만드는 사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한국인의 주식이 밥이 아니라 빵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입니다.밥의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는 말에 한민족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민족이 밥의 시대를 연 것은 고려 중기입니다. 벼 재배는 그 이전부터이지만 밥을 지을 정도의 도정 기술과 무쇠솥의 보급 등을 고려하면 고려 중기에 밥을 주식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밥의 시대 이전에는 떡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곡물을 가루 내어 시루에 쪄서 먹었습니다. 떡의 시대 이전에는 죽의 시대가 있었고요. 서양에서 최초 곡물 음식으로 오트밀(귀리죽)을 꼽는데, 한민족 최초 곡물 음식으로는 콩죽 정도를 상상하는 게 적당합니다.한반도에서의 큰 흐름으로 보자면 빵의 시대가 온다고 해도 크게 어색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밥의 시대가 저물면서 한반도의 농민은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밥이 하늘이고 빵은 하늘이 아닙니다. 하늘을 지키는 농민을 잘 보듬어야 합니다. 2023.06.15 07:03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장어요리 독립선언

“장어는 애들 도시락 반찬이었지. 옛날에 내 고향 마산에서는 다들 그 정도는 먹고 살았어.”고향 자랑을 할 때에 이런 뻥을 칩니다. 100% 뻥은 아닙니다. 말린 붕장어를 간장 양념에 졸인 반찬은 마산의 서민 음식이었습니다. 장어라고 하면 다들 가격이 제법 나가는 뱀장어를 떠올리니까 이런 장난이 가능합니다. 그때의 도시락 반찬이 붕장어조림이었다고 실토를 하고 나서 저는 다시 토를 답니다.“뱀장어가 맛있다고 하지만 내 입에는 붕장어가 나아. 붕장어가 싸니까 맛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아. 붕장어를 제대로 못 먹어봐서 그래.”우리가 먹는 장어에는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가 있습니다. 먹장어(꼼장어)는 어류가 아니라 원구류라고, 이들과 계통이 다릅니다.뱀장어는 민물장어로 불립니다. 이 장어는 바다에서 산란을 합니다. 바다에서 부화한 실뱀장어가 어미가 살던 모천으로 회귀해 민물에서 내내 삽니다. 자연산 뱀장어는 귀하고 대부분 양식 뱀장어를 우리가 먹습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장어가 이 뱀장어입니다.아, 아닙니다. 일본인은 바다에서 사는 갯장어도 좋아합니다. 여름 계절 음식으로 갯장어를 먹습니다. 유비끼라고, 토막을 낸 갯장어 살에다 자잘한 칼집을 넣어 살짝 데쳐서 먹습니다. 전남 고흥의 갯장어가 맛있다고 일본에도 소문이 나 있습니다.붕장어는 횟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그 장어입니다. 붕장어회는 잘게 채를 썰어서 기름을 꽉 짜낸 것이라 볼품이 없습니다. 비리지 않고 고소하니까 생선회 입문자를 위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번져 있습니다. 일본말로 뱀장어는 우나기, 갯장어는 하모, 붕장어는 아나고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는 붕장어라는 우리말을 몰랐습니다. 모두가 아나고라고 불렀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야 아나고를 붕장어라고 불러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갯장어 산지에도 저와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옛날에 다 하모라 했어요. 요즘에야 참장어니 갯장어니 하지.”우리 바다에서 나는 장어인데 왜 일본말로 부르는 일이 크게 번졌는지는 음식 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은 장어를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약으로 먹는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1893년 ‘조선통어사정’과 1908~11년 ‘조선수산지’의 기록에도 당시 조선인은 장어를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인이 장어 음식을 퍼뜨렸고, 더불어 장어를 이르는 일본말도 크게 번졌다고 추측하는 게 합리적입니다.여기서 의문이 발생합니다. 왜 우리 조상은 장어를 즐기지 않았던 것일까요. 보통은 “뱀처럼 생겨서 꺼렸다”고 설명하는데,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학문적 입장에서 보자면 장어를 먹지 않아서 장어를 꺼렸던 것이지 장어를 꺼려서 장어를 먹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색합니다. 장어의 생김새는 우리 조상이 보았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2023년 우리 조상의 후손들은 맛있게 잘 먹고 있으니까요. 우리 조상은 왜 장어를 즐기지 않았는지에 대해 여러 인문학적 상상을 서로 나누며 장어를 먹는 미식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우리 땅에 들어와 장어를 즐기면서 일본식 장어 조리법을 퍼뜨렸습니다. 우리는 이전에 장어를 즐기지 않았던 터라 일본식 장어 조리법이 아무 저항 없이 한국식 장어 조리법인 양 자리를 잡았습니다. 달고 짠 간장 양념으로 굽는 조리법이 대표적입니다.‘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서 반건조 붕장어를 다루었습니다. 붕장어가 가장 많이 잡혀서 가격이 싸고, 또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쫄깃한 탄력’을 가지고 있는 장어여서 선택하였습니다. 요리를 담당하는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에게 이 주문을 하였습니다. “일본식 간장 양념 조리법은 안 돼.” 그렇게 하여 장어+레몬+양파+소금+후추 조리법이 탄생하였습니다. 일제 잔재에서 벗어나려면 일제 잔재의 실체를 똑바로 아는 게 먼저입니다. 2023.05.25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오이를 분별해서 먹는 일에 대해

2011년이었습니다. 포항 물회를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자문을 하게 되었지요. 포항 물회가 여타 지역의 물회와 어떻게 다른지 조사를 하여 문건으로 작성하는 일이 제게 주어졌습니다.생선을 썰고 양념을 하는 물회 조리법에서 한 지역만의 특성을 발라내어 밝히는 일은 매우 섬세한 관찰을 요구합니다. 재료의 차이도 꼼꼼하게 보아야 합니다. 포항의 물회 식당을 순회하며 발견한 흥미로운 재료가 가시오이였습니다. 다들 가시오이를 채로 쳐서 올리더군요.저와 동행을 한 포항시 공무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포항은 다들 가시오이를 쓰나 봅니다.”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무슨 오이요? 저거 그냥 오이 아닌가요?”그때에 포항의 시장을 두루 돌았는데 다다기오이는 안 보였습니다. 포항에는 가시오이만 있으니 그게 그냥 오이였던 것이지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위한 포항 물회의 특징 중 하나로 가시오이를 적어서 넣었습니다.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서 가시오이를 다루었습니다. 가시오이를 칼로 썰기보다는 깨뜨려서 먹으면 향이 더 좋고 물비린내가 적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방송이었습니다.저와 함께 금요미식회를 준비하는 김정수 요리사 겸 딴지일보 기자는 가시오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전북 전주 출신에 서울에서 삽니다. 김정수 기자가 택배로 받은 가시오이를 본 부산 출신 딴지일보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거 그냥 오이잖아.”제가 대충 그려본 오이 취식 분포도는 이러합니다. 서울-경기-강원-충청-전라는 다다기오이, 대구-부산-경상은 가시오이. 양 진영 모두에 청장오이가 일부 존재합니다. 오이 품종을 정리하겠습니다. 우리가 먹는 오이는 대부분 취청과 다다기 두 종류입니다. 취청은 크고 청색이 짙으며, 다다기는 작고 옅은 색을 띕니다. 취청 중에 가시가 도드라지게 있으면 가시오이, 없으면 청장오이 또는 청오이라고 합니다. 다다기는 흰색이 많으면 백다다기 또는 백오이라고도 부릅니다.다다기가 연한 때깔 때문에 부드럽게 아삭거릴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때깔만 그렇지 취청이 더 연하게 아삭거립니다. 부드럽게 아삭아삭 씹히며 오이 특유의 향이 강한 것은 취청 중에서도 가시오이가 제일입니다. 오이 겉면에 자잘한 가시가 돋아 있어 거칠어 보이지만 보기와는 전혀 다른 맛을 냅니다.가시오이가 다다기오이보다 맛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오이의 특징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오이지나 오이소박이 등은 잘 물러지지 않는 다다기가 낫습니다. 생으로 먹을 때에는 가시오이가 낫구요. 분별해서 먹자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농산물의 맛을 좌우하는 첫째 조건은 품종입니다. 그 다음이 산지이고 계절이고 재배법입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조리할 음식에 적합한 품종의 농산물 정도는 분별해야 할 것인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해 이렇게 알려봤자 소비자는 유심히 보지도 않고 또 금방 잊습니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사는 시장에서 이런 정보들이 흘러야 합니다. 마트의 매대에 농산물의 품종과 조리적 특성 등을 적어놓으면 우리의 미식 생활은 훨씬 즐거워질 것입니다. 1992년 음식 전문 기자가 되겠다고 했더니 제 친구들은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춘향전 변사또 놀음이나 하겠다는 거야?” ‘일상의 미식’을 말해주었으나 친구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듯했습니다. 30년이 지났는데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비틀어버립니다.그럼에도 다시 말합니다. 미식이란 돈 있는 자의 호사 취미가 아닙니다. 우리 일상을 조금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즐기는 일이 곧 미식 생활입니다. 오이의 품종을 분류하고, 그 품종에 맞는 적절한 조리법을 구사하며, 그 과정의 이야기를 오이 요리를 함께 먹는 사람들과 나누는 게 진정한 미식 생활입니다. 2023.04.27 07:02
산업

[황교익의 Epi-Life] 숭어에 후추 10알이면 조리 끝

평양에 냉면만 유명한 것이 아닙니다. 대동강에서 잡히는 숭어로 국을 끓이는데, 평양에 가면 숭어국은 먹고 와야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숭어는 마산 출신인 저에게도 매우 친숙한 생선입니다. 숭어회는 먹었어도 숭어국은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다른 지역의 사정은 어떤가 탐문을 해보니 숭어로 국물 음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숭어로 왜 국을 잘 끓이지 않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동강 숭어국이 유명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면 대한민국 여기저기에서 흔히 먹을 만한 음식인데 말이지요.'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금요미식회에서 숭어를 다루자고 한 것은 제철 숭어회를 맛보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숭어회는 횟집에서 맛없는 생선회로 취급하는 관습이 있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숭어의 필렛을 사면 집에서도 간단히 회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숭어에 이어 봄에는 숭어가 맛있어지니 이 두 생선의 맛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겠다 싶었지요. (참숭어, 개숭어, 밀치 등등 숭어 이름이 지역마다 다 다른데, 숭어는 딱 두 종류만 있다고 기억하면 됩니다. 가숭어와 숭어. 제철은, 겨울엔 가숭어, 봄엔 숭어)숭어회만 내놓기가 허전하여 평양 숭어국을 떠올렸지요. 그런데, 이건 제가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입니다. 그냥 재미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지요. 해보고 맛없으면 방송에서 이러면 되니까요. “평양 대동강 숭어국이 유명하다고 해서 저희도 해봤는데, 맛이 없어요.” 저와 함께 금요미식회를 진행하는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가 제게 여러 자료를 보냈습니다. 평양을 방문한 분들이 올려놓은 숭어국 사진도 있고 북한이 자랑삼아 내놓은 숭어국 사진도 있었습니다. 여느 생선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북한 음식을 공부하기 위해 사놓은 북한 책이 있습니다. '조선의 민속전통'이라는 7권짜리 민속백과사전입니다. 1994년에 발간되었는데, 북녘의 민속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 책에 숭어국 조리법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대로 옮깁니다.음식감 : 숭어 300g, 후추알 10알. 만드는 법: ①숭어는 깨끗이 손질하여 물기를 없애고 뼈를 발라낸 다음 길이 4㎝정도로 토막 낸다 ②남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숭어를 넣은 다음 후추를 천에 싸서 두고 끓인다.아니, 이게 전부라고? 숭어에 후추알이 전부라고? 혹시 조판 실수로 문장에 잘려나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최종에는, 이 책의 조리법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맛없으면 또 어떻습니다. 방송에서 “숭어국 맛없어요” 하면 되니까요. 소금 간은 해야 할 것인데, 워낙 기본적인 것이라서 생략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정수 기자에게 '조선의 민속전통' 숭어국 조리법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냈습니다. 김 기자의 표현이 이랬습니다. “후덜덜.” 믿고 해보라고 했습니다.다음날 방송을 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갔더니 김 기자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맛이 안 나는데, 10분 정도 지나면 흐릿하게 감칠맛이 나고, 20분 정도 지나면 정말 고운 맛이 나와요. 끓인다기보다 고는 거죠. 숭어 살이 단단하니까 이게 가능해요.”맛있다는 거 웬만큼 먹어봤지만, 이건 정말 예술입니다. 숭어와 후추만 달랑 들어갔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다니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이 분석을 했습니다. 생선국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뼈와 머리를 제거했다는 게 이 숭어국 조리법의 포인트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20분을 끓여도 흩어지지 않는 단단한 살. 숭어만이 아니라 단단한 흰 살 생선이면 ‘후추 10알’만으로 충분히 맛있는 국물을 낼 수 있을 듯하였습니다.맑고 깊은 숭어국을 훌훌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요즘 한국음식 조리법이 양념법밖에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재료에 집중하는 조리법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2023.03.22 09:31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돼지고기를 소금만 넣고 삶는 일과 그 이후의 일

요즘, 요리 쉽습니다. 인터넷에는 온갖 조리법이 다 있습니다.돼지고기를 삶아 수육에다 소주 한 잔 하려고 검색을 합니다. 다들 자신만의 비법이라고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된장, 간장, 월계수 잎, 후추 정도는 방송에서 자주 보던 것입니다. 대파, 마늘, 양파, 생강도 익숙합니다. 맥주, 청주, 소주에다가 최고 비법이라며 쌍화탕, 콜라, 인스턴트 커피 등등을 넣어보라고 권합니다.그 많은 조리법 앞에서 선택 장애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빠뜨리면 수육 맛이 엉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수천수만의 ‘돼지고기 맛있게 삶는 비법’ 앞에서 길을 잃습니다.이럴 때에는 다들 비슷한 전략을 선택합니다. 저인망 쌍끌이 전략입니다. 당장에 집안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모아다가 넣습니다.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는 걸리겠지.” 이렇게 해도 맛있습니다. 간만 맞으면 못 먹겠다고 뱉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돼지고기이니까요. 그런데, 그게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 수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금요미식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템을 정하면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가 요리를 합니다. 김정수 기자의 요리 솜씨는 프로급입니다.돼지고기 수육을 낼 때였습니다. 제가 김정수 기자에서 이렇게 주문을 했습니다. “돼지고기를 소금만 넣고 삶으세요.” 김정수 기자는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소금만 넣고요? 냄새가 날 텐데요. 소금만 넣으려면 돼지고기를 잘 골라야 하지 않나요?” 제 대답은, “마트에 가서 국산 돼지고기 아무것이나 사세요.” 금요미식회 전날 저녁에 작가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지금 소금만 넣고 돼지고기를 삶고 있는데요, 불안해요.” “뭔 냄새가 납니까?” “아니요, 그냥 돼지고기 냄새가 납니다.” ‘진짜 돼지고기 냄새’에 익숙하지 않아서 불안했던 겁니다.다음날 스튜디오에 갔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돼지고기가 맛있다고. 소금만 넣었는데, 이런 맛이 나는 줄 몰랐다고. 방송을 보고 소금만 넣고 수육을 해서 먹은 사람들의 후기도 한결같았습니다. 소금만 넣고 삶은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줄을 몰랐다고 놀라워합니다.제가 만약에 10년 전에 돼지고기 수육 삶는 법을 방송했다면 된장 정도는 넣으라고 제안을 했을 것입니다. 20년 전이었다면 인스턴트 커피를, 30년 전이었다면 쌍화탕을 권했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이니까 소금만 넣으라고 했습니다.인터넷에 떠도는 돼지고기 수육 삶는 비법을 보면 한결같이 이런 말이 붙어 있습니다. “돼지고기 잡내를 없애려면!” 돼지고기에서 나는 누린내나 비린내를 뜻합니다. 돼지고기에 잡내가 나는 것은 질 낮은 사료, 불량한 사육 환경과 도축 시설, 부실한 냉장 혹은 냉동 장치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잡내 나는 돼지고기가 많았고, 그래서 잡내 잡는 부재료를 닥치는 대로 넣어야 했습니다.요즘에 잔반 먹이는 돼지는 거의 없습니다. 사육 환경과 도축 시설이 개선되어 돼지가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냉장과 냉동 장치도 예전과 다릅니다. 돼지고기에 잡내가 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아무 마트에나 가서 돼지고기를 사고 소금만 넣어 삶으라고 자신있게 제안할 수 있는 겁니다.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식재료의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입니다. 돼지고기에 잡내라는 단점이 없으면 단점을 극소화하는 조리법도 필요가 없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잡내를 잡는다며 이것저것 넣으면 돼지고기 고유의 육향만 잡을 뿐입니다.요리법은 양념법이 아닙니다. 재료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요리의 처음입니다. 재료에 대한 분별이 없는 상태에서 양념법부터 말하는 것은 집 지을 터도 안 다졌는데 상량식 고사 음식을 언급하며 입맛을 다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그러면 이제부터 돼지고기는 소금만 넣고 삶아야 하느냐 하면, 아닙니다. 돼지고기에 꼭 어울리는 부재료를 찾아야 하겠지요. 다시 말하면, 돼지고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부재료를 찾는 일이 관건입니다. 진짜 요리는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03.09 07:00
뮤직

워킹 애프터 유, '아리랑' 새 버전 부른다

밴드 워킹 애프터 유가 후속곡 활동에 돌입한다. 워킹 애프터 유는 23일 SBS MTV '더쇼'에 출연해 '아리랑'의 새 무대를 선보인다 '아리랑'은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어 끝내 떠난 그대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곡으로 민요 아리랑에 담긴 한과 서정을 녹여 밴드 사운드로 풀어냈다. 특히 이 곡은 워킹 애프터 유가 본인들의 대표곡으로 꼽을 만큼 애정이 각별해 어떤 무대를 보여줄 지 기대감이 모인다. 지난 달 새 앨범 '안녕'을 발매한 워킹 애프터 유는 타이틀곡 'Good bye sad days'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음악방송 외에도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에 출연하며 라이브 실력과 입담을 뽐냈으며 주말에는 클럽 공연을 통해 실시간으로 팬들과 호흡하고 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2022.05.24 08:26
뮤직

워킹 애프터유,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어쿠스틱 버전 라이브

밴드 워킹 애프터 유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다. 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게스트로 워킹 애프터 유가 올랐다. 워킹 애프터 유는 기존의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라이브 연주로 귀호강을 책임질 예정이다. 워킹 애프터 유는 "새로운 곳에 가게 되어서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도 워킹 애프터 유의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연주하고 들려드릴 수 있어서 설레고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Good bye sad days'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꾸준한 클럽 라이브 공연도 펼친다. 20일 오전 7시 방송된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2022.05.19 09:46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