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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강승원 음악감독 “故김민기 형님은 우리들의 영웅…모두가 빚 졌죠”

“그 형(故 김민기)은 가수이기 전에 우리들의 영웅이에요. 우리 모두 형에게 빚지고 살았는데, 아직 갚아드리지 못했는데 가셨네요.”작곡가,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강승원이 고(故) 김민기의 별세에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가수이자 소극장 학전 대표로 30년 넘게 활동한 한국 대중문화예술계의 대부,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지병인 위암으로 지난해부터 투병해 오던 중 병세가 악화돼 가족들 품에서 끝내 눈을 감았다.학전 출신 고(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작곡가이자, 학전이 탄생시킨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음악감독인 강승원은 22일 일간스포츠에 “멍하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리나라 문화계의 한 편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형(김민기)은 가수이기 전에 우리들의 영웅이었다. 우리 모두 그 형에게 빚지고 살았는데, 아직 갚아드리지 못했는데 가셨다”며 김민기의 별세를 애통해했다.김민기는 학전 소극장의 산파이자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킨 연출가이면서 ‘아침이슬’, ‘가을 편지’, ‘꽃 피우는 아이’ 등 대표곡을 남긴 천재 음악가였다. 그의 대표곡들이 70·80년대엔 군부독재에 맞선 민중의 의해 널리 불리며 탄압 받고, 활동이 꽁꽁 묶이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강승원은 “형이 세상에 우리랑 같이 있지 않은 게 너무 아쉽고, 생각 같아서는 암을 이겨내시고 편하게 인생을 즐기셨으면 했는데, 짧지 않은 일생 동안 고생만 하다 돌아가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먹먹해했다. 90년대부터는 연출가로 변신, 1991년 서울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열었다.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에서였다. 그렇게 김민기는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수많은 후배 예술인들을 양성해왔다. 이같은 김민기의 생전 업적에 대해 강승원은 “그 형이 노래 부르고 활동하는 걸 본 사람이 거의 없다. 본인도 자기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불편해하셨던 분”이라며 “학전에서도 사람들을 키우는 역할을 했지, 자신을 앞으로 드러나는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그의 ‘뒷것인생’을 돌아봤다.“뉴스에 ‘가수 김민기 별세’라고 보이는데, 그 형이 가수인가 하고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해요. 우리나라 문화 전반에 걸쳐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 분이기 때문이죠. 가수라고만 칭해지기에는, 서술이 조금 힘든 것 같아요. 가수라기보단 그냥 ‘김민기’고, 우리에게는 고유명사이자 보통명사가 된 분이죠.” 고인의 장례식장은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 3호실에 마련됐으며 조의금과 조화는 받지 않는다. 유족 측은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렸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 진행되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한편 학전은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했으나 재정난 및 김민기의 투병으로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지난 17일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07.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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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아냐, 잠시 떨어질 뿐" 늦은밤 수십명 배웅길에 울컥, '굿바이 오스마르'

‘굿바이 오스마르.’지난 22일 자정을 앞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많은 축구팬이 공항을 찾아 한 선수를 배웅했다. 국가대표 선수도,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꽤 많은 팬이 늦은 밤 공항을 찾았다. FC 서울의 외국인 레전드 오스마르(35·스페인)를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FC 서울은 지난 21일 “2024시즌 팀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위해 오스마르와의 동행을 멈추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2014년부터 9시즌(2018년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임대 제외) 동안 서울의 중원을 책임졌던 오스마르는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서울과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스마르는 10년 동안 서울에서 굵직한 활약을 펼치며 구단의 레전드로 자리 잡았다. 9시즌 동안 통산 344경기 출장 25득점 12도움을 기록한 오스마르는 올 시즌 구단 통산 외국인 최다 출전 기록도 세우며 레전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랬던 오스마르였기에, 서울팬들은 쉽사리 그를 떠나보낼 수 없었다. 오스마르 유니폼을 입은 서울팬들이 늦은 밤 공항을 찾아 오스마르를 배웅했다. 오스마르도 환한 미소로 팬들의 배웅을 받다가도, 팬들 앞에 서서 마지막 소감을 전할 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FC 서울 공식 유튜브가 공개한 오스마르의 배웅길 영상에 따르면, 그는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Thank you, everyone)”라고 반갑게 입을 열었지만, 곧 울컥했는지 등을 돌려 눈물을 삼켰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오스마르는 “죄송하다”라면서 “팬 여러분들과 꼭 인사를 하고 싶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오스마르의 말에 팬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오스마르는 “난 이게 작별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시 떨어질 뿐이다”라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오스마르는 서울팬들이 불러주는 자신의 응원가를 들으며 출국장을 나섰다. 오스마르는 팬들의 영상을 찍어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 계정에 올린 뒤 “(서울과 함께 한) 9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곳에서 은퇴하고 싶었지만, 축구가 우리를 갈라놓았다”라며 아쉬워 했다. 이어 그는 “(팬들이) 믿을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해주셨다. 메시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여정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다”라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진 구단 영상에서 오스마르는 “서울에서 항상 행복했다. 서울에서 만든 좋은 기억을 전부 가져가고 싶다. 난 스페인에서 왔지만 이곳이 편해졌고, 여기서 일하고 경기를 치르면서 어딘가에 정착했다는 걸 느낀다”라면서 “(서울은) 내가 뛰었던 여러 팀 중 하나가 아니라, 여기서 친구를 만들고 가족을 만들었다. 감사하단 말밖에 할 말이 없다”라고 서울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nd... See you soon(곧 다시 봐요). Good bye(안녕)”이라고 말하며 소감을 맺었다. 한편, 오스마르는 지난 7일부터 열린 대한축구협회(KFA) B급 지도자 강습을 마무리 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FC 서울은 “이후 축구 지도자로서 변화의 길에 선수 본인이 원한다면 구단이 최선을 다해 조력할 것임을 전달했다. 향후 오스마르에게 FC서울 ‘레전드’로서 한치의 소홀함 없는 모든 예우를 다 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윤승재 기자 2023.12.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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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스트롯2’ 홍지윤 “소속사에 가처분 신청..‘화밤’도 하차” [인터뷰]

‘미스트롯 2’ 선(善) 가수 홍지윤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이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한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홍지윤은 21일 일간스포츠와 단독인터뷰에서 “지난 7일 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대표 김 씨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면서 “현재 법원이 김 씨의 법무법인에 심문기일 소환장을 발송한 상태”라고 말했다.홍지윤은 소속사와 분쟁이 생긴 데 대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 뿐”이라면서 이와 함께 현재 출연 중인 TV조선 ‘화요일 밤이 좋아’에서도 하차한다고 알렸다. 홍지윤은 “회사문제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행사와 스케줄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분쟁이 해결된 후 팬들에게 좋은 활동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하차를 결심했다”라고 말했다.앞서 지난해 8월 홍지윤 팬카페 매니저 A씨는 홍지윤 소속사 에스피케이엔터테인먼트 대표 김 모 씨가 팬카페 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대표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피해를 봤다며 지난해 10월 A씨를 고소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홍지윤은 당시 SNS에 ‘인면수심’이라는 사자성어를 올리며 “노래만 하고 싶은데 참 마음이 괴롭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홍지윤은 2021년 방영된 ‘미스트롯2’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인기를 모았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04.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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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탄생’ 윤시윤 “교황님 알현 영광… 내가 만나도 될까 부끄럽다”

“교황님을 만난다니 제가 부끄러운 존재 같아요.” 배우 윤시윤이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을 앞두고 설렘과 떨림을 드러냈다. 윤시윤은 오는 16일(한국시간) 바티칸 시국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만난다. 이번 알현은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삶을 그린 영화 ‘탄생’의 교황청 특별시사와 맞물려 성사됐다. 김대건 신부를 연기한 윤시윤을 비롯해 윤경호, 이문식, 신정근, 김광규, 김강우, 송지연, 로빈 데이아나 등 배우들과 박흥식 감독이 현지로 날아간다. 이번처럼 한국 배우들이 교황과 가까이서 만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014년 교황의 방한 당시 천주교 신자인 소프라노 조수미, 가수 인순이, 보아 등이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윤시윤은 9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 통화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간다”며 각오를 전했다. 그는 “배우로서 위대한 영적 인물을 뵙는 게 영광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며 쑥스러워했다. 윤시윤은 교황청 시사회 일정을 받아본 뒤 나날이 무거워지는 책임감을 실감하고 있다. 약 닷새가량의 일정에는 영화 시사, 교황 알현 외에도 교황청 성직자들과의 만남, 만찬 등의 시간표가 빼곡하게 차 있다. 윤시윤은 “단순히 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만 하는 게 아니다. 교황청에서 우리 팀을 존중하며 귀한 손님으로 초대해주셨다. 일정을 보니 내가 함부로 갈 자리가 아니구나 싶다. (방문) 날짜가 다가올수록 부담이다”며 겸손해했다. 윤시윤은 ‘탄생’의 교황청 시사를 앞두고 김대건 신부에 대한 유럽 현지의 관심을 체감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는 한국인 최초의 로마가톨릭 사제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지난해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교황청은 바티칸 뉴 시노드홀에서 한국 영화를 상영키로 한 것이다. 윤시윤은 “김대건 신부의 위대함과 존경하는 선배들이 K콘텐츠를 세계 곳곳에 잘 알려 나를 바티칸까지 가게 해주셨다”고 기뻐했다. 윤시윤은 교황 알현에서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묻자 “‘탄생’은 종교영화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류애를 담고 있다. 영화를 위해 축복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시윤은 바티칸 방문 후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2’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현아 기자 lalalast@edaily.co.kr 2022.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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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KBO 레전드' 로하스 "KBO리그 4년, 매해 성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최근 발표한 KBO리그 40주년 ‘40인 레전드' 중 외국인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와 타이론 우즈 둘뿐이었다. 니퍼트는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최다승(102승) 기록 보유자, 우즈는 1998년 사상 첫 외국인 선수 MVP(최우수선수)로 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비록 '40인 레전드'로 뽑히지 못했지만,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32·현 한신 타이거스)의 커리어는 니퍼트·우즈 못지않다. 네 시즌 동안 누구보다 화려한 기록을 KBO리그 그라운드에 수놓았다. 로하스는 KT 위즈에서 뛴 2020년, 리그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여섯 번째, 외야수로는 사상 처음이었다. 타격 4관왕(홈런·타점·득점·장타율)과 최다안타 2위에 오른 명실상부한 최고 타자로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2020년 12월 일본 프로야구(NPB) 한신과 2년 계약,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로하스는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매우 친숙한 나라였다"고 회상했다. 로하스가 NPB에 진출한 뒤 한신 구단에 공식 문의한 뒤 인터뷰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하스는 2017년 6월 KT와 계약했다. 당시 KT는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를 물색하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뛰는 로하스를 포착했다. 메이저리그(MLB) 경험은 없지만, 그는 여러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이 남달랐다. 이충무 KT 스카우트 팀장은 "야구에 대한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수비할 때도 열심이었다. 치고 달리는 모습도 수준급이었다"며 "한국 야구를 만만하게 보는 외국인 선수들이 꽤 있다. 그럴수록 적응이 늦고,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로하스는 마인드가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KBO리그 첫 10경기 타율이 0.167(36타수 6안타)에 머물렀다. 퇴출당한 모넬의 타율(0.165)과 크게 다르지 않자 "실패작"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의 진가가 발휘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로하스는 KBO리그에서의 4년을 돌아보며 "내가 속한 팀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에서도 (적응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한국 리그가 전반적으로 정말 좋았다"며 "4년 동안 매해 성장한다는 걸 느꼈다. 나뿐만 아니라 팀도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는 로하스와 함께한 4년간 팀 성적(10위→9위→6위→3위)이 꾸준히 향상했다. 로하스는 팀에 만연했던 패배 의식을 지우고 '팀 KT'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는 지난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그가 KBO리그에 남긴 발자취는 꽤 다양하다. 통산 409타점을 기록, 제이 데이비스(591개) 우즈(510개)에 이어 외국인 선수 역대 최다 타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때려낸 홈런 47개는 단일 시즌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 공동 2위(1위 2015년 나바로·48개). 같은 해 역대 35번째로 100타점-100득점의 금자탑을 쌓았다. 스위치 타자로 좌우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여러 경험이 있기 때문에 딱 하나를 꼽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2020년 PS 진출 여부를 두고 (시즌 막판 치열하게) 경기를 치렀던 것과 사이클링 히트, 끝내기 홈런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2018년 5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역대 25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그해 7월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야구인생 첫 번째 끝내기 홈런을 터트린 뒤 포효했다. 로하스가 꼽은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투수'는 김광현(SSG 랜더스)이었다. 김광현 상대 타율이 통산 0.286(7타수 2안타). 눈여겨볼 부문은 홈런이다. 로하스는 SK(현 SSG)전에서 통산 홈런 14개를 때려냈지만, 김광현 상대로는 침묵했다. 로하스는 NPB에서 고전하고 있다. 진출 첫 시즌인 지난해 코로나19로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 번째 시즌인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하스는 "두 리그의 차이를 느꼈다. 한국이 홈런을 노리는 야구라면 일본은 스몰볼이라고 해야 할까, 베이스러닝과 번트를 비롯해 세세한 부분까지 ‘섬세한 야구’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로하스는 지난 8월 월간 타율 0.328(61타수 20안타) 4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400)과 장타율(0.574)을 합한 월간 OPS가 0.974에 이르렀다. 조금씩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일본 잔류, 한국 재도전, 미국 복귀를 비롯한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로하스 야구인생에서 '한국'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쉽지 않은 일본 생활을 무리 없이 해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에서 4년을 지낸 덕분에 일본 문화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며 "한국은 아시아 국가지만 미국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매우 친숙한 나라였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2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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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KBO 역수출' 켈리 "한국行, 내 인생 최고의 결정"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1998년이다. 20년 넘게 제도가 시행되면서 리그를 거쳐 간 선수가 수백명에 이른다.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바늘구멍을 뚫고 '코리안 드림'을 이룬 선수들이 있다. 외국인 선수 사상 첫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한 타이론 우즈, 외국인 투수로는 유일하게 통산 100승 고지를 정복한 더스틴 니퍼트, 역대 첫 40(홈런)-40(도루) 클럽 신기원을 열었던 에릭 테임즈 등이 KBO리그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메릴 켈리(34·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사례다.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없던 마이너리거 켈리는 2014년 12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계약한 뒤 4년을 뛰었다. 통산 성적은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 9승을 기록한 2016년을 제외하면 매년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2018년 한국시리즈(KS)에서도 활약하며 KS 우승에 디딤돌을 놓았다.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구단은 MLB 애리조나였다. 켈리는 2018년 12월 애리조나와 4년 최대 1450만 달러(188억원)에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이듬해 4월 '빅리그 데뷔' 꿈을 이뤘고 올해로 4년째 애리조나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4년은) 그냥 도움이 된 정도가 아니다. 매우 큰 도움이 됐다. 투수는 물론이고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4년이었다"며 "덕분에 내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KBO리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환경과 타자에 대해 배우고, 그걸 적용하는 법을 익혔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가 한국에 온 건 무모한 선택일 수 있었다. SK와 계약할 때 켈리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마이너리그 산하 트리플A(더햄 불스) 소속이었다. 2014년 트리플A 성적이 9승 4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준수했다. 나이(당시 26세)도 젊었다. 빅리그 콜업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그는 한국으로 향했다. 켈리는 "단 한 번도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4년간 한국에서 보낸 기억과 모든 여정을 사랑한다"고 했다. 켈리에 앞서 미국으로 '역수출'한 대표적인 외국인 선수는 테임즈(전 NC 다이노스)다. 2014년부터 NC에서 3년을 뛴 테임즈는 2016시즌이 끝난 뒤 MLB 밀워키 브루어스 구단과 3년 계약을 따내 화제를 일으켰다. 그의 빅리그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켈리는 테임즈와 비교하면 롱런하고 있다. 지난 4월 애리조나와 2년 총액 1800만 달러(233억원)에 재계약하기도 했다. 구단 옵션이 행사되면 2025년까지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켈리는 "KBO리그에서 뛰던 당시 테임즈는 내가 지금까지 본 타자 중 최고 중 하나였다. 그와 함께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내겐 아주 큰 영광"이라며 "(빅리그 롱런 비결은) 딱히 없다. 타자에 대해 계속 공부하면서 더 안정적인 선발 투수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州)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나온 켈리는 "(지난 4월 계약 연장으로) 나와 가족 모두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기회와 믿음을 준 구단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가족이 야구장(체이스필드)에 매일 놀러 와 응원해주는 것도 행복하다"고 전했다. KBO리그에선 매년 리그 적응에 실패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꽤 많이 나온다. 올 시즌만 해도 닉 킹험(전 한화 이글스) 로니 윌리엄스(전 KIA 타이거즈) 등이 짐을 쌌다. 켈리는 "(4년을 뛴 원동력을 돌이켜보면) 적응과 변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했다. 야구를 하는 건 똑같을 수 있어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한국이 매우 다르다. 이런 부분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항상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켈리는 한국에서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라이언킹 이승엽(전 삼성 라이온즈)"이라며 "마지막 시즌까지 정말 굉장한 선수였다. 대단한 레전드의 마지막을 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또한 최형우(KIA) 선수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당연히 KS에서 우승했던 순간이다. 다시 떠올려봐도 여전히 믿을 수 없고 소름 돋는 행복한 기억"이라고 밝혔다. 켈리가 몸담았던 SK 와이번스는 지난 시즌 SSG에 인수됐다. 구단명은 바뀌었지만 선수들은 대부분 켈리와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다. 그리고 SSG는 올 시즌 정규시즌 1위를 유지하며 KS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켈리는 "팀을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당연히 (경기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성적이 좋아 응원하면서도 기분이 좋다"며 "팀 동료들에게 '올 시즌 마지막까지 다 이겨버리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7.0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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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병무청 "석현준 귀화하면 한국 돌아와도 병역의무 못할 가능성 크다"

"아들이 구단의 요구에 따라 프랑스 시민권을 따게 된다고 하더라도 차후에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와 병역의무와 법적 책임을 질 것이다." 최근 프랑스 언론이 석현준(30·트루아)의 프랑스 귀화 추진을 보도하자 석혁준 아버지 석종오 씨가 연합뉴스를 통해 한 말이다. 이어 그는 "아들과 통화를 했는데, 귀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 둘 다 전혀 모르는 일이며 들은 적도 없다. 다만, 아들의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단이 자체적으로 귀화 절차를 알아보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며 "구단이 귀화 절차를 밟자고 요구해오면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과연 그의 말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석현준은 병역법 94조(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일간스포츠는 3일 병무청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병무청 관계자는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즉시 한국 국적은 소멸된다. 병역 의무도 사라지는 거다. 병역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을 회복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국적회복을 위해서라면 법무부장관의 국적회복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청하는 모두에게 국적회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 그중 하나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다. 정석환 병무청장은 지난 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석현준은 병역법상 국외 여행 허가 의무를 위반한 병역 기피자"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그는 "2019년 6월 고발 조치했으며, 외교부에서 여권도 무효화 시켰다. 축구 국가대표까지 지낸 공인으로, 석현준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조속히 귀국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게 도리"라고 강조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무부의 최종 판단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병무청장이 병역 기피자로 정의를 내린 상황에서 국적회복이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백차승의 사례가 비슷하다. 그는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다. 이후 국적회복을 신청했지만 국적회복이 되지 않았다"며 "석현준 사례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석현준도 병역 기피자로 고발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병역법 전문 변호사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그 역시 "프랑스로 귀화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 병역의무를 하겠다는 건 거짓말이다.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하면 국적법상 국적회복이 불가능하다. 본인이 한국으로 돌아와 병역을 이행하고 싶어도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병역기피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적을 회복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누가봐도 병역 기피라고 보인다. 국적회복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귀화한 후에 한국에 돌아온다고 해도 형사 처벌은 피하지 못한다. 병무청 관계자는 "귀화를 하고 한국에 오더라도 처벌은 받는다. 외국인 신분이지만 한국인일 때 고발을 당해서 그렇다. 병역법에 벌금형은 없다. 법원의 판결을 미리 알 수는 없지만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이면 징역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종오 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승준처럼 될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스티브 유(유승준)가 발끈했다. 그는 "어폐가 있는 말이다. (석현준은) 나처럼 어릴 때 이민을 가지도 않았고, 활동할 당시 영주권자도 아니다. '유승준처럼 될 마음이 없다'가 아니라 '유승준처럼 될 수 없다'는게 맞는 표현이다. 한국 국민이 군입대하는 건 당연하다. 비슷하게 끼워 맞추면서 나를 욕받이, 국민 왕따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유의 말이 맞다. 상황 자체가 다르다. 병무청 관계자도 "유승준과 전혀 다른 사례다. 석현준은 한국인으로서 병역 의무 위반으로 형사 고발을 당한 사례다.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자고, 한국으로부터 고발 당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1.05.03 12:14
야구

[단독인터뷰] 양현종 美 에이전트 "FA 선언할 수 있었지만 텍사스에 남았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다. 지난 2월 꿈을 좇아 미국으로 떠난 양현종(33·텍사스)은 수많은 불확실성, 편견과 싸웠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마이너리그 계약. 기대를 모았던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묵묵히 터널을 지나왔고, 지난 27일(한국시간) 꿈에 그리던 MLB에 콜업됐다. 이어 LA 에인절스전 불펜 투수로 등판해 4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실점 하며 데뷔까지 이뤄냈다. 조시 퍼셀은 양현종의 '도전'을 도운 조력자다. 미국 JP Sports 소속 에이전트로 계약을 현지에서 진두지휘했다. 그는 일간스포츠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양현종 계약에 대한 전반적인 얘길 들려줬다. 퍼셀은 "많은 MLB 구단은 양현종이 KBO리그에서 쌓은 커리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양현종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한 이력이 있어서 MLB 구단의 평가 목록에 있었다. MLB 구단들은 그가 오랫동안 쌓은 일관된 경기력을 인정했고,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양현종은 2014년 11월 포스팅으로 MLB 진출을 노렸지만 불발됐다. 원소속팀 KIA로 복귀해 6년을 더 뛰고 마침내 '꿈의 무대'를 밟았다. 지난 2월 텍사스와 한 마이너리그 계약은 변수가 많았다. 1년 최대 185만 달러(21억원·연봉 130만 달러+인센티브 55만 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스플릿 계약(MLB와 마이너리그 신분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계약)이었다. 마이너리그에만 머문다면 연봉이 보장되지 않았다. 퍼셀은 "올해 MLB 오프시즌은 야구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이 컸다. 양현종의 첫째 목표는 MLB 계약을 따내는 것이었다. 스프링캠프 시작 날짜가 다가오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캠프 기간 경쟁 기회가 있는 구단에 가고 싶어했다. 여러 구단의 오퍼를 고려한 뒤 양현종이 텍사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을 좀 더 빨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었을까. 양현종은 30대를 넘긴 나이에 MLB 무대를 노크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개인 성적마저 크게 하락했다. MLB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서 '나이가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퍼셀은 "선수를 평가하는 데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나이도 변수 중 하나인 게 확실하다. 다만 난 양현종이 나이가 많거나 어린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는 KBO리그 커리어 내내 엄청난 일관성을 보여준 엘리트급 선발이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선발 등판을 거르지 않았다. 지난해 MLB는 코로나19로 인해 팀당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러졌다. MLB 선발 투수들이 60~70이닝밖에 던지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해 많은 이닝을 소화한) 양현종은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스프링캠프 내내 치열하게 경쟁했다. 시범경기 5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 평균자책점 5.40(10이닝 6실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등판이었던 3월 30일 밀워키전에서 ⅔이닝 2실점 한 뒤 개막전 엔트리 탈락이 확정됐다. 퍼셀은 "양현종은 필요한 부분을 재빨리 수정했다. 새로운 환경에도 잘 적응했다. 짧은 기간(스프링캠프부터 약 45일)에 이렇게 한다는 것은 외국인 선수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충분히 잘 던졌지만,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계약서에 포함된 내용대로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텍사스에 남기로 결정했다.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을 잘 챙겨주는 구단에 머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올 시즌 텍사스 구단에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4.29 05:30
축구

[단독인터뷰]2005년 우승 MVP 선배가 울산 후배들에게 고하다

2021 시즌 K리그1(1부리그) '슈퍼 빅매치'가 찾아왔다. 2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11라운드가 열린다. 올 시즌 우승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한판. 분위기는 전북쪽으로 기운 상태다.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8승2무)을 달리는 전북과 10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0-3 참패를 당한 울산. 여기에 지난 시즌 3전 전패 수모를 당하는 등 전북에 약한 울산의 악몽까지 더해졌다. 모두가 전북의 우세를 예상하는 이때 울산 선수들을 향해 진심을 담아 고언을 전한 선배가 있다. 2005년 울산의 마지막 K리그 우승의 주역이자 MVP. 이천수(40)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의 목소리. 편지 형식으로 이천수 위원장이 전해왔다. 내가 다른 팀에 있었어도 울산은 가장 가족 같은 팀이야. 울산이 경기에서 지면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아. 지난 수원전이 그랬지. 내가 느끼는 울산은 끈끈하고 멋있는 팀이었어. 울산이라는 도시도 정말 멋져. K리그를 선도하는 클럽이지. 모든 걸 갖춘 팀이야. 나는 지금까지도 울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어. 후배들도 느낄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구나. 전북이랑 붙으면 약한 모습을 보였어. 리그 1위를 하다가도 져서 우승 트로피를 놓치는, 2위 이미지가 생겼지. 이제 이런 이미지를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전북과 비교해 멤버도, 조합도 울산이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 적응에서 전북이 조금 우세할 뿐. 울산에는 레전드 감독님과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있잖아.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전북과 만나면 플레이 자체가 움츠려든다고 느꼈거든. 솔직히 나도 그랬어. 2005년 우승할 당시에도 정말 화려했던 우승후보 성남을 만나면 움츠려들 수 밖에 없었어. 그렇지만 보란듯이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을 잡았어. 그것도 원정에서. 모두가 성남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했지. 무조건 잡겠다는 의욕만 앞세우면 자기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 과거에 졌던 건 잊고,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어.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편안하게 하자고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나. 그랬더니 경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어. 즐기니까 승리도 따라왔어. 너희들은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야. 마음 놓고 운동장에 자신을 풀어놨으면 좋겠어. 준우승에 적응을 해도 안되지만 만년 준우승이라는 말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어. 내가 울산에 처음 온 2002년 준우승을 했어. 유럽으로 떠나기 전 2003년에도 울산은 준우승에 그쳤어. 유럽 돌아온 후 세 번째 도전 만에 우승을 할 수 있었어. 유럽에서 실패하고 돌아왔다고 엄청 욕을 먹을 때야. 솔직히 우승 트로피를 꿈꾸지 못했어. 나를 받아준 울산에 감사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고, 울산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으로 경기에 임했어. 이런 마음가짐이 좋은 경기력으로, 좋은 분위기로 이어진 것 같아. 스스로를 내려놨기에 가능한 일이었어. 만약 우승에 집착했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거야. 이번 전북전에는 부담감을 가지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실력을 보여줘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어. 이번에 승점을 내주면 굉장히 힘들 수 있어. K리그 전체를 위해서라도 전북의 독주보다는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마음 속으로 이길 수 있다고 응원하고 있어. 울산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명가의 명맥을 이어줬으면 좋겠어. 수원전과 같은 모습으로 전북 만나면 큰일난다. 1골 차 싸움 이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즐기고 놀아.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1.04.21 05:01
축구

[단독인터뷰]오스마르 "신은 나에게 메시의 능력을 주지 않았다"

FC 서울의 '상징적 외국인' 오스마르(33·스페인). 그는 '모범생'으로 유명하다. 철저한 프로의식과 자기관리, 그리고 훈련과 경기에 나서는 자세까지 한국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2014년 서울로 이적해 임대(2018년 일본 세레소 오사카)된 기간을 제외하고 그가 7시즌 동안 서울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이유다. 2016시즌 그는 서울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주장으로 선정됐다.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웠는지 알 수 있는 점이다. 올 시즌에도 그는 서울이 치른 6경기에 모두 나서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서울은 4승2패를 기록하며 K리그 2위에 올라있다. 3경기 연속골을 넣은 기성용은 "오스마르가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서울의 봄'이 찾아온 듯 따뜻했던 3월 말. A매치 휴식기에 서울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오스마르를 만났다. 한국인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서울이 달라진 비결, 그리고 기성용의 연속골까지 오스마르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서울이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해에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답을 찾지 못했다. 올해는 경기력부터 달라졌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다." -왜 작년에는 답을 찾지 못했는가. "반복된 코칭스태프의 변화(감독 교체) 등 선수들이 손 쓸 수 없는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 작년에도 나를 포함해 박주영, 고요한 등 베테랑 선수들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해내지 못했다." -박진섭 감독은 어떤 지도자인가. "굉장히 똑똑한 분이라고 느꼈다. 선수들이 팀에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느끼게 해준다. 특히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서 소통한다. 포지션에 불편함이 있는지 항상 물어본다. 아주 디테일하게 체크한다. 최적의 포지션에 잘 녹아들 수 있게 도와준다. 문제가 있다면 질책보다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기성용은 어떤 선수인가. "빅네임이다. 지능적인 선수다. 다른 관점으로 축구를 볼 수 있는 선수다. 빅리그에서 오래 뛰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오면 마음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기성용은 달랐다. 팀에 최대한 많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고, 모두의 귀감이 되는 선수다." -기성용이 고마움을 표현했다. "나를 믿어주는 것 같아서 듣기 좋았다. 난 빌드업부터 미드필더, 그리고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것까지 여러 역할을 부여받은 적이 있다. 솔직히 압박감이 있었다. 기성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그 마음을 잘 알기에 기성용이 더 자유롭게 플레이하도록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서로 좋은 콤비가 된 것 같다. 나 역시 기성용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 -훈련 때 누구보다 엄격하다던데. "축구는 내 직업이다. 일할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훈련 때도 진중해야 한다. 장난치고, 웃고, 떠든다고 해서 소통하는 건 아니다. 훈련 자세와 태도로 존중받는 것이다. 장난과 진중함, 나는 두 가지를 한 번에 하지 못한다. 훈련장에서 경쟁력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신은 나에게 리오넬 메시의 능력을 주지 않았다. 그런 위대한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경기력과 가치는 떨어진다." -오스마르의 리더십이란. "리더십은 내가 하는 일에서 나온다.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이곳에 온 게 아니다. 축구를 하기 위해 왔다. 서울에서 7년을 보냈다.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과정이 있으니 팀 동료들이 존중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베테랑을 (무조건) 따르라고 젊은 선수들에게 말할 수 없다. 몸소 보여주는 방법뿐이다." -서울 출신 선배들의 영향도 받았다고 들었다. "데얀, 몰리나, 차두리 등은 특별한 선수들이었다.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는 리더였다. 그들과 유대감이 깊었다. 나 역시 그들에게 많이 배웠다. 다들 보고 싶다." -서울의 우승이 가능할까. "당연히 우승을 바라지만, 조심스럽다. 최근 3년 동안 서울은 좋지 않았다. 올 시즌 변화가 일어났다. 조금씩 더 발전하면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 걸음씩 천천히 가다 보면 마지막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내게 서울은 전부다. 나의 집이다. 아직도 홈 경기 시작 전에 소름이 돋는다. 돈을 벌려고 오래 있지 않았다. 마음으로 서울을 대하고 있다. 요즘 한 팀에서 외국인이 오랫동안 활약하기 힘들다.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에게는 팀 플레이어로 기억되고 싶다. 동료들이 훗날 '오스마르와 경기 뛸 때 엄청난 도움을 받았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다." 구리=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2021.04.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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