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탄핵 초읽기’ 서병문 배구협회장, 지원금으로 대의원 회유 시도
'탄핵' 위기에 놓인 서병문(72) 대한배구협회장이 '대의원 회유'에 나섰다. 서 회장은 지난 21일 지역 협회·연맹 회장단에 이메일 한 통을 발송했다. 이들 회장단은 대한배구협회 대의원을 맡고 있으며, 곧 대의원 총회에서 서 회장을 포함한 집행부 불신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고 운을 뗀 서 회장은 이 이메일 통신에서 "시도회원단체 및 전국 규모 연맹체와 소통 부재로 인한 많은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게 하게 돼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특히 배구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시도지부, 산하 연맹 회장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배구 발전을 위해 협회장으로 행정·재정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서 회장이 난데없이 편지를 보낸 건 자신을 포함한 현 집행부 전원에 대한 불신임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9일에는 배구협회 임시대의원 총회가 열린다. 총회에서는 '2016년 예산집행내역 알림'과 '회장 및 임원 전체에 대한 불신임 안건' '고 김갑제 감독 사망 사건' '협회 간부 자녀 대학 부정 입학 및 장남 국가대표 단장 선임 여부'에 관한 건' 등 4개 안건이 논의된다. '회장 및 임원 전체에 대한 불신임 안건'이 임시 총회 개최의 핵심이다. 대의원의 3분의 2(16명)가 임원진 불신임 안건에 찬성하면 서병문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협회 대의원을 맡고 있는 지역 협회·연맹 회장단은 "서병문 회장이 선거 공약으로 약속한 '인적 쇄신'과 '재정 건전·투명성 확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0월과 12월 협회에 두 차례 임시대의원 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그러나 배구협회는 "대의원 총회 개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며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회장단은 이달 16일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임시 대의원 총회 개최 요청' 공문을 제출했다. 협회 정관 제8조 3항에 따르면 협회장이 15일 이내 정당한 사유 없이 총회를 소집하지 않는다면, 소집을 요구한 대의원이 체육회의 승인을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2일 "사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임시 대의원 총회 개최를 승인하고, 이를 통보한다"고 밝혔다. 서병문 회장은 '탄핵' 위기에 놓이자 "당면 현안 문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안 세 가지는 ▷ 시도지부 행정지원금 22일 지급 ▷ 배구 원로 대회 참가 여비 지급 ▷ 심판 수당 현실화다. 서 회장은 또 "3년 만에 그랑프리여자배구대회에 복귀했고, 내년 7월 국내에서 대회를 개최한다. 남자 월드리그는 내년 6월 서울 개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서 회장이 언급한 세 가지 현안은 그 자신이 독단적으로 폐지를 결정한 내용이다. 한 지역 협회장은 "서병문 회장은 대의원들과 상의 없이 시도지부 행정지원금을 없애 버렸고, 심판 수당은 7만원에서 4만원으로 줄였다. 배구 원로에 대한 대우 방침 역시 폐지했다. 자기 마음대로 폐지하고, 탄핵 위기에 놓이자 다시 원위치시키려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월드리그 개최와 그랑프리 복귀도 서병문 회장과 큰 관련이 없다. KOVO 관계자는 "월드리그는 매년 개최지를 섭외하지만 작년에도 서울에서 개최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개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그랑프리 복귀는 작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서병문 회장 거취와 무관하게 응당해야 하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유병민 기자
2016.12.2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