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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세계 최초' 부자 MVP, 이정후 시대 열렸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데뷔 6년 만에 한국야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이정후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기존 점수제에서 다득표제로 바뀐 투표 방식에서 총 유효 투표수 107표 중 104표를 얻어 데뷔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정후는 정규시즌 출전한 142경기에서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를 기록했다. 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 5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0년 7관왕에 오른 이대호(은퇴) 이후 12년 만에 타격 5관왕에 오른 타자가 됐다. 독보적인 성적을 앞세워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율(97.2%)을 기록했다. 지난 3년(2019~2021) 내내 외국인 선수(조쉬 린드블럼·멜 로하스 주니어·아리엘 미란다)가 리그 MVP를 차지했다. 이정후는 국내 선수 자존심도 지켰다. 신인 1차 지명을 받고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데뷔 첫해(2017)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신인 선수 최다 안타(179개)와 최다 득점(111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특히 콘택트 능력은 역대급이었다. 데뷔 3년 차였던 2019년, '국민 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최연소 통산 500안타를 기록했다. 그해 193안타를 치며 이 부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이정후는 타율 0.360을 기록하며 타격왕을 차지했다. 지난 7월 28일 KT 위즈전에선 747경기 만에 통산 1000번째 안타를 쌓아 아버지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이 갖고 있던 최소 경기(779경기) 1000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도 타격 1위에 오른 그는 고(故) 장효조, 이정훈(현 두산 2군 감독) 이대호에 이어 역대 4번째로 타격왕 2연패를 해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개막 전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키움은 무결점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의 활약 덕분에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KBO리그를 넘어 세계 야구 최초로 '부자(父子) MVP'가 탄생했다. 이종범은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타율(0.393) 안타(196개) 도루(84개) 출루율(0.452) 1위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당시 공식 시상 기록이 아니었던 득점(113개)을 포함하면 이종범도 이정후처럼 5관왕을 해냈다. 부자 모두 만 스물네 살에 리그를 평정한 점도 같다. 주로 1번 타자로 나선 이종범은 득점, 3번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타점을 많이 생산했다. 이 기록도 나란히 113개였다. 이종범이 아직도 깨지지 않은 단일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세웠다면, 이정후는 아버지보다 많은 장타를 때려냈다. 부자 동반 MVP 수상은 대를 이어 야구를 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가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2004년 아메리칸리그(AL) MVP를 차지한 게레로 시니어에 이어 부자 MVP에 도전했지만, 투·타 겸업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에 밀리고 말았다. 이종범·정후 부자는 지난해 부자 타격왕에 이어 MVP까지 등극하며 세계 야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종범도 아들 덕분에 선수 시절 화려한 이력이 재조명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선 최근 이종범의 딸과 결혼 소식을 전한 고우석(LG)이 세이브 부문 타이틀(42개)을 수상했다. '이씨 가문'의 날이었다. 이정후는 "5년 전 신인상을 받았을 때 MVP를 수상한 선배님(양현종)을 보면서 '나도 저 상을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를 이뤄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5관왕에 오른 쾌거에 대해서는 "2년 연속 타격왕은 욕심이 났다. 다른 4개 부문은 뛰어난 팀원들 덕분에 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데뷔 6년 만에 이종범처럼 MVP를 받은 이정후는 "지금껏 아버지(이종범)의 아들로 살아온 게 사실이다. 아버지를 뛰어넘기 위해 야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빨리 아버지 이름을 지우고 싶었다. 지난해 타격왕에 오른 뒤 'MVP를 타거나 해외에 진출하면 (아버지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걸)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야구 인생은 내 이름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내 야구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시고 친구처럼 좋은 말씀을 해주신 아버지 덕분에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정후는 이날 트로피 5개를 수집하며 받은 상금 총 2500만원(MVP 1000만원·타자 타이틀 각 300만원)을 전액 기부 예정이다. 그는 "부모님이 먼저 권해주셨다. 기부금은 청소년 자립을 위해 쓰인다고 알고 있다. 나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전까지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 다 돌려드려야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정후의 어머니 정연희 씨는 "이제는 내가 정후에게 많이 기댄다. 정후가 (고우석과 딸의) 결혼을 빨리 시키라고 재촉했다. (사위 고우석과) 형제 같은 관계가 아닐까 싶다. 세 사람(이종범·이정후·고우석)이 야구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사위는 의젓하고 생각도 깊은데, 아들은 좀 이따 (결혼을) 보내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안희수 기자 2022.11.17 16:42
야구

MVP 로하스, 우즈·테임즈와 어깨 나란히

멜 로하스 주니어(30·KT)가 2020년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다. 로하스는 3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0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각 지역 언론사 취재기자 112명이 행사한 투표(만점 896점)에서 로하스는 653점을 획득, 2위 양의지(NC·374점)를 제쳤다. 이로써 로하스는 투수를 포함해 역대 6번째, 타자로는 3번째로 MVP를 차지한 외국인 선수가 됐다. KT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MVP를 배출했다. 미국으로 떠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로하스는 "이강철 감독님과 코치, 동료, 프런트의 지원 덕분에 타격 4관왕과 MVP를 수상할 수 있었다"는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로하스는 2020 정규시즌 출전한 142경기에서 타율 0.349·47홈런·135타점·116득점·출루율 0.417·장타율 0.680을 기록했다. 홈런·타점·득점·장타율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최다 안타 2위, 타율과 출루율은 3위에 올랐다. 양의지가 NC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공로를 앞세워 MVP에 도전했지만, 로하스가 이겼다. 로하스는 2017년 6월,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없었고, 마이너리그 기록(837경기 타율 0.258)도 저조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그는 KBO리그 데뷔 첫 10경기 타율도 0.167에 그쳤다. 미국으로 날아가 로하스 영입을 주도한 이충무 KT 운영 차장은 "로하스의 빠른 공 대처는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봤다. 하체를 잘 활용하는 타격도 인상적이었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은 타자였다"고 돌아봤다. 로하스는 7월 이후 출전한 68경기에서 타율 0.305·17홈런·장타율 0.596를 기록했다. 2018 정규시즌에서는 43홈런을 치며 이 부분 공동 2위에 올랐다. 로하스는 야구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친 멜 로하스 시니어는 MLB 통산 525경기에 등판, 126세이브를 기록한 투수였다. 사촌 모이세스 알루는 현역 시절, 올스타만 6번 선정된 스타 플레이어다. 로하스의 시선도 항상 MLB를 향했다. 2018시즌 종료 뒤 KT가 재계약 제안을 했을 때도 고민했다. 그러나 MLB 구단의 계약 조건은 성에 차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기량을 더 갈고닦기로 결심했다. 2019시즌 대비 애리조나(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KBO리그에서 최고 선수가 된다면 더 좋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KBO리그에서 더 성장했다. 스위치 히터인 로하스는 우타석에 들어서면 위압감이 떨어졌다. KBO리그 데뷔 직전, 귀넷 브레이브스(애틀란타 산하 트리플A) 소속으로 뛴 마이너리그에서도 우타석 타율이 0.248에 그쳤다. KBO리그에서 뛴 2017~18시즌에도 좌타석(타율 0.308)보다 우타석(타율 0.276) 기록이 저조했다. 그는 타격 자세와 메커니즘에 변화를 주며 좌투수 상대 변화구 대응력을 키워갔다. 올해는 우타석에서 타율 0.379·13홈런을 기록했다. 벌크업 여파로 움직임이 둔해지자, 올 시즌을 앞두고 체질 개선에 힘을 썼다. 유연성을 키운 덕분에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할 수 있었고, 더 민첩한 외야 수비도 보여줬다. 지금까지 MVP를 수상한 외국인 타자는 타이론 우즈(1998년·OB 소속)와 에릭 테임즈(2015년·NC 소속)뿐이었다. 우즈는 외국인 선수 제도 원년(1998년) 42홈런을 터뜨렸다. '국민 타자' 이승엽과 홈런왕 경쟁을 펼치며 리그를 달궜다. 테임즈는 2016년에는 역대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로하스가 두 타자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인정받으며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계보를 이었다. 이제 관심은 로하스의 거취에 쏠린다. MLB와 일본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나온다. 지난해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한 조쉬 린드블럼도 KBO리그에서 향상된 기량을 인정받고 밀워키와 계약했다. 테임즈도 마찬가지였다. 로하스는 MVP 수상 뒤 "내년에도 KT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며 잔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최우수신인선수(신인상)는 KT 소형준(19)이 차지했다. 560점 만점에 511점을 획득했다. 소형준은 2020 정규시즌에서 13승6패·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10승 이상 올린 고졸 신인 투수가 됐다. KT는 2018년 야수 강백호에 이어 두 번째로 신인왕을 배출했다. 소형준은 "단 한 번뿐인 상을 받아서 영광이다. 이강철 감독님과 선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안희수 기자 2020.11.30 16:42
야구

너무 잘 해서 내년에 못 볼 것 같은 외국인 선수는 누구?

때로는 너무 잘해도 문제다. KBO리그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 소속팀이 재계약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해외 구단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올해 프로야구 최고 타자는 KT 위즈의 멜 로하스 주니어(30·도미니카 공화국)다. 한국에서 4년째 뛴 로하스는 홈런(47개), 타점(135개), 득점(116개), 장타율(0.680) 등에서 4관왕이다. 최다안타(192개)는 2위, 타율(0.349)과 출루율(0.417)은 각각 3위다. 소속팀 KT는 로하스 활약을 앞세워 정규시즌 2위에 올랐고,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로하스는 NC 다이노스를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 양의지와 함께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내년에도 로하스가 KT 유니폼을 입을지는 확실치 않다. 당연히 KT는 재계약하고 싶다. 그런데 해외 구단들이 로하스에 관심을 보인다. 올해 KBO리그를 중계한 ESPN은 'MLB 진출 가능성이 큰 선수'로 김하성(키움 히어로즈), 나성범(NC), 강백호(KT) 등 국내 선수 3명과 로하스, 라울 알칸타라(28·두산 베어스)를 꼽았다. 로하스는 미국에서 빅리그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2010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했고.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가 2017년 한국에 왔다. 2018년 40홈런을 친 로하스는 미국 행을 타진했지만 여의치 않아 KT와 재계약했다. 외야수인 데다 스위치히터라는 강점도 있다. 로하스는 메이저리거를 여럿 배출한 야구 명문가 출신이다. 아버지인 멜 로하스 시니어는 1990년대 활약한 투수다. 1996년엔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마무리로 36세이브를 올렸다. 시니어의 숙부이자 로하스의 종조부인 펠리페 알루는 1960년대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고, 감독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펠리페의 아들 모이제스 알루도 빅리그 통산 332홈런을 쳤다. 펠리페가 이끄는 몬트리올에서 아들 모이제스와 조카 멜이 함께 뛴 적도 있다. 로하스도 빅리그 진출을 꿈꾼다. 게다가 로하스를 영입 리스트에 올린 일본 팀도 있다. KT는 로하스를 무조건 잡는다는 방침이다. 재계약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낸다. '코리안 드림'을 이룬 에릭 테임즈와 달리, 로하스에 대해 미국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ESPN이 언급한 대로 알칸타라가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KT에서 11승을 거둔 알칸타라는 올해 두산 유니폼을 입고 20승(2패)을 올렸다. 다승과 승률(0.909) 등 2관왕이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지난해보다 향상됐고, 고속 슬라이더 비율을 높인 게 주효했다. 연봉 총액이 70만 달러(약 8억원)로 높지 않았는데, 몸값 이상 활약했다. 미국과 일본 모두 알칸타라를 주시한다. 특히 일본 쪽에서 적극적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 일정이 취소됐다. 한국과 일본의 해외 담당 스카우트가 선수를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눈여겨봤다. 두산은 알칸타라 재계약을 고려지만, 미국 시장 상황도 지켜보고 있다. MLB 구단도 코로나 여파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선수단 규모를 줄이는 상황이다. 전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해외 리그에 관심을 보인다.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 모두 재계약 대상이지만, 대체선수도 물색해뒀다. 올 시즌 롯데는 외국인 선수 활약으로 재미를 봤다. 댄 스트레일리(32·미국)는 탈삼진왕에 올랐고, 유격수 딕슨 마차도는 공수에서 제 몫을 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애드리언 샘슨도 후반기엔 나쁘지 않았다. 셋 다 재계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난항이 예상되는 선수는 스트레일리다. 스트레일리는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활약했다. 지난달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소셜 미디어에 "롯데 자이언츠에서의 경험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저를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글로 인사를 전했다. 그도 한국 생활에 만족했고, 롯데 구단도 재계약 의사가 있다. 스트레일리 역시 MLB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다. 스트레일리는 지난해까지 빅리그에서 꾸준히 뛰며 통산 44승을 거뒀다. 무릎 수술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롯데행을 결정했다. 스트레일리는 31경기에 나와 194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몸 상태가 좋다는 걸 증명했다. 메릴 켈리, 조쉬 린드블럼, 김광현 등의 성공으로 KBO리그 출신 투수에 대한 평가도 좋다. 선택은 스트레일리 손에 달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0.11.02 16:07
야구

[IS 비하인드] 어메이징 로하스, 어떻게 KT 유니폼을 입었나

2017년 5월 20일 KT는 '결단'을 내렸다. KBO리그 적응에 실패한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을 퇴출했다. 정규시즌을 3분의 1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9위까지 떨어진 성적을 고려하면 하루라도 빨리 대체 선수를 데려와야 했다. 외국인 스카우트를 담당하는 이충무 운영팀 차장과 미국 현지 코디네이터 데이브 디프레이타스가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했다. 수십 명의 선수 중 최종 후보군을 5명으로 압축, 협상을 시작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30)도 최종 후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우선 영입 대상은 아니었다. 이충무 차장은 "기록만 보면 영입 대상으로 보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애틀랜타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그윈넷)에 있던 로하스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59, 6홈런, 31타점이었다. 출루율(0.318)과 장타율(0.406) 모두 낮았다. 정확도가 뛰어나지도, 펀치력이 강력하지도 않았다. '데이터'를 봤을 때 매력이 크지 않았다. KBO리그의 다른 구단들이 그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래도 KT 구단은 디프레이타스의 추천으로 로하스를 최종 후보군에 넣었다. 그리고 이충무 차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그의 기량을 체크했다. 현장에서 직접 본 로하스에게는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장점이 꽤 많았다고 한다. 이충무 차장은 "경기 전 훈련할 때부터 집중적으로 체크했다. 빠른 공 대처가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투수들의 구속이 떨어지는 KBO리그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준이었다. 상체만으로 스윙하는 게 아니라 하체를 잘 활용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변화구 대처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수비할 때도 열심이었다. 치고 달리는 모습이 수준급이었다"고 했다. 마이너리그 성적이 저조했던 건 메이저리그(MLB) 콜업이 늦어져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최종 후보군 5명 중 3~4순위였던 로하스에 대한 평가가 뒤집혔다. 관건은 계약 성사 여부였다. 로하스는 KT의 제안을 한 번에 수락하지 않았다. MLB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84번으로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았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마무리 투수 출신 에디슨 리드(전체 95번), 올 시즌 필라델피아 주전 포수인 J.T 리얼무토(전체 104번)보다 지명 순번이 더 빨랐다. 마이너리그 최고 레벨인 트리플A에서 MLB 데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충무 차장은 로하스의 에이전트를 계속 설득했다. 로하스의 아버지 멜 로하스 시니어도 "한국에서 잘하면 미국에 다시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로하스 시니어는 MLB 통산 126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투수 출신이다. 일주일의 장고 끝에 로하스는 KT의 손을 잡았다. 출발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2017년 6월 13일 포항 삼성전에 대타로 출전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첫 10경기 타율이 0.167(36타수 6안타). 퇴출당한 모넬의 타율 0.165와 비슷했다. "왜 이런 타자를 데려왔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로하스는 이충무 차장에게 "열흘만 시간을 달라.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6월 24일 인천 SK전을 기점으로 타격감이 올라가더니 2017시즌을 타율 0.301, 18홈런, 56타점으로 마쳤다. 로하스는 4년째 KT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압도적이다. 26일까지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4, 31홈런, 84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타점, 장타율(0.696), OPS(1.105)를 비롯한 공격 대부분의 지표에서 1위다. 정규시즌 MVP 유력주자라는 말이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이충무 차장은 삼성에 있을 때 릭 벤덴헐크(현 소프트뱅크)를 KBO리그에 데려오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로하스는 특별한 존재다. 이충무 차장은 "한국 야구를 만만하게 보는 외국인 선수들이 꽤 있다. 그럴수록 적응이 늦고,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며 "로하스는 팀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잘 준비한다. 장타를 더 때려려고 몸집이 커진 적도 있었는데, 팀에서 외야 수비 능력을 요구하자 몸을 다시 슬림하게 만들었다. 마인드가 정말 좋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트리플A에서 평가했던 모습 그대로 KBO리그에 녹아들었다. 외국인 선수는 단기간에 성적을 내지 않으면 퇴출 위기에 몰린다.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로하스도 마찬가지였다. KT는 그걸 이해하고 기다렸다. 이충무 차장은 "몇 경기 못 했다고 외국인 선수를 비난하기보다,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로하스가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8.28 06:01
야구

장수 외인 타자 부진하지만…굳건한 KT 로하스

프로야구 KBO리그 4년 차 멜 로하스 주니어(30·KT 위즈)는 현재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롱런을 한다는 건 기량이 꾸준하다는 얘기다. 올해도 기세가 무섭다. 로하스는 지난 2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9회 솔로포를 날렸다. 시즌 17호 홈런이다. 어느새 홈런왕 경쟁에서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2위 나성범(NC 다이노스)과 로베르토 라모스(LG 트윈스·이상 13개)에 4개 차로 앞서간다. 타율 0.370(4위), 45타점(1위), 40득점(1위), 장타율 0.714(1위)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팀은 8위로 하위권으로 처져있지만, 로하스만큼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특히 스위치 홈런 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로하스는 지난달 23일 서울 잠실 LG전에서 좌완 차우찬을 상대로 우타석에서 홈런을 때렸다. 이어 우완 송은범을 상대로는 좌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렸다. 한 경기의 좌우 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터뜨린 것은 KBO리그 역대 8호다. 로하스가 원하는 기록은 홈런왕도, 타점왕도, 아니다. 그는 "한 경기의 좌우타석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타자는 한국에서 뛰면 뛸수록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 투수에게 타격 스타일을 간파당하기 때문이다. KBO리그 4년 차인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은 2년 차였던 2018년 타율 0.316·43타점·107타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타율은 0.262다. 2018년 KBO리그 무대에 온 제라드 호잉(한화)은 타율 0.306·30홈런·110타점으로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타율 0.194·4홈런·14타점으로 부진해 결국 교체됐다. 그런데 로하스는 2017년 대체 외인으로 KT에 합류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과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는 가장 뛰어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날씨가 다소 쌀쌀한 시즌 초반 헤맸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막이 따뜻한 5월에 이뤄지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게 됐다. 그는 "날씨가 추우면 방망이를 잡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늦게 개막한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야구 금수저 출신이다. 아버지인 멜 로하스 시니어가 메이저리그 투수였다. 1996년에는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의 마무리 투수로서 36세이브를 거뒀다. 그런 아버지의 뒤를 따라 2018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고도 했다. 그해 KT 선수 최초로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팀 성적이 저조해서인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해 KBO리그에 아쉬운 마음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하스는 고민 끝에 한국에 남았고 역대 최고 외인 타자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06.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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