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포커스] 변호사가 본 키움 구단의 문제, "이례적인 경영"
프로야구 내부 사정에 밝은 변호사 A 씨는 키움 히어로즈 사태와 관련해 "이례적인 경영"이라고 말했다. 키움 구단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내홍에 휩싸였다. 지난달 30일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팀을 KS로 이끈 장정석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문제가 더 퍼졌다. 이장석 전 대표와 허민 이사회 의장을 둘러싼 관계도 의문투성이다. 허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11월 히어로즈 구단이 KBO로부터 구단 운영과 관련한 '경영 및 운영관리 개선안'을 요구받은 뒤 외부에서 영입한 사외이사다. 그러나 단순한 사외이사 역할을 넘었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변호사 A 씨는 "이사회 의장인 허민 씨가 이사회를 장악한 뒤 신주 발행을 통해 지배 구조를 바꿀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이장석 전 대표가 히어로즈의 대주주지만 영구 제명이 된 상태여서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 히어로즈의 정관이 어떻게 된 지 확인해봐야 하지만 신주 발행을 해 새로운 자본을 유입한 뒤 홍성은 레이니어 회장과의 분쟁도 다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장석 전 대표는 홍성은 회장과 지분 싸움 중이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이 전 대표는 창단가입금 120억 원을 낼 수 없는 처지에 몰리자 홍 회장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 20억 원을 지원받았다. 구단 지분을 총 40% 양도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이후 이 부분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송사에 휘말렸다. 이와 별개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아 이미 복역 중이다. 리베이트 명목으로 사용할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장부를 조작해 회사 자금을 빼돌렸고, 유흥주점 인수자금으로 2억 원을 빌려주는 등 회삿돈을 개인 자금처럼 사용한 게 문제였다. KBO는 지난해 11월 영구 실격 징계를 결정했다. A 씨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외이사로 초빙한 사람(허민)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리그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대표이사(박준상→하송, 허민 의 최측근)를 바꿨는데 대표이사는 회사 집행권이 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장석 전 대표가 허민 씨에게 맡긴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실제로 매매는 없었지만, 지분을 매매하기로 한 약정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일종의 '밀약 관계'일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셈이다. 그는 이어 "야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감독 선임인데 그건 이사회 의장이 관여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여야 한다는 점이다. 집행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는 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 아닌가. 다른 대주주와 모종의 약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KBO도 논란을 키웠다.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해 뒷돈 트레이드 논란을 비롯해 이장석 전 대표가 연루된 문제가 적지 않았다. A 씨는 "이 문제는 KBO가 풀었어야 했다. 트레이드 뒷돈 거래로 문제가 확인됐을 때 재정 문제를 가지고 회원 퇴출을 시키고 빨리 새로운 회원을 도입했어야 했다. 기회를 놓쳤다"며 "이장석 전 대표의 문제를 가지고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느냐는 애매한 문제다. 다만 옥중 경영을 통해 구단 자금이 유출되거나 다른 용도로 쓰였다면 재정 문제를 이유로 회원 자격 박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KBO는 법적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히어로즈에 시간만 벌어줬고, 히어로즈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스폰서 키움증권을 내세웠다. 히어로즈는 이 즈음 대대적으로 언론에 키움증권 스폰서 영입을 재빠르게 발표하며 KBO 뒷통수를 친 바 있다. 그는 이어 "키움의 지배 구조를 봤을 때 이례적인 경영이다. 이사회 의장은 안건 상정이나 이사회 소집 그리고 의결할 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측근을 대표 이사로 선임하고 감사위원회를 운영해 임원을 조사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권한은 결국 지분인데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으로 올 때) 권한을 담보할 수 있는 거래가 있지 않나 그런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의구심을 품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19.11.0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