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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틱은 추모의 상징 ‘포피’를 왜 거부할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11월 11일은 영국의 현충일인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였다. 이날 저녁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는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페스티벌 오브 리멤브런스’가 열렸다. 찰스 3세, 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 왕실 인사와 리시 수낵 총리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이 참석한 이 국가적인 행사를 BBC가 생중계했다. 특히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은 한국전쟁의 전사자들을 가장 먼저 추모했다. 또한 한국전의 참전용사이자 영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2019년 우승한 콜린 새커리(93세)가 아리랑을 한국어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영국은 1921년부터 참전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포피를 다는 전통이 생겼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포피는 규모가 커져 현재는 세계대전 이후 영국군이 참전한 모든 전투에서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포피를 둘러싼 갈등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를 구성하는 브리튼 바로 옆에는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12세기부터 무려 700여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는 1922년에 독립,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총 32개 카운티 중 26개만 독립에 성공했다. 17세기 초 북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남부에서 이주한 신교도가 많은 아일랜드 북쪽에 위치한 얼스터 지방의 6개 카운티는 지금도 영국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가 바로 북아일랜드다.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영향을 받은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간의 갈등이 뿌리 깊은 지역이다. 가톨릭교도는 아일랜드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공화주의자들로, 남북이 합쳐진 통일 아일랜드를 꿈꾼다. 그에 반해 신교도들은 자신을 영국인(British)과 연합주의자(unionist)로 인식한다. 영국 왕에 충성하는 이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UK)에 남기를 희망한다.1960년대 말부터 1998년까지 이들이 벌인 갈등을 ‘The Troubles(북아일랜드 분쟁)’이라고 부른다. 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목표로 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왕당파의 군사조직인 얼스터 의용군과 영국 정부군 등이 분쟁에 참여했다. 분쟁은 주로 북아일랜드와 수도인 벨파스트에서 벌어졌으나, 잉글랜드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된 적도 있다. 특히 필자가 학부 공부를 하던 1990년대에는 IRA가 런던에서 폭탄 테러를 종종 일으켰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해야 하는데, 테러로 인해 지하철역이 폐쇄되어 지각한 적도 있었다. 당시 필자가 사과와 함께 IRA 핑계를 대니,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이 모두 너그럽게 이해해 준 기억도 난다.분쟁 기간 중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의 데리(Derry)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이 특히 유명하다. 영국 공수부대원의 일부가 시위 중이던 비무장 가톨릭교도를 항해 사격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14명이 사망했고 십수 명이 다쳤다. 이 사건 이후 북아일랜드 분쟁은 더욱더 격화된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멤버 4명은 모두 아일랜드 혈통을 갖고 있는데, 이 중 특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각각 이 사건을 다룬 노래를 발표해 분노를 표출했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며 북아일랜드 분쟁은 종결됐지만, 30여 년에 걸친 무력 충돌의 결과로 3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선덜랜드, 위건, 웨스트 브로미치 등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제임스 맥클린은 피의 일요일 사건이 벌어진 북아일랜드의 데리 출신이다. 맥클린은 “포피가 단순히 1, 2차 대전 희생자들에 관한 것이라면 (포피 셔츠를) 매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피는 영국군이 관여해온 모든 갈등에 관한 것”이라며 포피 셔츠 착용을 거부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분쟁에 참여한 영국군을 지지할 수 없다는 아일랜드인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일부 영국인들은 맥클린의 이러한 소신을 지지했다. 하지만 포피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는 상대팀 서포터스뿐만 아니라 일부 홈 팬들로부터도 오랫동안 야유를 받았다. 심지어 맥클린은 살해 위협을 받은 적도 있다.리멤버런스 데이 행사는 북아일랜드에서도 매년 열리지만, 현재도 대부분의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와 공화당원은 추모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편 아일랜드 공화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아일랜드인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7월 자체적인 국가 기념일을 가진다. 영국의 주요 축구팀 중 유일하게 포피 셔츠를 거부하는 클럽이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이다. 아일랜드의 가톨릭 유산을 바탕으로 설립된 셀틱은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존중하지만,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립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맥클린과 달리 포피 착용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아일랜드 출신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북아일랜드 출신의 마틴 오닐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일랜드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로이 킨이다. 특히 킨은 지도자에서 물러난 후 스카이 스포츠 방송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포피를 꾸준히 착용해 고향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포피는 영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존경과 기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복잡한 역사와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지역과 사람에 따라 포피는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빨간색 포피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색 포피를 다는 이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진정한 추모는 ‘강요’나 ‘의무’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포피는 비로소 추모의 상징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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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리버풀 FC vs. 에버튼’, 비틀즈의 선택은?

리버풀은 잉글랜드의 북서부 머지사이드(Merseyside) 주에 위치한 도시다. 19세기의 리버풀 항구는 세계 물동량의 절반을 담당했고, 한때 리버풀은 런던보다 부유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석탄에서 석유로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도시는 빠르게 몰락했다. 21세기의 리버풀은 도시 재생 사업 등을 통해 암흑기에서 벗어났다. 경제적으로도 르네상스를 맞이한다. 게다가 유럽연합이 리버풀을 2008년 ‘유럽 문화의 수도’로 선정할 만큼, 이 항구 도시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한다.리버풀은 음악과 축구의 진정한 중심지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이와 연관된 세계적인 브랜드 2개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하나는 리버풀FC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었던 밴드 비틀즈다. 따라서 이 두 브랜드가 연결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은 비틀즈가 얼마나 축구를 사랑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반영하듯 구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비틀즈가 리버풀FC를 지지했는지 여부다. 비틀즈 4명의 멤버는 모두 리버풀 출신이다. 축구의 도시 리버풀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 리버풀FC와 에버튼의 연고지다. 이 도시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로 하는 질문이 있다. “Are you a red or a blue?(당신은 레드입니까, 블루입니까?)” 즉 리버풀FC(레드)와 에버튼(블루) 중 누구를 응원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비틀즈는 과연 레드와 블루 중 누구를 사랑했을까?우선 비틀즈가 레드를 응원했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1965년 빌 샹클리 감독의 리버풀은 FA컵 결승전에 올랐다. 이에 비틀즈는 멤버 전원의 이름으로 샹클리에게 전보를 보내 행운을 빌었다. 이 전보는 지금도 리버풀에 위치한 샹클리 호텔에 전시되어 있다. 1967년 비틀즈는 8집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을 발표했다. 이 앨범 커버 삽화에 들어간 유명인 중 축구 선수는 리버풀FC의 공격수 앨버트 스터빈스(Albert Stubbins)가 유일했다. 커버에 삽입될 유명인 리스트를 결정할 때 링고 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 3명의 의견이 반영됐고, 존 레논이 스터빈스를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틀즈 역사학자 레이 오브라이언에 의하면 스터빈스가 포함된 이유는 존보다는 리버풀 팬이었던 그의 아버지 알프레드 레논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레논은 앨범 커버에 ‘예수 그리스도’와 ‘아돌프 히틀러’의 사진도 포함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음반회사 EMI는 이 제안을 거절했는데, 예수의 경우 레논이 과거에 한 인터뷰가 큰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1966년 레논은 런던신문 이브닝 스탠다드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이 예수보다 비틀즈에 더 빠져 있고, 기독교 신앙은 쇠퇴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이 발언은 영국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기독교계가 크게 반발했다. 일부 라디오 방송국은 비틀즈의 음악을 틀지 않았고, 기자회견은 취소되었으며, 시위도 벌어져 밴드의 앨범을 태웠다. 이에 레논은 “자신과 밴드를 그리스도와 비교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레논의 경솔한 발언은 결국 그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1980년 12월 비틀즈의 팬이었던 마크 채프먼이 레논을 향해 권총 4발을 쏜 것이다. 채프먼의 살인 동기 중 하나가 ‘레논의 신성모독’이었다.한편 비틀즈는 1970년 그들의 12번째 이자 마지막 앨범인 ‘Let It Be’를 발표했다. 이 앨범의 ‘Dig It’이란 노래에는 “Matt Busby, dig it”이란 가사가 있다. ‘Matt Busby(맷 버즈비)’는 리버풀FC의 선수였기에, 비틀즈가 레드를 응원했다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버즈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만든 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이렇게 추측만 있을 뿐 비틀즈가 레드를 응원했다는 구체적 물증은 없다. 게다가 비틀즈가 레드 혹은 블루를 지지한다고 밝히면, 라이벌 클럽 팬들로부터 배척당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대중의 기대와 달리, 정답은 ‘비틀즈의 멤버 4명은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이다. 특히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여기에 속한다. 해리슨은 어느 팀을 지지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There are three teams in Liverpool and I prefer the other one(리버풀에는 세 팀이 있고 나머지 한 팀이 더 좋습니다)”라는 애매한 대답으로 특정 팀과 연계되는 것을 피했다.흥미롭게도 링고 스타는 아스날 팬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링고는 런던 출신의 아스날 팬이었던 양아버지와 함께 리버풀에 원정 온 ‘거너스(The Gunners, 아스날의 애칭)’ 경기를 보러 다닌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링고도 열정적인 팬과는 거리가 멀었다. 폴 메카트니는 공개적으로 축구와 연관된 행보를 보인 유일한 비틀즈 멤버다. 가족의 영향으로 블루가 됐다는 폴은 어렸을 때 축구를 즐겼으나, 소질은 없었다.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던 폴은 TV로 축구를 보는 것은 즐기나, 열렬한 팬은 아니라고 밝혔다. 게다가 폴은 웸블리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리버풀 FC에서 선수와 감독을 지낸 케니 달글리시를 만난 이후, 레드도 응원하게 됐다고 한다. 폴은 기본적으로 블루와 레드 둘 다 응원하지만, 두 팀이 만나며 에버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비틀즈의 멤버 중 리버풀FC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가 없다는 사실에 놀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밴드는 분명 축구에 열광하는 도시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비틀즈는 특정 클럽이 아닌 리버풀 도시 자체를 상징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09.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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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이번에도 햄스트링 문제로 교체…복귀 시점 미정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황희찬(27)이 다시 한번 햄스트링 문제로 쓰러졌다.황희찬은 지난 26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23~24시즌 EPL 3라운드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전반전 동안 공격보다는 수비 가담에서 더 빛난 황희찬은 25분 거친 태클을 당하며 한 차례 쓰러졌다. 왼쪽 측면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네이선 패터슨에게 깊은 태클을 당했고, 황희찬은 한동안 터치라인 밖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약 2분 뒤 고통을 털어낸 황희찬은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돼 부상 여부에 시선이 몰렸다.우려는 현실이 됐다. 27일 영국 매체 버밍엄 메일은 “게리 오닐 울버험프턴 감독은 황희찬이 햄스트링 문제로 인해 교체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닐 감독은 이날 에버턴과의 경기 뒤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황희찬은 전반전에 햄스트링 통증을 느꼈다. 어쩔 수 없이 교체했다. 곧 검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이번 부상으로 주중 블랙풀과의 카라바오컵 대회는 물론, 더 오래 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다시 한번 햄스트링 문제가 황희찬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21~22시즌 EPL 무대를 밟은 황희찬은 매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통받았다. 경기력을 끌어올릴 때마다 부상으로 흐름이 끊기는 장면이 반복됐다.지난 2022~23시즌에는 빈도가 더욱 잦았다. 지난 2월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결장했다. 다행히 3월부턴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해 울버햄프턴의 분전을 이끌었다.지난 6월 A매치에서도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인 황희찬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한국에서의 짧은 휴식기 뒤 출국 전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안 다치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이어가겠다”면서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 보겠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희찬의 프리시즌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상대적으로 늦게 팀에 합류했고, 출전 기회도 적었다. 여기에 자신을 중용한 훌렌 로페테기 전 감독은 구단과의 이견으로 개막을 앞두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황희찬 입장에선 새로운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할 상황에 부닥쳤다.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황희찬은 이번 시즌 개막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교체 출전, 27분간 물오른 경기력을 뽐내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4개의 슈팅은 물론, 드리블 성공 2회·지상볼 경합 4회 등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황희찬은 직후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과의 2라운드에서도 교체 출전했지만,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며 팀의 영패를 막았다. 팀이 0-4로 뒤진 상황에서 터진 유일한 만회 골이었다. 적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존재감을 뽐낸 황희찬은 리그 3라운드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이날 에버턴전은 오닐 감독 체제에서 황희찬이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경기였다. 하지만 햄스트링 문제로 다시 한번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정확한 부상 정도와 복귀 시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황희찬 입장에선 시즌 초부터 부상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부상 정도가 심하다면 오는 9월 A매치 승선도 불투명해진다. 한편 울버햄프턴은 에버턴과 치열한 접전 끝에 1-0 신승을 거뒀다. 골키퍼 조세 사가 무려 7개의 선방을 펼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특히 후반 21분 압둘라이 두쿠레의 골문 앞 헤더를 막은 장면은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두쿠레의 헤더는 골문 앞에서 바운드됐는데, 사는 역동작 상황에서도 집중력 있게 손으로 공을 걷어냈다. 해설진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선방이었다.사의 선방쇼에 힘입은 울버햄프턴은 끝내 에버턴의 골망을 흔들었다. 교체 투입된 사샤 칼라이지치가 후반 42분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페드로 네투의 크로스를 머리로 방향을 바꿔놓았다. 이날 울버햄프턴의 두 번째 유효 슈팅이었다. 반면 에버턴은 7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으나 사를 넘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에 따르면 에버턴의 이날 기대 득점(xG)은 1.34에 달했다. 마지막까지 수비에 성공한 울버햄프턴은 시즌 첫 승을 이뤘다. 폿몹은 사에게 평점 9.0을 부여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꼽았다. 사의 7개 선방 중, 6개는 박스 안에서 이뤄진 슈팅이었다. 사의 선방 쇼가 펼쳐진 날이었다.리그 15위(1승2패 승점3)에 오른 울버햄프턴은 오는 30일 블랙풀과의 카라바오컵, 내달 3일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경기 일정을 앞뒀다. 황희찬이 어느 시점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김우중 기자 2023.08.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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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리버풀 팬들은 왜 영국 왕실을 싫어할까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는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열렸다. 70년 만에 열린 영국 왕의 대관식에 많은 세계인과 주요 미디어도 큰 관심을 보였다. 대관식을 바라보는 영국인의 마음속은 복잡했다. 왕실 마차 행렬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버킹엄궁 앞 도로 옆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에 반해 영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겪는 가운데 국민의 세금으로 화려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프리미어리그(EPL) 스케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시간이 겹치지 않기 위해 그날 오후 12시 30분 킥 오프 예정인 경기는 모두 연기됐다. 영국에는 토요일 오후 2시 45분부터 5시 15분까지 TV나 인터넷으로 축구를 라이브 중계하지 않는 오랜 전통이 있다. 이를 ‘축구 블랙아웃(football blackout)’이라고 칭한다. 1960년대 번리(Burnley) 회장 봅 로드가 TV 중계를 하면 축구 팬이 경기장에 오지 않는다는 논리로 탄생시킨 제도다. 공교롭게도 번리는 찰스 3세가 응원하는 클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만은 블랙아웃 제도가 특별히 유예되어, 팬들은 오후 3시에 시작된 맨체스터 시티와 리즈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스케줄 변경보다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경기 전 연주된 영국 국가였다. 미국과는 달리 영국은 자국 리그 경기가 열리기 전에 국가 연주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축구장에서 국가는 컵 결승전 또는 국가대항전 때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EPL 사무국은 찰스 3세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5월 6일부터 8일(8일 월요일은 영국 공휴일)까지 사흘 동안 리그 경기에 앞서 국가를 연주할 것을 ‘강력히 제안(strongly suggest)’했다.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었지만, 모든 EPL 클럽은 이를 받아들였다. 국가 연주 외에도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관식을 축하했다. 특히 토트넘은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대관식을 생중계하는 정성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리버풀 팬들은 국가 연주 때 야유를 보냈다. 심지어 ‘F 단어’까지 쓰며 왕실을 욕하는 이도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을까? 사실 리버풀 팬들이 국가 연주 시에 야유를 보내는 것은 그들의 전통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리버풀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리버풀은 영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곳이다. 세계적인 무역항이었던 리버풀의 특성상 이들은 다른 문화를 자주 접했다. 따라서 이들은 영국의 다른 곳에 비해 문화적 다양성에 훨씬 더 수용적이다. 또한 사회의 엘리트나 지도자층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정치적으로는 보수당이 아닌 노동당을 지지한다. 리버풀은 산업혁명 때부터 영국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도시였고, 한때는 런던보다도 부유했다. 하지만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라고 불렸던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수상이 1979년 집권한 이후 이 도시는 빠르게 몰락한다. 1970년대 후반 이후 산업 구조의 변화로 리버풀의 전통적인 제조업과 중공업이 쇠퇴하자 수많은 실업자가 쏟아졌다. 게다가 컨테이너에 화물을 적재하는 운송이 시작되면서, 도시의 부두(dock, 독)는 구식이 되었다. 이곳의 기존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에서 쫓겨난다. 1982년 리버풀의 실업률은 17%였다. 영국에서 가장 실업자가 많은 도시가 된 것이다. 지금도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를 방문하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리버풀 팬들을 가리켜 ‘영구 실업자’라고 조롱한다. 대처 수상은 영국 내에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인물이다. 대처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녀가 영국의 제조업을 파괴해 산업 전체를 붕괴시켰고, 노동자 계급의 영혼까지 갉아먹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리버풀의 노동자들이 이러한 피해를 많이 받았기에, 이 도시는 영국 중앙정부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1989년에 일어난 힐스브로 참사(축구장에서 리버풀 팬 94명이 압사하고 766명이 부상당한 사건)는 리버풀 시민을 보수당 정권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당시 대처 수상의 영국 정부는 진실을 은폐했고, 참사 원인을 리버풀 팬들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영국의 기득권층에 의해 몰락한 도시다. 그리고 일부 보수 정권의 지도자들은 지금도 이 도시를 폄훼한다. 예를 들어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리버풀이 ‘자기 연민’에 빠진 도시이고 시민들은 ‘피해자 의식’에 젖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민들과 리버풀 지역 국회의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끝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영국 국가의 가사를 잠깐 살펴보자. “God save our gracious King! Long live our noble King! Send him victorious, happy and glorious, long to reign over us(하느님이 우리의 은혜로운 왕을 구원하소서, 우리의 고귀한 왕 만세. 그에게 승리하고, 행복하고, 영광스럽고, 우리 위에 군림하기를 갈망하게 하라)” 이렇듯 국가의 가사는 비민주적이고, 구시대적이며 국가가 지향할 바보다는 군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기득권층으로부터 소외당한 리버풀 시민들은 단순히 유전적인 이유로 특권을 가지고 태어난 왕에게 축구장에서마저 충성을 맹세하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축구를 보기 위해 안필드에 간 것이지,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다. 축하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축하는 진정한 마음에서 나올 때 비로소 가치 있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5.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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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한 줄 알았던 슈퍼리그, 다시 만들어지나..."60~80개 팀 참가로 개편 추진"

여론의 거센 반대로 무산됐던 유러피언 슈퍼리그(ESL)를 재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10일(한국시간) 영국 BBC 등 외신들은 ESL 창설을 추진하는 A22 스포츠 매니지먼트가 '새로운 형태'의 대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전했다.ESL은 지난 2021년 4월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아스널,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이상 잉글랜드) 등 12개 구단이 참여 의사를 밝혔던 유럽 최상위 축구 대회다.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클럽 대항전이 아닌 별도의 대회를 만들고, 창립 구단들과 함께 직전 시즌 성적에 따라 출전 자격을 얻는 5개 구단 등 20개 구단이 경쟁을 펼친다는 계획이었다.이들은 모두 넓은 팬베이스를 바탕으로 유럽축구에서도 손꼽히는 '빅클럽'이었다. 인기 클럽들만의 대회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고 하자 축구계 안팎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었다. 특히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빅클럽의 현지 팬들이 시위를 열 정도로 ESL을 반대했다. 결국 ESL 출범은 발표한지 48시간 만에 무산됐다. 현지 팬들의 반발이 강했던 잉글랜드 6개 구단 등 총 9개 구단이 먼저 탈퇴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만 현재까지 ESL을 창설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나 참가팀이 더 나오지 않아 추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상황이 진전도, 철회도 되지 않던 상황에서 A22가 움직였다.A22는 지난해 10월부터 50여개의 유럽 구단들과 협의하며 새 대회에 대한 구상을 뒷받침할 10개의 원칙을 마련했다. A22 최고 경영자(CEO)인 베른트 라이하르트는 종전 빅클럽만 참가하던 형태가 아니라 경기력에 기반을 둔 새로운 ESL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참가팀도 60~80개로 늘리고, 클럽당 최소 14경기를 치르는 방안도 제안했다.라이하르트 CEO는 독일 디벨트와 인터뷰에서 "유럽 축구의 기반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ESL의 필요성을 외쳤다.그러나 여전히 축구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는 성명을 통해 "ESL 창립자들은 국가 리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원칙'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안한 모델은 민주적이지 않으며, 중소 구단들을 제쳐두고 소수의 부유한 구단들에 권력과 결정권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슈퍼리그는 국가 리그에 재앙이며, 유럽 전역의 중소 클럽을 침몰시켜 우리가 아는 유럽 축구를 죽일 것"이라고 지적했다.한편 ESL 측과 UEFA는 법적 다툼도 이어가고 있다. ESL 측은 UEFA가 유럽 내 축구 대회를 주관할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며 경쟁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해 12월 FIFA와 UEFA의 규정이 유럽연합(EU) 경쟁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최종 판결은 몇 달 안에 내려질 예정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2.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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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 공격진’ 잉글랜드, 물오른 ‘늪 축구’ 이란 수비벽 깰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잉글랜드와 20위인 이란은 2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른다. 양 팀은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이 속한 B조에는 미국과 웨일스가 함께 묶였다. 잉글랜드가 ‘1강’, 나머지가 ‘3중’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팀이 없는 만큼, 토너먼트에 진출할 2개 팀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지휘하는 잉글랜드는 우승을 꿈꾼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유독 월드컵과 연이 없었다. 4강 문턱에서 자주 미끄러진 잉글랜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위를 거둔 바 있다.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에서 우승한 잉글랜드는 무려 56년 만의 월드컵 정상 복귀를 노린다. 잉글랜드는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 중 선수단 가치가 가장 높다. 초호화 스쿼드 안에서도 해리 케인(토트넘)을 중심으로 한 막강한 공격진이 최대 강점이다.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 라힘 스털링(첼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들이 최전방에서 케인을 보좌한다. EPL 골든 부트만 3회 차지한 케인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는 동료들의 지원사격 속 득점왕 2연패에 도전한다. 물론 잉글랜드도 약점이 있다. 스리백을 활용하는 잉글랜드는 후방이 불안정하다. 해리 매과이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릭 다이어(토트넘) 등이 센터백으로 나서는데, 둘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잦다. 딱히 대안이 없다는 게 잉글랜드의 고민이다. 또한 최근 좋지 않은 흐름을 깨야 한다. 잉글랜드는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를 3-0으로 꺾은 후 A매치 6경기 무승(3무 3패)의 늪에 빠졌다. 이 기간 잉글랜드는 10골이나 내줬다.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는 2부에 해당하는 리그B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고, 사우스게이트 감독 경질설이 돌기도 했다. 이란의 분위기는 잉글랜드와 상반된다. 이란은 올해 치른 A매치 8경기에서 5승 1무 2패를 거뒀다. 지난 9월 A매치를 앞두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한 이란은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인 우루과이를 1-0으로 제압하는 저력을 보였다. 당시 이란은 특유의 ‘늪 축구’를 선보였다. 단단한 수비벽을 구축한 뒤 역습을 나가는 효율적인 축구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유럽파들이 버티는 이란의 최전방도 강하다. 공격을 이끄는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메디 타레미(포르투),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은 유럽 무대에서 눈부신 자취를 남겼다. 자한바크시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 아즈문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다. 타레미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1부) 리가 도움왕 출신이다. 전력과 대표팀의 기세가 최고조인 이란은 여섯 번째 월드컵에서 역사상 첫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첫 경기부터 부담스러운 상대를 마주한 이란은 무승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목표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이란은 잡음을 이겨내야 한다. 이란은 지난 9월 한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했다. 이를 계기로 이란에서는 석 달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축구 경기 관람을 금지하는 등 차별적 현실이 지적되며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두 팀의 경기는 잉글랜드가 주도하고 이란이 버티는 형세로 펼쳐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잉글랜드는 데클런 라이스(웨스트햄)와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을 앞세워 중원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측면으로 공을 보낸 후 스털링과 포든의 드리블 능력을 활용하는 것도 이란의 촘촘한 수비를 파훼하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란은 무게중심을 후방에 두고 빠른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릴 전망이다. 순간적으로 전방에 볼을 투입한 후 잉글랜드의 수비 진형이 자리를 잡기 전 측면을 활용한 전환 플레이로 골문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 2022.11.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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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L 관련 네빌 비판에 수용 입장 밝힌 글레이저 구단주

조엘 글레이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동 구단주가 유럽 슈퍼리그(ESL) 관련 비판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영국 ‘미러’는 15일(한국시간) 글레이저 구단주가 팬 포럼에 출연하는 전례 없는 행보를 소개했다. 맨유 팬들에 ‘불통’ 구단주로 익숙한 글레이저 구단주가 팬 포럼에 출연한 것은 놀라운 변화다. 글레이저 구단주는 또 슈퍼리그 관련 비판에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겠다는 말도 했다. 특히 글레이저 가문 반대의 중심에 있던 이는 맨유 출신 레전드 게리 네빌이었다. 네빌은 맨유의 슈퍼리그 가입에 분노하며 팬들과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글레이저 구단주는 팬 포럼에서 네빌을 언급하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구단주는 “네빌이 우리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이는 자신의 견해를 갖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방법은 무시하는 것과 수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좋은 점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네빌은 맨유의 전설이다. 또 그는 맨유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나는 네빌이 좋은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들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맨유 구단주를 향한 네빌과 팬들의 불만이 커진 원인은 단연 슈퍼리그다. 슈퍼리그는 4월 19일 출범을 선언했지만, ‘돈으로 사는 축구’에 분노한 축구 팬들과 축구 레전드, 관련 종사자, 그리고 정치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철회됐다. 맨유도 슈퍼리그 참가 구단 중 하나였지만 팬들의 분노에 사과하며 탈퇴했다. 당시 조엘 글레이저 구단주도 맨유의 슈퍼리그 가입 사실을 사과했다. 하지만 팬들은 슈퍼리그 가입에 대한 책임으로 가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지난달 3일엔 시위가 격화돼 경찰들이 다치는 등 유혈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이날 치러질 예정이었던 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경기도 연기됐다. 게다가 에이브럼 글레이저 공동 구단주가 슈퍼리그 가입에 대해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여론은 더욱 분노했다. 시위 격화로 경기가 연기된 지 며칠 만에 영국 ‘스카이 스포츠’ 특파원이 글레이저 구단주를 직접 만났지만, 그는 인터뷰를 거부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이에 글레이저 가문 반대 시위는 계속됐고, 팬들은 시위 이외에도 ‘#GlazersOut(글레이저 가문 퇴진)’, ‘#NotAPennyMore(한푼도 더 줄 수 없다)’과 같은 해시태그를 달면서 아디다스, 태그호이어(TAG Heuer), 캐드버리(Cadbury) 등 주요 구단 후원사들을 보이콧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이에 맨유는 당시 무려 2억 파운드(한화 약 3,120억 원)가량의 훈련 키트를 손실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서지수 인턴기자 2021.06.1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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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시티에 패배한 맨유...EPL 우승팀은 맨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레스터 시티에 패배했다. 이번 경기 패배로 맨유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이로써 맨시티는 다음 경기 승패와 무관하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팀으로 확정됐다. 맨유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0~21 EPL 36라운드에서 레스터 시티에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맨유(승점 70점)는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해 선두 맨시티(승점 80점)와의 승점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반면 레스터 시티는 경기 승리로 승점 66점(20승 6무 10패)을 기록하면서 리그 3위로 올라섰다. 전반전 경기에서 맨유와 레스터 시티가 치열하게 맞붙었다. 선제골을 넣은 팀은 레스터였다.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전반 9분, 유리 틸레만스의 패스를 루크 토마스가 골로 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맨유도 반격을 시작했다. 메이슨 그린우드의 활약이었다. 전반 13분 아마드 트라오레의 패스를 골로 이었다. 이로써 1-1로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에서 맨유는 레스터 시티에 끌려다녔다. 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마크 올브라이튼의 도움으로 찰라르쇠윈쥐가 득점했다. 맨유는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교체 투입하는 등 사력을 다 했지만, 득점 기회를 얻어내지 못했다. 맨시티 저지에 실패한 맨유는 낙담했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맨유의 경기 후 인터뷰를 전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다가오는 다음 시즌에 관해 맨체스터 시티를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맨유가 맨시티에 도전하고 싶다면 우리 선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팀 쇄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 지난 글레이저 구단주 퇴진 시위로 바쁜 일정을 보낸 점에 관해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팀 선수에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솔샤르 감독은 “우리는 경기를 천천히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우리 팀의 경기력에 나는 만족한다. 그린우드를 봐라. 그는 겨우 19살이지만 노련한 전문가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맨시티에 축하 인사를 보냈다. 솔샤르 감독은 “맨시티 축하한다. 그들은 환상적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간 동안 맨시티와 함께 유럽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지수 인턴기자 2021.05.12 06:58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잉글랜드 축구팬들이 화난 이유

2021년 4월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12개 구단에 의해 설립된 유러피언 슈퍼리그로 인해 축구계는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각국 축구협회, 정치권, 선수, 팬들의 거센 저항을 받은 슈퍼리그의 출범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잉글랜드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5월 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퍼드에서는 맨유와 리버풀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다. 축구장 밖에서 수천 명의 팬이 모여 미국인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에 항의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 중 일부가 경기장 안으로 진입했고, 맥주병을 던지고 홍염을 터뜨리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에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기를 연기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팬들과 비교해 잉글랜드 팬들의 분노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무엇이 잉글랜드 팬들을 이렇게 화나게 했을까?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잉글랜드에서 탄생한 현대 축구의 기원을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영국에서 축구는 남성 노동자 계급 문화의 초석이었고, 지리적으로는 잉글랜드 북부 공장 도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에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클럽들의 상당수는 맨체스터, 리버풀, 셰필드, 뉴캐슬과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산업 공동체의 산물이었다. 따라서 오랫동안 축구는 남성 노동자들의 삶의 일부 혹은 전부였다. 1992년 창설된 프리미어리그(EPL)는 기존의 잉글랜드 축구 산업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전 세계 212개국에서 시청하는 거대한 산업이 된 EPL에 막대한 해외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EPL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낡은 지역이 새롭게 개발되어 기존의 원주민들은 쫓겨나고 부유한 사람들이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막대한 TV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비용이 유입되면서 EPL 경기장은 더욱더 커지고 최신화되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경기장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올랐고, 노동자들은 더는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오랫동안 축구장의 주인이었던 노동자들이 사라진 자리는 중산층과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로 대체되었다. 프로 스포츠의 메카인 미국 팬 관점에서 잉글랜드 축구 팬들의 티켓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식축구리그(NFL)의 2020년 평균 티켓 가격은 105달러(11만8000원)다. 이에 반해 2019년 EPL의 평균 티켓 가격은 NFL의 절반도 안 되는 28.5파운드(4만4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생활비(cost of living)가 미국보다 평균 6.4%가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잉글랜드 축구 티켓 가격은 절대 비싸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미국에도 스포츠 티켓 가격 상승에 관해 불평하는 팬들이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 팬들의 불만에 비할 바는 아니다. 미국인들 입장에서 축구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느껴지면, 경기장에 안 가면 그만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티켓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은 미국과 영국(유럽)의 근본적으로 다른 스포츠 시스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 영국(유럽)과 미국에서 클럽이라는 명칭은 의미가 다르다. 미국프로야구(MLB)의 LA 다저스나 NFL의 댈러스 카우보이는 클럽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개인 소유의 프랜차이즈(franchise)다. 따라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이들은 연고지를 옮길 수도 있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팀들은 주요 대도시 지역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큰 독점적 영토를 가지고 있다. 즉 이들은 보통 지역 경쟁 상대가 없다. 프랜차이즈 팀은 더 큰 조직(리그)의 일부이다. 리그의 멤버는 정해져 있고, 모든 팀의 투표에 의해서만 새로운 팀을 추가하거나 기존의 팀을 쫓아낼 수 있다. 이들은 리그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과 관계없이 리그에 머문다. 이에 반해 잉글랜드 축구 클럽은 미국의 프랜차이즈 모델과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특정 구단주가 클럽을 소유할 수 있지만, 많은 축구 클럽은 오랫동안 지역 사회에 의해 만들어졌다. 클럽과 지역사회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고, 팬들은 클럽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로컬 팬들은 클럽이 자신들을 하찮게 여길 때 화가 날 수밖에 없다. EPL이 출범한 1992~93시즌 클럽의 가장 큰 수입원은 티켓 판매 등 경기가 열리는 날 얻는 수입(match day income)이었다. 전체 수익의 43%를 차지했다. 하지만 매치 데이 수익은 지난 5년 동안 EPL에서 올린 전체 매출의 12%에 불과하다. 즉 EPL은 경기 중계권료 등으로 이미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티켓 판매는 클럽의 주요 수입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EPL 티켓은 다른 주요 유럽 축구리그보다 훨씬 비싸다. 유럽에서 축구는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급(working class)의 스포츠였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서민들은 더는 EPL 축구를 경기장에서 즐길 수 없다. 축구에 대한 애정은 없고 끊임없이 돈에 욕심을 부리는 구단주와 경영인들에게 팬들은 이미 자신들의 클럽을 뺏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러피언 슈퍼리그의 출범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1.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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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네” 위르겐 클롭, 맨유 극한 일정에 공감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극한 일정’에 애도를 표했다. 영국 ‘미러’는 10일(한국시간) 새 일정에 관한 클롭 감독의 말을 전했다. 지난 3일 맨유 팬들은 유럽 슈퍼리그(ESL) 참가 결정을 내린 글레이저 구단주 가문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평화시위로 시작했지만, 점차 폭력성이 짙어지면서 경찰관이 다치는 등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당시 예정된 맨유와 리버풀 경기가 연기됐다. 이로 인해 맨유는 경기 연기 책임을 물어 경기 없이 승점 차감이 될 뻔했지만, 6일 영국 ‘BBC’ 등은 새로 짜진 일정표를 보도했다. 해당 일정표에 따라 맨유는 8일에 4번의 경기를, 또 50시간에만 2번의 경기를 치르는 ‘극한’ 일정에 놓이게 됐다. 이로써 맨유는 오는 7일엔 AS로마와의 유로파리그 경기, 9일엔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12일엔 레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14일엔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러한 맨유 상황에 함께 연기됐던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입을 열었다. 클롭 감독은 맨유 상황이 “미쳤다(crazy)”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버풀의 상황도 맨유 못지않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리버풀은 4월 24일 뉴캐슬과의 경기 이후 지난 9일 안필드에서 사우샘프턴전을 치렀다. 2주간의 휴식이 있었지만 이번 새 일정으로 인해, 오는 14일 맨유전, 17일 웨스트브롬전, 20일 번리전, 24일 팰리스전이 예정돼 있어 10일간 네 경기를 치르게 된다. 만만치 않은 고강도 일정에 클롭 감독은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이 일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적절한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은 상황은 있을 수 있다”며 주어진 상황에서 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은 앞으로 4승을 거두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다”며 어려운 시즌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클롭 감독은 연기된 맨유와의 경기에 대해선 “맨유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기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서지수 인턴기자 2021.05.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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