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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감독도 놀란 김도영표 공룡 스윙, 약점 극복 노력의 결과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은 지난 6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 8회 말 타석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스윙을 선보였다. 롯데 투수 전미르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구사한 몸쪽(우타자 기준) 꽉 찬 커브를 공략하며 오른팔을 오른 옆구리에 붙인 채 빠른 힙턴으로 힘을 실어 왼쪽 폴 안쪽으로 떨어지는 홈런을 만들었다. 보통 이런 스윙에 맞은 공은 폴 바깥쪽으로 휘어져 파울석으로 향한다. 김도영이 보여준 스윙은 6번이나 홈런왕에 오른 리그 대표 거포 박병호(삼성 라이온즈)의 전매특허 '공룡 스윙'과 흡사했다. 박병호는 몸쪽(우타자 기준)을 당겨 칠 때 오른팔을 반쯤 구부린 상태에서도 마치 왼팔만 쓰는 것처럼 인 앤드 아웃 스윙을 해 장타를 만든다. 이 모습이 앞다리가 짧은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를 연상시킨다며 그런 별칭이 붙었다. 이 장면을 본 이범호 KIA 감독도 감탄했다. KBO리그 통산 홈런 9위(329개)에 올라 있는 이 감독은 "몸쪽으로 돌아서 들어오는 커브는 정말 공략하기 어렵다. 나는 선수 시절 한 번도 그런 자세로 홈런을 쳐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바 박병호나 (현역 홈런 1위) 최정 정도만 그런 홈런을 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범호 감독은 "구종을 예측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런 코스 공을 치면 파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를 만드는) 히팅 포인트는 거의 점만큼 작았을 것이다. 힙턴이 좋고 스윙 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에 폴 안에 넣을 수 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구도 만난 김도영은 "전미르 선수가 커브가 좋아서, 분명히 결정구로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구를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타격)하며 기다렸다. 공이 몸쪽에 붙었지만 스트라이크인 것 같아서 배트를 돌렸다.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지만 공을 폴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우연히 나온 타격 기술은 아니다. 그동안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한 성과다. 김도영은 6일까지 타율 0.338을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9위를 지켰다. 하지만 구종별 타율에서 커브는 상대적으로 낮은 0.258였다. 김도영은 "수치로 내가 커브에 약하다는 게 나와 있다. 무엇보다 내 스윙은 빠른 직구 공략에 맞춰 설정돼 있는 게 사실이다. 커브를 치는 스윙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서 최근 배팅 훈련과 실전을 통해 연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몸통 회전이다. 두 손은 움직이지 않은 채 골반만 트는 동작을 보여준 김도영은 "일단 하체 먼저 이동하고, 손(팔)을 이동하는 건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몸에 익히려면 멀었지만, 나도 모르게 좋은 스윙이 나올 때도 있다"라며 웃었다. '제2의 이종범'으로 기대받은 김도영은 프로 데뷔 3년 차인 올 시즌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8일까지 출전한 61경기에서 타율 5위(0.346) 홈런 공동 4위(16개) 도루 5위(21개)에 올라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6.1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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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훈련은 훈련처럼, 실전은 실전처럼

오늘로 18회에 걸쳐 연재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마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일간스포츠 독자들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알아가길 기대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와 야구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지금 KBO리그 팀들은 미국, 일본, 호주 등으로 흩어져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지난주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대표팀 훈련도 시작됐다. 캠프 출발과 함께 선수들의 경쟁은, 아니 전쟁은 시작한다. 내가 20대 초중반 나이에 캠프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너 놀러 왔어? 왜 그렇게 대충 치는 거야?”내가 혼자서 배트를 휘두를 때 선배님이나 코치님이 했던 말이다. 흔히 프리배팅이라 부르는 배팅 프랙티스(batting practice)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분들이 왜 그랬는지 나도 안다. 내가 이상한 자세로 스윙하는 거 같고, 공을 살살 때리는 거 같기 때문이다. 그분들 생각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난 나의 훈련법을 고민하고, 적용했다. 좋은 타격을 하겠다는 목표는 같았으나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시즌이 끝나고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선수들은 보통 휴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한다. 이 기간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스프링캠프에서 수행할 과제를 생각하는 거다. 이번 캠프 목표는 무엇인지, 그걸 위해 뭘 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그래야 훈련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선수 시절 훈련할 때 나는 빈 스윙(실제로 공을 치지 않고 방망이를 허공에 휘둘러보는 동작)을 천천히 했다. 론치 포지션에서 방망이를 살살 내리면서 오른 팔꿈치를 오른쪽 옆구리에 딱 붙였다. 그리고는 오른 팔꿈치를 앞(오른쪽 가슴)으로 밀어냈다. 동시에 하체를 움직인 뒤 배트를 휙 돌렸다. 위에서 보면 배트의 움직임이 V자에 가깝다.이 동작이 이상해 보인 모양이다. 위에서 이 동작을 내려다보면 어떨까? 팔꿈치가 내 상체로부터 떨어져 있다가(론치 포지션) 몸에 바짝 붙었다가(히팅) 다시 앞으로 나가는(폴로스루) 과정이 V와 비슷하다. 즉, 인 앤드 아웃 스윙이다.장난치는 거로 보였던 이 동작은 나름대로 인 앤드 아웃 스윙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런 동작을 매일 수백 번 반복했다. 그래서 나더러 남들처럼 빈 스윙을 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인 앤드 아웃 스윙이 습관처럼 굳어버렸기 때문이다.스물네 살이던 2006년, 난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2007년 초반엔 타격감이 좋았다가 갈수록 성적이 떨어졌다. 정말 고민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예외 없이 인 앤드 아웃 스윙이 망가져 있다’는 것이다.방망이를 자연스럽게 휘둘러보자. 배트 무게를 따라 두 팔이 몸통에서 멀리 떨어질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방망이가 더 움직일 공간이 정해져 있다. 배트의 회전 반경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이게 도어(door) 스윙이다. 이렇게 스윙하면 정확성이 떨어지는 데다 힘을 싣기도 어렵다.반대로 인 앤드 아웃 스윙은 타자가 느끼기에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현란하게 변하는 투구를 따라가기에 최적의 스윙 궤적이다. 힙턴할 때까지 팔꿈치를 상체에 붙여놓고 공의 궤적을 따라가다 밀거나 당겨 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를 발견했으니 해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반복 훈련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만든 게 V자 스윙이었다. 배트를 오른쪽 옆구리로 확 당겼다가 앞으로 쭉 내미는 동작을 하루에도 수백 번은 해봤다.여기서 질문 하나. 실전에서도 V자 스윙이 가능할까? 아니다. 투수의 손을 떠나 0.4초 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패스트볼을 타격하는 배트 궤적이 그렇게 크게 바뀌기는 불가능하다. 완만하게 U자를 그려도 충분할 거다.다만 훈련 땐 뭐든지 극단적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야 실전에서 자연스러운 인 앤드 아웃 스윙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남들이 장난으로 본 그 동작을 하느라 난 땀을 뻘뻘 흘렸다.내가 또 오해를 샀던 동작 중 하나가 있다. 배팅 프랙티스 때도 대충 친다는 거다. 아마 그렇게 보였을 거다. 캠프에서 방망이를 처음 잡으면 난 공을 툭 쳤다. 힘없이 굴러간 공은 1루 근처에 멈췄다. 그렇게 툭툭, 몇 개를 더 쳤다. 그러다 보면 1루 근처에 내가 굴린 공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그다음은 2루수 쪽이다. 그다음 유격수 쪽이다. 다른 타자들이 신 나서, 또 온힘을 다해 장타를 펑펑 치는 것과 비교하면 내가 훈련하는 장면은 장난처럼 보였을 수 있다.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훈련에서 중요한 건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자세’를 잡는 것이다. 배팅 프랙티스에서는 시속 120~130㎞의 공이 때리기 좋게 온다. 실전에서는 140~150㎞의 강속구가 무섭게 날아온다. 훈련 때 홈런을 뻥뻥 쳤던 스윙 그대로 투수와 맞서 보라. 똑같은 타구를 날릴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 그래서 난 후배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말한다. “훈련은 훈련처럼, 실전은 실전처럼 해라.”힘을 빼고 설렁설렁하라는 게 아니다. 실전에서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하라는 거다. 난 그래서 인 앤드 아웃 스윙을 극단적으로 반복했다.또 배팅 프랙티스 때 나는 ‘벽(오른손 타자의 왼 어깨부터 골반까지)’을 단단히 만들기 위해 1루쪽으로, 2루쪽으로 툭툭 밀어 친 거다. ‘벽’이 세워진 뒤엔 힙턴을 이용해 당겨치기도 했다. 타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야에서 외야로 보내면서 내 스윙 밸런스를 점검한 거다. 훈련 때 뻥뻥 쳐서 좋은 밸런스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오해와 야유를 받으면서 내 타격을 만들어갔다. 고맙게도 내 훈련법을 존중해준 지도자들도 있었다. 2008년에는 어느 정도 폼이 완성된 것 같았다. 성적도 잘 나왔다. 프로 입단 7년만, 나이로는 스물여섯 살 때였다. 당시 난 상당히 빨리 타격을 정립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이정후 선수, 강백호 선수 등을 보면 더 어린 나이에도 전성기에 이를 수 있는 것 같다.내 전성기는 2017년까지였다. 나이로는 서른다섯 살이었다.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힘과 스피드가 모자라지 않은 기간이 2008년부터 2017년, 딱 10년이었던 거다. 2018년 이후 내 커리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그걸 만회하겠다고 더 훈련 강도를 높였다. 그래서 힘이 부쳤다. 소속 팀 사정도 좋지 못해서, 내 체력을 안배해줄 여력이 없었다.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난 트레이닝(training, 체력 향상)보다 컨디셔닝(conditioning, 체력 유지)에 더 집중할 것이다. 그랬다면 30대 후반에 기량 하락을 늦출 수 있었을지 모른다. 내가 유니폼을 벗은 지 2년이 됐다. 현장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했다. 야구 선배로서 후배들이 1년이라도 빨리 전성기에 이르기를, 또 1년이라도 더 늦게 은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건 야구팬들에게도 더없는 선물일 것이다.20대에는 힘과 열정이 남아돈다. 대신 기술과 지혜는 모자라다. 이론이 만들어지면, 체력이 떨어지는 법이다. 마흔 살이 넘었고, 먹방을 찍는 요즘도 난 가끔 상상한다. 지금의 이론과 기억을 가진 채 20대의 젊음을 되찾는다면, 야구를 얼마나 잘할까? 젊을 때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1년이라도 빨리 자기 루틴과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직하게 밀고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성기가 빨리 찾아온다.지도자도 선수를 조금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감독‧코치님이 각자의 개성과 계획을 존중하지 않으면 선수는 보여주기 위한 훈련만 한다. 훈련을 위한 훈련은 실전에서 쓸모없을 가능성이 크다.강한 팀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보고 겪은 강팀은 서로 돕고 존중하는 문화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자신의 키로 볼 수 있는 곳보다 멀리 보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면 된다.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다면 (거인은 아니지만) 내 어깨를 기꺼이 빌려줄 것이다. 후배들의 건승을 빈다.오늘로 18회에 걸쳐 연재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마친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일간스포츠 독자와 야구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끝.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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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박병호는 왜 누워서 타격할까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앞서 설명한 대로 타격의 ‘벽’을 세워도 인사이드 피치를 공략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몸쪽 깊이 박히는 빠른 공이라면 타자가 대응하기 정말 어렵다.패스트볼은 0.4초 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공이 어느 코스를 향하든 그 시간은 같겠지만, 타자는 다르게 느낀다. 내 경험으로는 바깥쪽 공이 0.4초 만에 날아온다면, 몸쪽 공은 그 절반인 0.2초 만에 지나가는 느낌이다. 아마도 타자 눈에 가까워서, 사구에 대한 공포감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정확하게 던진 인사이드 피치가 위력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타자들의 핫 앤드 콜드존(hot & cold zone)을 보면 몸쪽 공 타율이 3할 이상인 경우는 거의 없다. 강타자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려워도 몸쪽 공에 대응해야 한다그래도 타자는 어떻게든 인사이드 피치를 받아쳐야 한다. 몸쪽 공 타율이 2할 5푼이라도 되어야 한다. 또 가끔 홈런도 나와야 한다. 타자가 몸쪽 공에 속수무책이라면 투수는 그 코스로만 공을 던질 것이다.몸쪽 공은 타자에게 가장 어려운 코스다. 이론적으로 몇 가지 해법이 있다. 가장 쉬운 게 타자가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이 타자로부터 너무 멀어진다. 아웃사이드 피치를 사실상 포기하는 셈이다.두 번째는 오픈 스탠스(open stance)다. 오른손 타자의 경우 앞발(왼발)을 유격수나 3루수 방향으로 향하게(몸 중심에서 뒤로 빼는)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타석에서 물러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오픈 스탠스를 한다고 해도 뒷발(오른발)은 홈플레이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 두 다리가 모두 뒤로 빠지는 것보다는 낫지만, 오픈 스탠스를 해도 바깥쪽 공이 타자에게 불편한 건 사실이다.극단적인 오픈 스탠스는 타격 코치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클로즈드 스탠스(closed stance)도 정석은 아니다. 이는 타자가 앞발을 닫아 2루수 쪽을 향하게 하는 자세다. 이 스탠스로는 바깥쪽 공 대처가 수월해지지만, 몸쪽 공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타자가 앞발을 투수 방향으로 뻗어야 몸쪽과 바깥쪽을 다 공략할 수 있다. 또 체중 이동을 통한 추진력을 극대화하기에도 편하다. 테드 윌리엄스는 『타격의 과학』을 통해 “조 디마지오, 스탠 뮤지얼 등 내가 30년 동안 보아온 좋은 타자들의 90%는 공을 향해 똑바로 다리를 뻗었다. 그들의 스트라이드는 투수(투구 궤적)로부터 절대 10도 이상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나도 윌리엄스의 말에 대체로 동의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스탠스를 그리 중요하기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 연재에서 설명한 지안카를로 스탠튼처럼 오픈 스탠스로도 바깥쪽 공을 잘 치는 타자도 있다. 자기 스타일대로 타격하면 된다.가운데 공을 칠 때처럼 몸쪽 공을 때리면 정타를 만들기 쉽지 않다. 배트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아닌 손잡이 부위에 맞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배트가 부러질 수 있고, 손에 큰 충격이 전달돼 다음 타격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나는 몸쪽 공을 치기 위해 힙턴을 이용했다. 두 팔꿈치를 상체에 최대한 붙인 채 몸을 회전하는 것이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 일본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로부터 결승타를 쳤을 때의 스윙이 그렇게 이뤄졌다.인사이드 피치를 공략할 때 배팅 타이밍이 늦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순간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히며 스윙했다. 상체가 뒤로 가면서, 늦은 히팅 포인트를 만회한다. 배꼽 근처에서 형성될 히팅 포인트가 앞발 근처로 바뀌는 것이다.타자가 상체를 젖히면 힙턴의 회전축이 달라지는 효과도 있다. 보통의 경우 타자 허리의 회전축은 지면과 수평인 0도에 가깝다. 몸쪽 빠른 공(특히 높은 코스)을 공략할 때 순간적으로 오른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젖히면 몸통의 회전축이 20~30도가 된다. 이렇게 되면 콘택트 존이 좁아지는 어려움이 있다. 대신 임팩트가 정확하다면 레벨 스윙을 해도 타구가 자연스럽게 뜨는 효과를 얻는다. 난 2012년 전후로 그런 타격을 했다. 그걸 보고 박병호 선수가 “어떻게 하면 그 스윙을 할 수 있느냐”고 여러 번 물어봤다. 난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해줬다. 이후 박병호 선수는 자기에게 맞는 스윙을 더 발전시켰다.박병호 선수는 전성기 시절 나보다 허리를 더 많이 젖혔다. 때로는 거의 누워서 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박병호가 시즌 50홈런 이상을 때린 2014~2015년 그런 스윙이 특히 많이 나왔다. 나보다 더 좋은 장타자가 된 것이다. 박병호 선수는 타격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묻는 자세가 남달랐다. 게다가 자신에게 맞게 응용도 잘해냈다. 정말 좋은 타자다. 공포가 다가오면 은퇴도 가까워진다몸쪽 공 타격은 고급 기술이다. 내 스윙도 처음부터 목표 지점이 있었던 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든 스윙이다. 이 타격에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순발력이 따라줘야 한다.내가 30대 중반 나이가 되자 그런 스윙을 더는 하기 어려워졌다. 순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체력 저하다. 몸을 뒤로 젖히며 스윙하면 엄청난 허릿심이 필요하다. 젊을 땐 힘이 있어 가능했지만, 나중에는 그게 안 됐다. 예전 같으면 홈런이 될 타구가 외야수에게 잡혔다.몸쪽 공 공략이 내 약점이 됐을 때, 그리고 내가 인사이드 피치를 의식했을 때 은퇴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투구가 점점 무서워지는 거다. 2017년 8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전경기였다. 나는 2회 투런 홈런을 때렸다. 스윙이 끝나는 순간 옆구리(복사근)에 통증을 느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내 상태를 말했더니 트레이너는 “경기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 “아니야. 살살 쳐 볼게”라며 5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결국 스윙하다가 근육이 더 크게 찢어졌다.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 교체됐다면 부상이 커지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괜히 무리했다가 일이 더 커졌다. 재활 치료 후 복귀까지 41일이나 걸렸다. 게다가 당시 타격감이 상당히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련한 짓이었다.복귀 후에도 트라우마가 남았다. 옆구리 근육이 한 번 찢어지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난 힙턴을 강하게 하는 스타일인데 그러다 또 다칠 것 같았다. 조금만 피곤해도 옆구리가 아픈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내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타격 폼이 조금씩 무너졌다. 부상 다음 시즌부터도 2년 동안 타율 3할을 기록하긴 했다. 그러나 내 스윙은 무뎌졌다. 홈런이 2018년 10개, 2019년 6개로 줄었다. 몸쪽 공에 대처할 몸도, 스윙도 아니었던 거다. 인사이드 피치에 공포감을 느끼자 난 은퇴를 결정했다.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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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IS] 부상, 부진, 부상…꼬일 대로 꼬인 NC 선발 로테이션

부진에 부상까지 겹쳤다. NC 선발 로테이션이 꼬였다. 지난 24일 NC 투수 송명기(21)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동욱 NC 감독은 "내복사근 부분 파열로 3주 정도 이탈한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송명기는 지난 17일 창원 한화전(6이닝 1실점)에 선발 등판한 뒤 약간의 근긴장 증세를 느꼈다. 상태가 호전돼 23일 잠실 두산전(4⅓이닝 2실점)을 소화했지만, 결국 탈이 났다. 복사근은 몸통 옆구리 근육으로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과 더불어 재발 우려가 높은 신체 부위다. 구단 발표는 3주이지만,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한 달 정도 이탈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명기는 지난해 9승(3패)을 따내며 팀 내 주축 선발로 발돋움했다. 올 시즌엔 2선발로 정규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부상으로 시즌 초 결장한 외국인 투수 웨스 파슨스를 대신해 드류 루친스키와 함께 '원투 펀치'를 형성했다. 성적도 준수했다. 송명기는 올 시즌 4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다. 이동욱 감독은 송명기가 빠진 자리에 오른손 투수 강동연을 투입할 계획이다. 강동연은 선발 경험(통산 2경기)이 많지 않아 송명기와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에는 NC 사이드암스로 이재학(31)이 2군으로 내려갔다. 개막전 3선발을 맡은 이재학은 1패 평균자책점 14.09로 부진했다. 9이닝당 볼넷이 11.74개.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2.48까지 치솟았다. 지난 18일 창원 한화전에서 4이닝 6실점 한 뒤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통산 68승을 기록 중인 베테랑이지만 위기관리가 되지 않았다. 이동욱 감독은 이재학의 빈자리에 강동연을 '임시 선발'로 투입했다. 그러나 송명기마저 빠지면서 또 다른 '임시 선발'이 필요하게 됐다. NC 토종 에이스 구창모(24)는 장기 재활 치료 중이다. 구창모는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문제로 개막전 엔트리 등록이 불발됐다. 회복이 워낙 더뎌서 정확한 복귀 시점이 잡히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캐치볼 단계를 마치더라도 하프피칭, 불펜피칭, 라이브피칭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결국 NC는 구창모와 이재학 그리고 송명기까지 국내 선발 세 명이 차례로 이탈, 초비상이 걸렸다. 어깨 염증 문제로 초반 결장한 파슨스까지 더하면 사실상 루친스키만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일단 강동연과 신민혁, 박정수를 비롯한 '대체 선발'로 공백을 채울 게 유력하다. 그러나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선발승 리그 1위(59승).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던 NC 선발진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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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IS] "빠르면 4월 말"…파란불 켜진 최채흥 '복귀' 시나리오

삼성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복사근 부상에서 재활 치료 중인 왼손 투수 최채흥(26)이 빠르면 4월 말 복귀할 전망이다. 최채흥은 13일 진행한 불펜 피칭에서 투구 수 60개를 소화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14일 대구 한화전에 앞서 "통증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불펜 피칭에서 투구 수 36개를 기록한 데 이어 13일 훈련 강도를 높여 몸 상태를 체크했다. 피칭 후 하루가 지난 다음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게 고무적이다. 허삼영 감독은 "15일 퓨처스(2군)에서 타자를 세워놓고 라이브 피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피칭까지 넘어가면 최채흥은 18일 경산에서 열리는 롯데 2군전 등판이 유력하다. 허 감독은 "(롯데 2군전 이후) 한 번 더 2군에서 던질지 1군에서 할지 봐야 한다. 순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4월 말이나 5월 초 복귀가 될 거"라고 말했다. 최채흥은 지난달 14일 열린 LG와의 연습경기 이후 오른 복사근이 3.5㎝ 찢어졌다는 소견을 받았다. 당시 허삼영 감독은 "8주 정도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막전 엔트리 등록이 불발됐고 4월 내 복귀도 쉽지 않아 보였다. 복사근은 몸통 옆구리 근육으로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과 더불어 재발 우려가 높은 부위이다. 재활 치료 마지막 단계를 밟더라도 실제 복귀까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채흥은 빠르게 몸 상태를 추스르고 있다. 4월 말 복귀까지 거론될 정도면 구단의 첫 예상보다 2주 이상 더 빠른 셈이다. 삼성이 기다리는 '원군'이다. 최채흥은 지난해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2018년 1군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토종 에이스로 떠올랐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국내 선발 투수 중 1위(2위·SSG 문승원 3.65). 올해 개막전 3선발이 유력했다. 외국인 듀오 데이비드 뷰캐넌, 벤 라이블리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허삼영 감독은 최채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프로 2년 차 이승민을 '임시 선발'로 투입해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아무래도 최채흥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최채흥이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올 가능성이 생기면서 선발진에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 대구=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4.1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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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밀고, 힘으로 당기고, '백호 원하는대로'

'야구 천재' 강백호(21·KT)가 탁월한 타격 기술을 선보이며 수비 시프트를 무너뜨리고 있다. 강백호가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내·외야진은 정상 위치에서 우측으로 이동한다. 강백호는 몸통 회전력이 좋은 좌타자. 우측으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빈도가 높다. 야수 사이 수비 거리를 좁혀 안타를 막으려는 의도다. 한화는 지난달 25일 열린 시범경기에서 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우편향)를 가동했다. 3루수 박정현을 1루수 뒤, 우익수 앞에 배치한 것. 주자 2명이 있는 상황에서도 좌측 내야를 비워뒀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시범경기를 통해 파격적인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강백호가 정규시즌에는 (좌측 수비 빈 위치를 노리는) 번트를 댈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의 허점을 노리겠다는 의미다. 강백호도 자신을 향한 우편향 시프트가 많아진 지난해, 기습 번트를 시도해 내야 안타를 만든 경험이 있다. 강백호는 7일까지 치른 2021 정규시즌 3경기에서 11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안타 5개 중 3개가 좌측 외야로 향했다. 번트 안타는 없었다. 타격 기술만으로 충분히 상대 수비를 뚫어낼 수 있었다. 지난 4일 열린 한화전에서는 상대 선발 김민우를 상대로만 좌전 안타 2개를 생산했다. 2회 말 첫 타석에서는 가운데 낮은 코스 포크볼을 밀어쳤다. 4회는 가운데 높은 코스 포크볼을 공략했다. 정상적인 스윙보다 타이밍을 늦춘 뒤 배트 헤드에 툭 갖다 대 만든 안타다. 강백호는 7일 LG전 6회 말 타석에서도 좌전 안타를 쳤다. 좌투수 김대유의 몸쪽 공을 공략했다. 스윙 타이밍은 늦었지만, 왼쪽 팔꿈치를 몸통(옆구리)에 딱 붙여서 공이 배트에 맞을 수 있는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고 뒤 타격했다. 우측으로 이동했었던 LG 우익수 김현수가 공을 쫓았지만, 포구에 실패했다. 정상 수비였다만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강백호가 다시 한번 시프트를 뚫었다. 수베로 감독은 강백호의 번트 시도 가능성에 대해 "제발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장타가 좋은 강백호를 단타로 막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의미다. 맞는 말이다. KT 벤치도 강백호에게 번트 안타를 원하진 않는다. 김강 타격 코치는 지난해 강백호가 번트를 시도하자 "힘 있는 타격을 해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강백호는 데뷔 첫 시즌(2018) 종료를 앞두고 "강한 타구로 시프트를 뚫어내는 김재환(두산) 선배의 타격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시프트를 뚫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올 시즌도 이미 총알 같은 타구를 생산했다. 7일 LG전 3-3으로 맞선 7회 말 2사 1·3루에서 LG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우중간 외야로 낮게 깔려서 뻗어 나가는 적시타를 쳤다. KT는 5-3으로 승리했고, 이 안타는 결승타가 됐다. 앞선 4회는 정찬헌을 상대로 내야진의 우편향 시프트를 뚫어내는 우전 안타를 쳤다. 좌측 타구를 만드는 기술도 뛰어나지만. 힘이 실린 스윙을 더 매섭게 해내는 타자다. 강백호는 4일 한화전과 7일 LG전에서 기습 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상대 시프트를 입맛대로 농락하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1.04.0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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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삼성, '부상' 라이온즈

42회. 삼성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부상자명단(IL) 제도를 가장 많이 이용한 구단이다.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려 40회 넘게 선수들이 IL을 오르락내리락했다. 리그 평균(29.9회)보다 10회 이상 더 많았다. IL 최소 이용 구단인 롯데(18회)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제도 도입 첫 시즌부터 불명예스러운 1위였다.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했다. 투타를 가리지 않고 아픈 선수들이 쏟아졌다. 선발 벤 라이블리·불펜 노성호·포수 강민호·내야수 이학주·외야수 구자욱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이 한 차례 이상 IL을 경험했다. 베테랑 불펜 장필준과 외야수 김헌곤은 한 시즌 IL 등재 최대인 30일을 모두 소진했다. 심지어 외국인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는 허리 부상을 이유로 7월 퇴출당했다. 8월 초 허삼영 감독은 "주전이 3명 남았다"고 에둘러 팀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주전이 빠진 자리를 백업으로 채우다 보니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이 바뀌었다. 삼성은 지난해 정규시즌 137개의 라인업(리그 평균 119개)을 사용해 최하위 한화(14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매 경기 경기력이 널을 뛰었다. 결국 부상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경쟁 동력을 잃었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자마자 부상자가 나왔다. 2월 초 포수 김도환(21)이 재활군으로 향했다. 청소년대표 출신인 김도환은 주전 강민호의 백업 1순위 후보였다. 그런데 오른 어깨 부상을 이유로 장기 공백을 갖게 됐다. 2월 11일에는 더 큰 악재가 발생했다. 거포 김동엽(31)이 활배근 부상을 이유로 이탈했다. 김동엽은 지난해 타율 0.312, 20홈런, 74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1위, 타점 공동 2위에 오른 중심 타자. 그러나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모두 뛰지 못하면서 개막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부상 바이러스는 계속 퍼졌다. 김동엽 부상 닷새 만에 선발 투수 최채흥(26)이 쓰러졌다. 연습경기 등판 후 복부 통증을 느꼈고 검진 결과 복사근이 3.5㎝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8주 이탈. 지난해 13승을 따낸 최채흥은 리그 국내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였다. 올 시즌 개막전 3선발이 유력했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삼성은 시범경기 마지막 날 프로 2년 차 이승민을 최채흥 대체 선발로 발탁했다. 선발 무게감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겨울 FA(자유계약선수) 최대 50억원을 주고 영입한 1루수 오재일(35)도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오재일은 지난 27일 옆구리 복사근 근육이 찢어져 재활 치료 5주 진단을 받았다. 복사근은 몸통 옆구리 근육으로 민감한 부위이다. 재발 우려도 크다. 김동엽과 오재일이 함께 빠지면서 클린업 트리오에 큰 구멍이 생겼다. 두 선수를 중심 타선에 배치해 화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허삼영 감독의 구상은 정규시즌 첫 경기도 치르기 전에 무산됐다. 30일에는 오재일의 백업 1루수가 유력했던 이성규(28)까지 다쳤다. 수비 훈련 중 공을 잘못 밟아 왼발목 인대가 파열, 사실상 전반기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구단 관계자는 "보통 발목 인대 파열은 4개월 정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정확한 복귀 시점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전 오재일과 백업 이성규가 함께 재활군으로 향하면서 1루수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다. 삼성은 왼손 불펜 노성호(32)까지 팔꿈치 부상에서 재활 치료 중이다. 허삼영 감독은 "전반기 출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노성호가 빠지면서 왼손 계투 라인은 임현준 하나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부상엔 여러 종류가 있다. 경기 중 공에 맞거나 타구를 처리하다 다치는 건 불가항력적이다. 하지만 복사근 같은 근육 부상은 '관리'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삼성은 지난 시즌부터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중이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달 30일 "한 번에 부상이 닥치니까 팀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상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제는 전쟁터에 나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전쟁터에 가야지만 싸워야 하는 장수가 부족하다. 정규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삼성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4.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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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오재일 '또' 복사근 파열…'옆구리 터진' 감독 구상

삼성 구단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최대 총액 50억원을 주고 영입한 거포 오재일(35)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복사근을 또 다쳐 정확한 복귀 시점에 물음표가 찍혔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27일 잠실구장에서 오재일의 부상을 공식화했다. 허삼영 감독은 "(병원 검진 결과) 오재일의 옆구리 복사근 근육이 찢어졌다고 한다. 5주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복사근은 몸통 옆구리 근육으로 워낙 민감할 부위이다. 찢어질 경우 정상적인 스윙이 불가능해 휴식해야 한다. 2018년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김재환(두산)이 경기 전 훈련에서 복사근을 다쳐 잔여 시리즈를 모두 결장했다. 구단이 예상한 '5주' 진단이 맞아떨어질지 예상하기 힘들다. 일단 시간을 두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복사근을 다친 선수가 하필 오재일이어서 더 민감하다. 오재일은 두산 시절 복사근 부상을 이미 여러 차례 반복했다. 2015년과 2016년 모두 복사근 부상으로 고생했다. 지난 시즌에는 5월과 6월 두 번이나 같은 문제로 부상자명단(IL)에 이름을 올렸다. 스윙이 매우 큰 스타일이어서 그에 따른 부상 위험이 항상 존재했다. 선수 경력 동안 허벅지를 비롯한 다른 부상도 있었지만 유독 복사근 문제로 골치가 아팠다. 공교롭게도 삼성 이적 첫 시즌부터 복사근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빨라야 5월에나 복귀할 것으로 전망돼 4월 3일 예정된 정규시즌 개막전 출전도 불발됐다. 대체 자원을 찾는 게 숙제로 떠올랐다. 허삼영 감독은 "일단 선수는 많다. 핑계를 대면 안 된다"며 오재일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오재일을 대신할 '1루수 자원'은 많지 않다. 전문 1루수가 부족해 이미 지난 시즌에도 몇몇 선수들이 '1루수 알바'를 했다. 3루수 이원석, 외야수 박해민과 이성곤이 1루수로 출전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현재 오재일의 대체 1순위로 꼽히는 이성규의 주 포지션도 1루가 아니다. FA 거금을 주고 오재일을 영입한 것도 팀의 붙박이 1루수를 맡아달라는 기대감이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린다. 타선엔 더 큰 공백이 생겼다. 이미 삼성은 20~3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거포 김동엽이 재활 치료 중이다. 지난달 캠프 훈련 중 활배근을 다쳐 재활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다. 예상보다 복귀 시점이 빠르게 예상돼 팀 전력에 날개를 다는 듯했다. 팬들은 오재일과 김동엽의 영문 이름을 따 'OK포'라고 부르기까지 하며 두 선수가 보여줄 시너지효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재일이 쓰러지면서 중심 타선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김동엽이 복귀하기 전까지 어떤 선수가 클린업 트리오에 배치될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확실한 카드 하나가 사라졌다. 구단 관계자는 "오재일은 일단 간단한 조치 이후 재활군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3.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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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이슈] 복사근 3.5㎝ 찢어진 삼성 최채흥, 최악은 피했다

복사근 부상으로 쓰러진 삼성 최채흥(26)이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최채흥은 지난 14일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3이닝 5탈삼진 무실점)한 뒤 복부에 이상을 느꼈다. 곧바로 병원 검진을 받았고, 오른 복사근이 3.5㎝ 찢어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16일 "8주 정도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월 내 복귀가 쉽지 않아 4월 3일 예정된 정규시즌 개막전(고척 키움전) 엔트리 등록도 불발됐다. 재활군에서 시즌을 시작할 전망이다. 삼성으로선 큰 악재다. 최채흥은 지난해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2018년 1군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국내 선발 투수 중 1위(2위·SSG 문승원 3.65). 올 시즌 삼성의 3선발이 유력했다. 외국인 듀오 데이비드 뷰캐넌, 벤 라이블리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질 중추적인 선수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한편에선 "복귀까지 8주 그 이상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만큼 다친 부위가 민감하다. 이에 대해 A 구단 수석 트레이너는 "(감독의 말대로) 8주면 충분히 복귀할 수 있다. 근육이 붙는 데 보통 4주가 걸린다. 나이가 어리다는 걸 고려하면 더 빨리 붙을 수도 있다. 3.5㎝면 양호한 편"이라며 "복사근은 심할 경우 10㎝까지도 찢어지는데 3.5㎝면 근육에 파열이 생긴 정도다. 보통 두 달 정도 재활 치료 기간을 잡는다. 더 빠른 복귀가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복사근은 몸통 옆구리 근육으로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과 더불어 재발 우려가 높은 부위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B 구단 트레이너 팀장도 "(복사근 파열은) 6주 정도 재활 치료를 한 뒤 2주 실전 투구를 하면 8주 내 복귀가 가능할 것 같다. 심각한 건 아니다"고 비슷한 얘길 했다. 만약 복사근이 찢어진 상태로 공을 더 던졌다면 부상 부위가 확대, 더 긴 재활 치료 기간이 필요했을 수 있다. 3.5㎝가 찢어진 상태로 발견된 게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삼성은 일단 '대체' 선발을 발굴할 계획이다. 불펜으로 시즌을 준비하던 양창섭이 선발 테스트를 받는다. 양창섭은 2019년 3월 오른 팔꿈치 내측 인대 접합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복귀해 '불펜'으로 경기를 뛰었고 올 시즌에도 천천히 투구 수를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최채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양창섭은 더 빨리 구위를 점검한다. 이외에 프로 2년 차 왼손 듀오 허윤동과 이승민,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김대우 등이 선발 후보. 개막 직전 복사근 부상이 확인됐다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범경기(3월 20일 시작) 일정을 소화하기 전이어서 그래도 여유가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3.18 06:00
경제

"왜 부모님 괴롭혀"…술 취한 형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동생

부모를 괴롭힌다며 형을 발로 차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44)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7일 오전 0시 16분 인천시 미추홀구 한 가게에서 형 B씨(사망 당시 46세)의 머리 등을 10여차례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알코올중독 증세가 있던 형이 부모를 못살게 굴자 말다툼을 하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사건 당일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복부 출혈 등으로 40분 만에 사망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형을 발로 찬 건 맞지만 술에 취해 있어 깨우려고 했다"며 "상해를 입히려는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목격자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쓰러진 피해자의 왼쪽 옆구리를 축구하듯 발로 차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며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도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린 뒤 수차례 발로 차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둔력에 의해 몸통이 손상돼 내부 출혈이 있었다'는 법의관 소견을 봐도 상해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에 취해 방어 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가격했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일부 유족이 처벌을 원하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2020.06.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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