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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멋지다" 1시간 49분 만에 경기 끝낸 하우크, 94구 완봉승으로 '매덕스'까지 소환

오른손 투수 태너 하우크(28·보스턴 레드삭스)가 깜짝 놀랄만한 호투로 '레전드' 그레그 매덕스(통산 355승)를 소환했다.하우크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선발 등판, 9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완봉승으로 시즌 3승(1패)째를 거둔 하우크는 평균자책점을 1.35까지 낮춰 순항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 경기는 1시간 49분 만에 끝났는데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010년 6월 3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클리블랜드전(1시간 44분) 이후 가장 빠르게 끝난 경기라고 밝혔다.당시 디트로이트-클리블랜드전은 아르만도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이 9회 2사 후 오심으로 깨져 화제성이 컸다. MLB닷컴은 하우크의 피칭이 '매덕스'라고 평가했다. '매덕스'는 100구 이하로 완봉승을 달성한 경우 일컫는 용어인데 선수 시절 효율적인 피칭으로 관련 기록을 여러 번 해낸 매덕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우크의 총 투구 수는 94개(스트라이크 69개)였다. MLB닷컴은 '2022년 6월 7일 마이클 와카 이후 보스턴 투수의 첫 완봉승이다. 또한 2014년 9월 1일 클레이 벅홀츠 이후 보스턴 투수의 첫 '매덕스' 기록이기도 하다'고 조명했다. 특별한 장면을 목격한 3만2024명의 관중은 9회 하우크가 등판하자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멋지다. 그게 전부"라며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정작 하우크는 경기에 집중한 나머지 박수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만큼 경기에 몰입했다는 의미다.하우크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4번에 지명된 유망주 출신이다. 2020년 빅리그에 데뷔, 올해까지 통산 78경기(선발 45경기)에 등판해 18승 20패 2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 중이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18 20:03
프로야구

더위 먹어도 '4연속 QS+', 고퀄스의 비결은 9이닝 당 볼넷 '0.68' [IS 스타]

8회까지 무실점, 점수는 8점 차 리드. 완봉승도 노릴만한 페이스였지만 고영표(31·KT 위즈)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이번 이닝(8회)만 막고 내려가겠습니다”는 말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왔다. 고영표는 지난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져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9승(5패)을 수확했다. 투구 수를 보면 1이닝을 더 던질 수 있었지만, 고영표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이유가 있었다. 고영표는 8회 도중 집중력을 잃었다. “더위를 먹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고영표는 추신수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투수 코치를 불렀다. 교체가 가능한 투수가 있는지 확인한 뒤, 몸을 풀고 있는 투수가 없자 자신이 이닝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하고 8회를 마무리했다. 이후 고영표는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잠시 흔들렸으나 이날 고영표의 투구는 완벽했다.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고 8회까지 무실점했다. 네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9경기 연속이다. 선발이 7이닝 이상 경기를 끌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고영표는 꾸준히 제 임무를 다했다. 그의 별명도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다.비결이 무엇일까. 고영표는 “초구부터 승부구를 던지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엔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던지다가 조금씩 감을 잡으면 점점 코너를 보고 던진다. (가운데에 던질 때) 힘 없게 던지면 치기 쉬운 공이 되니까 초구부터 승부구라고 생각하고 강하게 던진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그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무려 72.8%로 KBO리그에서 가장 높다. 볼넷이 적은 것도 ‘고퀄스’의 비결이다. 올 시즌 고영표의 9이닝 당 볼넷은 0.68개로, 이 역시 리그에서 가장 적다. 볼넷이 적으니 투구 수 관리에도 효율적이다. 고영표의 이닝 당 평균 투구수는 13.5개. 긴 이닝을 끌고 가기 수월하다. 고영표는 “볼넷을 주면 투구수가 무의미하게 늘어난다. 존 안에 공을 던져 타자들과 빨리 승부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고영표와 KT의 상승세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여름(6월)을 기점으로 고영표는 6승 2패 평균자책점 1.58로 승승장구 중이다. KT도 6월 이후 승률 1위(0.682)를 달리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고영표는 “여름에 팀도 나도 승수를 많이 쌓는 것 같다. 기복이 적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라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다짐했다. 윤승재 기자 2023.08.03 10:09
프로야구

[IS 고척] 글러브 안 뻗었더라면...내야 안타로 깨진 백정현 '퍼펙트게임' 도전

삼성 라이온즈 왼손 투수 백정현(36)이 7과 3분의 1이닝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41년 프로야구 역사 최초 기록에 도전했지만, 내야 안타로 달성에 실패했다. 백정현은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했다. 역대 최초 퍼펙트게임에 도전했지만, 눈앞에서 아쉽게 무산됐다. 백정현은 1회 말 선두 타자 김헤성, 후속 김휘집 그리고 리그 대표 타자 이정후는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도 이형종과 에디슨 러셀, 박주홍을 땅볼과 뜬공·2개로 돌려세웠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은 시속 134~6㎞/h이었지만, 좌타자에겐 슬라이더, 우타자에겐 체인지업을 곁들여 완급조절을 해냈다. 직구의 제구도 날카로웠다. 백정현은 3회, 김동헌과 임병욱을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 땅볼로 잡아냈고, 후속 타자 송재선은 3구 삼진 처리했다. 타순이 한 번 돈 뒤에도 퍼펙트 행진이 이어졌다. 4회 초 선두 타자 김혜성은 중견수 뜬공, 후속 타자 김휘집은 3루 땅볼, 이정후는 1루 땅볼 처리하며 큰 산을 넘었다. 5회도 이형종과 러셀을 각각 뜬공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고, 박주홍은 직구 위주 승부로 풀카운트를 만든 뒤 시속 135㎞/h 직구로 삼진 처리했다. 2번째 상대하는 하위 타선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6이닝 퍼펙트를 해냈다. 상위 타선과 3번째 만나는 7회는 가장 큰 고비였다. 하지만 김혜성을 2루 땅볼, 김휘집을 삼진, 이정후를 2루 땅볼로 잡아냈다. 원정 관중석이 들끓었다. 운명의 8회. 백정현은 선두 타자 이형종을 삼진 처리하며 22연속 범타 처리를 해냈다. 하지만 23번째 타자 러셀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유리한 볼카운트(0볼-2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으로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는데, 직접 잡아 처리하려고 손을 뻗었다가 대기록을 놓쳤다. 굴절된 공이 뒤로 흘렀고, 유격수 이재현이 역동작을 바로잡아 포구해 송구까지 연결했지만, 러셀이 먼저 1루를 밟았다. 프로야구 41년 역사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퍼펙트 달성이 눈앞에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백정현은 후속 대타 이지영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실점 없이 8회를 마쳤다. 9회도 마운드에 올라 완봉승을 노렸다. 하지만 긴장감이 풀렸을까. 선두 타자 김동헌과 후속 임병욱에게 연속 장타를 맞고 실점한 뒤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성은 막판 키움의 추격을 막고 6-4로 승리했고, 백정현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대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앞서 2패를 당한 백정현 입장에선 반등 발판을 만든 셈이다. 대기록 달성 실패는 아쉽다. 러셀의 타구가 빠르지 않았고, 타구 방향도 정면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투수의 몸이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워낙 역대 1호 퍼펙트게임을 앞두고 있었기에 '만약'이라는 무의미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백정현이 손을 뻗지 않았더라면, 유격수 이재현이 처리할 수 있었던 타구였다. 고척=안희수 기자 2023.04.18 21:22
프로야구

[IS 피플] 준PO 분위기 바꾼 '키움의 아픈 손가락' 애플러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키움 히어로즈)는 홍원기 키움 감독의 '아픈 손가락'이다.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를 앞두고 만난 홍 감독은 "애플러가 많이 아깝다. 스프링캠프 때 기대를 많이 했었다"고 아쉬워했다. 애플러는 지난해 12월 키움과 계약했다. 크게 주목받은 영입은 아니었다. 마이너리그에선 잔뼈가 굵지만, 미국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없었다. 잠깐 몸담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성적은 2승 9패 평균자책점 7.75였다. 키움은 애플러에게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저 수준의 연봉(27만5000달러·3억9000만원)을 제시했다. 애플러는 예상을 깼다. 개막 후 5월까지 10경기 선발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5월에 선발 등판한 5경기 평균자책점은 1.91로 더 낮다. 배제성(KT 위즈·1.36)에 이어 월간 평균자책점 2위. 5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다섯 번째로 '무사사구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워싱턴에서 뛸 때 투수 코치가 팔의 타점(릴리스 포인트)을 내리라고 했고 그 이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스카우트팀이 직접 보고) 체크했을 때 팔의 타점이 올라가 있었다. (변화를 준 덕분에) 직구에 힘도 있고, 변화구가 꺾이는 것도 날카롭다"고 반색했다. 장신(1m96㎝)을 활용한 높은 릴리스 포인트와 안정된 제구가 강점이었다. 애플러의 성적은 6월에 악화했다. 6월 9일 KT 위즈전과 1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각각 8피안타(6실점) 11피안타(4실점)로 흔들렸다. 기용법을 고민한 홍원기 감독은 7월 14일 SSG 랜더스전에서 애플러를 불펜으로 기용했다. 외국인 선수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러는 군소리를 하지 않았다. 기복이 계속돼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 시한(8월 15일)을 앞두고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의 거취를 고심한 키움은 교체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애플러는 정규시즌 마지막 세 번의 등판을 모두 불펜으로 소화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33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4.30. 잦은 보직 변경 탓에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홍원기 감독은 "책임감이 뛰어나고 야구에 대한 생각도 강한데 유독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본인이 선발로 나가서 결과가 안 좋으면 미안해한다"며 "중간(불펜)이 꼬이면 계획에 없더라도 불펜으로 나가겠다고 하면서 연투도 가능하다고 하더라. 기록이나 결과가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지 준비하겠다고 하는데 고맙다. 그런 외국인 선수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애플러는 19일 열린 KT와 준PO 3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6피안타 1실점(비자책) 쾌투로 9-2 대승에 힘을 보탰다. 이날 키움은 3회까지 유격수 신준우가 실책 3개를 기록했다. 애플러는 실책으로 나간 주자의 실점을 최소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선 신준우를 위로하기도 했다. 모처럼 잡은 '선발' 기회. 중압감이 큰 경기에서 예민할 수 있지만 평정심을 유지했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 뒤 "애플러가 올 시즌 많은 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에게 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본인 역할을 해냈다"며 웃었다. 수원=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0.20 16:04
프로야구

[IS 피플] '가성비 갑'이 된 마이너 7점대 투수 애플러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키움 히어로즈)가 자신을 향한 우려의 시선을 거둬냈다. 키움의 상승세를 이끌며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가성비 외국인'으로 떠올랐다. 애플러의 정규시즌 성적은 29일 기준으로 4승 2패 평균자책점 2.72이다. 피안타율이 0.239로 낮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7로 수준급이다. WHIP는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1.15) 케이시 켈리(LG 트윈스·1.16)보다 낮다. 그만큼 출루를 억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은 불과 0.82(22이닝 2자책점)다. 지난해 12월 키움과 계약이 발표됐을 때만 하더라도 애플러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2승 9패 평균자책점 7.75에 그쳤다. 9이닝당 피안타가 11.8개일 정도로 난타당했다. 낙제 수준의 성적표 때문에 KBO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키움은 아니었다. 시즌 중 국제스카우트팀을 파견, 선수를 체크했고 다각도로 분석한 끝에 "반등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애플러는 2018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산하 트리플A에서 13승을 따냈다. 이듬해 일본 프로야구(NPB)에 진출,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평균자책점 4.02(31과 3분의 1이닝)를 기록한 이력이 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워싱턴에서 뛸 때 투수 코치가 팔의 타점(릴리스 포인트)을 내리라고 했고 그 이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스카우트팀이 직접 보고) 체크했을 때 팔의 타점이 올라가 있었다. (변화를 준 덕분에) 직구에 힘도 있었고, 변화구가 꺾이는 것도 날카로웠다"고 했다. 애플러는 키움 유니폼을 입고 '장점'만 보여주고 있다. 1m96㎝의 큰 키를 활용해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여기에서 나오는 직구(포심 패스트볼)는 물론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투심 패스트볼(투심) 등 다양한 구종이 위력적이다. 송신영 키움 투수 코치는 "(미국에서와 달리 투구 레퍼토리에) 투심과 포심을 섞고 있다. 변화구도 효과적으로 던지기 위해 노력 중인데 그 부분이 타자와의 승부에서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말하는 애플러의 최대 강점은 제구다.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이 1.51개로 적다. 지난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9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히어로즈 투수가 '무사사구 완봉승'을 달성한 건 역대 다섯 번째.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칼날 제구'로 롯데 타자들의 배트를 무력화했다. 키움에서 4년째 활약 중인 에이스 에릭 요키시(6승 3패 평균자책점 2.67)와 '판박이'다. 올 시즌 키움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팀의 상징 박병호(현 KT 위즈)가 이적했고,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치열하게 2~3위 경쟁 중이다. 요키시·안우진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끄는 '가성비 갑' 애플러의 깜짝 활약이 팀 상승세에 한몫하고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5.30 09:05
야구

'9월 ERA 0.27' 고영표, 데뷔 후 처음으로 KBO 월간 MVP

KT 투수 고영표(30)가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KBO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KBO는 8일 고영표가 KBO리그 9월 월간 MVP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고영표는 기자단 투표에서 31표 중 26표(84%), 팬 투표에서 33만1554표 중 16만3114표(49%)를 각각 얻어 총점 66.53점으로 1위에 올랐다. 2위 이정후(키움·9.44점)와 격차가 크다. KT 소속 선수로는 6월 MVP 소형준에 이은 올 시즌 두 번째 수상이다. 고영표는 9월 한달 간 4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27로 맹활약했다. 33과 3분의 1이닝 동안 자책점을 단 1점만 내주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2일 SSG와 수원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올 시즌 KBO리그 첫 무사사구 완봉승을 올리기도 했다. 고영표의 개인 2호 완봉승이자 첫 무사사구 완봉승이었다. 고영표는 또 지난달 25일 수원 LG전에서도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해 KBO리그 역대 20번째 '무득점 무승부' 경기의 주역이 됐다. 고영표는 9월뿐 아니라 시즌 내내 팀 에이스로서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KT가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다. 고영표는 상금 200만원과 함께 75만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를 부상으로 받는다. 신한은행이 후원한 기부금 100만원은 고영표의 모교인 광주 동성중학교에 고영표 명의로 전달된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10.08 11:49
야구

루친스키·미란다·이정후·구자욱 등 KBO 9월 MVP 후보

드루 루친스키(NC 다이노스),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 고영표(KT 위즈),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구자욱, 오재일(이상 삼성 라이온즈),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등이 KBO리그 9월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올랐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2일 9월 MVP 후보 7명을 발표했다. 루친스키는 묵묵히 NC 선발진을 지탱해줬다. 6경기에 등판하여 투수 중 2번째로 많은 36이닝을 책임졌고 4승을 기록하며 다승 부문 1위에 올랐다. 또한 평균자책점도 2.00으로 3위에 올라 많이 던지고 적게 실점하는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줬다.200탈삼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두산 미란다는 9월에도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39탈삼진을 기록하며 이 부문 2위에 올랐고 시즌 전체로는 10월 1일 현재 194탈삼진으로 2위 카펜터(153개)를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9월 1일 열렸던 잠실 KIA 전에서는 KBO리그 개인 첫 번째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고영표는 9월 한 달간 에이스의 면모를 뽐냈다. 총 4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를 거뒀다. 9월 12일 수원 SSG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이번 시즌 리그 첫번째 무사사구 완봉승까지 올렸다. 평균자책점 0.27로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9월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기록했다.타자 중에는 키움 이정후가 리그를 지배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9월 한 달간 3번이나 4안타 경기를 만들어내며 타율을 끌어올린 이정후는 KT 강백호를 제치고 리그 전체 타율 1위에 올랐다. 총 18경기에 출장한 이정후는 4할대 타율(0.433)로 해당 부문 1위에 올랐다.롯데 전준우는 27경기에서 43안타를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43안타는 역대 월간 최다안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전준우는 주간 안타기록도 새로 썼다.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한 주간 21안타를 치며 KBO리그 주간 안타 기록을 경신했다.삼성 구자욱도 빼어난 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구자욱은 홈런 부문 공동 3위(7홈런), 득점 1위(21득점), 안타 2위(36안타) 등 타격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또한 9월 22일 부산 롯데전에서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이 기록을 달성한 시즌 첫 번째 선수가 됐다.오재일은 9월 한 달간 1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삼성 타선을 이끌었다. NC 나성범(8홈런)을 제치고 월간 홈런 1위에 올랐고 홈런과 더불어 장타율 0.738, 타점도 28개로 1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9월 MVP는 6일까지 KBO리그 타이틀스폰서인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신한SOL(쏠)'팬 투표와 한국야구기자회 기자단 투표로 선정한다. 투표 결과는 8일 발표된다. MVP에 뽑힌 선수는 상금 200만원과 함께 75만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를 받는다. 신한은행의 후원으로 MVP 수상 선수의 출신 중학교에 해당 선수 명의로 1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한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2021.10.02 16:47
야구

KT 고영표, 올 시즌 1호 무사사구 완봉승

KT 선발 투수 고영표(30)가 올 시즌 처음으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고영표는 1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더블헤더 1차전 홈 경기에 선발로 나와 9이닝 동안 103구를 던져 안타 7개를 맞았지만 삼진 7개를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KT가 10-0으로 이기면서 고영표는 완봉승으로 10승(4패)째를 올렸다. 고영표가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건 데뷔 후 처음이다. 고영표는 볼넷, 몸에 맞는 볼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무사사구 완봉승은 올 시즌 KBO리그 첫 기록이자 통산 136번째 기록이다. 고영표는 완봉승을 달성하기 위해 10-0으로 앞선 8회 말 타석에 서기도 했다. KT는 이날 지명타자 김민혁을 6회 대타 오윤석으로 교체했다. 8회 수비 때 오윤석에게 1루수를 맡긴 뒤 강백호를 뺐다. 그리고 8회말 공격 강백호 타석 때 고영표가 타석에 들어가서 볼넷을 기록했다. 고영표의 호투로 KT는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60승(39패 4무)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통산 60승 선점 팀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건 30시즌 중 22차례(73.3%),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30시즌 중 17차례(56.7%·이상 1982~1988 전후기리그, 1999~2000 양대리그 제외)다. KT는 0-0으로 맞선 5회 말 선두 타자 배정대의 중전 안타와 제러드 호잉의 볼넷, 김민혁의 내야 안타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은 뒤 심우준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선제점을 올렸다. 그리고 SSG 선발 이태양이 내려간 6회 말 대거 6점을 올렸다. 강백호는 바뀐 투수 김태훈을 상대로 볼넷을 얻었고, 장성우가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안타를 만들어 2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이후 박경수가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달아났다. 후속 타자 호잉은 투런포로 날렸고, 이후 대타 오윤석이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심우준이 세 번째 투수 신재영을 상대로 투런포를 쏘아올려 6-1로 앞서 나갔다. 박소영 기자 2021.09.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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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학] ⑦류현진·매덕스는 타자의 0.045초를 훔친다

“나는 투수들의 피칭을 지켜봤다. 그 가운데 한 명인 왼손 투수 스티브 에이버리는 시속 153㎞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다. 그의 커브는 크게 휘었다. 아주 위력적이었다. 다른 한 명은 오른손 투수였다.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는 대학생 투수 수준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러나 특별하지 않았다. 위력적이지 않았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가 2017년 게재한 기사의 리드 부분이다. 포수보다 3~4m 뒤에 앉은 기자는 두 투수의 살아 있는 공을 봤다. 왼손 투수는 무서울 만큼 강해 보였고, 오른손 투수는 그저 그랬다고 한다. 그 기자가 ‘대학생 수준보다 조금 낫다’고 평가한 투수는 그레그 매덕스(54)이다. 매덕스는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1992~95년) 사이영상을 받았다. 17년 연속(1988~2004년) 15승 이상, 20년 연속 10승(1988~2007년) 이상을 기록하는 등 MLB 통산 355승(227패 평균자책점 3.16)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다. 기자는 참 이상했을 것이다. 매덕스의 피칭이 겨우 이거라고? 뭔가 특별한 무기를 숨긴 것 아닐까? 이렇게 의심했을 것이다. 매덕스는 기자에게 “이것이 내가 가진 전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변화구는 크고 빠르게 꺾이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내 변화구는 늦게, 빨리 꺾이는(late quick break) 것이 목표다. 공이 많이 꺾이기 위해서는 방향을 일찍 바꿔야 한다. 그만큼 타자에게 생각하고 반응할 시간을 준다. 투구의 변화가 늦게 일어나면 타자가 대응할 시간이 적어진다. 투구에 대한 정보를 타자에게 최대한 늦게 줘야 한다.” 이어 매덕스는 “모든 투구는 서로 가까워 보여야 한다. 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하는 ‘우유 기둥(column of milk)’처럼 보이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모든 투구가 가까워 보인다는 건 패스트볼과 변화구의 궤적 차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구종에 따라 공의 궤적은 당연히 달라진다. 그러나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어느 지점까지는 비슷하게 비행해야 한다는 게 매덕스의 주장이었다. 그가 비유한 ‘우유 기둥’을 떠올려 보자. 우유를 컵에 따르면, 기둥처럼 한 줄로 내려오다가 점점 갈라질 것이다. 야구공도 흰색이니까 여러 투구를 겹쳐 놓는다면 우유 기둥과 비슷한 모양이 될 것이다. 매덕스는 크게 꺾이는 변화구보다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의 변화구를 던지려고 노력했다. ‘타자에게 보이는 것’보다 ‘타자를 속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매덕스의 피칭을 스피드와 변화 각만으로 감상한다면, 기자가 그랬던 것처럼 ‘대학생 투수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고 오판할 수 있다. 그러나 타석에 선 MLB 선수들은 매덕스의 공을 20년 가까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매덕스는 모든 공을 ‘비슷한’ 궤적으로 던지려 노력했다. 그러나 ‘똑같은’ 공은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타자들은 매덕스의 공을 칠 수 있다고 배트를 휘둘렀겠지만, 대부분 빗맞거나 헛스윙을 했다. 매덕스는 타자의 성향과 심리·볼카운트 등을 고려하면서 공을 다양하고, 현란하게 던졌다. ‘우유 기둥’ 안으로 모든 공을 밀어 넣었다. 기둥이 넓게 퍼진 뒤에는 타자가 이미 속은 뒤였을 것이다. 매덕스가 ‘우유 기둥’이라고 이름 붙인 이 투구 이론은 오늘날 피치 터널과 다르지 않다. 그는 이미 20~30년 전에 모든 투구 궤적은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는 걸 알았고, 이를 자신의 피칭에 적용했다. 매덕스 별명 중 가장 유명한 건 ‘컨트롤의 마법사’다. 그의 포심 패스트볼 대부분은 시속 140㎞대였다. 그러나 무브먼트가 뛰어난 투심 패스트볼로 타자를 압도했다. 30대 나이가 되어 구위가 떨어진 뒤 매덕스는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을 추가했다. 구종이 다양해진 덕분에 매덕스의 전성기는 더 오래 이어졌다. 만 41세에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14승을 올렸다. 매덕스의 피칭을 다양성과 정확성으로만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그는 타자를 속일 줄 알았다. 그 핵심 기술이 20세기의 ‘우유 기둥’, 21세기의 ‘피치 터널’이다. 매덕스가 ‘우유 기둥’을 말한 이유 매덕스의 스토리는 류현진(33·토론토)과 닮았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류현진은 5월 8일 애틀랜타를 상대로 9이닝 93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외신들은 “류현진이 ‘매덕스 게임’을 완성했다”고 썼다. ‘매덕스 게임’이란 투구 수 100개를 넘기지 않고 9이닝을 완봉으로 막아낸 경기를 뜻한다. 매덕스가 투구 수 100개 미만으로 완봉승을 기록한 경기는 통산 13차례(완봉승 35번)나 된다. 류현진이 지난 시즌 중반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때, 여러 외신과 MLB 관계자들은 그를 매덕스와 비교했다. ESPN “새로운 그렉 매덕스? 건강한 류현진이라면 거의 그렇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류현진과 ‘매덕스 게임’을 함께 이룬 포수가 러셀 마틴이었다. 그는 2006년과 2008년 매덕스와 배터리를 이룬 적이 있다. 마틴은 “류현진이 던진 공 93개 중 58개를 받을 때 미트를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제구가 완벽했다는 뜻이었다. 러셀은 류현진의 투구는 매덕스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난 이런 말들이 류현진에 대한 많은 평가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급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매덕스의 투구에는 힘과 기술뿐 아니라 전략과 통찰력까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이 시속 100마일(161㎞) 이상의 공을 뿌리는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이 될 확률보다 류현진처럼 성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지난 칼럼에서 피치 터널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터널이라는 공간적인 개념뿐 아니라 시간적인 측면에서 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버트 어데어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의 저서 『야구의 물리학』은 투수와 타자의 ‘시간 싸움’을 잘 설명하고 있다. 투수판과 홈플레이트의 거리는 18.44m다. 투수가 스트라이드를 해서 공을 던지기 때문에 릴리스 포인트와 타자의 히팅 포인트의 거리는 약 17m다. 어데어 교수는 투수가 시속 145㎞의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가정했다. 이에 따라 타자가 해야 할 일을 시간별로 계산했다. 패스트볼이 17m를 날아가는 시간은 0.4초에 불과하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 시야에 들어오기까지 0.1초가 걸린다고 한다. 이후 타자가 공의 속도와 궤적을 파악하는데 0.075초가 더 필요하다. 이제 타자의 시간으로 가보자. 사람의 눈이 강한 빛에 반응해 깜빡하는 데 0.15초가 걸린다. 타자가 공을 보고 타격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면, 두뇌가 근육에 신호를 보내는 시간(0.03초)이 필요하다. 따라서 타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스윙에는 0.18초가 소요된다. 타자가 어프로치를 한 이후에도 투구를 보면서 스윙을 조금 수정하거나 멈출 순 있다. 그러나 타자가 스윙을 일단 시작했다면, 타이밍과 궤적은 거의 정해졌다고 봐야 한다. 다시 정리해 보자. 타자가 투구를 파악하는 최소 시간(0.175초)과 타자가 스윙하는 최소 시간(0.18초)이 필요하다. 두 시간을 더하면 0.355초다. 이론상 투구의 비행시간인 0.4초 중에서 0.045초의 시간이 타자에게 더 있는 셈이다. 이건 판단하는 시간이다. 이 찰나의 시간에 타자는 스윙 여부를 결정한다. 타자가 투구의 궤적을 예측했다면 0.045초가 필요 없을 수 있다. 타자들이 시속 145㎞의 패스트볼은 물론 160㎞의 강속구도 공략하는 이유다.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에게 주어진 0.045초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투수가 더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16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그것조차 완벽한 방법이 아니다. 타자의 물리적인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면? 타자의 시야를 흔들어서 타자의 시간을 훔쳐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기 어렵게 공을 던지는 것이고, 피치 터널을 최대한 길게 만드는 것이다. 류현진은 시간과 공간을 지배한다 긴 터널을 만드는 데 마법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전 칼럼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투구의 방향과 속도는 이미 정해져 있다. 안정적인 폼으로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만드는 게 피치 터널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 재능은 강속구를 던지는 것보다 더 귀중하다. 속도만이 무기가 아니다. 류현진처럼 시간과 공간을 잘 활용하면 세계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 시간을 이용한다는 말은 일정한 템포로 던진다는 걸 뜻한다. 어떤 공을 어디에 던져도 폼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수준급 투수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는 동작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커브 같은 느린 변화구를 던질 때는 템포가 느려진다. 투수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피칭 템포가 완벽하게 똑같은 투수는 없다. 타자는 투수의 템포에 타이밍을 맞춘다. 눈썰미가 좋다면 구종도 예측할 수 있다. 투구 템포는 데이터로 나오지 않지만, 타자가 미묘하게 느낄 순 있다. 매덕스나 류현진도 동작의 템포가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타자의 시간을 빼앗는 이들의 능력은 완벽에 가깝다. 피치 터널은 '공간 싸움'이다. MLB 통계 전문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을 보면 류현진의 릴리스 포인트는 일정하게 형성된 것을 볼 수 있다. 9월 25일 뉴욕 양키스전 데이터를 보면, 그의 릴리스 포인트 높이는 구종과 관계없이 180㎝ 선에서 거의 일정하다. 수평 릴리스 포인트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몸에서 가장 가까운 포인트에서 던지는 커브(62.8㎝)와 가장 먼 체인지업(75.3㎝)의 차이는 최대 12.5㎝다. 이 정도 차이는 타자의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또 하나. 류현진의 릴리스 포인트 편차를 보고 폼이 흔들렸다고 보기 어렵다. 똑같은 폼으로 던져도 하이 패스트볼이나 커브를 던질 때는 공을 조금 일찍 놓기 때문이다.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번갈아 공략할 때도 팔 각도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투구 폼은 같고, 내딛는 발의 방향이 몇㎝ 달라지는 것이다. 류현진은 그런 수준에서 피칭하고 있다. 2020년 류현진은 리그와 홈구장이 바뀐 상황에서도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를 형성했다. 또 투구 템포의 차이가 거의 없고, 백스윙 때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이 뛰어나다. 타자 입장에서는 미리 준비할 게 별로 없다. 스윙하기도 전에 타자의 승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류현진처럼 좋은 폼으로 정확하게 던졌다면 공은 깜깜한 터널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타자의 0.045초를 훔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투수는 강속구 없이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매덕스의 나이가 30대 후반이었던 2000년대 초, MLB는 배리 본즈(56)의 시대였다. 그는 2000년 이후 4년 동안 무려 213홈런을 때렸다. 금지 약물 복용 사실로 인해 얼룩지긴 했지만 본즈는 MLB 통산 최다 홈런(762개)을 기록한 강타자다. 본즈의 최전성기(2000~2003년)를 매덕스는 피안타율 0.222(18타수 4안타)로 막았다. 홈런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본즈는 훗날 방송 인터뷰에서 “매덕스는 0볼-2스트라이크에서 (3구 삼진을 잡겠다고) 들어온다. 그가 파워피처가 아니면 누가 파워피처인가”라고 되물었다. 매덕스와 본즈의 대결을 보면, 류현진과 마이크 트라우트(29·LA 에인절스)가 떠오른다. 지난해 류현진 피칭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6월 10일 에인절스전에서 트라우트를 세 번이나 잡은 장면이었다. 1회 직선타에 이어, 3회에는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은 5회 2사 1·3루 위기에서 트라우트를 다시 삼진(컷 패스트볼)으로 잡아냈다. 현역 최고 타자인 트라우트를 통산 10번 상대해 무안타(4탈삼진)로 막아낸 류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배트를 헛돌린 트라우트의 실망한 표정이 기억난다. 20대 나이에 통산 302홈런을 때렸고, MLB 최고 몸값(12년 총액 4억 2650만 달러·5000억원)을 받는 트라우트가 류현진의 ‘파워 피칭’에 압도당했다. 투수의 파워는 속도만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힘이 투수의 중요한 역량이다. 관련기사 ①강속구의 시대, 한국 야구는 왜 소외됐나 ②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③강속구의 대응 무기는 정말 '어퍼컷'일까 ④플라이볼은 목표인가 결과인가 ⑤타격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난 타자를 믿는다 ⑥류현진은 '피치 터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2020.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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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 각성·로하스 괴물 모드, 기록 쏟아진 2020 전반기

KBO 리그가 8월 1일까지 359경기를 치르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7월 셋째 주까지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변수가 많았다. 그러나 다양한 기록들이 쏟아지며 리그 흥미 향상에 기여했다. ◆ 2020 전반기를 빛낸 투수들 NC 구창모는 전반기 출장한 13경기에서 9승·무패·평균자책점(1.55)을 1위를 기록했다. 소속팀 NC의 선두 질주를 견인했다. 5월 한 달 동안 KBO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35이닝을 소화했다. 실점은2실점(2자책)뿐이었다. 평균자책점·탈삼진·승리·WHIP(이닝당 출루 허용) 등 여러 부문에서 리그 선두에 올랐다. 5월 MVP의 영예를 안았다. 유신고 동기인 KT 소형준과 삼성 허윤동은 나란히 KBO 리그 통산 29, 30번째 데뷔 첫 경기 선발승을 거뒀다. 두 선수는 데뷔전 이후 등판한 두 번째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통산 4, 5번째 신인 데뷔전 이후 2연속 선발승을 기록했다. 삼성 오승환은 6월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2013년 9월 24일 문학 SK전 이후 2,457일 만에 세이브를 달성하며 시즌 첫 세이브이자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한국 278, 미국 80, 일본 42)를 달성했다. 그리고 6월 26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KBO 리그 최초로 28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5경기 17세이브를 기록, 이 부문 1위로 전반기를 마감한 키움 조상우는 6월 25일 잠실 LG와의 더블헤더 1, 2차전 모두 뒷문을 막으며 통산 37번째 더블헤더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LG 진해수는 600경기 출장과 더불어 전반기 13홀드를 기록했다. 두산 권혁, 삼성 안지만, 한화 차명주에 이어 역대 4번째 5년 연속 10홀드의 주인공이 됐다. ◆ 2020 전반기를 빛낸 타자들 지난해 홈런왕 키움 박병호는 개인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다. 7월 5일 수원 KT전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역대 14번째, 히어로즈 소속 선수로는 2010년 송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이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키움 주효상은 통산 첫 번째 2경기 연속 대타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6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고척 롯데, SK전에서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 시원한 안타를 쳐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03년 현대 이숭용, 2016년 롯데 문규현, 2018년 삼성 박한이에이어 4번째 2경기 연속 끝내기를 기록했다. 한화 김태균은 역대 4번째이자 우타자 최초로 3500루타를 달성했다. 6월 6일 대전 NC전에서 3500루타를 기록했다. 달성 나이는 38세 27일. 종전 최연소 기록이었던 2007년 삼성 양준혁의 최연소 기록(38세 2개월 9일)도 약 3개월 앞당겼다. SK 최정은 최연소 3000루타와 함께 홈런 기록에도 한 획을 그었다. 7월 3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10호 홈런포를 쏘아 올린 최정은 장종훈(1998~2002, 빙그레·한화), 양준혁(1993~2007, 삼성·해태·LG·삼성)에 이어 역대 3번째 15년 연속 10홈런 기록 보유자가 됐다. 7월 24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3회와 7회 두 번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역대 3번째 350홈런을 기록했다. 최근 352홈런으로 삼성 이승엽에 이어 통산 홈런 2위에 오른 최정은 현역 최다 홈런 타자로 우뚝 섰다. 부상에서 돌아와 시즌 처음이자 통산 16번째 끝내기 3루타를 기록한 NC 나성범을 비롯해 각 팀 간판타자들의 안타, 타점 기록 달성도 있었다. KIA 김선빈은 4경기 연속 3안타를 치며 통산 11번째 최다 연속경기 3안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키움 김혜성은 5월 30일 고척 KT전에서 시즌 첫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통산 26번째, 키움 선수로는 서건창에 이어 2번째다. 올 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인 LG 김현수는 6년 연속 10홈런, NC 강진성은 5월 8일과 10일 창원 LG전에서 각각 2점 홈런과 우월 솔로 홈런을 날리며 역대 4번째 연타석 대타 홈런을 터뜨렸다. ◆ 전반기를 빛낸 외국인 선수들 문학에서 열린 한화와 SK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 서폴드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개막전 완봉승을 기록했다. 이 경기는 종전 2시간 11분이었던 역대 개막전 최단 시간 기록에서 5분 단축된 2시간 6분 만에 종료돼 신기록을 세웠다. 서폴드는 5월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1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2012 LG 주키치, 2015 NC 해커가 남긴 1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제치고, 외국인 최다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신기록도 달성했다. KIA 브룩스는 올 시즌 유일한 무사사구 완봉승과 함께 외국인 투수 데뷔전 이후 최다 연속이닝 무볼넷 신기록을 세웠다. 5월 6일 광주 키움전부터 23일 문학 SK전까지 21⅓이닝 동안 무볼넷을 기록하며 2011년 롯데 코리가 세운 20이닝보다 앞섰다. 외국인 타자 부문에서는 KT 로하스가 압도적이다. 로하스는 올 시즌 65경기 만에 100안타를 달성하며 2009년 박용택(LG), 2016년 김문호(롯데)와 함께 역대 2번째 최소경기 100안타를 달성했다. 5월 23일과 7월 21일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역대 3, 4번째 좌우 연타석 홈런을 연달아 기록했다. 전반기 스위치히터로 맹활약을 펼친 로하스는 KBO 6월 MVP와 함께 홈런·타점·안타·출루율·장타율 등 무려 5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T의 연승을 이끌었다. ◆ 그 밖의 주목받은 기록들 NC는 초반 무서운 기세를 몰아 역대 두 번째로 적은 11경기 만에 최소경기 10승을 달성했다. 5월 26일에는 18경기 만에 15승을 거둬 역대 최소경기 신기록을 달성하고, 8월 1일 기준 70경기 45승 23패 2무(승률 0.662), 팀순위 1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KIA는 6월 10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전에서 안타 없이 5득점을 하며 경기 개시 후 무안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6월 30일 창원에서는 롯데와 NC가 연장 11회 접전을 펼치는 동안 각각 11명, 8명의 투수가 등판해 팀 투수 최다 출장과 경기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을 세웠다. 7월 21일에는 5경기 중 3경기가 끝내기로 종료됐다. 특히 창원과 대전에서는 삼성 김윤수와 한화 김범수가 패전투수가 되며 KBO 리그 최초로 동일 일자 형제 투수 패전이 기록됐다. KIA 유민상과 KT 유원상은 5월 26일 수원에서 역대 2번째 상대 팀 형제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감독 중에는 SK 염경엽 감독이 400승을 달성했다. NC 이동욱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도 KBO 리그 부임 2년 차에 나란히 100승 고지를 넘었다. 전체 일정의 약 49.9%인 359경기를 소화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는 별도의 올스타 휴식기 없이 오늘부터 본격적인 후반기 레이스에 들어간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8.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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