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하버드대 출신의 괴짜 격투가' 차트리, "격투기로 하나(one) 되는 날 오길"
"원(one) 챔피언십이라는 이름대로 종합격투기를 통해 아시아가 하나(one)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종합격투기 원 챔피언십의 차트리 시트요통(48·태국) 회장이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국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부를 밝혔다. 원 챔피언십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 대회를 개최했다. 결과는 대흥행. '스모의 성지'로 불리는 국기관 1만1000석은 매진을 기록했다. 시트요통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아시아 문화는 태권도·유도·무에타이 등 세계적인 무예와 무도를 자랑한다. 아시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격투기"라며 "이번 대회는 새로운 시작이다. 전 세계를 향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차트리는 하버드대 출신의 '괴짜 격투가'로 통한다. 태국 방콕 태생인 차트리의 어린 시절은 지독히 가난했다. 그는 일본 출신 어머니와 단둘이 방콕 빈민가를 전전하며 자랐다. 끼니를 굶는 것은 일상이었다. 태국 출신인 차트리의 아버지는 부동산중계회사를 운영했는데, 사업이 어려워지자 어린 차트리와 아내를 두고 가출했다. 태국 전통 무예인 무에타이는 차트리의 유일한 낙이었다. 시트요통이라는 이름도 무에타이 스승이 지어 준 것이다. 차트리가 나쁜 유혹을 이겨 내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던 이유도 무에타이 수련 덕분이다. 미국 터프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차트리는 명문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했다. 녹록지 않은 유학 생활은 중국음식점 배달원과 무에타이 강사를 하며 버텼다. 학비를 마련하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어머니와 좁은 기숙사에서 함께 살았다. 하루에 한 끼만 먹었고, 밥값도 4달러(약 4500원)를 넘기는 법이 없었다. 차트리는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대학원 근처에 한식 뷔페가 있었는데, 3달러를 내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라며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을 설명했다.1999년 하버드 MBA를 졸업한 차트리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뉴욕 월가에서 투자분석가로 시작해 매니지먼트 컨설턴트·헤지펀드 매니저를 거친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수백만장자(multimillionaire)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11년 차트리는 원 챔피언십이라는 종합격투기 단체를 만들었다. 무에타이를 수련하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 냈듯, 격투기를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트리는 최고 대우를 보장하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격투가를 영입했다. 주변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원 챔피언십은 8년 만에 전 세계 140개국에 경기를 중계하는 대형 스포츠 단체로 성장했다. 현재 원 챔피언십은 약 500명의 선수와 계약을 맺었고, 이 중 130명은 전 소속 단체의 챔피언 출신이다. 차트리는 "우리의 목표는 싸움(fight)을 파는 게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뚝 선 영웅을 탄생시키는 것"이라면서 "선수들을 통해 아이와 어른들에게 희망·꿈·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피주영 기자사진=원 챔피언십 제공
2019.04.02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