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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멘토’ 신성일, “젊은이들, 책 속에 길 있다”
18일부터 일간스포츠 지면을 통해 ‘88만원 세대’와 소통할 영화배우 신성일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류원근 이슈경제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영화계의 전설' 신성일(74)이 젊은이들의 멘토로 우리 곁에 돌아온다. 일간스포츠는 이달 18일부터 영화배우 신성일의 생애를 총망라하는 칼럼 '청춘은 맨발이다'를 주 5회(월~금요일) 연재한다. 지난해 데뷔 50주년(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을 맞은 그가 인생의 대선배로서 88만원 세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인생 경험과 조언을 들려준다. 신성일은 1960~70년대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영화 배우였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집안의 갑작스러운 몰락을 딛고 506편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는 등 '자수성가'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활발한 정치 활동을 벌였고, 현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사장으로 문화계에 기여하고 있다. 특유의 직설어법을 구사하는 그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오피스텔에서 만났다. - 성공한 인생 선배로서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건가."내게 '성공'이란 표현은 안 맞는 것 같다. 경북 영천에 영화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냥 '영화인'이라고 불리고 싶다." - 젊은이들에게 격려의 말을 한다면. "그런 말은 너나 할 것 없이 쉽게 하는데, 젊은이들이 자기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인터넷에 빠져선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없다. 세상이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우리 땐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요즘 젊은이보면 불쌍하다. 나는 젊은 시절 좋은 인연을 만나 운좋게 여기까지 왔다. 신상옥 감독이 나를 끌어주셨다." - 대안은 무엇인가. "이런 세상에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나는 소설가 박경리 때문에 책을 많이 읽었다. 1960년대 초 '여원'이란 잡지의 기획으로 박경리와 단독 대담을 하게 됐다. 내가 조금 늦게 갔더니 박경리는 '귀공자같이 생겼는데 책 좀 읽어요'라고 보자마자 톡 쐈다. 영화배우는 무식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아무리 바빠도 책을 잡식했다. 신문도 매일 아침 세 종류씩 봤다. 신문에 난 몇 줄의 기사로 영화 소재도 잡아낼 수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 이번 칼럼에서 비사를 많이 들려줄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한국 영화사가 기록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시대별 사회상도 이야기하겠다. 내가 걸어온 길은 우리 충무로가 허물어지는 것과 똑같다. 또한 개인적으로 내 잘못에 대해 참회할 것도 있다." - 영화배우로 살아가기 어려웠던 점은."박정희 대통령부터 YS까지는 한국 영화가 죽어간 시기였다. 영화 배우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1970년대부터 정계로부터 많은 유혹을 받았다.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손짓을 받았지만 거부했다. 1981년 마흔 네 살의 나이에 독자적으로 야당인 국민당에 들어갔다가 선거에서 떨어졌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내 이상을 펴보고 싶었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작품 활동은 안하나."드라마 쪽은 가기 힘들다. 작가·PD·배우들이 몰려다닌다. 나 때문에 시청률이 두 배로 팍 오를 것도 아니고…. 내가 며느리에게 야단맞는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요즘 드라마는 리얼리즘이 없다. 우리 감각으론 따라가기 어렵다." - 영화 제작자로도 족적을 남겼는데."1990년 우리 사회의 비리를 파헤친 영화 '코리안 커넥션'을 내가 직접 제작했다. 폭력·섹스·사회고발 등 영화의 3대 요소가 다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당시에는 검열이 심했다. 비리에 연루된 경찰서장이 자기 차에서 자살하는 장면도 시나리오 검열에서 잘렸다. 지금도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던 강우석 감독이 '코리안 커넥션'을 눈여겨 보았다가 '투캅스'(1993)를 제작해 성공했다. 그런 게 진짜 영화다. 그 이후 등장한, 욕지거리가 난무하는 한국 영화들에 대해선 회의를 느낀다." - 굉장히 젊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도 이두박근·삼두박근이 다 있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체력을 관리해 온 덕분이다. 올 초 영천에서 키우는 풍산개가 새끼 세 마리를 낳았다. 아침마다 풍산개와 함께 산에 올라 운동하고 있다."- 은발의 파머머리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감옥에 있을 때 윤정희가 준 베토벤 관련 책을 읽고 베토벤 머리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 머리를 하고 난 후 자유인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 안 감아도 된다. 여자들도 자꾸 만져보고 싶어한다. 늦기 전에 류 팀장도 한 번 해 보라."대담=류원근 이슈경제팀장정리=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사진=이영목 기자showplayiframe('2011_0412_091502');
2011.04.11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