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갓연경, 클러치 박, 전략…5세트에 더 강한 韓 배구 여전사
승패가 나뉘는 5세트 혈투. 코트 위 선수들의 부담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 여자 배구는 도쿄올림픽에서 이런 중압감을 극복하고 5세트에 더 훨훨 날아오른다. 결국 준결승 진출을 이뤘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지난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터키전에서 세트 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이겼다. 당초 1차 목표였던 8강 진출을 넘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 획득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세계랭킹 13위 한국 여자 배구가 올림픽 무대에서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한 가지는 '5세트의 힘'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거둔 4승 중 3승이 5세트 접전에서 거둔 승리였다. 덕분에 8강 진출을 확정 짓고, 4강까지 오르게 됐다. A조에 편성된 대표팀은 첫 경기 브라질에 패한 뒤 약체 케냐를 물리치고 1승 1패를 기록했다. 이어 29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1·3세트를 따내고, 2·4세트를 뺏겼다. 그리고 5세트에서 15점(도미니카 12점)에 먼저 도달하며 8강 진출을 위한 중요한 승전보를 울렸다. 지난달 31일 숙명의 한일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 극적인 승리였다. 5세트 12-14로 뒤져 매치 포인트에 몰렸다. 하지만 연속 넉 점을 뽑아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장식, 8강행을 완성했다. 한국은 4일 터키전에서도 14-11로 앞서다 14-13까지 쫓겼으나 결국 김연경의 마지막 득점으로 4강에 진출하며 환호했다. 5세트는 경기 승패가 나뉘는 만큼 부담이 크다. 하루걸러 경기를 치르는 올림픽 무대의 빡빡한 일정 탓에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또 대표팀은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상황에서 4세트를 내준 다음 5세트를 맞아 분위기상으로도 불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5세트에 돌입하면 공에 대한 굉장히 집중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눌렀다. 세계적인 공격수 '주장' 김연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터키전에서는 5세트에만 7점을 뽑았다. 일본전에서는 5세트 박정아의 득점이 나올 때마다 후위에서 계속 디그에 성공하며 공을 올려줬다. 또 선수들이 잠시 집중력 잃은 모습을 보일 경우에 다그치는가 하면, 또 분위기가 처져있으면 다그친다. 작전 타임 때 "한 번만 끊으면 된다" "후회 없이 해보자"라고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선수들을 자극하고, 동기부여를 심어준다. '클러치 박'도 있다. 중요한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잘 해내 얻은 별명이다. 박정아가 도미니카공화국전과 일본전 경기를 끝내는 마지막 포인트를 올렸다. 특히 일본전에선 12-14에서 연속 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뒤 상대 범실로 15-14로 역전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집중력 속에 8강을 확정 짓는 마지막 득점을 뽑았다. 해결사 기질을 보인 박정아는 "공을 올릴 곳이 나 밖에 없을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득점을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 첫 외국인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전략도 주효했다. 4일 터키전에선 5세트 박은진의 서브가 승리를 가져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세트 10-10에선 박은진(KGC인삼공사)이 연거푸 좋은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결정적인 점수를 획득했다. 10-10에서 박은진이 연거푸 좋은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고, 김연경이 이를 놓치지 않아 13-10까지 달아났다. 라바리니 감독이 상대 팀에 따라 꺼낸 맞춤식 전략이 통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우리보다 신체 조건이 좋은 터키 선수를 상대로 좋은 서브 구사를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며 "김수지 등 좋은 서브를 넣는 선수들이 많지만, 오늘은 전략적으로 박은진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누가 서브를 넣느냐에 따라 전략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5세트에 강한 비결을 묻는 말에 "오늘(4일) 5세트를 앞두고 후배들이 지금까지 5세트는 모두 우리가 이겼다고 말하더라. 오늘 경기도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했다. 우리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자신감이 넘쳤다.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버틴 것 같다"고 답했다. 이형석 기자
2021.08.0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