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대행, 우승하고 대행 딱지 뗄까
김종민(39) 대한항공 감독대행은 프로배구에 이색 기록을 남겼다. 대한항공은 19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V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현대캐피탈을 3-0으로 완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 감독대행은 역대 V리그 남자부에서 감독대행으로 챔프전에 오른 첫 사령탑이 됐다. 참고로 감독대행의 챔프전 진출은 여자부에서는 있었다. 흥국생명이 2008-09시즌 도중 황현주 감독을 경질하고 이승현 감독을 선임, 다시 막판 어창선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넘기면서 챔프전에 진출했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역대 남녀부 통틀어 유일한 감독대행 우승이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 힘든 시즌을 보냈다. 올스타 휴식기에 신영철 감독이 성적 부진(4위)으로 경질됐다. 2~3위와 승점 차가 별로 나지 않았지만 대한항공 수뇌부는 감독 경질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으례 시즌 도중 감독이 경질되면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에 팀을 이끈다. 갑자기 외부에서 영입하기 보다는 선수들의 동요를 막고 남은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다. 그런데 서남원 수석코치 또한 물러나면서 김종민 코치가 감독대행직을 맡았다. 뜻밖의 인사였다. 김 감독대행은 네임밸류도 떨어지는 편이었다. 현역 시절 수비 잘하는 레프트로 곧잘 활약했지만 팬들에게 크게 각인시키지는 못했다.김 감독대행은 선수 최고참인 이영택(36)보다 불과 세 살 많다. 최부식(35) 하경민(31) 김학민(30) 등 주전급들과는 형 동생 뻘이다. 그는 선수들을 '친근 리더십'으로 이끌었다. 챔프전 진출 후 김 감독대행은 "내가 잘 한 것은 없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처음 낯설었던 감독대행 자리에 대한 솔직한 속내도 드러냈다. 그는 "(감독대행을)얼떨결에 맡아서 처음에는 어쩔 줄 몰랐다"며 "코트에 서 있는데 느낌이 없었다. 신영철 감독님이 지휘하던 때의 영상을 보고, 다른 팀 감독들의 모습을 보곤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대행은 "사실 내가 작전타임을 불러 놓고 별로 하는 말은 없다. 세트 막판에는 '상대 공격 한쪽은 버리고 한쪽만 막아라'고 주문할 때가 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열심히 하자. 하면 된다'라고 격려한다. 내용이 없을 때가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학민, 마틴, 한선수, 곽승석 등 대한항공 전력 자체는 좋은 편이다. 선수들을 채근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 것이다. 주장 김학민과 세터 한선수는 "감독님이 특별하게 주문하는 것 없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준다. 연습 때는 오히려 선수들끼리 말을 많이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학민은 "편하게 해주면서 선수들이 하려는 의지와 코트에서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된다. 편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김종민 리더십에 대해 말했다. 김종민 감독대행은 5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거함 삼성화재를 상대해야 한다. 백전노장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어떤 경기 운영을 보일지 흥미롭다. 김 감독대행은 3년 연속 챔프전에서 만나는 삼성화재 상대로는 "부담없이 즐기고 싶다"고 했다. '긴장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다'는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내보였다.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노쇠화된 센터진의 느린 발을 공략하기 위해 이동공격, 시간차공격, 퀵오픈 등 빠른 공격을 주문해 성공했다. 김 감독대행은 "삼성화재의 약점은 사이드 블로킹이 얕아서 그쪽이라고 본다"고 과감없이 말했다. 나름 비책을 마련했지만, 알려주지 않고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고 했다.프로축구에서 최용수(40) FC서울 감독은 30대인 2011시즌 도중 감독대행에 올랐고, 지난해 '형님 리더십'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농구 문경은(42) SK 감독은 2011~12시즌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다 올 시즌 정식 감독에 올랐고,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대행이 챔프전에서도 '친근 리더십'으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인다면 대행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2013.03.20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