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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어디] 소탈한 제주에서 '걸으멍 쉬멍'

차곡차곡 쌓인 현무암을 따라 제주의 골목과 우거진 초록의 천장이 만들어 낸 그늘에 땀을 식히며 걸었다. 6월 아직은 소란스럽지 않은 제주를 걸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에서 찍는 인증샷이나 화려한 특급호텔에서 즐기는 호캉스도 좋지만, 올해는 꾸미지 않은 소탈한 제주를 걸어보기로 했다. 4시간의 힐링 '물뫼힐링팜' 지난 11일의 제주는 장마였다. 어둑해진 하늘과 흩뿌리는 비가 ‘청정 제주’의 느낌을 반감시켰지만, 걸음을 멈출 수준은 아니었다. 공항에서 20여분을 달려 제주 애월읍에 가까워졌다. 이제는 꽤 익숙한 ‘애월’이란 지명에 창밖으로 절로 눈이 돌아갔다. 도착한 곳은 느릿느릿 걸으며 내 몸에 활기를 넣어줄 ‘물뫼힐링팜’이다. 물뫼란 물과 산, 말 그대로 ‘수산리’ 지역 명칭이다. 이곳에서는 ‘노마드 자연여행’이라는 3.6㎞쯤 되는 제주길을 4시간 동안 걷다가 쉬고 명상하고 먹는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양희전 물뫼힐링팜 대표가 직접 체험자들을 인솔했다. 비를 피하기 위한 천막 아래서 팔과 다리를 스트레칭하며 걷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러던 양 대표는 체험자들에 다가가 일일이 체온을 재며 “코스를 마친 후 체온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해봐라”고 말했다. 제주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느끼며 걷고, 에너지를 느끼고 치유하며 자연과 소통한 후 올라간 몸의 온도를 체크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걷기를 시작한다. 양 대표는 처음 만난 언덕길은 뒤로 걷기를 제안했고, 옥수수밭이 보이자 “6월에 먹는 옥수수가 제일 맛있다”며 ‘유기농 초당 옥수수’를 생으로 맛보기를 권하기도 했다. 한 손에 옥수수를 들고 걷다 보니 물안개 자욱한 수산저수지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하늘이 잿빛이니, 저수지가 빠져들 듯 더욱 깊어 보인다. 왼쪽에는 저수지를 끼고 일렬로 걷는다. 오른편에는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다. '제대로' 제주 시골길이다. 양 대표는 산책하듯 걸으며 계속해서 체험자들의 운동량을 높였다. 오래돼 쓰러진 고목 위를 넘기를 반복하는가 하면, 현무암 돌담 위에 다리를 올려 스트레칭을 유도했다. 한참을 걸으니, 잠시 쉬는 시간이다. 마을의 작은 언덕에 올라 자리를 펴고 차 한잔을 즐긴다. 마침 흩뿌리던 비도 그치고, 맑은 하늘이 반긴다. 보이지 않던 제주의 낮은 마을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흰 구름을 반사해 푸른 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수산저수지가 마음마저 시원하게 한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손수 농장에서 키운 식재료들로 만든 빙떡, 적갈 등 제주 전통음식들이 차려진 건강밥상을 맛볼 수 있다. 양 대표는 “1996년 네덜란드에서 치유농업을 접한 뒤 이를 도입해 물뫼힐링팜을 만들게 됐다”며 “음식들은 빙떡, 적갈 등 제주에서 경조사 때 먹던 음식들로 제공한다”고 했다. 숲에서 마음을 정화하는 '치유의 숲' 물뫼힐링팜에서 제주길을 걸었다면,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제주의 숲속을 걷을 수 있다. 이곳은 해발 320∼760m에 있으며 난대림, 온대림 등의 다양한 식생이 고루 분포한 곳이다. 특히 평균수령 60년 이상의 편백숲이 자리 잡고 있어 관광, ‘산림치유’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하루 만에 이 숲을 모두 둘러보는 건 무리다. 마련된 코스만 해도 10개에, 길이만 11km에 달한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명상하고 차를 즐기며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날은 숲 초입의 길을 체험했다. 우거진 숲의 모습을 해치지 않기 위해 깔아놓은 나무 데크를 따라 천천히 걷는 걸음이 시작이다. 축축해진 숲의 내음을 깊이 들이마시고 나무 사이 사이를 비집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한 걸음씩 내디딘다. 중간에는 신발과 양말을 잠시 벗어두고 제주의 땅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맨발 치유길’도 있다. 제주 화산 송이와 편백을 밟으며 발바닥을 지압하니, 아픔과 함께 정신이 깨어난다. 고생한 발을 뜨거운 물에 담가 피로를 풀어주는 족욕탕도 준비돼 있다. 뜨거운 물에 피톤치드향 오일을 더 해주자 아로마오일 스파가 따로 없다. 곳곳에 설치해놓은 나무 침대에 누워 키가 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볼 수도 있다. 공식적인 ‘하늘멍’의 시간이다. 동행한 산림치유지도사는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제안한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으니 가까이 있던 까마귀와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들, 귀를 스치듯 지나가는 벌레들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온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와 숲의 향긋한 내음이 ‘산림치유’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제주 대표 '올레길' 걷기 특별한 올레길을 걷고 싶다면 ‘하논분화구’를 끼고 걷는 올레길 7-1코스를 추천한다. 하논분화구는 제주어로 ‘큰 논’이라는 뜻으로 국내 유일의 마르형 분화구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5만여 년 전 땅속 마그마가 솟구치다 지하수와 만나 폭발한 뒤 퇴적층이 쌓이면서 분화구가 형성됐단다. 과거에는 물이 차올라 호수를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역민들이 물을 빼고 논을 만들어 현재는 벼농사를 짓고 있다. 하논분화구 해설사는 “제주는 땅을 파면 돌만 나와 벼농사가 안되는 곳이지만, 퇴적토양 덕분에 500년 전부터 유일하게 벼농사가 가능한 곳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올레길 7-1은 분화구 아래로 내려와 논을 끼고 가장자리 길을 걷는 코스로, 제법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먹으며 쉬며 걷고 싶다면 올레길 6코스만 한 곳이 없다. 올레길 6코스는 천지연폭포와 이중섭거리를 지나 ‘매일올레시장’을 통과하는 시장 투어 길이다. 지금이야 올레시장이 제주 분식의 끝판왕 ‘모닥치기’부터 한 박스씩 쟁여가는 오메기떡, 구운 꽁치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꽁치김밥’ 등을 먹으러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과거에는 대형마트에 밀리며 사람의 발길이 끊겨 시름을 앓았단다. 그러던 올레시장이 지난 2009년 제주올레 6코스가 시장을 가로지르면서 다시금 활기를 찾았다. 현재 올레시장은 올레꾼(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시장 중앙로에 설치된 벤치에 모여 앉아 먹거리를 즐기곤 다시 걷기에 나서는 쉼터가 되어주고 있었다. 제주(글·사진)=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6.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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