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장석 사태] 홍성은 측 변호사, "원하는 건 계약 이행, 40% 지분 보장되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은 재미 동포 사업가다.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 주 활동 무대가 미국이어서 한국에서 이름이 크게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2011년부터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와 법적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내용은 간단하다. 홍 회장은 이 전 대표가 KBO 가입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던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0억원을 투자했다. 각각 회사 지분 20%를 양도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총 40%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지난 2012년 2월 대한상사중재원은 "발행 주식 41만 주의 40%에 해당하는 16만4000주를 양도할 의무가 있다"며 홍 회장의 손을 들어 줬다. 이 전 대표의 항소가 취하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2014년 7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다시 한 번 지분 양도를 거부했다. 홍 회장은 사기 혐의로 이 전 대표를 고소하면서 맞불을 놓았고, 이 과정을 통해 배임, 횡령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홍 회장 측 변호인인 이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천우)는 "원하는 것은 계약 이행"이라고 홍 회장의 의견을 전했다. - 2008년에 관련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 내용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1년이다. 그전에는 의구심을 갖지 않은 것인가."당연히 주주 신분으로 알고 있었다. 비상장회사에서 주권을 실물(페이퍼)로 발행해서 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발행된 주권이 있지 않아도 주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인은 더욱 그렇다. 그런 큰 금액이 투자됐는데 '남남'처럼 돼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 이 전 대표와 홍 회장이 알게 된 것은 박성일 고문(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주선 때문이 맞나."박성일 고문을 통해 서로 알게 된 것으로 안다." - 홍 회장은 처음부터 야구단 투자를 제안받은 것인가."처음에는 다른 프로젝트의 투자를 권유받았다. 처음에는 야구단 외에 다른 투자 대상이 있다며 접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8년 이후 갑자기 현대 유니콘스 인수에 뛰어들었고, 이후 대외적으로 투자 권유를 하고 다녔다." - 주주명부에 누락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11년인가."아니다. 홍성은 회장은 명부 등재를 확인할 필요 없이 주주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2011년 전남대학교에서 강연할 때도 그랬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당신은 주주가 아니다'는 소송을 당한 것이다. 주주명단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전에 소송하지 않았을까. 큰돈이 투자돼 있는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다. 일반적인 회사는 주주총회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주주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 2008년 투자 계약을 할 때 처음엔 지분율 10%에 30억원이었다가 두 번째엔 20%에 10억원으로 조정됐다. 그 이유가 뭔가."야구단이 이익을 낸다는 인식이 없을 때 아닌가. 일반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쪽에서는 투자자가 가장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회사의 상태를 봤을 때 합리적이지 않으니 양측이 협의하다가 역제안하고 협상이 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 - '바이백옵션(특정 기업을 인수할 경우 나중에 매각 시 우선매수청구권을 상대방에게 인정해 주는 방식)'을 뺀 이유가 있나."확정적으로 주식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뺀 것이다." - 홍 회장 측에서 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확실히 모르겠다. 그때는 자문하지 않았다. 만약 그 시점에 어설픈 변호사 한 명만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소송이 길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 홍 회장 쪽에서 원하는 것은 뭔가."계약 이행이다. 이장석 전 대표 측은 주식 지분율 변화, 주주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 계약 체결 시점보다 몇 년이 지나서 '주식을 넘기라'는 중재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 전 대표가 정상적으로 (홍 회장을) 주주로서 예우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어떻게 투자를 받습니다' 등 관련 보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혀 없었다. 만약 그런 보고가 있어 왔다면 향후 이 전 대표를 포함한 주주들이 과연 액면가대로 주식을 취득해서 지분을 늘릴 수 있었을까. 안 됐을 것이다." - 이 전 대표에게 홍 회장 규모로 투자한 다른 개인이 있나."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지환(주식 24% 정도·2대 주주)씨는 5억원에 대해 액면 금액대로 지분을 확보한 분이다. 5억원 외에 나머지 돈은 회사에 자금을 대여해 원리금을 받아 간 것으로 알고 있다." - 구단 운영에 관해 전혀 보고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 홍 회장은 어떻게 생각했나."야구단은 일단 운영되고 있지 않았나. 그 부분에 대해 주주라고 해서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홍 회장은 일단 믿고 투자하면 기다리는 성품을 갖고 있다. 인연을 맺으면 기다리고 배려하는 분이니까." - 홍 회장 측의 권리 주장이 다소 소극적인 것이 아니었냐는 시선도 있다."투자하고 방치했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폐쇄적인 비상장회사에서 주주가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 야구단이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보니 그 문제를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 2008년 7월에 1차 계약을 하고, 이후 8월에 2차 계약을 했는데."처음에 10억원을 투자하고, 연이어서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다. 처음부터 20억원 수준이었다. 추가 투자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투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 야구단이다. 그리고 구단 소유권을 상실당할 위기였다. 20억원을 투자받아 가입금을 내면서 새 스폰서를 찾고 위기를 넘겼다. 이후 홍 회장에게 추가 투자를 요구할 만한 사정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개별 투자를 더 받기 위해 또 다른 사람과 접촉한 것으로 안다." - 홍 회장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주식 취득 모양새가 있다면."중재 판정에서 양도하라는 주식 수는 40%다. 홍 회장이 40%를 취득하는 방식은 신주 발행, 구주 양도 모두 상관없다. 16만4000주를 양도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구주 양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 단독이든 다른 주주를 설득하든 상관없다. 방법을 다양하게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40% 지분만 보장되면 가능하지 않겠나. 현실적으로 이 전 대표가 (갖고 있는 걸) 내놓는 것이 가장 심플하고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 홍 회장은 야구단 운영에 관심이 있나."미국이 스포츠 산업은 더 크지 않나. 스포츠 산업에 접근하는 감은 충분히 있으신 것 같다. 넥센처럼 어려운 상황에 있는 기업을 자립시키고, 성장시키는 안목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특정 주주가 독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단주와 선수 그리고 팬이 공유하는 구단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 - 투자를 체결할 때, 이장석 전 대표 측이 투자금 반환 계획에 관해 구체적인 설명은 했나."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향후 스폰서 유치를 통해 재무 건정성을 유지하겠다' 정도의 언급은 있었던 것 같다." - 1, 2차 투자를 체결할 때, 이장석 전 대표의 사인이 들어간 것인가."그렇다."- 그렇다면 왜 투자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한 것인가."결국 빈틈을 노린 것이다. 계약서에 날인할 때 물리적인 (홍 회장이 미국에 있는) 문제로 당사자가 모두 모이지 못했다. 동시에 서명 날인을 하지 않았고 조건을 확정할 때마다 수시로 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메인이 될 순 없다. 애초에 투자 협상을 할 때 조건(10억원 30%에서 10억원 20%)이 조정되는 등 20억원이라는 돈을 각각 10억원씩 받게 됐을 땐, 큰 틀에서 협상 조건이 확실히 확인돼 들어온 것이 아니겠나. 계약서가 일반인이 작성해서 정교하진 않지만 조건을 협의하던 장소도 이장석 전 대표 측 사무실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계약 조건이 잘못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계약서 원본을 입수해 보관하는 과정에서 생긴 틈을 치고 들어오는 것이 이장석 전 대표의 '수'더라. 약간의 흠이나 틈이 있으면 그 부분만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위조'를 얘기했고, 인정받지 못하자 '회사가 당사자인데 주식을 어떻게 양도하냐'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했다. 또 회사가 결손이 난다 싶으니까 '주식 가치가 0이어서 줄 수 없다'고 했다." - 이장석 전 대표는 배임, 횡령 혐의도 인정됐다. 원래 알았나."금융감독원에는 감사보고서가 공시된다. 상대방(이장석 전 대표)도 관련 서류를 냈다. 그래서 (구단의) 내부 서류를 봤다. 최초 감사보고서(투자금을 받은 직후)엔 (홍)회장의 출자금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았다. 감사보고서가 엉망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이미 배임, 횡령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 선고 결과는 만족하나."양형은 법관의 재량이다. 우리 측은 대체로 만족한다." - 사법부는 일반적으로 이런 소송에서 지분 양도에 관한 구체적 명령을 하지 않나."'이행하라'는 중재 판정은 이미 났다. 그런데 소송은 대체로 저쪽(이장석 전 대표)에서 먼저 했다. 자기들은 주식을 양도하고 싶은데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했고, 회사 상황이 안 좋아서 주식 가치가 '0'이라고 주장했다. 인정과 불인정에 관한 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 이 전 대표 측이 구단 대표에서 물러나고, 개인의 일탈을 주장하며 구단과 개인을 분리하려 하진 않을까."회사를 떠난 사람이 '악당', 남아 있는 쪽이 '선인'이라면 약속을 이행하려는 방법을 궁리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분리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후에서 조정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 문제가 많은데."(야구단) 인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구조의 문제다. 가입금을 회사가 낼 수 있도록 라인을 열어 준다. 구단의 가치가 가입금보다 크기만 하면 무조건 남는 장사다. 돈은 어디에서 빌려 와도 상관없다. 회사 돈을 꺼내서 갚으면 된다. 빌려 온 돈을 회사에 집어 넣으면 그게 다 대여금 계정에 들어간다. 대여금으로 가입금을 내고, 그 이상의 순자산이 회사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남는 장사니까 회사를 인수하고 돈을 빌려와서 했을 것 아닌가." - 홍 회장이 이전에도 한국 기업에 투자한 적이 있나."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건이 유일하다. 박성일 고문의 소개로 이 전 대표를 알게 됐다. '투자금 20억원이 없으면 죽는다' '한강에도 여러 번 갔다'는 말을 했다더라. 사람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들어줬다. 홍 회장도 개인사로 힘든 시기였다." - 이 소송에 대한 홍 회장의 소회가 있나."젊은 사람을 도와준다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고맙다는 인사, 주식에 관한 얘기 없이 난데없이 소송해 '당신이 주주가 아니다'고 한 것이다.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형사고소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 그동안 거듭 승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2008년에 한 계약서로 볼 수 있을까."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됐고, 계약서는 그 사실을 증빙하고 있다. 증거 자료로 다 갖고 있다. 계약이 실체가 있고, 그것을 증빙하고 표시하기 위한 문서가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사자(이장석 전 대표)는 그것조차 부인하려 했다. 그러다가 이건 아니다 싶으니까 법리적으로 싸워 보려 했다가, 그것도 안 되니까 홍 회장을 욕심 많은 투자자로 몰고 있다." - 홍 회장 측은 지분을 양도받은 이후 행보에 대해선 계획이 있는지."여러 가지 생각을 길게 하셔야 할 것이다. 일단 이장석 전 대표 측의 행보가 중요하다. 본인(이장석 전 대표)이 모든 것을 터놓고 협의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됐다. 가장 큰 투자자는 홍 회장인데 알리지도 않았고, 다른 제삼자에게 투자를 받았다. 그 제삼자에겐 홍 회장에게 받은 투자 내역을 알리지 않았다. 뒤에 약속 때문에 앞에 큰 금액을 투자한 사람을 소외시켰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본인이 잘못한 부분은 책임져야 할 각오가 필요하다. 홍 회장뿐 아니라 다른 투자자에게도 입장을 밝히고 양보할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 40%의 지분을 주지 않은 것이 배임·횡령과도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나."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분이 높아질수록 경영권에 가까워진다. 운영하면서 과거 문제점을 더 공격받을 것이다. 배임·횡령이 인정되면 형사 책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경영상의 책임도 져야 한다. 염려스러울 것이다. 그럴수록 본인의 잘못을 책임지려 해야 한다." 배중현·안희수 기자
2018.05.29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