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IS 인천]몸 날려 막고, 블로킹 가담까지...'제로 베이스' 흥국생명, 경쟁 시너지 기대
새 감독 체제로 돌입한 흥국생명. 첫 경기부터 내부 경쟁이 치열했다. 흥국생명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와의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5-19, 25-17, 28-26)으로 완승을 거뒀다. 시즌 23승(7패)째를 기록, 승점 69를 쌓았다. 2위 현대건설(승점 62)과의 승점 차를 7로 벌렸다. 이날 흥국생명은 새 사령탑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지휘 아래 첫 경기를 치렀다. 지난 1월 초 권순찬 감독을 경질한 흥국생명은 이후 11경기를 대행 체제로 소화했다. 8승 3패를 거두며 분전했고, 단독 1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경기 집중력이 달라지는 6라운드와 포스트시즌(PS)을 대비하기 위해선 대행 체제를 끝내야 했다. 결국 유럽 무대를 누빈 명장 아본단자 감독을 영입했다. 그는 김연경이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춘 지도자이기도 하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전 "(변화를 많이 줘서) 선수들이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흥국생명 트레이닝복을 입고 코트에 선 그는 시종일관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감독이 바뀐 것만으로 위기의식이 생기는 선수들이 있다. 아직 자리를 굳히지 않은 선수들이다. 흥국생명은 이원정과 김다솔 주전 세터, 김다은과 김미연이 세 번째 공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1세트 선발로 나선 공격수는 김다은이었다. 그가 3득점 하자, 1세트 막판 나선 김미연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점수 쟁탈전'에 기여했다. 세터 이원정은 2세트 초반 투지 있는 플레이로 박수를 받았다. 5-9에서 상대 박정아의 퀵오픈을 김미연이 디그 했고, 전위에 있던 그가 코트 빈 위치에 떨어지려는 공을 몸을 날려 걷어냈다. 이 공을 김연경이 네트 너머로 넘겼다. 코트에 넘어졌던 이원정은 바로 일어섰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네트 앞을 향했다. 김연경이 충돌이 걱정돼 뒤를 돌아볼 만큼 격한 슬라이딩을 했지만, 이원정은 바로 경기에 집중했다. 이어 우측 네트 앞으로 향해 박정아의 공격 막기 위해 블로킹까지 시도했다. 비록 실점했지만, 이 몇 초 동안 보여준 이원정의 움직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고전하던 3세트 중반에는 김다솔을 투입, 야전 사령관을 교체해 경기 흐름에 변화를 줬다. 김채연, 박수연 등 다른 선수도 활용했다. 경기 뒤 아본단자 감독은 "3세트 리드를 내준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김다은의 경기력은 19일 GS칼텍스전보다 폼이 떨어졌지만, 2세트 나선 김미연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노장 리베로 김해란의 투혼을 콕 짚어 칭찬하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계약은 2024~25시즌까지다. 김연경의 은퇴 가능성이 있는 상황. 팀의 리빌딩도 함께 추진해야 하는 흥국생명이다. 흔히 외국인 지도자가 영입되면, '제로 베이스' 평가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흥국생명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인천=안희수 기자
2023.02.23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