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국내선 ‘찬밥’ 스타2 프로게이머, 해외에선 ‘한류스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게임회사 블리자드의 게임축제 ‘블리즈컨 2013.’ 1만명에 이르는 현지 관람객들이 동양인 두 명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열린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의 글로벌 파이널 결승전에서 맞붙은 김유진(웅진)과 이제동(EG)의 현란한 경기에 푹 빠진 것. 한국을 대표하는 김유진과 북미의 이제동이 공방을 주고 받을 때마다 탄성을 터뜨리거나 환호성을 질렸다. 김유진이 우승자로 결정되는 순간에는 일어서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인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프로게이머들이 피부 색깔이 다른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2 e스포츠는 한국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롤)’에 밀려 ‘스타크래프트1(스타1)’때만큼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시들해진 인기에 김택용 등 인기 프로게이머들이 줄줄이 은퇴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제동·정종현 등 일부 프로게이머들이 북미나 유럽에 나가서 활동하고 있다. 해외파들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WCS에서 활약하며 현지에서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특히 북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제동의 인기가 가장 높다. 이날 글로벌 파이널에서 팬들은 이제동을 응원하는 피켓을 만들어 응원했으며 이길 때면 ‘동’을 연호했다. ‘동’은 북미 팬들이 제동이라는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어 만든 별명으로 영화 ‘탑건’에서 빌려온 ‘탑동’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제동을 위해 노래를 만든 팬도 있다. 경기장에서 만난 에밀리 히어쉬(24·시카고)는 “이제동을 가장 좋아한다. 올해 그가 미국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뻤다. 이제동이 출전하는 대회라면 (입장료가) 200달러 이상이라도 지불할 것 같다”고 말했다.미국 팬들은 한국 선수들을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 주저하지 않았다. e스포츠팬인 닉 누가(31·시애틀)는 “한국 선수들은 정말 가까이 가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최근 쇼맨십도 많이 늘어나 좋다”며 “e스포츠의 종주국인 한국을 찾아서 e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블리자드의 스타2 밸런스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김도 “한국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며 “북미·유럽 선수들의 실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고민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선수들의 한류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세계 최고 실력에 성실성까지 갖추고 있어 뮤지션으로서 글로벌 스타가 된 싸이와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게임넷의 전용준 캐스터는 “이제동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엄청나다. 아메리카의 아이돌이 됐다”며 “유럽에서도 정종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전 캐스터는 “현지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e스포츠를 잘 할 뿐 아니라 한국 선수들이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자국 선수처럼 좋아하고 있다”며 “한국 프로게이머가 한류 스타의 중심에 설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Tip◇블리즈컨은세계적인 게임회사 블리자드가 자사 게임을 즐기는 팬들을 위해 개최하는 축제로 2005년부터 시작했다. 신작 및 기존 작품의 업데이트 소식이 발표되며 코스프레 경연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7번째를 맞는 올해는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최초로 공개돼 주목받았다. ◇WCS는블리자드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의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e스포츠대회인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한국을 비롯해 북미·유럽에서 지역 리그를 진행해 선발된 상위 16명이 블리자드의 게임축제인 '블리즈컨'에서 열리는 글로벌 파이널에서 우승자를 가린다.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에는 한국 지역에서 6명이 진출했다. LA(미국)=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2013.11.11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