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기성용의 위대한 여정'…'센추리클럽' 가입, 21C 韓 축구에서 가장 빠르다
연합뉴스1977년 6월 26일. 한국 축구의 영광스러운 역사가 써진 날이다.한국은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 최종예선 홍콩과 경기를 치렀고, 차범근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결승골 주인공인 차범근은 홍콩전 출전으로 A매치 100경기를 뛰었다.한국 축구 1호 '센추리클럽' 가입자가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1972년 5월 7일 태국 아시안컵 조편성경기인 이라크전에서 A매치 데뷔전 치른 차범근은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홍콩전까지 100경기를 완성했다.이후 한국 축구는 8명의 센추리클럽 가입자를 더 배출했다. 홍명보(136경기) 이운재(133경기) 이영표(127경기) 유상철(124경기) 김태영(105경기) 이동국(105경기) 황선홍(103경기) 박지성(100경기) 등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센추리클럽 가입자는 이렇게 총 9명이다.여기에 대한축구협회(협회)가 자체 파악한 센추리클럽 가입자가 4명 더 있다. 김호곤(124경기) 조영증(112경기) 박성화(107경기) 허정무(103경기) 등이 주인공이다.협회는 이들 4명 역시 센추리클럽 가입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고, 조만간 FIFA에 정식 보고할 예정이다. 또 차범근 FIFA 인정 기록은 A매치 119경기지만 협회가 파악한 바로는 136경기다. 홍명보와 함께 역대 1위의 기록이다.협회는 지금도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록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확인이 끝나면 차범근 기록과 함께 FIFA에 일괄 보고할 계획이다. 따라서 한국 축구 센추리클럽 가입자는 총 13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차범근의 나이다. 당시 그는 '24세1개월'이었다.현대 축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어린 나이다. 현 시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나이는 각각 27세12개월, 27세8개월이었다.당시에는 A매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한일정기전, 박대통령컵, 메르데카컵 등 차범근을 필요로 하는 경기가 즐비한 시대였다. 그만큼 차범근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위대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100경기를 출전한 선수는 그래서 차범근이었다. 차범근과 함께 '20대'의 나이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한국 선수는 3명이 더 있다. 2위는 김호곤으로 26세4개월이다. 박성화가 29세5개월로 3위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 축구의 '심장' 박지성이 29세11개월 걸렸다. 지금 한국 축구는 역대 14번째이자 5번째 20대 센추리클럽 가입자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기성용(스완지 시티)이다.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은 한국 축구 중원의 핵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201 카타르아시안컵·2014 브라질월드컵·2015 호주아시안컵 등 메이저대회에서 빠지는 일이 없었다. 그만큼 기성용은 꾸준했고, 강렬했다.그리고 지난 3월 27일 폴란드와 평가전을 소화하면서 기성용의 A매치는 99경기가 됐다. 오는 5월 28일 온두라스와 평가전에 기성용이 출전한다면 센추리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온두라스전에 나서는 그의 나이는 '29세4개월'이다.의미가 크다. 차범근과 김호곤에 이어 역대 3번째 어린 나이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FIFA 공인 기록으로는 역대 2위다.21세기 들어서 가장 빠르다. 현대 축구의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된 2000년 이후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 차범근의 시대에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도 A매치에 포함됐다. 즉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A매치에 포함되지 않는 시대의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센추리클럽을 달성하는 것이다. 21세기 한국 축구의 '상징'이었던 박지성보다 한 걸음 빨리 달렸다. 이는 지금 한국 축구는 '기성용의 시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기성용이 없으면 대표팀이 큰 힘을 낼 수 없는 시기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상징'이다.또 기성용은 홍명보, 박지성 등이 해냈던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도 앞두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기성용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주장으로서 이끌 것이 확실하다. 기성용의 흐름으로 봐서는 차범근과 홍명보가 가지고 있는 A매치 최다 출장 136경기를 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홍명보에 이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역시 마찬가지다.기성용은 한국 축구 역대 최초의 선수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기성용의 '위대한 여정'이다. 한국 축구팬들은 이 여정에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협회는 온두라스전에서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협회 관계자는 "당연히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 축하행사를 치를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지 못했지만 온두라스전에서 어떤 식으로든 축하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8.04.2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