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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행 앞에서 2도루...'대졸 연합' 외친 황성빈, 대도 경쟁 더 달아오른다

KBO리그 도루왕 경쟁이 후반기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1위 조수행(31·두산 베어스)과 2위 황성빈(27·롯데 자이언츠) 격차가 사정권으로 좁혀졌다. 황성빈은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 6회와 7회 각각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도루를 시도 모두 성공했다. 시즌 33·34호 도루였다. 공동 2위였던 정수빈(32·두산)을 3위로 밀어내며 단독 2위가 됐다. 이날 같은 그라운드에서 뛴 리그 도루 1위(35개)은 4타수 무안타로 출루에 실패하며 도루를 추가하지 못했다. 황성빈이 조수행 앞에서 무력시위를 보여줬다. 2022시즌 반짝 활약하며 존재감을 알린 황성빈은 지난 시즌엔 부상과 부진으로 주로 벤치, 2군을 지켰다. 올 시즌 초반에도 백업 외야수였지만, 4월 18일 LG 트윈스전에서 멀티히트와 적극적인 주루로 소속팀 롯데의 8연패 탈출을 이끈 뒤 근성 있는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바꾸는 수훈으로 주전까지 올라섰다. 평소 "도루만큼은 자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황성빈은 한창 향상된 타격 능력으로 출루를 늘렸고, 누상에서도 상대 배터리를 괴롭혔다. 지난달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커리어 처음으로 30도루 고지에 올랐다. 황성빈은 이날 기준으로 자신과 8개 차 도루 1위를 지키고 있었던 조수행과의 경쟁에 대해 말을 아꼈다. 누가 도루왕이 될지 모르겠다며.황성빈은 이 경쟁이 대졸 출신 선수 사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황성빈은 경남대를 졸업한 뒤 2020년(2차 5라운드) 프로에 입문했고, 조수행은 건국대를 졸업한 뒤 2016 2차 신인 드래프트1라운드에서 두산 지명을 받았다. 특급 유망주는 고교 시절부터 관심을 받고, 드래프트에서도 높은 순위에 지명된다. 현재 대학으로 진학하는 선수들은 한 차례 프로 입성에 낙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대학 시절 성장해 리그 대표 선수로 올라서는 사례도 있지만, 드문 게 사실이다. 황성빈은 시작점이 다른 상황에서 1군 무대에 진입하고 생존해 주전까지 올라선 점, 그렇게 KBO 공식 시상 부문 타이틀에 도전하는 자신과 조수행이 대졸 선수라는 것에 새삼 감탄했다. 그는 "사실 대학 선수들은 '내가 4년 더 야구를 한다고 프로에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고졸 선수들은 군대를 다녀와도 대졸 선수에 비해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대졸 선수들이 조금 더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막막한 앞길, 좁거나 높은 문턱을 뚫고 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하는 대졸 출신 선수에 대한 일종의 동질감으로 보인다. 황성빈은 3일 경기에서 도루 2개를 기록하며 조수행을 추격했다. 조수행은 도루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팀은 승리(스코어 13-8) 했다. 4일 도루왕 후보들이 다시 누상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7.04 13:13
프로야구

[IS 피플] 밉상인데 시선 사로잡는 매력 있네...롯데 구한 '풍운아' 황성빈

경기를 지배했다. 긍정, 부정 의미를 포함한다. '풍운아(風雲兒)' 황성빈(27) 얘기다. 황성빈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타석마다 스토리를 쓰며 롯데의 8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안타 2개를 쳤고, 벤치 클리어링 중심에 섰으며 야수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연속으로 따르는 운도 보여줬다. 그야말로 원맨쇼였다. 경기 전 김태형 롯데 감독은 "(황)성빈이한테도 기회를 줘야 한다"라며 그를 선발 라인업에 넣은 이유를 전했다. 롯데는 이전 8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최하위로 떨어졌고, 이 기간 황성빈은 주로 교체 투입됐다. 하지만 테이블세터진 공격력, 특히 출루가 많이 나오지 않자, 타석이나 누상에서 투지를 발산하는 황성빈을 지푸라기 삼은 것이다. 황성빈은 1회부터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와 무려 9구 승부를 펼쳤고, 결국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선취점도 그가 만들었다. 3번 타자 빅터 레이예스 타석에서 도루에 성공했고, 그가 가운데 안타성 타구를 쳤을 때 3루를 돌아 홈으로 내달려 득점까지 해냈다. LG 2루수 신민재는 2루를 지난 타구를 몸을 날려잡아낸 뒤 타자주자를 잡는 건 포기하고 바로 3루 송구로 황성빈이 오버런을 할 상황을 대비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홈으로 내달린 것. LG 야수진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황성빈은 3회 초 2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쳤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파울 2개를 친 뒤 5구째를 공략해 우익수 앞에 보냈다. 이 상황에선 롯데가 득점하지 못했다. 이닝 교대가 이뤄지던 상황에서 갑자기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빌미를 제공한 건 황성빈이다. 켈리와의 승부 4구째 왼쪽 파울을 치고 1루로 내달린 뒤 타석 복귀가 다소 늦었다. 켈리가 그를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이닝 교대 시간 선수단 사이 갈등이 표출됐다. 주먹이 오고 가는 심각한 벤클은 아니었다. 황성빈은 롯데가 승부에 쐐기를 박은 7회 공격에서는 마치 홀린 것처럼 상대 어수선한 수비 덕을 봤다. 투수 김유영을 상대로 평범한 내야 땅볼을 쳤지만, 리그 대표 유격수 오지환이 포구 실책을 범했다. 주자 1·3루에서는 아웃카운트 1개를 벌었다. 다시 가운데 안타성 타구를 보낸 레이예스의 타구를 2루수 신민재가 잡았지만, 황성빈은 그보다 빨리 2루를 터치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루 송구를 하려던 신민재와 충돌했다. 수비 방해도, 주루 방해도 아니었다. 주자는 모두 살았다. 황성빈의 이상한 기운이 LG를 흔들었다. 롯데는 이어진 상황에서 전준우까지 투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주자 황성빈은 득점. 바뀐 투수 정지현을 상대로는 정훈과 윤동희가 적시타, 김민성이 희생플라이를 치며 6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어수선하면서도 득점이 쏟아졌던 7회 초는 황성빈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며 마무리됐다. 황성빈은 시즌 초반, 이미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루에 출루한 뒤 상대 투수 양현종이 시선이 닿아 있는 상황에서 마치 춤을 추듯이 도루 예고 동작을 취했다. 양현종은 굳은 표정을 보였고, 팬들 사이 논쟁이 벌어졌다. 롯데 사령탑 김태형 감독이 이를 금지시키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KT 위즈 내야수 황재균이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황성빈의 제스처를 취하며 희화화해 다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황성빈은 독특한 선수다. 투지와 근성을 드러내다가 오해를 사기도 한다. 실제로 자중이 필요한 행동도 있다. 벤치 클리어링 시발점이 된 장면도 정상적이진 않았다. 분명한 건 황성빈은 롯데가 9연패 기로에 있던 경기에서 경기 승운을 소속팀으로 끌고 온 선수라는 것이다. 황성빈 스스로도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라는 인식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높은 확률로 19일 부산 KT 위즈 3연전 1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잠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4.19 00:07
스포츠일반

"다시 태어나면, 양궁 절대 안 합니다" 모든 걸 쏟아부은 기보배, 27년 선수 생활 '마침표'

“활시위는 제가 당겼지만, 과녁의 명중은 모든 분들의 덕분이었습니다.”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 김보배(36)가 27년간 들었던 활을 내려놓는다. 기보배는 국민들과 스승, 선·후배,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양궁의 생활체육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시 태어나도 양궁을 하겠냐는 질문엔 “절대 안 한다”며 웃어 보였다.기보배는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7년 처음 활을 잡고 27년 동안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읽는 도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특히 가족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쓰는 모습이었다.기보배는 “지금까지 이뤄낸 모든 성과들은 국민 여러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승님과 선·후배, 동료들과 대한양궁협회, 무엇보다 늘 헌신과 봉사로 힘을 줬던 가족들에게도 큰 감사를 전한다. 과녁의 명중은 모든 분들의 덕분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그는 “지난해 힘들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파리 올림픽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과연 리우나 런던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후배들이 잘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이 잘 해낼 거라고 믿고 물러 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돌아본 기보배는 가장 영광스러운 장면으로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결승을 꼽았다. 그는 “런던 개인전 결승, 마지막 슛오프 한 발을 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힘든 과정이고 힘든 순간이었지만 금메달로 성과가 잘 이어졌다”며 “제 양궁 인생의 큰 반환점이 된 화살이었다”고 했다.반대로 기보배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순간이 있다면 장혜진과의 2016년 리우 올림픽 4강이었다. 아무래도 2연패를 기대하는 분들도 많았고, 저도 2연패에 대한 꿈이 컸다. 그 문턱에서 제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고 웃어 보였다.선수 시절 그는 올림픽 금메달 2개 등 국내·외 대회에서 따낸 금메달만 94개, 여기에 은메달 50개와 동메달 43개. 그야말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기보배는 “다시 태어나면 양궁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기량이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긴장감 속에 살아가야 되는 게 너무 힘들었고, 항상 무한경쟁 속에서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싫었다. 대신 양궁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기자회견 내내 기보배의 ‘눈물 포인트’는 가족들이었다. 그는 남편 성민수 씨와 딸 제인양 등 가족들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기보배는 “지난 2018년 임신 2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비를 맞으며 활시위를 당기던 때가 생각난다. 종별선수권대회였는데 1등을 했다. 출산 이후에 출전했던 2021년 올림픽제패기념 회장기대회에서도 1등을 했다. 그때 받은 국내대회 메달이 올림픽만큼이나 값진 메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이어 “하지만 양궁선수를 엄마로 둔 딸은 한창 응석을 부릴 나이에 엄마의 곁을 떠나서 지내야만 했다. 주말에만 만나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펑펑 울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훔쳤다. 기보배는 “고사리 같은 어린 딸의 손을 뿌리치고 광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의 먹먹한 기억은 지금도 제 가슴을 때린다. 남편은 제 훈련을 위해 육아휴직을 ㅁ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저는 지난해 국가대표에도 선발되는 등 은퇴하는 순간까지 최고의 기량을 지켜온 것 같다. 이제는 아이의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겠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수 은퇴 후 여정도 밑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계획이 구체화되진 않았으나, 양궁 종목이 더 널리 알려져 국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지도자의 길 등 엘리트 체육보다는 생활 체육에 대한 목표를 안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그는 2년 전 체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미래를 위한 준비도 병행해 왔다.기보배는 “그간 받은 넘치는 국민적인 사랑과 관심을 이제 여러분께 돌려드리고 싶다. 그게 제가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길이고, 저를 응원해 준 모든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양궁의 생활체육화에 앞장서고 싶다. 생활체육 발전에 도움이 되고, 양궁의 우수함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어떠한 일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우리 양궁이 항상 올림픽 시즌에만 반짝 관심을 받는 게 아쉬움이 남았다. 기회가 닿는다면 누구나 양궁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양궁이 올림픽에서만 사랑받는 운동이 아닌 일상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양궁의 저변 확대가 많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양궁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차근차근 하나씩, 많은 조언을 얻어가면서 준비해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자신처럼 ‘엄마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 이 길을 계획 중인 선수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더했다. 그는 “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언니들을 보면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은퇴를 했다”며 “국내 대회에 나가면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허투루 뛰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엄마로서 운동하는 게 팀에 피해를 준다는 생각보다는 후배들한테 귀감이 될 수도 있고, 발전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기보배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단체전 2관왕, 2016년 리우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혼성단체전 2관왕 등도 달성했다. 이날 기보배는 선수 생활 27년을 기념해 순금 27돈으로 제작한 금메달을 가족들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고, 대한양궁협회가 준비한 꽃다발 등도 받았다.다음은 기보배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 은퇴한 선수들은 아쉬운 점들을 가지고 있더라. 선수 생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돌아보자면.“항상 매 순간 모든 경기에 임했을 때 마음가짐은 '내 안에 모든 걸 쏟아내라. 후회하지 않는 땀'이었다. 많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큰 아쉬움은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장혜진과 격돌했던 지난 리우 올림픽 4강이었다. 아무래도 2연패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었고, 저도 꿈이 컸기 때문에 그 문턱에서 제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반대로 가장 영광스러운 한 장면을 꼽는다면.“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무래도 런던 올림픽 마지막 슛오프 한 발을 쐈을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 인생이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걸렸던 한 발이었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이고 힘든 순간이었지만, 금메달로 성과가 잘 이어졌다. 제 양궁 인생에 있어서 큰 반환점이 된 화살이다. 그때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도 통과해서 이번 파리 올림픽도 도전할 줄 알았다. 최고의 순간에 물러나겠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은퇴를 결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지난 2012년과 2016년, 두 번의 올림픽을 나갔다. 양궁에서 올림픽을 나가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고충과 힘듦이 동반된다. 물론 지난해 힘들게 태극마크를 달았고, 사실 올림픽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제가 과연 리우 때나 런던 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었다. 제 모교 후배이기도 한 안산 선수가 잘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제 뒤를 이어 줄 후배들을 생각하면서 잘 해낼 거라고 믿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파리 올림픽까지도 생각을 해봤지만, 사실 대한민국 양궁 대표로 선발되는 것조차도 어려운 문턱이다. 여기에 만족하고 활을 내려놔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 기자회견문을 통해 양궁의 생활체육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말을 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게 있나.“대학교 강의를 다니면서 학생들에게 양궁을 알리고 있다. 유소년이나 꿈나무들이 기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일반인과 꿈나무 학생들이 양궁을 즐겁게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은 계획이 있다.”- 2세 선수들의 활약이 많다. 딸이 양궁이나 다른 운동을 한다고 하면 시킬 생각이 있나.“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동안 양궁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은 절대 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전국체전을 마치고 지난해 10월부터 다섯 달 가까이 지내봤다. 딸이 나 못지않게 승부욕이 많은 것 같다(웃음). 뭘 해도 잘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하고 싶어 한다면, 양궁이든 다른 종목이든 시켜보고 싶은 의향이 있다.”- 곧 파리 올림픽이 다가온다. 올림픽에서 활약하게 될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긴다면.“파리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 도전을 앞두고 있다. 제가 7연패, 8연패를 각각 달성했다. 중압감과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8연패를 달성하고 나서 9연패에 도전하는 우리 후배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나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했던 후배들을 모습을 보면서 이번 올림픽 준비만 잘한다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뒤에서 후배들 묵묵하게 응원하고 있겠다. 올림픽에서 해설위원으로도 생생하게 소식을 전해드리겠다.”- 요즘 엄마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보배 선수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육아도, 공부도 했다. 엄마 선수로서 살아간 게 어떤 의미인가. 그런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언니들을 보면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은퇴들을 했다. 아마 소속팀에서도 경기를 뛰면서 육아와 공부를 하는 선수를 좋아하진 않을 거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는 것 같다. 제가 국내 대회에 나가면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한 경기 한 경기마다 허투루 뛰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저를 비롯해 다른 종목에서도 엄마로서 운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팀에 피해를 준다는 생각보다는 후배들한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 선수들 입장에선 경쟁자의 은퇴다. 은퇴를 알렸을 때 기뻐했던 후배가 있나.“광주시청 선수들은 많은 아쉬움을 전했다. 모교에서 선수하고 있는 후배들, 최미선 선수 등도 그랬다. 제가 졸업했다고 해서 학교에 발길을 끊은 게 아니었다. 학교를 친정처럼 찾아갔다. 띠동갑 넘게 차이나는 후배들에게도 정감 있게 대했던 게 후배들이 친근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기뻐한 후배들보다 축하한다, 고생했다는 말들을 많이 해줬다.”- 다시 태어나도 양궁을 할 생각인가.“다시 태어나면, 양궁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 안에서 살아남는 거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긴장감 속에 살아가야 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항상 무한경쟁 속에서 내 목표를 꼭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싫었다. 모든 것이 대한민국 양궁 선수로 살아가는 건 힘든 것 같다. 대신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양궁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한다.”- 지도자에 대한 꿈은 없나.“엘리트 체육보다 생활 체육에 더 관심이 많다. 우선은 우리 양궁이 항상 올림픽 시즌에만 반짝 관심을 받는 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생활 체육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실천하고 싶다.”- 생활 체육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은. ‘기보배 양궁클럽’ 같은 것인지.“기보배 양궁클럽, 기보배 아카데미 이런 것도 생각했었다. 그런 것들을 해보려고 생각을 해보니 아직까지 양궁의 저변 확대가 많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양궁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차근차근 하나씩, 많은 조언을 얻어가면서 준비해 보도록 하겠다.”프레스센터=김명석 기자 2024.02.14 16:53
프로야구

6번 타순에서도 부진, 최형우의 추운 여름

KIA 타이거즈 '전 4번 타자' 최형우(39)는 소속팀이 8연패 위기에 놓였던 6일 KT 위즈전에서 두 번이나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회 말 2사 만루에선 상대 선발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4구째 시속 153㎞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2구째 커브엔 오른쪽 '파울 홈런'을 때려냈지만, 끝내 힘에서 밀렸다. KIA가 1-6으로 지고 있던 6회 말 무사 만루에 또 나섰다. 희생플라이라도 필요했던 상황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초구·2구 직구 승부엔 각각 파울과 헛스윙을 했고,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낮은 커브에 배트를 헛돌렸다. 최형우는 이날 4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고, KIA는 1-8로 져 8연패를 당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였던 최형우가 부진하다. 6일 기준으로 74경기에서 타율 0.219 7홈런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장타율 0.543을 기록했던 그의 올해 장타율은 0.360에 불과하다. 시즌 첫 홈런도 43경기 만에 쳤다. KIA가 한창 상승세를 탔던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는 잠시 반등했다. 17경기에서 타율 0.270 5홈런을 기록했다. 타격감이 좋아진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황대인이 4번과 5번으로 전진 배치됐고, 최형우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6번 타순에서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다시 방망이가 얼어붙었다. KIA가 8연패를 당하는 동안 그의 타율은 0.103(29타수 3안타)에 불과하다. 타점은 단 1개였고, 삼진은 7개를 당했다. 시즌 개막 전 최형우는 "젊은 선수들이 중심 타선에 나서야 한다. 나는 6번 타자 정도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KIA가 더 내실 있는 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종국 KIA 감독은 "6번 배치는 선수 생각"이라며 시즌 초 최형우를 4번이나 5번으로 기용했다. 그러나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가 뚜렷했다. 결국 최형우는 중심 타선에서 밀렸다. 6번 타자로 나선 132타석에서도 타율 0.214에 그쳤다. 최형우는 타율 0.233 12홈런 55타점에 그친 지난 시즌(2021) 성적을 언급하며 "작년보다 더 못하면 (야구를)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 새로운 마음으로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 숙원인 '통산 최다 타점' 경신도 늦어지고 있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까지 1390타점을 기록, 이승엽(은퇴)이 보유한 1위 기록(1498개)에 108개 차로 다가섰다. 그러나 올 시즌은 74경기에서 33타점에 그치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2.07.07 15:21
야구

[현장 IS]한화 최재훈, 최원준 상대 솔로 홈런...추격 발판 만든 실속포

한화 최재훈(32)이 추격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최재훈은 3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2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 소속팀 한화가 0-2로 뒤져 있던 4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두산 선발 투수 최재훈으로부터 좌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볼카운트 0볼-1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시속 128㎞ 슬라이더을 공략했다. 최재훈의 시즌 3호 홈런이다. 한화 타선은 최근 8경기에서 경기당 1.64점을 기록하며 공격력이 침체됐다. 8연패. 이 경기에서도 3회까지는 최원준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최재훈이 혈을 뚫은 홈런을 때려내며 추격 발판을 만들었다. 대전=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6.30 20:36
스포츠일반

김동영, 삼성화재 8연패 탈출 견인…마테우스 지웠다

김동영(삼성화재·25)이 외국인 선수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내며 소속팀 8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김동영은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한국전력과의 원정 경기에 출전, 20득점을 기록하며 삼성화재의 세트 스코어 3-2(25-19, 11-25, 25-18, 23-25, 15-13) 승리를 이끌었다. 1·3세트는 공격을 주도했고, 5세트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동료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삼성화재는 1월 5일 KB손해보험전 승리 뒤 8연패를 당했다. 창단 최다 연패였다. 9연패 기로에서 김동영이 팀을 구했다. 삼성화재는 한국전력에서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가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5일 우리카드전에서 당한 복근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가 없을 때 라이트로 나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던 김동영이 펄펄 날았다. 초반부터 공격을 주도하며 1세트에만 6득점 했다. 공격 성공률은 75%. 삼성화재도 25-19로 1세트를 잡았다. 2세트는 연속 9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초반부터 공격 범실 2개를 범했고, 김동영의 오픈 공격도 안요한에게 가로막혔다. 0-3에서는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러셀에게 2연속 서브 에이스를 허용했다. 0-9에서 황경민이 오픈 공격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간신히 세트 첫 득점을 해냈지만, 12점 뒤진 채 20점을 허용했고 결국 11-25로 2세트를 내줬다. 김동영은 3세트에 다시 살아났다. 삼성화재가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켰고, 10-7에서는 유효 블로킹을 해낸 뒤 바로 공격까지 가담해 득점까지 해냈다. 19-14, 5점 차에서 세터 이승원의 부정확한 세트까지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3세트에만 10득점, 공격 성공률 80%를 기록했다. 삼성화재도 3세트를 잡았다. 고비도 있었다. 삼성화재는 4세트 13-14에서 신영석에게 중앙 속공, 이어진 상황에서 박철우에게 서브 에이스를 내줬다. 17-19, 2점 차로 좁힌 상황에서는 베테랑 센터 박상하가 네트터치 범실을 범했다. 이후에도 러셀과 박철우의 득점을 막지 못하며 4세트를 내줬다. 삼성화재는 1월 21일 열린 한국전력과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9연패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다시 힘을 냈다. 김동영은 5세트 0-1에서 침착한 연타 공격으로 득점을 해냈다. 1-1에서 신장호의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는 직접 후위로 이동해 세트를 올리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4-5, 1점 뒤진 상황에서도 호쾌한 백어택을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8-6, 2점 앞선 상황에서는 상대 블로커의 시선을 끌며 레프트 신장호의 득점에 기여했다. 삼성화재는 5세트에 강한 서브로 한국전력 리시브를 흔들었다. 9연패 위기에서 더 과감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신장호와 안우재의 강서브가 통했고, 점수 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3점 앞선 채 10점 고지를 밟았고, 한국전력 주축 선수들의 연속 범실로 먼저 15점을 냈다. 긴 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3위를 노리고 있는 한국전력은 리그 최하위 팀에 발목이 잡히며 승점 1점 추가에 그쳤다. 안희수 기자 2021.02.14 17:15
야구

베테랑 좌완 장원준, 두산 천적 상대 1군 복귀전

'통산 129승' 투수 장원준(35·두산)이 1군 무대에 복귀한다. 상대는 현재 두산 '천적' 한화다. 자신과 소속팀에 매우 중요한 등판이 될 전망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7일 잠실 키움전을 앞두고 한화를 상대하는 내주 주중 3연전 선발진 운영 계획을 전했다. 베테랑 좌완 장원준이 30일 시리즈 2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장원준의 2020시즌 1군 첫 등판이자, 2018년 10월 10일 SK전 이후 약 2년 만에 선발 등판이다. 장원준은 지난해 9월, 좌측 무릎 연골 수술을 받고 재활에 전념했다. 미야자키(일본) 스프링캠프도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 6월 12일 한화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실전 복귀전을 치렀다. 최고 구속은 시속 137㎞에 불과했다. 당시 두산은 부상으로 이탈한 선발 투수가 생겼다. 장원준의 복귀 시동이 주목받은 이유다. 그러나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닝 소화 능력, 구속 모두 더 올라와야 한다"며 조기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장원준이 8월 중순부터 꾸준히 퓨처스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투구 내용도 좋아졌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사령탑도 결단을 내렸다. 대체 선발로 나서던 우완 김민규가 등판하는 순번에 장원준을 내세웠다. 김태형 감독은 "아무리 2군 경기에서 많이 던져도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향후 활용도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직접 봐야 한다. 본인도 등판을 통해 (현재 기량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원준은 꾸준한 기량으로 높은 평가를 받던 투수다. 2008시즌부터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그러나 2018시즌부터 기량 저하가 두드러졌고, 2019시즌은 구원 등판으로만 여섯 번 나섰다. 선발뿐 아니라 현역 연장 갈림길에서 기회를 얻었다. 장원준의 복귀전은 두산의 시즌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두산은 KIA와 5강 경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 시즌 유독 경기가 풀리지 않던 한화를 상대한다. 올 시즌 전적은 4승 4패. 지난 22~23일 2연전에서도 모두 패했다. 한화의 18연패 탈출 제물이 된 6월 14일 서스펜디드 경기 6-7 패전 뒤 기세를 내줬다. 29일 시리즈 1차전은 현재 두산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최원준이 나선다. 만약 이 경기를 잡지 못하면 한화전 3연패가 된다. 2차전 부담도 커진다. 장원준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나선 한화전 7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5.35를 기록했다. 잠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9.27 12:51
야구

긴 기다림 이겨내고 존재감 '발산', 리그 활력소 '새 얼굴'

긴 기다림과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고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들이 있다. 2020 KBO 리그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새 얼굴의 등장이 유독 반가운 시국이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은퇴했고, 그와 함께 국제대회 선전을 이끌던 리그 대표 선수들도 은퇴했거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지도자 이름값이 선수단을 앞서는 팀도 나올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희망은 있다. 이승엽이 은퇴한 시즌에 이정후(키움)가 등장했고, 강백호(KT)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올 시즌은 이민호(LG), 소형준(KT), 허윤동(삼성)이 개막 첫 달부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른바 베이징 키즈의 프로 무대 진입과 안착은 고교 야구 대회와 신인 드래프트를 향한 관심까지 고조시켰다. 2020년 6월은 휴먼 스토리가 은은한 여운을 남겼다. 5년 이상 퓨처스리그나 1.5군 선수로 묻혀 있었지만, 소속팀의 약점과 변수를 보완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선수가 많았다. 최근 2주 주말 경기에서는 두산 우완 투수 박종기(25)가 주목받았다. 화제가 큰 경기에 등판했다. 두산이 한화의 18연패 탈출 제물이 된 뒤 이어진 14일 주말 3연전 3차전에서 대체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4⅔이닝 3실점. 책임 주자가 불펜투수의 피안타로 인해 득점했다. 투구 내용은 좋았다. 그리고 지난 20일에는 2위 LG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청주고 출신인 그는 2013년에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1군 데뷔는 2015시즌. 등판은 세 번에 그쳤다. 이듬해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마쳤다. 2군 선수의 전형적인 행보. 그러나 2020시즌 대비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고, 1군에서 뛸만한 젊은 선수를 물색하던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었다. 캠프 연습 경기와 청백전에 11번 등판해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선호하는 '싸움닭' 기질이 돋보인다. 오승환(삼성), 김강률(두산) 등 위력적인 공을 뿌리는 투수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투수. 커브 구사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령탑은 "볼 끝도 있고, 변화구도 좋다. 마운드에서 여유도 있다"며 공백인 5선발로 기회를 더 주려는 심중을 드러냈다. SK 선발과 불펜진 단비인 이건욱(25)와 김정빈(26)도 박종기와 비슷한 행보다. 2017시즌에 두 경기 등판이 1군 이력 전부인 김정빈은 현재 SK 불펜에서 가장 안정감을 주고 있는 투수다. 5홀드 이상 기록한 리그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0점대 평균자책점이다. 뒷문이 흔들리는 상황. 유일한 위안이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며 성장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중과 근력을 늘렸고,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노력도 했다. 자신의 기대보다도 빨리 정착했다. 이건욱은 2014년 1차 지명 유망주였다. 지난 시즌까지 1군 등판은 3경기뿐이었다. 그러나 부상과 재활에 시달렸고, 기회가 오면 조바심을 다스리지 못하던 선수다. 군 복무도 사회복무요원으로 했다. 인고의 시간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5월 28일 두산전에서 외인 닉 킹엄의 대체 투수로 자신의 첫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5⅓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그는 선발진 한 축을 맡고 있다. 롯데 김준태(26)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포수다. 개막전 선발 정보근, 타격이 좋은 지성준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선발 기회를 얻고 있다. 17일 고척키움전 7회 수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정음의 희생 번트가 파울 지역으로 향하자 몸을 날려 잡아낸 뒤 정확한 송구로 리터치 뒤 쇄도를 한 1루 주자 김하성까지 잡아냈다. 무명은 아니다. 오명이 있었다. 롯데 포수 전력이 연일 도마 위에 올랐던 2019시즌 초반에 나종덕과 함께 안방을 지켰던 선수다. 기본기 문제가 자주 거론됐다. 2016시즌에는 주전이던 강민호(현 삼성)의 백업을 잘 해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은 성장통. 올 시즌은 행크 콩거 코치와 포구 개념을 다시 정립했고, 이전보다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격 잠재력은 원래 있었다. . 최근에는 화제의 굿즈에 주인공이 됐다. 팀 동료 댄 스트레일리가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는 개인적으로 제작해 입고 다녔고, 승리투수가 된 뒤 승리의 기운으로 꼽았다. 구단은 공식 상품으로 내놨고, 주문량은 하루 만에 500장을 돌파했다. 롯데팬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 흥미와 활력을 주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6.24 06:00
스포츠일반

1996년 쥐띠 쌍둥이 자매 "이루고 싶은 목표 많아요"

"올해는 이루고 싶은 게 많다. 쥐띠 해인 만큼 바라는 것을 모두 이뤘으면 한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쥐띠해, 1996년 10월 15일 차세대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다.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이상 24)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배구 국가대표 출신 김경희씨의 쌍둥이 자녀로 태어난 이재영과 이다영은 올해 국내 스포츠계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쥐띠해 출신 스타 플레이어다. 걸어온 길이 비슷하고, 닮은 점도 많다. 부모님의 뛰어난 유전자를 물려받은 둘은 전주 중산초-경해여중-선명여고에서 동고동락하며 세터와 공격수로 손발을 맞춰왔다. 이재영이 178cm, 이다영이 179cm로 신장이 비슷하다. 2014~2015 신인드래프트에서 이재영이 전체 1순위, 이다영이 2순위로 지명되며 역시나 대형 유망주임을 증명했다. 어느덧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로 성장한 자매는 많은 팬을 보유했고,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세리머니를 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성격은 이다영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지녔다면, 이재영도 장난기는 많지만 언니답게 좀 더 의젓한 편이다. 슬럼프를 겪을 때, 또 비난받을 때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만큼 서로 더 의지하고 응원한다. 평소에는 서로 격려하고, 위로를 건네면서도 때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은 올림픽을 위해 힘을 뭉쳐 의기투합하고 있다. 오는 7일부터 12일까지 태국에서 펼쳐지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아시아 예선전에서 마지막 한 장 남은 올림픽 진출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이재영은 5일 출국에 앞서 팬에게 받은 선물이라며 오륜기 문양이 새겨진 '올림픽 목걸이'를 걸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당분간 계속 이 목걸이를 걸고 경기에 뛸 생각이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주전 세터 이다영이 공을 올려주면, 주전 레프트 이재영이 상대 코트에 내리 꽃는다. 이재영은 "다영이와 함께하면 당연히 더 좋다. 의지할 사람이 곁에 있고"라며 "서로 잘하니까 호흡도 잘 맞고 신나게 훈련하고 있다"고 웃었다.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이다영은 라바리나 감독 체제에서 기량이 한층 성장했다. 뛰어난 순발력을 활용해 더욱더 빠르고, 다양한 토스를 구사하고 있다. 상대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볼 배급력도 돋보인다. 체력과 점프력이 좋은 이재영은 대표팀에서 '에이스'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주며 고군분투했다. 지난 9월에 일본에서 열린 여자 배구월드컵에서 대표팀 내 가장 많은 143점을 올렸다. 이재영은 "일단 올림픽 티켓 확보가 우선이다. 메달보다 아시아 예선전부터 생각하고 있다"며 "태국 원정에서 열려 어려움도 있겠지만 재밌을 것 같고 많이 설렌다"고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혈연으로 맺어진 둘도 없는 쌍둥이 자매지만, 집과 대표팀을 떠나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경쟁해야 한다. 전반기를 마치고 휴식기에 접어든 현재 이다영의 소속팀 현대건설이 승점 33으로 선두에 올라 있고, 그 뒤를 흥국생명(2위, 승점 30)이 바짝 쫓고 있다. 2라운드 맞대결에서 흥국생명전 지긋지긋한 8연패를 벗어난 현대건설은 3라운드도 3-2로 이겼다. 정규시즌 결과에 따라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 이후 4년 만에 봄 배구에서 격돌할 가능성도 꽤 높다. 당시에는 이다영이 주전 세터가 아니었던 만큼 이번 시즌 양 팀이 맞붙는다면 쌍둥이 자매가 진정한 봄 배구를 펼치는 셈이다. 입단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뛴 이재영은 정규시즌 우승 2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1회를 맛봤지만 이다영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승부 앞에 양보는 없다. 이재영은 "이제 막 정규시즌이 반환점을 돌아 마지막까지 가봐야 안다"면서도 "봄 배구에서 붙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 보이긴 한다. 우리 둘의 맞대결이 이뤄지면 재밌을 것 같다"고 반겼다. 그만큼 쌍둥이 자매에게 2020년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중요한 한해다. 이재영은 "쥐띠 해여서 인지 많은 것이 걸려 있다. 그래서 원하고 바라는 것이 조금 많다. FA 자격을 얻고, 올림픽에 진출해 메달도 따고 팀 우승도 이루고 싶다. 다영이도 마찬가지다"고 각오를 다졌다. 덧붙여 이재영은 "둘 다 안 아프고 안 다치고 오랫동안 즐거운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형석 기자 2020.01.07 06:00
야구

[종합] 추격하는 키움, 달아나는 NC…한화, 롯데 8연패로 몰아

키움이 KIA를 꺾고 우천으로 나흘 연속 휴식한 2위 두산을 1게임 차로 바짝 쫓았다. 키움은 7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선발투수 최원태의 호투 속에 7-3으로 이겼다. 3위 키움은 팀 창단 후 최다인 79승(53패1무)째를 거두며 2위 두산과의 게임 차를 1경기로 좁혔다. 키움은 1회 한 점을 뺏겼지만, 2회와 3회 1점씩 뽑아 2-1로 앞서갔다. 경기 중반에는 2사 후 집중력이 돋보였다. 5회 2사 후에 박병호-김하성-박동원의 연속 안타로 3-1을 만들었고, 6회 2사 만루에서는 바뀐투수 고영창을 상대로 박병호(2타점)-김하성(1타점)-박동원(1타점)의 연속 적시타로 순식간에 점수 차를 7-1까지 벌렸다.키움 선발투수 최원태는 7이닝 동안 5피안타 무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10승(5패)째를 달성했다. 2015년 팀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최원태는 2017년부터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두 외국인 투수(브리검·요키시)에 이어 팀 내 세 번째이자, 올해 국내 투수로는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한 최원태는 평균자책점을 3.74에서 3.62로 낮췄다. 키움 타선에선 박병호가 5타수 2안타 2타점, 박동원이 2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렸다.'최다안타 1위' 이정후(키움)는 이날 안타 2개를 추가하며 시즌 안타 수를 176개로 늘려, 부문 2위 두산 페르난데스(173개)와 격차를 벌렸다. 다만 이정후의 소속팀 키움은 두산보다 7경기를 더 치렀다. 대구에선 5위 NC가 선발투수 드류 루친스키의 호투와 홈런 4개로 삼성을 꺾으며 6위 KT와 게임 차를 1경기로 벌렸다.NC는 3회 김성욱의 선제 2점 홈런을 시작으로 7회까지 다섯 이닝 연속 점수를 뽑아 승기를 잡았다. 김성욱은 멀티 홈런(7호·8호)을 포함해 3타수 3안타 4타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승운이 따르지 않던 루친스키는 7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8승(9패)째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2.98을 기록하고 있다. NC 타선에선 이명기가 트레이드 후 첫 홈런을 신고했고, 양의지도 홈런 포함 2타점을 올렸다. 9~10위 팀 맞대결에선 한화가 5-1로 승리, 롯데를 8연패로 몰아넣았다. 한화는 0-0으로 맞선 5회 정은원의 3루타 뒤 상대 야수 선택과 볼넷 등으로 선취점을 뽑았고, 이어 송광민의 1타점 2루타와 이성열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4-0까지 달아났다. 선발투수 워웍 서폴드는 7이닝 6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10승째를 달성했다. 장단 14안타를 몰아친 타선에선 정은원과 이성열이 각각 3안타씩 뽑아냈다. 9위 한화는 이날 승리로 10위 롯데와의 게임 차를 3.5게임까지 벌렸다. 이형석 기자 2019.09.0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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