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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류현진 탐구생활②] 게으른 천재? '현진스타일' 만든 제구력[창간 54]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KBO리그 신인 시절(2006년) 팀 선배 구대성으로부터 배운 체인지업을 바로 실전에서 구사하고, 주 무기로 만든 일화는 익히 알려졌다. 한화 시절 대선배였던 이상군 북일고 감독은 "구대성이 류현진에게만 체인지업을 알려줬을까. 다른 투수들도 정민철의 커브, 문동환의 스플리터를 배웠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든 건 류현진뿐이다. 그만큼 손재주가 탁월했다"라고 치켜세웠다. 짧게 그리고 밀도 있게한 야구인은 "류현진을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로 보긴 어려웠다"라고 했다.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더 돋보였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류현진이 신인 시절 롤모델로 삼았던 '레전드 투수' 송진우 한화 이글스 전 투수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일반적인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선수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쏟아내는 열정과 그 안에 내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항상 느껴졌다. 훈련 방법이 달랐던 것 같다"라고 했다. 송진우 코치는 류현진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송 코치는 "2006년 미국(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에 봤을 때는 (류현진의) 살이 조금 찐 상태였다. 러닝도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었다. 솔직히 '운동을 게을리하는 선수가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생겼다”라고 했다. 송진우 전 코치는 이내 자신의 오판을 인정했다. 불펜 피칭에 임하는 류현진의 표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금 더 함께 생활한 뒤엔 자신만의 방식으로 등판을 준비하고, 좋은 성적까지 내는 류현진의 모습에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한화 시절 선배이자 류현진의 멘토였던 정민철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류현진 특유의 구종 습득과 등판 준비를 주시했었다. 정 위원은 "류현진은 손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런데 새 구종을 습득한 시간에 비해 빠르게 실전에서 활용한다. 일반적인 훈련 스케줄 외 시간을 자신의 투구를 연구하는 데 많이 썼다.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 강화를 위해 개인 시간에 밀도 있게 훈련하던 모습을 나도 기억한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류현진은 누구보다 노력파다"라고 했다. 습득력만큼이나 탐구력도 뛰어난 선수였다고 한다. 창영초 시절 류현진을 지도한 이호영 전 코치는 "어느날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아느냐'고 묻자 현진이가 '하체에 힘이 전달되지 않았고, 컨트롤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라고 답하더라. 현진이는 항상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대답했다"며 비범했던 까까머리 선수 류현진을 기억했다. 이 코치는 이어 "한 가지를 알려주면 스스로 궁리해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더라. 프로에서도 투구 자세든 구종이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 궁리하고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한 구대성도 "류현진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가르쳐 준 그립과 다르다. 배운 뒤 바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바꿔서 던지더라"라고 했다. 레전드 투수도 놀란 개성연습 투구 방식도 남달랐다고 한다. 정민철 위원은 "보통 투수들은 구속이나 공의 회전을 점검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마운드가 아닌 평지에서 공을 던졌고, 홈에서 마운드까지 거리(18.44m)보다 짧은 거리에서 가볍게 던지는 연습을 주로 했다. 영점(제구)을 잡는 방식이 조금 특이했다"라고 했다. 송진우 전 코치에게 이 일화를 묻자 그도 "(류)현진이가 어느 순간부터 (선발 등판 사이) 불펜 피칭을 하지 않았지만, 등판을 준비하며 뭔가 연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나는 현진이가 더그아웃 바로 앞에서 불펜포수도 아닌, 김준기 전력분석원을 세워 두고 가볍게 체인지업과 커브에 회전을 주는 연습을 자주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돌아봤다. 정민철 위원과 송진우 전 코치 모두 "결국 중요한 건 좋은 투구를 하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마운드 위에서 증명했다"라고 웃어 보였다. 류현진은 빅리그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 첫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2013년 2월, 단체 러닝에서 낙오해 현지 기자들의 의구심을 샀다. 흡연도 구설수에 올랐다. 등판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하지 않는 그의 루틴까지 색안경을 보는 시선이 있었다. 정작 류현진은 외부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팀 주축 선발 투수를 넘어 사이영상 후보까지 오르며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용병' 경험을 한 정민철 위원은 "보통 외국인 선수는 현지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것을 깨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생활부터 가치관을 유지하고 고수했다. '그저 야구장에서 잘 하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이 엿보였다"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동료와 지도자 다수가 "낙천적이고, 넉살 좋고, 털털하다"라고 답한다. 그래서일까. 독기를 품고 야구를 대하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은사'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류현진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철저하게 하는 선수다. 겉보기와 다르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류현진과 비시즌 훈련을 함께 한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도 "운동 전후로는 말도 많이 하고 많이 웃지만, 운동이 시작되면 표정부터 달라지더라. 운동 집중력에 감탄했다"라고 했다. 자신만의 방식을 밀고 나가는 뚝심과 남다른 집중력. 류현진의 특별한 제구력의 원천 중 한 가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9.26 06:20
예능

'빽 투 더 그라운드' 반격 시작한 전설들‥MC 이찬원도 들썩

'빽 투 더 그라운드'의 탑클래스 팀은 역전승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내일(10일) 오후 10시 10분에 방송될 MBN 예능 프로그램 '빽 투 더 그라운드'에는 지난 방송에 이어 천안 북일고와의 첫 공식 경기가 펼쳐진다. 탑클래스 팀이 천안 북일고를 바짝 추격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켜 최종 경기 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탑클래스 팀은 천안 북일고에 초반 5실점을 허용하며 끌려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투수 윤석민의 호투와 살아난 수비력으로 분위기를 반전, 4회 말 박종호의 2타점 적시 2루타, '슈퍼소닉' 이대형의 1타점 적시타로 5대 3의 스코어를 만들며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1사 만루 기회에서 클린업 트리오 윤석민, 김태균, 마해영이 다음 타석을 준비하며 분위기를 가져온 탑클래스 팀이 경기를 극적으로 뒤집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공개된 예고 영상에는 탑클래스 팀이 연이은 안타를 터뜨리자 이를 지켜보던 MC 이찬원이 흥분한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모습이 포착돼 시청자들로 하여금 흥미진진한 경기 후반부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2022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팀인 천안 북일고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아 탑클래스 팀의 승리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과연 탑클래스 팀은 고교최강 천안 북일고를 꺾고 첫 승리의 기쁨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탑클래스 팀의 주장 홍성흔의 심상치 않은 모습이 포착돼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홍성흔은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보여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빽 투 더 그라운드' 탑클래스 팀은 김인식 감독, 송진우 투수코치, 김윤겸 수석코치, 유지훤 타격&수비코치와 양준혁, 마해영, 안경현, 박종호, 홍성흔, 현재윤, 김환, 봉중근, 니퍼트, 김태균, 채태인, 이대형, 이동현, 이한진, 최준석, 송창식, 윤석민(타자), 윤현민, 유원상, 윤석민(투수)으로 구성, 야구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10분 MBN과 kstar에서 방송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2022.05.09 11:32
프로야구

양현종, 전설 넘어 타이거즈 '최다K' 경신...불운은 진행형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34)이 타이거즈 구단 역대 최고의 '닥터K'로 올라섰다. 승운은 또 따르지 않았다. 양현종은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9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KIA가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기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대량 실점하며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시즌 2승은 거두지 못했다. 양현종은 KIA가 2-0으로 앞선 2회 초, KBO리그 19년 차 베테랑 강민호를 상대로 대기록을 세웠다.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커브를 구사해 유리한 볼카운트(0볼-2스트라이크)를 만들었고, 시속 128㎞ 체인지업을 가운데 꽂아넣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강민호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431번째 등판한 양현종이 1703개째 삼진을 잡아낸 순간이다. 그는 이 탈삼진으로 역대 타이거즈 소속 투수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이강철 현 KT 위즈 감독이 갖고 있던 1702개였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통산 1751탈삼진을 기록했지만,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잡은 삼진은 1702개였다. 양현종은 바로 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수원 KT전에서 탈삼진 6개를 추가하며 통산 1702개를 마크했다. '국보 투수'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 선수 시절 KBO리그에서 남긴 기록(1698개)을 넘어섰고, 이강철 감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700탈삼진 고지를 밟은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강철 감독은 KIA 투수코치 시절 양현종을 지도한 은사다. 자신을 넘어선 제자를 향해 "탈삼진, 다승 등 내가 갖고 있던 타이거즈 투수 기록들은 곧 양현종이 다 넘어설 것이다. 사실상 타이거즈 야구단의 상징이 될 투수다. 부상만 없다면 2000탈삼진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극찬과 덕담을 남겼다. KBO리그 통산 최다 탈삼진은 송진우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가 보유한 2048개다. 대기록 달성 후 기세를 올린 양현종은 호투를 이어갔다. 3회 초 1사 2·3루에서 이원석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지만, 4~6회는 실점 없이 막아냈다. 삼성 거포 오재일과의 승부가 돋보였다. 4회 초엔 힘으로 눌렀다.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이 경기 최고 구속인 시속 149㎞ 직구를 뿌려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주자를 2루에 두고 상대한 6회는 바깥쪽(왼손 타자 기준) 슬라이더를 보여준 뒤 가운데 낮은 코스로 체인지업을 뿌려 다시 한번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 경기 네 번째 탈삼진. 양현종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환호했다. KIA 타선은 1·2회까지 3점을 지원한 뒤 4이닝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양현종은 마운드를 지킨 마지막 순간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7회 초 2사 1·2루에서 김지찬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지만, 현재 삼성 타자 중 가장 타격감이 좋은 호세 피렐라를 내야 땅볼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삼성전 기록은 7이닝 2실점. 양현종은 2022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2일 광주 LG 트윈스전부터 등판한 여섯 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투수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양현종은 그동안 승운이 없었다. 양현종은 개막 첫 4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은 1.00점에 그쳤고, 수비할 때는 실책을 연발했다. 6과 3분이 2이닝 2자책점을 기록한 지난달 어렵게 첫 승을 거뒀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엔 불펜 방화다. 3-2, 1점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셋업맨 전상현은 8회 초 삼성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이 김지찬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양현종의 승리도 날아갔다. 정해영은 피렐라와 김태군에게도 적시타를 허용했다. KIA는 3-6으로 패했다. 양현종이 유일하게 욕심을 감추지 않고 있는 기록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이다. 이강철 감독이 갖고 있는 이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기 전 7년(2014~2020시즌) 연속 10승 이상 거뒀다. 그러나 잘 던지고도 승수 추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거즈 소속 개인 통산 최다승(152승) 경신도 미뤄지고 있다. 양현종의 통산 승수는 여전히 148승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5.02 05:58
야구

한화, 워싱턴 타격코치 영입…외국인 스태프 구성 완료

한화가 조니 워싱턴(36) 전 샌디에이고 타격코치를 영입했다. 한화는 20일 워싱턴 코치 선임 소식을 전하며 "36세의 젊은 워싱턴 코치는 26세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 지도자다. 마이너리그에서 많은 유망주를 육성했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화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도를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코치는 2010년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코치를 시작으로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 코치를 거쳤다. 2017년 MLB 샌디에이고 1루 코치를 맡은 뒤 2019년 샌디에이고의 타격 코치로 활동했다. 한화는 "워싱턴 코치는 다저스 소속 시절 작 피더슨, 코리 시거, 코디 배린저 등의 성장을 도왔다. 샌디에이고에서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을 길러냈다"고 전했다. 워싱턴 코치는 "MLB 타격코치는 선수들의 '가이드'다. 코치가 선수의 심리 상담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면 마이너리그 타격코치는 가장 높은 레벨에서 임팩트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며 "실전 같은 훈련 분위기가 조성돼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빨라진다. 한화에는 작은 부분만 수정하면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유망주들이 있다. 강한 타구를 만들려는 의지, 인플레이 타구를 더 생산하려는 욕심이 필요하다. 타자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선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게 타격코치의 중요한 임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카를로스 수베로(48) 감독을 선임한 한화는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에 이어 워싱턴 타격코치까지 영입해 주요 보직을 채웠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장종훈·송진우 코치와 결별해 생긴 공백을 외국인 육성 전문가에게 맡기려는 것이다. 김식 기자 2020.12.20 13:51
야구

의리 대신 도전, 한화의 핫 스토브리그

한화그룹 사훈(社訓)은 ‘신용과 의리’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모기업의 이념을 무척 잘 지켜온 야구단이다. 전임 감독 상당수가 계약 기간을 다 채웠다. 팀 레전드를 확실하게 예우하는 문화도 있다. 영구 결번(35 장종훈, 23 정민철, 21 송진우)도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등 번호 99번도 8년째 비워뒀다. 훗날 한화로 복귀할 때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그런 한화가 올겨울 많이 달라졌다. 정규시즌 종료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변화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도전자’ 자세로 돌아가 새 출발 하는 모양새다.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한 지 두 달째, 한화의 스토브리그는 여전히 뜨겁다. 한화는 시즌이 끝난 뒤 주전급 선수 여러 명과 작별했다. 투수 안영명과 윤규진, 내야수 송광민과 김회성, 외야수 이용규와 최진행 등이 줄줄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한화의 방출 리스트엔 다른 팀에서 탐낼 만한 선수가 여럿 있었다. 실제로 이용규(키움 히어로즈)와 안영명(KT 위즈)은 곧바로 새 팀을 찾았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10위로 처진 팀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가 팀 주축으로 원활하게 자리 잡는 게 먼저’라는 원칙에 따라 선수단을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코치진 선임도 빠르게 진행했다. 박찬혁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달 16일 부임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모셔오겠다”고 선언했다. 새 대표 취임 5일 만에 정 단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카를로스 수베로 전 MLB 밀워키 브루어스 코치를 만났다. 정 단장은 “수베로 감독은 최종 후보군 중 유명세가 가장 덜한 후보였다. 그러나 인터뷰 결과 ‘누구보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전문가로 인정받은 점도 구단 방향과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함께하는 3년간 “구단의 육성 시스템을 확고하게 정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려면 새 감독 체제에 최대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와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내년 1월 수베로 감독과 함께 한화에 합류한다. 타격코치 역시 고민 끝에 수베로 감독이 추천한 인물 중 한 명을 뽑기로 했다. 내년 시즌 한화 더그아웃을 4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지키게 된다. 지난해 1군 114경기를 지휘한 최원호 감독대행도 퓨처스(2군) 감독으로 팀에 남는다. 애초 한화는 ‘유망주 집중 육성’ 능력을 기대하고 최 감독을 영입했다. 팀 사정상 한동안 1군을 책임졌지만, 오히려 여러 선수의 능력을 두루 파악하는 기회가 됐다. 정 단장은 “세대교체를 수월하게 진행하려면 1군과 2군의 소통이 중요하다. 양쪽을 모두 경험한 최 감독이 우리 육성 방침의 훌륭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팀 경기력에 가장 중요한 전력 보강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오른손 투수 정인욱(30)과 14일 육성 선수 계약을 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화의 12월이 숨 가쁘게 흘러간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2.15 08:40
야구

코로나 여파…야구단 코치부터 베테랑까지 방출 러시

프로야구 가을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각 구단들은 발 빠르게 선수단을 정리하고 있다. 감독, 단장 등 수뇌부를 비롯해 오랫동안 함께 한 코칭 스태프와 프랜차이즈 선수까지 내보내고 있다. 이른바 '방출 러시'다. 올해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처졌던 9위 SK 와이번스와 10위 한화 이글스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는 지난 6일 구단 창단 멤버였던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를 감독으로, 9일 류선규 운영 그룹장 겸 데이터분석 그룹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1, 2군 코치 10명과도 결별했다. 박경완 1군 수석코치와 이종운 2군 감독은 최근 구단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또 구단은 1군 박재상 타격코치, 서한규 작전주루코치, 이지풍 컨디셔닝코치, 2군 김경태 투수코치, 최상덕 PDA 투수코치, 김필중 배터리 코치, 정수성 작전주루코치, 조문성 컨디셔닝 코치에겐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 또 투수 박희수, 윤강민, 이재관, 내야수 채태인, 윤석민, 석호준, 박준영, 김성민, 외야수 김재현, 나세원 등 11명의 선수에게 방출 통보를 했다. 올해 최원호 감독 대행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한화는 아직 감독 선임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대신 지난 6일 1군 송진우 투수 코치, 이양기 타격 코치, 2군 김해님 투수 코치, 김성래 타격 코치, 채종국 수비 코치, 차일목 배터리 코치, 전형도 작전 코치, 육성군 장종훈 총괄, 재활군 구동우 코치, 정민태 투수 코치 등 10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수도 대거 내보냈다. 지난달 23일 김문호 등 총 6명의 선수를 방출한 데 이어 5일엔 지난 시즌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주장 이용규에게 방출 통보했다. 30대 중반으로 그동안 한화를 이끈 베테랑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안영명 등도 짐을 쌌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젊고 역동적인 팀 컬러 모색, 새로운 강팀으로의 도약 실현을 위해 쇄신을 이어나가기 위한 작업"이라고 했다. 그래도 한화 구단의 전설로 불리는 송진우, 장종훈 코치를 비롯해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안영명 등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내보낸 것이 의외였다. SK와 한화가 상위권 도약을 위해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는 두산도 발 빠르게 선수단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8일 투수 권혁, 김승회, 전용훈, 전태준, 윤산흠, 포수 정상호, 지원근, 이승민, 내야수 안준, 신민철, 구장익, 외야수는 한주성, 최지원 등과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권혁과 김승회, 정상호는 은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NC 다이노스도 투수 홍성민, 박성민, 내야수 유영준, 송동욱, 외야수 박영빈, 노학준 등 2군 선수들을 정리했다. 이런 방출 러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도미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올해 관중이 급감하면서 구단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내년 시즌에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 각 구단이 시즌이 끝나면 연봉이 높은 고참과 코치들은 정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0개 구단은 내년도 예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비는 줄어들 예정이다. 선수단의 규모는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연봉 총액을 줄여 경영난을 타개할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11.09 15:48
야구

27명 구조조정…한화의 칼바람

한화가 베테랑 선수를 대거 내보낸 데 이어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코치들도 대폭 물갈이했다. 올 가을 한화를 떠난 이들은 선수 17명, 코치 10명 등 총 27명이다. 신호탄은 주장 이용규(35)의 방출이었다. 이용규는 2년 전 2+1년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와 계약했다. 내년 계약에 대해서는 한화 구단이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한화의 주장을 맡은 이용규는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17도루를 기록했다. 기량만 보면 내년에 뛰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화는 2021년 선수단 구성에서 이용규를 가장 먼저 제외했다. 한화 구단은 "이용규와 면담을 통해 구단의 뜻을 전했다. 팀을 리빌딩하는 방향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난해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파문'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규는 2018시즌 뒤 FA 계약을 맺고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트레이드를 공개 요청해 물의를 빚었다. 이 때문에 구단의 징계를 받고 1년 동안 1군에서 뛰지 못한 바 있다. 이어 한화는 투수 윤규진·안영명·김경태, 내야수 송광민·최진행·김회성 등 주전급 30대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방출선수 명단이 예년보다 2~3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38)이 은퇴를 선택했다. 이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대거 팀을 떠난다. 올 시즌 1군에 있던 코치들 대부분이 해당했다. 송진우 투수코치, 장종훈 육성군총괄코치 등 등번호가 영구결번된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포함됐다. 한화 구단의 강한 개혁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화가 올 시즌 초 하위권으로 떨어졌을 때부터 오프시즌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 6월 한용덕 전 감독이 사임했고, 한화는 최원호(47)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게다가 한화 프런트의 수장이었던 박정규 전 대표이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실패로 사퇴한 상태다. 대표이사가 두 달 전 사임했고, 감독조차 공석인 상황에서 정민철(48) 단장이 선수단과 구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정민철(48) 단장이 한화 선수단 정리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선후배 관계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정민철 단장이 개혁 과정에서 휘두르는 칼날은 상당히 날카롭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마음이 쓰리고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팀이 쇄신하고 변화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한화 구단은 "그룹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하면, 이후 구단이 신임 감독을 뽑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마무리 훈련과 스토브리그 기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다른 팀들은 코칭스태프조각을 이미 마쳤다. 한화는 구조조정만 했을 뿐, 개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한화 선수단은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와 서산 2군 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작한다. 대전에서는 코치 7명, 선수 35명이 훈련한다. 서산에는 코치 5명과 2군·신인 선수 26명이 모인다. 새 감독 선임 전까지 1군 마무리 캠프는 최원호 감독대행이 지휘한다. 김식 기자 2020.11.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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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윤규진 은퇴, 이용규·송광민 등 11명 방출

한화가 대대적인 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일 "선수 11명과 내년 시즌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대상자는 대부분 주전급 베테랑 선수다. 투수 윤규진 안영명 김경태 이현호, 포수 김창혁, 내야수 송광민 김회성 박재경, 외야수 이용규 최진행 정문근 등이다. 이들 가운데 투수 윤규진은 "더는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않고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대전고 출신인 윤규진은 2003년 고향 팀에 입단한 뒤 줄곧 한화 한 팀에서만 뛰었다. 잦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을 위해 의미 있는 활약을 했다. 한화는 "중장기적인 구단의 목표는 '기존 주축 세대에서 새로운 세대로의 단계적 전환'이다. 이 원칙에 따라 선수단을 재편했다. 구단의 명확한 운영 방향에 맞춰 팀의 미래를 책임질 집중 육성 대상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팀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의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현역 은퇴를 발표했고, 구단에 영구결번을 남긴 송진우 투수코치와 장종훈 육성군 총괄도 다른 코치 7명과 함께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제로 베이스'에서 팀 재건을 시작하겠다는 한화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향후 팀의 중심이 될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포지션별 뎁스, 선수 개개인의 기량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했다. 앞으로 젊고 역동적인 팀 컬러를 찾고 강팀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팀 쇄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1.0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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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장종훈 코치도 한화 떠난다…코치 9명과 결별

최하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코칭스태프를 대대적으로 재편한다. 한화는 6일 "송진우 투수코치, 이양기 타격코치(이상 1군), 김해님 투수코치, 김성래 타격코치, 채종국 수비코치, 차일목 배터리코치, 전형도 작전·주루코치(이상 2군), 장종훈 총괄(육성군), 구동우 재활코치(재활군) 등 9명과 내년 시즌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을 내며 고전한 한화는 일찌감치 주전급 베테랑 선수들 및 기존 코치진과의 결별을 결정한 뒤 팀 재건을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한화는 "젊고 역동적인 팀 컬러를 실현하고, 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한 쇄신안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1.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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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계보 류현진-소형준의 데뷔 10승, 이렇게 달랐다

"감히 류현진 선배님과 비교가 될 순 없죠." KT 오른손 신인 투수 소형준(19)이 조아제약 8월 MVP(최우수선수) 수상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이전에도 류현진(33·토론토)과 함께 거론될 때마다 그는 민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기에 선배님이라는 부르는 것조차 멋쩍어했다. 그러나 소형준은 앞으로도 류현진과 비견될 것이다. 그는 지난 12일 수원 한화전에서 6⅓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KT의 5-2 승리를 이끈 그는 개인 10승을 달성했다. 2006년 한화 루키 류현진이 역대 8번째로 기록한 뒤 13시즌 동안 후계가 없었던 '고졸 신인' 10승 투수가 된 것이다. 비범한 자질, 대찬 투구 그리고 신인답지 않은 배포가 닮았다. 의미 있는 기록에 차례로 이름을 올린 공통점도 있다. 팬들이 활약한 시공간이 다른 두 투수를 단순 비교하는 게 아니다. 류현진의 루키 시절을 추억하고, 소형준의 성장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두 투수의 '데뷔 10승'을 비교하고 있다. ◈ 아홉수 없었던 소형준 류현진은 2006년 6월 8일 대전 SK전에서 1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데뷔 9번째 승리를 거뒀다. 6월 13일 삼성전에서 류현진은 5이닝 9피안타 6실점을 기록했다. 노 디시전. 18일 두산전에서 7이닝 2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8회 연속 피안타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고, 한화 구원진이 역전을 허용했다. 당시 마무리투수는 구대성이었다. 2-2 동점에서 안경현에게 3타점 적시 2루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6월 23일 청주 KIA전에서 8⅔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한화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전 3기 끝에 10승 고지에 올랐다. 구대성이 세이브를 기록하며 후배의 승리를 지켜냈다. 소형준에게는 아홉수가 없었다. 2020년 8월까지 8승을 기록했고, 9월 3일 수원 SK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9승 고지를 밟았다. 9일 만에 나선 12일 한화전에서 바로 10승을 거뒀다. 이강철 KT 감독이 6일 고척 키움전에서 불펜 투수를 선발로 내세우는 '오프너' 운영을 통해 그에게 휴식을 줬다. 충분히 쉰 소형준은 아홉수 없이 10승 고지에 올랐다. ◈리그를 흔든 수퍼 루키 류현진은 역대 신인 최소 경기 두 자릿수 승리 신기록을 경신했다. 10승을 거둔 KIA전은 그의 데뷔 14번째 등판이었다. 15경기 만에 10승을 거둔 1992년 염종석(롯데)의 기록을 바꿨다. 이 승리는 류현진의 전 구단(2006년은 8개 구단 체제) 상대 승리 경기이기도 했다. 그는 14경기 만에 7개 팀에 승리를 거뒀다. 더불어 리그 다승, 평균자책점(2.33), 탈삼진(111개) 부문 1위를 수성했다. 소형준은 18경기 만에 10승을 거뒀다. 류현진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비교적 빠른 페이스다. 승률은 0.667. 첫 5경기에서 4승을 거뒀지만, 6월 중순부터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2주 동안 휴식기를 가진 뒤 다시 상승세를 탔다. 최근 7연승이다. 소형준은 아직 전구단 상대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키움전에는 아직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고, 롯데와 LG전에서도 승리한 적이 없다. 6개 팀을 상대로 1승 이상 거뒀고, 두산과 SK를 상대로 3승씩을 챙겼다. 두 투수 모두 쟁쟁한 선배들보다 돋보였다. 소형준이 10승을 거둔 날, 다승 부분 공동 6위에 올랐다. 류현진처럼 1위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 투수 중에서는 가장 먼저 10승에 도달했다. 소형준은 탈삼진 63개를 기록 중이다. 소형준은 시즌 10승을 거둔 한화전에서는 한 경기 최다 탈삼진(9개)을 기록했다. 신인 시절 류현진은 시속 150㎞ 안팎의 강속구를 앞세운 파워 피처였다. 소형준은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커터)을 주무기로 사용하며 맞혀 잡는 투구를 한다. 12일 현재 리그 국내 투수 가운데 땅볼 유도(141개)가 가장 많다. ◈에이스가 에이스를 이끌다 두 투수는 프로 입단 후 훌륭한 선배들을 만나 성장했다. 류현진은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웠다. 그의 야구인생의 궤적을 바꾼 구종으로 꼽힌다. 소형준은 휴식기 동안 커터를 연마했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휘어지는 투심 패스트볼과 바깥쪽으로 꺾이는 커터가 뛰어난 조합을 이루고 있다. 남다른 학습 능력도 둘의 공통점이다. 류현진의 능력은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화제가 됐다. LA 다저스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던 투수 로스 스트리플링은 "누군가는 커리어 내내 커터를 연마한다. 류현진은 하룻밤에 배웠다.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체인지업이 류현진을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만든 공이라면, 커터는 MLB 정상으로 이끈 구종이다. 소형준도 짧은 시간에 커터를 연마했다.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그립을 배웠다. 류현진에게서는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소형준은 "투구 영상을 보며 (커터를) 던지는 느낌을 참고했다"고 했다. 미래의 에이스를 만든 건 현재의 에이스들이었다. 류현진은 "구대성 선배에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배웠고, 송진우 선배에게는 제구력과 몸 관리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당시 한화의 투수코치는 고(故) 최동원이었다. 한국 야구 레전드들이 기술과 멘탈을 잡아줬다. 류현진도 자신의 야구인생 최고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소형준에게도 탁월한 안목으로 기회와 믿음을 준 이강철 감독과 박승민 코치가 있다. 선배이자 룸메이트인 선발투수 배제성도 평소 자신이 생각하는 마운드 위에서의 마음가짐을 조언했다. 소형준의 포커페이스는 배제성에게서 배운 것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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