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삼성, 이재용 부회장 영장심사 앞두고 호소문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실질검사를 하루 앞둔 7일 언론인을 상대로 호소문을 냈다. 삼성이 위기에 처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언론에 이 부회장의 구속을 전제로 기사를 쓰지 말라는 요청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는 제목의 호소문을 냈다. 이 호소문은 “삼성이 위기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우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나타냈다. 회사 측은 “검찰은 장기간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대해 수사했다. 그리고 적법 절차에 근거한 검찰 수사 심의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 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서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출처 자체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고, 그 중에는 유죄 심증을 전제로 한 기사들까지 있기 때문이다”며 “이런 기사들로 인해 삼성과 임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피해가 적지 않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됐다.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다”며 “이런 기사들은 객관적 사법 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회사 측은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삼성의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며 호소문을 마무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관련한 불법 여부에 대해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과 분식회계를 계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처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20.06.07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