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동우→지주사 대표, 신임 대표는 내부 승진…롯데하이마트, 겹경사에 사기 쑥쑥
국내 가전제품 유통 1위 롯데하이마트의 분위기가 밝다. 지난 5년간 하이마트를 이끌어 온 이동우 대표가 그룹의 상징인 롯데지주를 이끄는 수장으로 영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영근 하이마트 영업본부장이 내부 승진으로 신임 대표로 선임되면서 하이마트 직원들의 내부 사기가 올랐다는 후문이다. 하이마트는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계열사로 평가됐다. 그러나 탁월한 올 2분기 실적과 함께 하이마트를 이끄는 리더들이 나란히 그룹의 주목을 받으면서 직원들의 자부심도 한결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직원들 사기 '쭉' 신바람 롯데하이마트 롯데그룹은 지난달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후임으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황 전 부회장은 그동안 롯데그룹 내 2인자로 불려왔던 인물이다. 황 전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임과 함께 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의 선임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기업 전반과 여론 모두 깜짝 놀란 눈치였다. 이 신임 사장과 함께 하이마트 내부 승진 소식도 연달아 나왔다. 영업 파트를 이끌어 온 황영근 본부장이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으로 대표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하이마트를 상징하는 수장들이 하나같이 영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도 고무된 분위기다. 하이마트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현재 직원들은 모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내심 뿌듯함을 느끼는 분위기"라며 "하이마트가 지난 2년 동안 어려운 시간을 뚫고 지나왔다. 이번 경영진 인사로 힘든 시간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롯데그룹의 중심이다. 그룹 내 최고위층의 지지가 없이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신임 사장은 최고위층뿐만 아니라 하이마트 직원들에게도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 동안 하이마트에서 이 신임 사장과 호흡을 맞춰온 이 관계자는 "자신이 이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강한 추진력으로 직원들을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반드시 결론과 성과를 내면서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가스토어'다. 이 신임 사장은 지난 2년 동안 부진 점포를 줄이는 대신 가능성이 있는 종전 매장을 단장해 볼거리가 많은 메가스토어로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잠실롯데월드점 메가스토어는 고객이 평소 자주 접하기 힘든 개인 요트와 BMW의 오토바이, 각종 캠핑 장비 및 개인방송 스튜디오까지 모으면서 평범한 양판 매장을 '쇼퍼테인먼트(정보와 재미가 있는 쇼핑)' 공간으로 갈음했다. 또 매장에서 온라인을 통해 최저가와 다른 가전 모델 등을 검색할 수 있도록 태블릿PC까지 비치한 '옴니스토어'를 가동하면서 온·오프라인 동시 성장을 이끌었다. 하이마트는 현재 온라인 매출 비중을 전체 약 15%까지 끌어올리면서 올 2분기 롯데 계열사 중 유일하게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하이마트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1157억원, 69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2%, 51.1% 증가했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등 다른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모두 떨어진 것과 비교된다. '롯데온' 바로 세울 구원투수… 성과 주목 업계는 이 신임 사장을 흔들리는 롯데지주를 바로 잡을 '구원투수'로 분석한다. 이번 인사는 롯데그룹 창사 이후 최초의 비정기 임원인사였다. 그동안 매년 연말에 임원진 교체 및 인사를 단행했던 롯데그룹이 8월에 주요 수장을 바꾼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롯데는 그룹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흔들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큰 관심을 받는 롯데쇼핑 7개사의 통합쇼핑몰 '롯데온'은 여러 기술적 문제가 불거지며 시작부터 구설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이커머스를 새로운 미래 동력으로 보고, 롯데온에 약 3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신임 사장이 구원투수로 불리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1960년생인 이 신임 사장은 장교 출신으로 롯데그룹 내 잔뼈가 굵다.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경영지원, 영업, MD 등을 두루 거쳤다. 2012년에는 롯데월드 대표이사직에 오르며 경영인이 됐고, 2015년 롯데하이마트 대표에 선임됐다. 이후 뒤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롯데그룹 내 장수 CEO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 밑바탕에는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이 깔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커머스 업계는 속도와 함께 분명한 성과를 단기간 내에 내야 하는 분야다. 업계는 이 신임 사장이 하이마트에서 보여준 능력을 판이 더 커진 롯데지주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롯데지주 측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신임 사장은 하이마트와 롯데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과 안정적인 성장을 끌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과 위기 극복을 끌어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의 반응이 좋지 않고, 롯데그룹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신임 사장은 일종의 구원투수 성격이 짙다. 결과를 지켜봐야 할 때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9.03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