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이재영·다영 "벌 받는 것, 밑바닥서 다시 시작하겠다"
━ "비판 받아들이고 바르게 살겠다" 문자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행동에 대해 벌을 받는 것 같다. 비판을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정말 바르게 살겠다. 많이 반성한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다영(25) 자매의 아버지 이주형(58)씨가 1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한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그는 "그제(13일) 큰애(이재영)한테서 문자가 왔다"며 "극단적 선택 등을 할까 봐 며칠간 잠을 설쳤는데 아이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육상 국가대표를 지낸 이씨는 익산시청 육상팀 감독이다. 선수 시절 '한국 해머던지기 1인자'로 불리던 그는 1998년부터 익산시청 육상팀을 이끌며 강나루 등 숱한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쌍둥이 자매 어머니 김경희(55)씨도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팀에서 센터로 뛴 선수 출신이다. 이씨는 쌍둥이 자매가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작할 수 있다면 밑바닥에서 다시 한번 해보겠다"며 배구를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고 했다. 앞서 이날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결정을 내렸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다.대한민국배구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이재영과 이다영을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도쿄올림픽 등 향후 국가대표 선수 선발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쌍둥이 딸들이 '학폭 논란'에 휩싸였는데. "전혀 몰랐던 일이 갑자기 터지니 '멘붕'이 왔다. 알고 있었으면 '올 게 왔구나' 생각이 드는데 '애들이 무슨 상황에서 그랬을까',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뭐라고 얘기할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전화도 빗발쳤다. 이틀간 아예 전화를 안 받았다. 지금도 머리가 멍하다."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한 소회는. "쌍둥이가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일 당시 A선생님(코치)이 배구부의 숙소를 총괄했다. 그분이 늘 '숙소 생활에 문제가 많아 그걸 방지하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관리한다'고 얘기했다. 그 선생님이 워낙 강인한 분이라 그걸(학교 폭력) 감췄을까 의문도 든다." 쌍둥이가 정점에 있을 때 논란이 불거졌다. "평소 '너희는 프로다. 프로는 상품 가치도 높여야 하지만 몸가짐 등 모든 걸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잘해 와서 그런 줄만 알고 살았는데 이런 일이 터져 당혹스럽다. 평소 재영이와 다영이가 (익산에) 오기도 하고 서로 왔다갔다 하며 늘 통화하며 지낸다." ━ "'말 못할 고통' 피해자들에게 미안해" '학폭 논란'이 불거진 뒤 쌍둥이와 통화해 봤나. "둘에게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바로 연락했다. 울기만 했다. 거기(학폭 논란)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그래서 '마음을 추스르라'고만 했다. 며칠 있다가 팀에서 나왔다고 하더라." 지금 쌍둥이는 어디에 있나. "세종에 있는 엄마(김경희씨) 집에 있다. 며칠 뒤 내가 사는 (익산) 집에 온다고 했다." 쌍둥이는 어떤 상태인가. 배구는 계속 한다고 하나. "그제(13일) 큰애(이재영)한테서 문자가 왔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행동에 대해 벌을 받는 것 같다. 비판을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정말 바르게 살겠다. 많이 반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쌍둥이의 선수 생명을 놓고 논란이 많다. "요즘은 누구나 과거 잘못했던 일이 나오면 전부 내려놔야 한다. 그래도 당사자가 진심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한다면 한 번 정도는 용서하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10년 전 쌍둥이의 '학폭' 가해 사실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선수 생활을 해본 내가 가만 안 놔뒀을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운동 좀 잘한다고 까불면 안 된다. 지금 (익산시청) 선수들에게도 '잘한다고 해서 영원히 잘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끝이 있으니 잘할 때 겸손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피해자들에게 어떤 마음이 드나. "미안한 마음뿐이다. 저도 운동을 해봤으니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알지 않나.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거다. 어리니까 말을 못했을 수도 있다. '말 못할 고통 속에 살았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전주·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2021.02.16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