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최민규의 친뮤직] 삼성의 도박스캔들 대처, 시작과 끝이 모두 어설퍼
해외원정도박 사건에 대한 삼성 라이온즈 구단의 대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설프다. 초기 대응은 너무 늦었고, 마무리 단계에선 너무 성급하다.삼성은 7월 21일 구원투수 안지만(33)에 대한 계약해지 승인을 KBO에 요청했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해외원정도박사건 수사를 마무리짓고 안지만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삼성은 오래 전부터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선수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삼성이 KBO에 요청한 계약해지는 야구규약 47조의 ‘구단에 의한 계약해제’를 가리킨다. 바로 위의 46조는 ‘선수에 의한 계약해제’를 다룬다. 일반적으로 선수에 의한 계약해제는 임의탈퇴, 구단에 의한 경우라면 웨이버 공시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46조와 47조는 좀 다르다.46조는 구단이 선수에게 연봉 등을 2주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리그 경기에 6연속 불참할 때 적용된다. 구단에 과실이 있는 경우다. 그래서 임의탈퇴한 선수는 원소속구단으로만 복귀할 수 있지만, 46조 해당 선수는 자유계약신분이 된다.47조는 선수가 사보타주를 하거나, 규약 및 선수계약을 위반하는 경우를 다룬다. 웨이버의 경우 구단은 잔여계약기간 연봉 지급 의무가 있다. 하지만 47조의 징벌적 의미, 46조와의 형평성 등에서 잔여 연봉 지급 의무가 소멸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국장도 이 해석에 대체로 동의했다. 안지만은 2018년까지 삼성과 계약돼 있는 선수다.그런데, 47조는 너무 포괄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선수계약, KBO규약, 및 이에 부속하는 제 규정 위반’이 계약해제 사유다. 사소한 잘못으로도 계약이 해제될 수 있다는 건 과도한 해석이다. KBO 관계자도 47조에 대해 “계약 해제 시 잔여 연봉 지급 여부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규약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인정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무거운 처벌이 규정된 행위에나 적용해야 할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kt가 김상현 사건에서 이 조항 적용을 검토했다 포기한 전례가 있다.통상 KBO 징계위원회는 검찰 기소 시점에서 열린다. 삼성 구단도 안지만의 기소 여부를 기다렸다. 그런데 현재 안지만은 해외원정 도박 사건으로 기소돼 있다. 불법도박사이트 개설 자금 지원이라는 새로운 혐의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받고 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당장 영구제명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직 수사 중'이다.죄와 벌은 형평성을 따져야 한다. 같은 해외원정도박 사건으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던 임창용과 오승환은 KBO로부터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삼성 구단은 안지만에 대해선 2년 반 넘는 계약을 무효로 해 달라고 KBO에 요구하고 있다. 형평에 어긋난다.삼성의 조치는 NC 이태양 케이스를 답습했다. 이태양은 20일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가 확정됐고, NC 구단은 당일 KBO에 계약해제와 실격선수 지정을 요청했다. KBO는 이미 2012년 승부조작에 연루된 박현준과 김성현을 영구실격 처분한 전례가 있다. 이태양이 이미 승부조작을 자백한 만큼, 적절한 조치다. 삼성 구단은 지금 '단순도박'과 '승부조작'을 같은 잣대로 처분해 달라고 하고 있다.KBO가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민사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KBO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야구선수계약서 7조(사고감액)를 적용해 참가활동정지 처분만 내렸다. 즉, 삼성과 안지만의 계약은 아직 유효하다. 최민규 기자
2016.07.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