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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극에 목말랐다”…임지연, ‘옥씨부인전’으로 대세 방점 찍는다 [IS신작]

“사극에 대한 목마름은 늘 있었다.”배우 임지연이 드라마 ‘옥씨부인전’을 통해 사극에 도전한다. 데뷔 이래 첫 사극은 아니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후 대중 앞에 선보이는 첫 사극이자 타이틀롤로서 극의 중심을 담당하는 작품인 만큼 기대를 모은다.오는 30일 첫 방송하는 JTBC 새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조선시대에 있던 일종의 변호인)옥태영(임지연)과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이야기다. 임지연은 극 중 태생부터 영민한 데다 일머리와 운동 신경, 손재주까지 탁월한 양반댁 아씨 옥태영을 연기한다. 그러나 사실 옥태영은 노비 구덕이다. 구덕이로 살 때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매를 맞거나 굶기 일쑤였던 그는 생존을 위해 가짜 삶을 살기로 택하고 옥태영이 된다. 그는 신분이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즉 ‘옥씨부인전’은 살아남으려는 한 여인의 처절한 생존기를 담은 이야기다. 공개된 ‘옥씨부인전’ 티저에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누추한 옷을 입은 임지연이, 고운 한복을 입은 아씨로 변하며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목을 끈다. 천대받는 노비에서, 우아한 아씨까지 다채롭게 변하는 임지연의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출을 맡은 진혁 감독은 “처음부터 여자 주인공 역은 임지연이 아니면 드라마를 접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올인했다”며 “밑바닥에서 시작해 최고 위치까지 가는 여정에서 부드러움, 강함, 기쁨, 슬픔, 아련함 등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라고 밝혔다.임지연은 그동안 영화 ‘인간중독’, ‘럭키’, 드라마 ‘상류사회’, ‘불어라 미풍아’, ‘장미맨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 등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로 활약했지만, 주로 선역보다는 악역, 또는 장르물 속 개성 있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대표작인 ‘더 글로리’에서는 극악무도한 빌런 박연진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반면 ‘옥씨부인전’에서는 기존에 임지연이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임지연은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를 통해 “매번 다음 캐릭터는 전 작품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편이다. ‘옥씨부인전’ 역시 마찬가지”라며 “노비였던 여성의 치열한 생존기이자 뜨거운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옥씨부인전’은 임지연이 2015년 개봉한 영화 ‘간신’, 2016년 방영한 SBS 드라마 ‘대박’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사극 도전이란 점에서도 남다르다. 임지연은 ‘간신’에서 백정으로 저잣거리에서 칼춤을 선보이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다 궁중예인 운평으로 입궁하는 단희 역을, ‘대박’에서는 임금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여인 김담서 역을 맡았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노력에 비해 분량과 성적이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사극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있었다”고 밝힌 임지연은 “‘옥씨부인전’은 단순한 멜로나 역사물이 아니라는 점이 매력 있었다”면서 “한 여성의 성장기가 멜로와 법정물 속에 잘 녹아져 있었고 내가 그려낼 옥태영이라는 인물이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더 글로리’로 가장 주목을 받은 배우 중 한 명인 임지연이 사극으로 돌아온다는 것부터 기대감을 자아낸다. 이미 임지연은 ‘더 글로리’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지는 데 성공하며 연기력으로 인정받았다”며 “‘더 글로리’가 그런 터닝포인트였다면, ‘옥씨부인전’은 사극 연기도 출중하게 해낼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짚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1.13 05:55
연예일반

[오동진 영화만사] 코미디와 공포의 결합 ‘핸섬 가이즈’ 극장가 구한다

‘설계자’와 ‘원더랜드’ 등 최근 한국영화를 짓누르는 100만명 이하라는 흥행 먹구름이 전국 극장가에 엄청난 비를 뿌리고 있다. 이 장맛비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영화계 전문가들은 7월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1929~1939년까지의 경제 대공황 이후 1930~40년대 할리우드에는 코미디 아니면 필름 누아르(어두운 분위기의 사립탐정 영화.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가 성행했다. 한국영화계도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경기와 그에 따른 ‘문화 대공황(문화 부문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지원이 대거 철회한 것)’으로 기이한 병적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 영화산업에 있어 이 ‘예측 불가능성’만큼 심각한 것은 없다. 그래도 예측을 해보면, 앞으로 ‘장사가 되는’ 소재와 주제의 작품들은 미국 대공황 이후에 나타난 영화 장르의 경향과 비슷해 질 것으로 보여진다. 올 상반기에 이미 그런 조짐은 나타났다. 단순한 액션영화(‘범죄도시4’), 명쾌한 선악 구조의 역사물(‘파묘’)이 성공을 거뒀다. 하반기로 넘어 가는 길목인 7월초 극장가에서는 코미디 영화 ‘핸섬 가이즈’에 전폭적인 기대가 모아질 것이다. 거기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복병 같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2’ 같은 애니메이션이 개봉 2주만에 400만명을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코미디와 애니메이션’. 지금의 영화계 분위기, 한국 사회의 세태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는 작품들인 셈이다. 우울하고 속상하기 때문에 영화만이라도 웃을 수 있는 작품들을 고른다는 것이다.‘핸섬 가이즈’는 핸섬하지 않은 두 남자의 촌극 해프닝을 그린다. 열심히 사는 노동자들, 하층계급들이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 시골집도 마련하는 등 스스로 이루어 내지만 워낙 생긴 것이 ‘범죄형’이라는 이유로 온갖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귀신까지 이들을 괴롭힌다. 기본적으로는 공포영화지만 이걸, 넘어지고 자빠지는 식의 몸 개그가 많이 나오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결합시킨 영화다. 원래 두 요소는 잘 합치지 않는다. 공포와 코미디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을 ‘핸섬 가이즈’가 해냈다는 평가다. 개봉 전 시사회에서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이성민과 이희준은 극장 안을 그야말로 ‘빵빵’ 터뜨렸다. ‘핸섬 가이즈’는 미국-캐나다 합작영화로 2010년 시체스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터커&데일 Vs 이블’이란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핸섬 가이즈’는 리메이크지만 리메이크 같지 않은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독창적인 번안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핸섬 가이즈’가 전체 시장의 사이즈는 지켜 내는 데 일조할 것이다. 현재 국내 연평균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 2억명 수준에서 1억5000만명 선을 회복한 상태이며 ‘핸섬 가이즈’ 같은 영화가 그 선을 지키는 데 있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 영화계가 특정 영화로 흥행이 쏠리는 현상이 극단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두고 ‘복불복’일 뿐이며 다 각 영화 재미 차이 때문이다,식의 자본주의적 판단만으로는 솔루션을 찾을 수 없다. 양극화의 뿌리는 절대적으로 더욱 더 깊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단 한 두 편의 실패로 산업 전체가 붕괴할 위험이 농후 해진다. 좀 더 현명한 방법론을 찾아야 하며 결국 그것은 큰 손의 개입, 공적 자본의 적절한 투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로 모아진다.2015년에 개봉됐던 ‘인사이드 아웃’도 5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이런 수치는 어린이 관객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 관객 말고도 젊은 관객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때에 모아질 수 있다. 슬픔, 기쁨 등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해 주인공 캐릭터로 내세운 ‘인사이드 아웃’은 사람들이 잃어버리거나 일상에서 간과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해서 바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非)어린이 관객층에도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의 500만 관객 수준을 넘어서서 이번 ‘인사이드 아웃2’ 흥행 기대치는 앞서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흥행성적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멘탈’은 코로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던 2023년에 개봉해 720만을 넘기며 흥행 장타를 쳤다. 코미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웃긴 공포영화들. 한동안 이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약인가 독인가. 그것이 문제로다,일 뿐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6.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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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디카프리오” 왜 대한민국은 티모시 샬라메에게 열광하는가 [줌人]

티모시 샬라메 주연 영화 ‘웡카’가 누적 관객 수 250만을 돌파하며 2024년 첫 200만 돌파작에 등극했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듄: 파트2’는 사전 예매량 10만 장을 넘기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때맞춰 내한한 두 영화의 주연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펭수, 유재석 등과 만나며 국내에서 인기를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티모시 샬라메는 할리우드에선 최근 가장 핫한 셀럽인 카일리 제너와 교제하며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국내에선 흥행 제조기로 자리매김한 상황. 과연 무엇이 티모시 샬라메를 이 같은 대세로 만들었을지 짚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만든 샬라매니아티모시 샬라메는 2013년 18살의 나이에 영화 ‘스피너’로 데뷔했다. ‘인터스텔라’에서 15세의 톰을 연기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워스트 프렌즈’, ‘애더럴 다이어리’ 등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맡으며 계속해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그런 티모시 샬라메의 잠재력이 폭발한 작품은 바로 2018년 국내 개봉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1983년 이탈리아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소년 엘리오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는 그때까지 할리우드에서 찾기 어려웠던 가녀린 미소년 이미지로 전 세계 영화팬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는 스물 넷 청년을 사랑하는 17살 엘리오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국내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인기와 더불어 티모시 샬라메와 마니아를 합친 ‘샬라매니아’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박현민 대중문화평론가는 “티모시 샬라메는 ‘병약미’, ‘퇴폐미’ 등 주류 할리우드 스타와 차별화되는 매력이 도드라지는 배우이며 이러한 매력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면서 “이후 ‘샬라매니아’들은 티모니 샬라메가 ‘나만 아는 배우’에서 ‘모두가 아는 배우’로 거듭난 것에 대한 뿌듯함을 갖게 됐으며, 그를 ‘듄’과 ‘웡카’로 처음 마주한 관객은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함에 빠져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남다른 팬서비스 역시 티모시 샬라메의 인기를 높이는 요소다. 포털 사이트에서 티모시 샬라메 팬서비스를 검색하면 아이돌 뺨치는 티모시 샬라메의 ‘팬 조련’ 영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디가드들이 막기 전에 팬이 내미는 꽃을 얼른 낚아채 가는가 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자신의 얼굴을 타투로 새긴 팬에게 뽀뽀를 하는 등 남다른 팬서비스를 많이 남겼다. 티모시 샬라메는 할리우드에서도 사진과 사인 요청에 관대한 배우로 손꼽힌다.독립영화에서 상업영화로 확장한 필모그래피, 유니크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거기에 팬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까지. 박 평론가는 “티모시 샬라메는 다방면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이 팬들의 디깅(Digging, 관심 있는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행위)을 부추기면서 티모시 샬라메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요소”라고 분석했다.◇“‘타이타닉’ 때 디카프리오 보는 듯” 황영미 영화평론가는 최근 티모시 샬라메의 행보를 두고 “제2의 디카프리오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점쳤다.전 세계를 뒤흔든 청춘 스타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타이타닉’에 출연했을 때 나이가 24살. 23살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찍은 티모시 샬라메와 비슷하다. 두 배우 모두 이때쯤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로맨스 이후 다양한 장르로 발을 넓히며 연기파 배우로 성장해 나갔다.티모시 샬라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후 역사물인 ‘더 킹: 헨리 5세’, ‘작은 아씨들’, SF 블록버스터 ‘듄’,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예술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뮤지컬 영화 ‘웡카’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황 평론가는 “티모시 샬라메는 현재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에게 가장 잘맞는 옷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데다 트렌디한 미남상인 만큼 향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꽃미남 연기파 배우의 행보를 걸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한편 티모시 샬라메는 ‘듄:파트2’ 개봉을 앞두고 19일 내한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팬들에게 특유의 팬서비스를 선보인데 이어 21일 국내 취재진 및 팬들과 만나는 행사도 진행한다. 티모시 샬라메의 마력이 얼어붙은 국내 극장가를 녹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21 05:51
연예일반

‘빠른 전개와 감정선… ‘서울의 봄’·‘고려 거란 전쟁’의 성공방정식 [줌인]

기존의 역사물과 다르다. 흥행 속도 뿐 아니라 극의 전개까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과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이 기존의 역사물과 다른 신선함으로 MZ 세대를 끌어들이며 최근 연일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일어난 군사반란을 소재로 했고 ‘고려 거란 전쟁’은 고려가 거란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뒀던 여요전쟁이 배경이다. ‘서울의 봄’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개봉 27일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고려 거란 전쟁’은 10일 방송한 10회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0%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17일 방송된 12회도 9.6%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 흔히 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데다 전개과정 역시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의 봄’과 ‘고려 거란 전쟁’이 MZ세대의 흥미를 돋운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철저한 고증 바탕으로 인물 감정선 살렸다‘고려 거란 전쟁’의 연출을 맡은 전우성 PD는 철저한 고증을 위해 고려사에 정통한 학자들에게 의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제작 경험이 풍부한 조경란 박사와 호흡을 맞추며 전장의 디테일과 구성을 충실히 담았다. 여기에 의복, 전쟁 무기, 전투 전략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재현해내며 고려사에 대한 호기심을 높였다.이게 다가 아니다. ‘고려 거란 전쟁’은 실감나는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전투 장면만이 아닌 병사들의 절박한 감정선을 담아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방송 초기 한 고양이가 절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면이 꽤 오래 소개됐는데, 고양이 관련 밈이 쏟아지는 SNS 공간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동물 밈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를 받는 MZ 세대의 니즈를 잘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서울의 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12.12 군사반란을 다루면서도 그 사건 속에 있던 인물들의 감정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전두광(황정민)에 대한 분노가 치솟는 것도, 이태신(정우성)을 보고 눈물이 나는 것도 모두 영화가 캐릭터를 충실히 그려낸 덕이라는 평가다.◇빠른 전개와 강력한 대립 구조방대한 역사를 담는 대하 사극은 50~100회가 기본이며 KBS1 ‘태조 왕건’은 200회가 방송됐다. 반면 ‘고려 거란 전쟁’은 32부작으로 제작한다. 스케일은 키우고 전개는 빠르게 진행해 대하 사극도 유연하게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5회 만에 왕이 죽고 새 왕이 즉위하면서 전쟁도 발발하는 등 속도감 있는 전개는 생동감을 더했다.또한 ‘고려 거란 전쟁’은 여요전쟁이 발발하게 된 배경을 비롯해 인물들의 대립 관계를 짜임새 있게 그려냈다. 하루아침에 왕위에 올라 재상들에게 무시당하는 현종(김동준)은 자신을 허수아비 황제로 전락시키려는 강조(이원종)와 정치적인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거란과의 전쟁을 둘러싼 강감찬(최수종)과 강조의 일촉즉발 신경전도 이목을 사로잡았다.‘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 9시간을 약 140분의 러닝타임에 압축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긴박하게 보여주면서도 인물들의 개성, 관계성은 놓치지 않으며 “긴 러닝타임을 순삭한다”는 평을 받았다.‘서울의 봄’은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정권을 탈취하려는 신군부 세력과 서울을 지키려는 진압군의 팽팽한 대립을 그렸다. 특히 권력을 탐하며 이태신을 견제하는 전두광과 서울에 먼저 부대를 진입시키기 위한 양 측의 분초를 다투는 전략 싸움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배우들의 호연‘고려 거란 전쟁’은 최수종의 10년만 사극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왕 전문 배우’로 사랑받아온 최수종은 백성을 구원하기 위한 승리에 미친 광기를 가진 강감찬 역을 맡아 사극 대가로서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점차 현명한 황제로 거듭나는 현종 역의 김동준, 단순한 반역자라고 보기 어려운 강조 역의 이원종, 냉혹한 전쟁터에 던져진 장군 양규 역의 지승현 등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서울의 봄’은 반란군을 이끄는 전두광 역의 황정민, 진압군의 중심에 서 있는 이태신 역의 정우성을 비롯해 조연들의 호연이 관객의 과몰입을 유발하고 있다. “이마 주름까지 짜증난다”는 평을 받은 황정민의 호연에 화를 참지 못한 관객이 극장에 설치된 전두광 포스터에 주먹을 날려 구멍이 뚫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무대인사를 도는 중 반란군을 연기한 배우들이 관객에게 감사 인사와 사과를 동시에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며 “‘고려 거란 전쟁’ 속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전쟁은 공격을 버텨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게 삶의 비전을 성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버텨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우리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재미있게 보여준 게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서울의 봄’ 역시 마찬가지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루지만, 그 순간 많은 인물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긴박하게 그려낸다. 지금 우리가 하는 선택이 10년,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내포한 메시지가 통한 부분이 있다. 그걸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3.12.20 06:05
생활문화

[주말&여기] 시민의 품으로 다시 온 광화문광장 둘러보기

공사장 높은 벽으로 가려져 있던 광화문광장이 재단장을 마치고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14일 광복절 연휴에 서울 광화문광장은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는 아이들과 다시 문을 연 명소를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음날인 15일 광화문광장은 경찰 추산 2만명 이상이 몰린 집회 현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도록 '공원 같은 광장'으로 6일 다시 태어났다. 기존 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없애며 조성된 광장의 총면적은 4만300㎡로 종전(1만8840㎡)보다 2.1배 넓어졌다. 광장 폭도 35m에서 60m로 확대됐다. 녹지는 광장 전체 면적의 4분의 1 수준인 총 9367㎡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종전 땡볕이던 도심 광장을 쉼터로 재구성해 나무 5000여 그루를 광장 곳곳에 심어 그늘을 만든 것이다. 잠시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곳도 광장 곳곳에 만들어졌다. 또 세종대왕 동상 앞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은 행사를 열 수 있는 '놀이마당'으로 변신했다. 청계천 방면 광장 초입에 있는 '광화문 계단'에도 지형 단차를 이용해 녹지와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수경시설도 만들었다. 세종로 공원 앞에는 총 212m 길이의 '역사물길'이,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77개 물줄기로 이뤄진 40m 길이의 '터널 분수'가 각각 조성됐다. 세종문화회관 앞쪽 '해치마당'에 있던 콘크리트 경사 벽에는 53m 길이 영상창(미디어월)이 만들어졌다. 세종대왕상 뒤편 지하로 이어지는 세종 이야기 출입구에는 '미디어 글라스'가 설치돼 밤마다 다양한 미디어아트 공연이 열린다. 이에 맞춰 서울관광재단은 문화관광 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명소에 담긴 역사, 문화 자연 등을 듣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광화문광장을 새로 추가했다. 공원을 품은 광장으로 다시 문을 연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주변 공간의 역사문화 스토리텔링과 생태 문명 도시로 발전하는 서울의 미래를 느낄 수 있는 탐방 코스로 소개한다. 총 2.5km에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도심 속 시원한 그늘과 상쾌한 공기를 느끼고 조선시대 육조거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매장 문화재 노출 전시까지 문화관광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대로 광화문광장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는 9월부터는 1시간 야간 도보해설코스도 운영된다. 서울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의 운치 있는 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광화문광장 야간코스는 육조거리를 중심으로 광화문 역사문화 복원과정을 깊이 있게 설명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창경궁·종묘 일대는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08.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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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이준익 감독 "극장→OTT 격동의 시대? 피할 수 없다면 활용"

'명장' 이준익 감독이 돌아왔다. 줄줄이 컴백을 준비 중인 1000만 감독 중 가장 먼저, 믿고보는 사극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2021년 극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게 될 한국영화 '자산어보'다. '동주'에 이어 흑백의 미(美)를 담아냈고, 잔잔하면서 강단있는 힘으로 시대를 넘어서도 통용될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물에 대한 예민함과 민감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시기. 애초 창작의 범위와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은 물론, 가르칠 수 있는 이준익 감독 입장에서는 날조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고증과 수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당연한 과정이 당연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자산어보'는 영화적 창작물이라는 정체성 아래 교과서에도 담지 못한 역사물의 가치까지 충분히 이행한다. -설경구·변요한 뿐만 아니라 이정은 배우의 힘도 대단했다. 가거댁은 얼굴만 봐도 마음이 훅 가면서 눈물이 나더라. "가거댁이 집주인인데 약전이 집주인처럼 보이지 않나. 손님으로 왔는데 주인같이 보여주게 만든다. 가거댁의 설정이 그러했지만 이정은이라는 배우가 품어주는 포용력이 어마어마해 잘 녹아들 수 있었다. 최고의 호스트였다." -'동주'에 이어 또 한번 흑백영화에 도전했다. "'자산어보'는 소재 자체가 상업적이지 않다. 제작비를 많이 쓰면 안 된다. 사극은 최소 100억이다. 흑백으로 쓰면 그나마 단가가 좀 떨어진다. '망해도 적게 망하자. 그래야 내 수명을 조금 더 늘린다'는 마음이 있었다. 진심이다. 하지만 물질적 가치만으로는 내 명분에 차지는 않았다. 흑백 영상물은 '동주'를 통해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흑백은 지나간 과거의 구시대적 유물이 아니다. 21세기 흑백은 보다 더 새로운 것이고, 그걸 증명하면 된다'는 나와의 약속을 하게 됐다. '동주'는 5억이라는 초 저예산으로 촬영해 답답한 흑백의 난무함이 그대로 표현됐다. '자산어보'는 그것보다는 좋은 카메라를 쓰고, 자연 풍광까지 담아낸다면 '밑지지 않지는 않을까?' 싶었다. 아직까지는 통한 것 같다. 영화는 결국 스코어로 결론지어진다. 감독으로서 흥행, 즉 관객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외면할 수는 없다." -흑백에 적합한 영화는 무엇일까. "드라마가 강렬해야 한다. '자산어보'는 잔잔해보여도 감정의 스펙터클이 명확히 존재한다. 보통 흑백 영상을 다루는건 독립영화들이 많은데 그저 잔잔하다. 잠자기 딱 좋다. 내가 '나는 상업영화 감독이다'는 것을 자꾸 어필하는 이유는 흑백을 떠나 현실적으로 상업성을 구현해내야 한다. 예술영화 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찍으려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럼 누가 투자를 해주나. 시나리오 100편 쓰면 뭐하나. 투자 못 받으면 한 편도 제대로 쓴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여파가 크기도 했지만, 극장을 넘어 OTT의 영역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산업 전반이 격동의 시대를 맞았다.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기에 극장은 너무나 위기 상태에 놓여있다. 이렇게 딱 1년만 더 가면 극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구제불능이 될 것이다. 영화는 극장이 살아야 한다. 극장이 없으면 영화도 죽는다. OTT 채널도 좋지만 영화의 뿌리는 결국 극장이다. 좋은 콘텐츠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극장을 살리는게 우선이다. 다행히 코로나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3월에는 '미나리'가 한계단 쌓았고, '자산어보'가 두번째 계단을 쌓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떠들지 관객이 떠드나. 어느 곳보다 안전한 극장이라고 하지 않나.(웃음) 뒤로도 100여 편이 밀려 있다는데 차근차근 나와주길 희망한다. 만약 '자산어보'의 성과가 좋다면 영화 뿐만 아니라 극장에 기여했다는 보람도 있을 것이다. 그걸 바라고 있다." -'자산어보'를 통해 '이준익은 역시 사극이다'는 평도 자자하다. "전작으로부터 멀리가고 싶은 욕망은 창작자의 숙명이다. 전작이 잘됐다고 그걸 또 복사하면 그게 바로 매너리즘의 지름길이다. 아주 멀리가게 될 것이다. '변산'으로 한번 멀리 다녀왔으니 '자산어보'로 돌아올 수 있었지.(웃음) '변산'이 없었다면 '자산어보'도 없었을 것이다. 성의있게 실패하는 것은 보약이다. '변산'은 열심히, 성의있게 실패했다. 실패자의 미덕을 폄하하면 안 된다. 그것을 동력삼아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변산' 작가와 '자산어보' 작가도 같다." -'자산어보' 이후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준비하고 있는건 많은데 그것 역시 '자산어보'의 결과가 결정지어줄 것이다. 의식의 흐름이다. '자산어보'가 어떤 동력을 만들어내줄까 나도 기대하고 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021.03.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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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창작과 날조 사이" 이준익 감독 밝힌 역사물의 가치

'명장' 이준익 감독이 돌아왔다. 줄줄이 컴백을 준비 중인 1000만 감독 중 가장 먼저, 믿고보는 사극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2021년 극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게 될 한국영화 '자산어보'다. '동주'에 이어 흑백의 미(美)를 담아냈고, 잔잔하면서 강단있는 힘으로 시대를 넘어서도 통용될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물에 대한 예민함과 민감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시기. 애초 창작의 범위와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은 물론, 가르칠 수 있는 이준익 감독 입장에서는 날조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고증과 수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당연한 과정이 당연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자산어보'는 영화적 창작물이라는 정체성 아래 교과서에도 담지 못한 역사물의 가치까지 충분히 이행한다. -정약용과 정약전은 '건강한 사회'를 같은 목표로 다른 뜻을 펼쳤다. 영화에서는 그 중심에 창대가 놓여있고. "창대라는 인물은 성리학의 집단, 공용체라 표현할 수 있다. 정약용이 '목민심서'로 건강한 수직사회를 염원했다면 정약전은 수평사회를 지향했다. 그 무엇도 나쁘지는 않다. 수직사회도 좋은 사회다. 각 집단의 힘이 있다. 다만 현실에서는 집단의 명분을 위해 개인이 희생당하는 이슈들이 있어 문제인 것이다. 수직사회의 건강함 속에서 수평사회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 창대의 여정을 통해 조선사회를 관통하고자 했다. 서학은 사실 핑계다.(웃음)"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숙제다.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엄~청 좋아진거지. 집단사회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독재, 공산주의는 사실상 없어지지 않았나. 대한민국은 개인주의 사회가 보편화 됐다. 지금은 더 나은 수평사회를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건 건강한 몸살이다. 이 정도의 몸살도 앓지 않고 어떻게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겠나. 난 좋다고 본다." -창대는 '자산어보'의 서문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본문에서도 언급은 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그럼에도 정약전과 나란히 등장시켰다. "내가 이야기를 짜는 방식 중 하나다. 윤동주를 드러내려면 윤동준의 위인전을 그려서는 윤동주가 선명해지지 않는다. 추상적으로 표상화 될 뿐이다. 송몽규라는 인물이 있어야만 그 안에서 비교 가치가 생긴다. 송몽규가 뚜렷할 때 윤동주도 선명해진다. 가네코 후미코를 다뤄야 박열이 보이는 것처럼, 창대를 그려야만 정약전이 더욱 돋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가치관을 무엇과 비교해야 하는데, ''목민심서'는 무조건 좋은 책이야!'라고 하는건 막연하지 않나. 상대 가치를 대입함으로서 진짜 가치가 보이는 것이다.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라고 하면 대부분이 '들어봤어!'라면서 익숙해 할 것이다. 그럼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은 어떤가. 낯설지. 사실 삼강령·팔조목이라고 이 여덟조목이 한 문장인데 우리는 반만 보고 살았다. 그건 조선의 성리학이 그 쪽으로 집중했기 때문이다. '목민심서'는 그 반만 다뤘다. 하지만 가장 앞의 격물이 중요하다. 물건에 격을 부여한다. 영화로 따지면 짱뚱어에 격을 부여한다,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팔조목의 단계이자 성리학의 기초다. '목민심서'도 성리학, '자산어보'도 성리학이다. 결국 같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서학과 성리학은 벗이 되어야 한다'는 뜻도 다르지 않다. 그것이 약전의 근대성이다. 약용은 수원화성을 지으면서 수학적인 부분을 발휘하며 실천적 근대성을 보여줬다. '목민심서'와 '자산어보' 둘을 놓고 이야기 하자면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대칭을 통해 상대를 드러내는 방식이 이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드러내기에는 가장 좋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고, 습득하고, 현실로 나서는 것이 창대다. 무엇보다 창대라는 인물은 수평사회를 지향하는 정약전의 세계를 소개하기 최적의 인물이다. 엄청난 신분 사회에서 일개 어부가 한 말을 이름까지 서문과 본문에 넣을 정도면 정약전이 어떤 수평사회를 바랐는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정약전은 '창대가 말하였다'고 꼬박꼬박 꼭 넣었다. 그 이름을 안 넣는다고 문제가 될까? 서문에서까지 언급했다는건 그야말로 공동저자라는 뜻이다." -역사물을 다룰 땐 왜곡과 창작의 경계를 가장 민감하고 예민하게 따져야 한다. 왜곡이 되는 순간 어떤 의미를 담았든 작품은 작품성을 잃기 마련이다. 준비 과정에서 많은 자문을 구했을 것 같은데. "'자산어보'를 번역한 정명현이라는 저자에게 시나리오를 줘 고증과 관련된 50 몇 군데를 지적받아 수정했다. 또 '현산어보' 이태원 작가에게도 시나리오를 보내 수 십군데를 지적 받았고 수정했다. 물론 고증의 뜻을 100% 수용하지는 않았다. 영화적 허용이라는 절충점이 있으니까. 대표적인 예가 짱뚱어다. 짱뚱어는 사실 흑산도에는 없는 어류다. 뻘에 사니까. 이태원 작가는 '흑산도에는 짱뚱어가 없으니까 쓰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영화적 허용치로 쓰여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작명을 다룸에 있어 짱뚱어보다 멋진 어류는 없더라. '흑산도에는 없으나 '자산어보'에는 있다. '자산어보'는 근해 생물을 모두 다뤘으니 영화적 허용치로 쓰겠다'고 말했다. 학자는 사실에 입각한 자문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고, 영화를 찍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고증에서 빗겨가지 않는 선에서는 합리성을 따질 수 있다. 창대도 이름만 있는 인물이다. 적절하게 다루면 시비를 걸 수 없다. 창작으로 허용이 되는 인물이자 창작의 권리인 것이다. 정약전이 유배 생활동안 흑산도에서 어떤 여인과 살림을 차려 아들 둘을 낳았다는 것은 팩트다. 하지만 그 여인이 가거댁으로 불린다는건 내가 붙였다. 기록에는 이름이 없다. 가거댁의 뜻에 대해 주루룩 말하는데 그럴 듯 하더라. 창작의 여지는 딱 거기까지, 비워진 지점에서만 채워야 한다." -왜곡과 날조에 몸살을 앓은 사극들이 그간 상당히 많았다. 실시간으로 나오는 이슈들도 있다. "창작의 범위에서 역사를 고증할 땐 두 가지 길이 있다. 왜곡과 날조. 왜곡은 경계가 있다. 원래 있는 것을 없는 면으로 조금 틀어보는 것이다. 창대는 엄밀히 따지면 왜곡이다. 하지만 날조는 아니다. 날조는 허용의 모든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하면 안된다. 관객들이 알아채 준다면 더욱 반가울 장면이 있다. ''목민심서'의 길을 가겠다'고 외친 창대가 전혀 다른 현실을 눈 앞에서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한 집안의 가장이 말도 안되는 세금 핍박으로 자신의 양물을 거세하는 신. 정약용이 직접 쓴 실제 시 '애절양'을 장면으로 바꾼 것이다. 그건 창작이 아니라 차용이다. 도탄에 빠진 민생 폭도를 개선하고자 하기 위해 쓴 것이 '목민심서'인데, 관리의 삶, 백성의 진짜 삶은 달랐다. '어머, 그게 시였어?' 하는 순간 평생 정약용의 '애절양'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역사물에서는 그런 것들을 알려줘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n차 관람을 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뭐 의도하지는 않았다만…. 하하. 한번 보면 30%, 두번 보면 60%, 세번 보면 90% 알게 되는 영화라고 하더라. 어떤 이들은 '애절양' 장면을 보면서 '뭐야, 왜 갑자기 저 이야기가 클라이막스처럼 나와. 이준익 감독은 꼭 저렇게 한번씩 삐끗하더라' 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든 상관은 없다. 관람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내가 얼마나 보고싶은대로 봤나, 보여지는대로 보지 못하는 탁한 눈을 가졌나'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영화에는 정약용이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가거댁이 하는 장면도 있다. 그건 초등학교 만화 참고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그만큼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숨은 표현들이 꽤 많다. 이것저것 재미있게 즐겨 준다면 창작자로서는 더는 바랄 것이 없다." -정약전은 초반 어류도감을 쓰겠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글로 풀어냈다. "'해족도설로 하려다 자산어보라 이름 지었네'라고 한다. 해족도설. 그림 도(圖) 자가 쓰이니 그림이 있어야 마땅하다. 원래 그리는 장면도 있었고 찍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삭제했다. 창대가 '물고기입니까, 머슴입니까!' 할 때 정약전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이었는데, 그것까지 넣으면 너무 TMI에 방해가 될까 빼버렸다. 달시 파켓이 연기한 그라몽 신부 장면도 통편집 됐다. 이승훈이 북경 북성단에서 그라몽 신부에게 한국인 최초로 세례를 받는 장면도 찍었는데 잘라냈다. 달시 파켓에게 전화해 '미안하다'고 했다.(웃음) 여건이 되면 따로 공개할 생각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021.03.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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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관객의 벗이 될 흑백 걸작 '자산어보'

'명장' 이준익 감독이 돌아왔다. 줄줄이 컴백을 준비 중인 1000만 감독 중 가장 먼저, 믿고보는 사극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2021년 극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게 될 한국영화 '자산어보'다. '동주'에 이어 흑백의 미(美)를 담아냈고, 잔잔하면서 강단있는 힘으로 시대를 넘어서도 통용될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물에 대한 예민함과 민감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시기. 애초 창작의 범위와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은 물론, 가르칠 수 있는 이준익 감독 입장에서는 날조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고증과 수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당연한 과정이 당연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자산어보'는 영화적 창작물이라는 정체성 아래 교과서에도 담지 못한 역사물의 가치까지 충분히 이행한다. -시사회 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의미있는 반응도 다양하다. "이 영화는 결과에 대해 예측하기 힘든 영화다. 만들어 놓고도 나 역시 '어떻게 봐주실까' 싶더라. 공식 언론시사회는 잘 넘겼고, 개봉하면 이제 일반 관객 분들이 봐 주실텐데, 사전 시사로 살짝 지켜본 바로는 생각보다 아주 쉽게 영화를 보더라. '만드는 사람은 어렵게 공부해서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하는게 최고구나' 싶었다. 일단 다행이다. 한시름 놨다." -사실 인물, 소재, 이야기 등을 놓고 보면 접근이 쉬운 영화는 아니다. "맞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인간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여러 감정과 여정을 통해 쉽게 읽히지만, '진짜 제대로 이해했나? 다 알아 들었나?' 생각하면 물음표가 뜰 것이다. 영화는 신분 사회에서 개인적인 처지, 그로 인해 내제된 욕망, 이탈된 가치관 이런 것들이 두루두루 여기저기 막 퍼진데 있어 그걸 하나씩 주워 먹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창대 대사 중에 '자산어보의 길을 가지 않고, 목민심서의 길을 가겠다'는 말이 있다. 들리기는 잘 들리는데 사실 그 유명한 '목민심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본 사람? 몇 없다. 이상한 책이다.(웃음) '자산어보'? 더 모른다. 근데 설명까지는 못해도 대충은 알겠는 것이다. 그렇게 감정에 동화돼 흘러가듯 봐 주시기를 바랐다." -언제부터, 어떻게 생긴 호기심인가. "과정을 설명하자면 꽤 긴데, 동기는 '조선의 근대'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조선의 근대를 설명해봐라. 조선은 언제부터 근대적 시점이었냐'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갑오개혁이다', 누구는 '동학혁명 아니냐', 최근에는 식민지 시절을 근대화라고 꼽기도 한다. 개인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르고 어느 것 하나 정확하지 않다. 그리고 그건 집단 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21세기에 와서는 틀린 관점이다. 21세기는 개인주의 시대다. 그럼 개인주의 시대에서 근대에 접근하는 관점은 어떻게 따져냐 하냐. 말 그대로 개인에서 찾는 것이다. 개인의 근대성을 찾아가다 보니 동학이 보였다. 가장 많은 개인들이 개인들의 의견을 결집한 것이 동학이다. 권력이 모인 것이 아니니까. 프랑스 혁명처럼 성공했으면 됐을텐데 그렇지는 못했다. 동학을 파헤치다보니 '동학이 왜 동학이지?'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쫓아가니까 앞에 서학이 있었다. 그리고 더 앞으로 가면 북학이 있다. 청나라 학술과 문물, 기술을 배우려고 한 학풍이다. 정약용·정약전의 선배격이다. '그 찰나의 시절에도 역동적인 근대의 이동이 있었겠구나' 나도 찾아가 대충 추측한 것이지 정확하지는 않다.(웃음) 다만 접근해 볼 수 는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정약용이 아닌 정약전을 주목했다. "아주 초창기에는 정약전도 아닌 조카사위 황서영에게 관심이 갔다. 그가 쓴 백서를 읽으면 피가 끓는다. 만 몇 자 되는데 폐부를 찌르는 글이다. 그 글을 쓰다 잡힌 곳이 충북 제천의 황서영 토굴이다. 실제로 찾아갔다. 그 곳에 계신 신부님에게 황서영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자세히 들을 수 있었고, 당시에는 다른 작가님과 줄거리를 잡아갔다. 근데 내가 아직 그것들을 다루기에는 준비가 안 됐더라. 옆으로 내버려두고 '사도' 찍고 '동주' 찍고 뭐 찍고 하다가 '변산'에서 미끄러지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자~' 싶어 접어뒀던 인물을 꺼내들었다." -최초의 기획은 '사도' 이전이었던 것인가. "그렇다. '사도' 전에 준비를 하다가 '사도'를 먼저 찍게됐고 '사도' 후반작업을 하면서 '동주'를 찍었다. 그리고 바로 '박열'로 넘어갔다. '자산어보'가 나오기까지 시간은 꽤 걸렸지만 그 또한 시기에 따른 영화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결국에는 황서영이 아닌 정약전이 주인공이 됐다. "황서영이 너무 빨리 돌아가셔서. 하하. 황서영 옆에 정약전이 있더라. 그리고 '자산어보'를 보며 창대를 발견했다. 그것이 긴 여정의 끝이었다. 창대가 존재했기에 이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약용을 다룬 것이 아니니까 특히 더. 정약용은 또 너무 오래 살았다. 18년 유배 생활이 끝난 후에도 18년을 더 살았으니까. 정약용은 대하 사극 드라마로 만들어야 한다. 영화적으로 표현하기에는 정약전과 창대의 관계가 적합할 것이라 판단했다. '목민심서'와 '자산어보'를 쓴 정약용과 정약전의 가치관, 그 사이에서 창대가 성장하면서 부딪치는 이야기가 이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021.03.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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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배우들 울린 '자산어보' 벗이 된 설경구X변요한 흑백우정(종합)

"제가 연기한 영화를 보고 제가 우네요" 시사회가 끝난 직후 변요한이 전한 소감이다. '자산어보'가 선사한 깊은 여운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건 배우 뿐만 아니라 영화를 관람한 현장의 모든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18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자산어보(이준익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공개한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준익 감독의 14번째 작품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 이어 '자산어보'를 흑백 영화로 연출한데 대해 "같은 흑백이지만 '자산어보'는 어둠보다는 밝음, 흑보다는 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동주' 때나 '자산어보'나 모든 인간과 개인은 시대와의 불화를 겪고 있다. 이겨내는 방식은 훨씬 더 다양한데 '자산어보'에는 가거댁이 선물한 애정어린 미소도 있고, 조우진 씨의 그런 캐릭터는 어떻게 나왔나 몰라"라며 "삶을 재미지고 아름답게 이어가는 모습 안에서 흑보다는 백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극 거장'으로 꼽히기도 하는 이준익 감독은 실화와 허구를 적절히 섞은 역사적 관점에 대해서도 "역사를 공부하거나 정리할 때 근대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한다. 사극을 여러 번 찍으면서 궁극에는 '근대성이라는 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고민했고, 과거의 동학, 서학 심지어 일제강점기도 있었지만 '큰 사건이나 정치, 전쟁사로 시대를 규정짓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오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럼 어디서 찾느냐. 개인이다. 개인을 하나씩 찾아내다 보면 집단이 갖고 있는 집단 근대성의 씨앗이 크게 보일 것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자산어보'는 실존인물 정약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대의 설정은 허구로 꾸몄다. "창대는 이름만 있고 행적이 없는 인물이다"고 언급한 이준익 감독은 "역사물을 찍을 땐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기록을 통해 진실에 도전하는 것이 학자의 길이라면 창작자는 사실과 진실을 통해 허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합당한 허구를 붙였느냐, 날조를 했느냐'의 차이가 창작물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그것에 따라 개봉 이후 몇 년간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경우가 있고 찾지 못한 채 흩어져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난 두 가지 다 있다"며 웃더니 "'자산어보'는 10년 뒤쯤 자기 자리를 찾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를 통해 생애 첫 사극 장르에 도전한 설경구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 정약전을 연기했다. 정약전은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를 집필하기 위해 글 공부를 좋아하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는 정약전은 여타 사극에서 표현되는 학자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이에 설경구는 천하제일의 인재로 불리던 명망 높은 학자의 진중한 모습과 얼굴에 먹물을 묻힌 채 바다 생물을 탐구하는 소탈한 모습을 넘나들며 그 시대를 고스란히 옮긴 듯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수염, 상투와 갓, 다양한 소재로 만든 한복 등 외적 비주얼은 물론, 내적 감정까지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우 설경구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하기에도 충분하다. "정약전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다"고 말한 설경구는 "사극도 처음이라 초반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잘 어울린다'고 용기를 주셔서 그 말을 믿고 했다. 주어진 모든 것을 믿었던 것 같다"며 "섬에 들어갈 땐 '놀자'는 마음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첫 사극을 '자산어보'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 시상식에서 감독님을 만나게 됐는데 다짜고짜 '책을 달라'고 했다. 사극을 준비하신다기에 '사극은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했고 '아직 쓰고 있는 과정이라 답은 못 하겠다'고 하시면서 가셨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가 책을 보내주셨다"며 "이준익 감독님이라 선택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전에도 사극 장르는 몇 번 제의가 있었을텐데, 사극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랬는지 겁이 나서 그랬는지 미루다 미루다 이제 하게 됐다"며 "나이를 좀 더 먹고 하니까 나름 더 괜찮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자산어보'는 다른 사극과 달리 섬 안에서 촬영을 해 모두가 똘똘 뭉칠 수도 있었다. 재미있고 즐거운 작업이었다. 한번 더 해도 될 것 같다"고 진심을 표했다. '자산어보'로 인생작, 대표작의 한 획을 긋게 될 변요한은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 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 공부를 더욱 중시한다. 유배지 흑산도에 도착한 사학죄인인 정약전을 멀리하려는 고지식한 면모를 보이던 창대는 결국 서로가 가진 지식을 나누자는 ‘정약전’의 제안을 따르게 되면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성장해나간다. 변요한 역시 내외적으로 창대의 모든 것을 습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촬영내내 창대의 변화하는 감정선을 온전히 이해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변요한은 직접 전라도 사람들을 만나며 사투리 연습에 매진하고, 수영과 생선 손질 교육을 받는 등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색 없는 흑백 영상 속 변요한만의 색이 빛나는 창대를 완성했다. 시사회가 끝난 후에도 작품에 푹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인 변요한은 "내가 연기를 한 작품인데, 내가 울었다"고 토로해 미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배를 타는 것은 수조 세트장에서 촬영했고 뒤가 CG라 멀미는 없었다. 홍어 해체 등 생선을 만지는 것도 (이)정은 선생님과 훈련, 교육을 미리 받아서 많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촬영 전후 준비 과정을 담담히 회상하기도 했다. 다만 변요한은 "마을 사람들과 약전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 그로 인해 변화하는 창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촬영내내 숙제였다"며 "촬영 전 흑산도 유배지를 직접 다녀왔다. 공부하고 (정약전 선생님을) 뵈려고 미리 갔다 왔었는데, 거기 가는 배가 진짜 힘들다. 영화를 보니까 그 배에 탄 모습이 쓸쓸해 보이더라. 흑산도에 갈 때 내 마음도 진짜 그랬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설경구와 변요한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춘 소감도 표했다. 설경구는 "정약전과 창대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었다. 창대도 나의 스승이자 벗이었고, 약전 역시 마찬가지다"며 "현장에서도 멘티 멘토 같은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섬에서 똘똘 뭉쳐 촬영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이정은 씨가 해주는 밥 얻어 먹으면서 잘 놀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변요한은 "선배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지만 나는 정말 내가 사랑하는 선배이고, (이번 기회로) 더 사랑하게 됐다. 내가 빈말을 못한다. 진심이다"며 "여러가지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다. 인생을 아직 덜 산 동생이자 후배로서 보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많았다. 설명을 하려면 밤 샐 것 같다"고 귀띔해 또 한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자산어보'의 히든카드이자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믿고보는 일당백 이정은이다. 이정은은 유배 온 정약전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지낼 곳을 내어주는 가거댁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따뜻한 성품과 솔직한 면모는 실제 이정은과도 꼭 어울린다. 정약전 앞에서 수줍은 듯 하지만 해야 할 말은 참지 않고 하는 가거댁은 때때로 당시의 시대적 관점을 벗어난 일침을 던지며 정약전의 유배 생활을 심심할 틈 없게 만든다. '자산어보'와 가거댁 캐릭터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던 이정은은 촬영 중 대본에 없던 대사까지 제안하며 열의를 보였다는 후문. 뿐만 아니라 이정은은 차진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목포와 신안 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전문가에게 직접 어류 손질법까지 배우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이정은이 아니면 상상이 안되는 흑산도 주민 가거댁으로 완벽히 녹아들었다. 이정은은 "역할이 주는 책임감을 알면 연기는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것 같다. '자산어보'는 특히 흑백 영상이라 얼굴 표정이 더욱 정확하게 드러난다. 조금만 과하면 이야기를 지나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이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워낙 좋은 영화라 더 마음이 쓰였고, 나는 나보다 정약전과 창대의 관계를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알렸다. 극중 정약전과 가거댁은 깜짝 로맨스 아닌 로맨스도 펼친다. 설경구와 이정은은 대학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인연이 남다르기도 하다. "설경구 씨가 군 제대하고 나와 같이 학교를 다녔다. 그땐 이런 관계로 발전할 줄 몰랐다"며 센스 넘치는 입담을 뽐낸 이정은은 "너무 친하니까 '연인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오히려 친하니까 무엇이든 해보게 되더라. 오붓하게 앉아 기대는 신은 감독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스스럼없이 여러 것을 해봐서 생각보다 좋은 장면을 얻었다"고 흡족해 했다. 설경구는 "담백하고 깔끔했던 것 같다"고 마무리 해 웃음을 더했다. '자산어보'의 또 다른 자랑은 수도 없이 등장하는 역대급 우정출연이다. 류승룡을 비롯해 조우진 최원영 강기영 정진영 김의성 김준한 명계남 등 단 한 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익숙하고 또 익숙한 배우들이 끝도없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는 설경구의 요청이자 아이디어였다고. 이준익 감독은 "원래는 계획에 없었는데 우리 설경구 배우께서 '잠깐 나오는 역할이라도 관객들이 익숙하고 친숙한 배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라. 단순히 유명한 배우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이준익 감독은 "소재가 상업적이지도 않고, 자산어보 잘 모르겟고, 정약전은 더 모르겠고. 흑산도에서 뭐를 한다는데, 이야기는 좋은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조금 더 쉽게 이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배우라는 것이었다. 연출자 입장에서는 '아니 한 신, 두 신 정도 나오고 1회, 2회차 정도 찍어야 하는데 어떤 배우를 써~'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설경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누구 줘봐요. 누구 줘봐요' 하더라. 실제로 시나리오를 건넸더니 놀랍게도 거절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닿지 않겠느냐'는 마음이 진짜 통했다"며 "나는 대한민국 배우의 수준을 다시금 확인했다. 연기 실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이 검증 됐는데 '선택의 수준도 증명된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배우들이 그런 작은 역할을 함께 해줬다. 말 그대로 우정출연이다. 조우진 같은 경우는 드문 드문 계속 나와서 조연처럼 보이지 4회 밖에 촬영을 안했다. 모든 배우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거듭 고마움을 어필했다. 마지막으로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과 정약용은 대립이 아닌 차이를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창대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 200년 전 일이지만 지금이라고 다른가? 2000년 전이라고 달랐을까? 현대사회 개인주의까지도 자산어보라는 책과, 정약전이라는 인물을 통해 찾아가려고 했다"며 "흑백이지만 나에게는 컬러보다 더 많은 색이 보인다. 색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색을 담고 있는 '자색같은' 영화다"라고 '자산어보'의 정체성과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섬, 사람, 정치, 경제, 산, 바다, 물고기 등 스승과 제자를 넘어 벗이 된 두 남자를 통해 이 시대에서도 관통될만한 이야기를 담아낸 '자산어보'는 31일 관객과 만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1.03.1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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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IS] 오늘 개봉 '남산의 부장들'·'히트맨'·'미스터주', 나란히 예매율 1·2·3위

오늘(22일) 개봉하는 신작들이 나란히 예매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2일 오전 7시 기준 '남산의 부장들'은 48.7%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예매관객수는 15만 3582명이다. 이어 '히트맨'이 17.4%의 예매율로 2위에 올랐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가 10.3%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설 연휴 흥행을 정조준한 세 신작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 일단 '남산의 부장들'이 선두에 선 상황. '히트맨'과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근현대사를 그린 역사물 '남산의 부장들'과 코미디 영화 '히트맨',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모두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병헌을 비롯해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이 출연한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다.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전설의 암살요원 준(권상우)이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술김에 그려 버리면서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권상우, 정준호, 황우슬혜, 이이경 등이 출연한다. '미스터 주'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다. 이성민을 비롯해 김서형, 배정남이 호흡을 맞췄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1.2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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