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16년 ML 결산④]AL 동부-치열한 내부의 경쟁, 그래서 재밌었다
◇ 총평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강팀들이 즐비한 리그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팀인 뉴욕 양키스와 그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를 주축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 각기 개성이 넘치는 팀들이 훌륭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올시즌도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타지구의 팀들을 압도하는 전력을 선보였다. AL 중부지구 팀들을 상대로는 88승 77패, AL 서부지구 팀들을 상대로는 86승 79패, 내셔널리그 팀들을 상대로는 59승 41패를 기록했다.그 결과 내부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시즌 중반까지 지구 1위는 안개 속이었다. 하반기 보스턴 레드삭스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지구 2위와 3위였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양 팀은 89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에 배당된 2장의 와일드카드 모두를 가져갔다.전세계 최고의 인기팀인 뉴욕 양키스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아롤디스 채프먼, 앤드류 밀러, 카를로스 벨트란 등을 시장에 내놓으며 ‘셀러’의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마이너리그 팜은 풍족해졌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mlb파이프라인 등 주요 유망주 평가 기관은 뉴욕 양키스의 팜을 메이저리그 전체 1위로 꼽고 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방점을 찍은 뉴욕 양키스의 움직임은 몹시 이색적인 볼거리였다.◇ 보스턴 레드삭스타선의 힘이 인상적이었다. wRC+ 113을 기록하며 30개 팀 중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타선의 신구 조화가 잘 어울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데이빗 오티즈는 38홈런과 0.315/0.410/0.602의 비율 스탯을 기록하며 마지막 은퇴 시즌을 장식했다.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지난 3년과는 다르게 154경기에 출장하는 건강한 한 해를 보냈다. 이적 첫 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핸리 라미레즈도 30개가 넘는 홈런을 터뜨리며 반등에 성공했다.젊은 타자들의 활약은 더욱 놀라웠다. 무키 베츠는 0.318/0.363/0.534 31홈런을 기록하며 7.8의 fWAR(승리기여도)을 기록했다. 마이크 트라웃에 이어 MVP 2위를 차지했다. 잰더 보가츠는 작년의 3배인 21개의 홈런을 쳐내며 장타력 면에서 큰 성장세를 보였다. 수비 외에 경쟁력이 없다고 평가 받던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도 2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아메리칸 리그의 대표 중견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투수진에서는 릭 포셀로와 스티븐 라이트의 활약이 대단했다. 늘 2%가 부족했던 미완의 대기 포셀로는 223이닝과 22승을 거두며 사이영상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32살의 너클볼러 스티븐 라이트 역시 포셀로와 함께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대주자로 출잔한 경기에서 어깨 부상을 당해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한 것은 옥의 티였다. 야심차게 영입한 데이빗 프라이스는 기대만큼의 활약은 아니었다. 하지만 끔찍했던 4월 이후 시즌이 흐를수록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고 17승과 fWAR 4.5를 기록하며 본인의 몸값을 해내는데 성공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애초 기대치는 별로 높지 않았다. 시즌을 앞두고 발표된 ESPN 31인 전문가의 지구별 우승팀 예측에서 단 1표도 얻지 못했다. 리그 최악의 수준이었던 선발 투수진에는 요바니 가야르도를 보강하는데 그쳤고, 덱스터 파울러처럼 우선적인 목표로 삼았던 타자 FA는 놓쳤다. 황급히 마크 트럼보, 페드로 알바레즈, 김현수 등 B급으로 평가 받던 선수 여럿을 데려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마크 트럼보는 47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을 차지했다.총 7명의 타자가 17개 이상의 홈런을 쳐내며 거포군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기록한 253개의 팀홈런은 리그 2위인 시애틀 매리너스보다 30개가 많은 압도적인 수치였다.투수진에서는 불펜진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마무리 투수인 잭 브리튼은 03년 에릭 가니에 이후 가장 압도적인 불펜 투수의 모습을 보였다. 시즌 중반 4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으며, 주어진 47번의 세이브 기회 모두를 성공시켰다. 시즌 뒤 발표된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4위에 올랐다. 이밖에도 브래드 브락, 마이클 기븐스, 데런 오데이 등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개막 이전만 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ESPN 전문가 31명중 조쉬 도날드슨, 호세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나시온, 트로이 툴로위츠키로 이어지는 막강 타선을 막을 팀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그러나 정작 팀을 이끌어 나간 것은 오히려 선발 투수진이었다. 팀내 최고 유망주였던 애런 산체스는 3.00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 1위를 차지했다. 15년 멋진 시즌을 보낸 뒤 2년 계약을 맺었던 마르코 에스트라다는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3년간 3600만 달러에 영입한 JA 햅은 20승을 거두면서 데이빗 프라이스의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문제는 내년이다. 수년간 팀을 지탱해왔던 호세 바티스타와 에드윈 엔카나시온이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게 되었다. 발빠르게 켄드리 모랄레스를 영입했지만, 그 둘의 빈자리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우승을 위한 최적기로 꼽혔던 2016년의 기회를 놓친 그들의 앞날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뉴욕 양키스15년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아쉬운 패배를 당했던 뉴욕 양키스. 평소의 양키스의 모습이었다면 또 한번 지갑을 열며 시장의 선수들을 모두 쓸어갔을 터였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의 겨울은 조용했다. 스탈린 카스트로와 아롤디스 채프먼을 트레이드로 영입했을 뿐이었다. 별다른 보강이 없었던만큼 경기력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시즌의 1/4이 흘렀을 무렵인 5월 25일 이후 지구 3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결국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을 팔며 현재가 아닌 미래를 택했다.지구 4위라는 성적은 불만족스러웠지만, 희망은 있었다. 포수 개리 산체스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디디 그레고리우스는 좌투수를 상대로 일취월장한 성적을 기록하며 공수 모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와 함께 키스톤 콤비를 이룬 스탈린 카스트로 역시 무난한 첫 시즌을 보냈다. 수술 대신 재활을 택하며 뭇 사람들의 우려를 샀던 마사히로 다나카는 1선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탬파베이 레이스치열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경쟁에서 한발 비껴가 조용한 한해를 보냈다. 6월달 있었던 11연패가 치명적이었다. 투타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장타력을 보강하기 위해 야심만만하게 영입한 코리 디커슨은 반쪽짜리 타자였다(우투수 상대 22홈런 OPS 0.807, 좌투수 상대 2홈런 OPS 0.589). 윌 마이어스 트레이드 당시 트레아 터너와 조 로스를 받는 대신 데려왔던 스티븐 수자는 또다시 절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팀의 상징인 롱고리아가 커리어 최다인 36개의 홈런을 치며 부활한 것이 유일하게 희망적인 소식이었다.희망이라면 평균연령 20대 중반의 젊은 투수진이다. 이제는 사이영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기 시작한 크리스 아쳐를 주축으로, 블레이크 스넬, 맷 안드리즈, 제이크 오도리지, 드류 스마일리 등 잠재력이 풍부한 투수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토미존 서저리에서 돌아오는 과거의 에이스 알렉스 콥까지 합류한다. 이들이 자신의 기대치를 그대로 발휘한다면 그 어떤 팀의 선발 투수진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임선규(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2016.12.1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