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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 명장면, 원작 ‘파견의 품격’에 ‘있다·없다’
KBS 2TV 월화극 '직장의 신'이 21일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김혜수(미스김)가 오지호(장규직)가 일하는 지방 물류센터에 3개월 계약직 면접을 보는 장면이 그려지며 핑크빛 로맨스에 기대감을 남겼다. 비정규직 정유미(정주리)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동화 작가로 등단했고 김기천(고과장)은 정년 퇴직 후 도시락 카페 '엄마한테 잘하자' CEO가 되는 등 한 회사에서 일하던 구성원들도 각자의 행복을 찾아 일하는 이상적인 결말을 맞았다. 지난달 1일 첫 방송된 '직장의 신'은 자격증 124개를 가진 자발적 계약직 사원 김혜수(미스김)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사회인이 돼서도 학자금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88만원 세대의 모습 등을 풍자적으로 그려내며 호평 받았다. 김혜수의 무르익은 연기력은 '미스김'이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평균 시청률은 12%대에 머물렀지만 체감 시청률은 20%를 웃돌았다. '직장의 신'은 2007년 니혼TV에서 방영된 10부작 드라마 '파견의 품격, 만능사원 오오마에'(이하 파견의 품격)를 원작으로 했다. '파견의 품격' 역시 중장비·조산사·핵폐기 등 수많은 자격증을 보유한 만능 파견직 여사원 시노하라 료코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직장의 신'과 그 맛은 많이 달랐다. '원작을 뛰어넘은 리메이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직장의 신'의 명장면을 원작과 비교, 분석했다. ▶'파견의 품격'에도 있다-'직장의 신' 게장쇼 vs '파견의 품격' 참치쇼김혜수는 '게장의 달인' 김병만을 대신해 게 300마리로 간장게장을 담궜다. 흥겨운 노래와 춤까지 곁들이며 주부들을 끌어모아 완판도 모자라 추가 주문까지 받아냈다. 원작에서 시노하라는 참치 해체쇼를 한다. '참치 해체쇼'는 일본 전통요리전문점에서 요리사가 참치를 부위별로 회로 뜨면서 설명하는 것으로, '참치'보다는 간장게장이 한국정서에 맞아 품목을 바꿨다. -'직장의 신' 유도 vs '파견의 품격' 검도 지난 13일 방송에서 김혜수는 부장 김응수와 유도 대결을 벌였다. 부장의 목을 조르며 "(정유미)의 해고를 철회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여직원에게 목 졸리는 사진이 사보에 실릴지도 모른다"고 겁을 줘 계약 해지 철회를 약속받았다.원작에서 시노하라는 검도를 한다. 연출자 황의경 CP는 "좀 더 역동적인 운동을 화면에 담아야 재밌을 것 같아 유도를 선택했다"며 "검도는 머리에도 보호장비를 해야한다. 대역없이 장면을 소화하는 김혜수의 모습을 화면에 좀 더 담고싶어 유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의 신' 살사댄스 vs '파견의 품격' 플라멩고 두 작품 속 여주인공들의 유일한 취미는 춤. 회사에선 한결같이 경직되고 같은 모습이지만 회사 밖을 나가는 순간 섹시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원작에서 시노하라는 회사에서 검은색 목폴라를 입고 '사이보그'처럼 일한다. 퇴근 후엔 바에서 러플이 잔뜩 달린 의상에 업스타일 헤어를 한 채 플라멩고를 춘다. 김혜수는 살사를 택했다. 회사에서 늘 바지 정장에 머리망을 해 중성적인 이미지를 연출한 김혜수는 퇴근 후 섹시한 의상을 입고 남자 파트너와 살사를 즐긴다. 매니시한 느낌과 팜므파탈 이미지를 오가며 캐릭터의 매력 지수를 높였다는 평이다. ▶'직장의 신'에만 있다. -신적 존재, 미스김 김혜수는 회사에서 못하는 게 없는 신 같은 존재. 회사가 홈쇼핑 업체와 계약 해지 위기에 놓이자 홈쇼핑에서 빨간내복을 다리를 180도로 찢어가며 완판신화를 쓴다. 러시아어·조산사 등 희귀한 자격증이 백여개.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에 놓이자 과장(김기천)을 들쳐업고 계단을 올라가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일만 잘하는 게 아니다. 회식자리에선 서커스를 연상케하는 '탬버린 신공' 을 보여준다. 반면, '파견의 품격'의 여주인공 시노하라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로 그렸다. 김혜수처럼 일하는 속도가 LTE급도 아니고, 인기있는 동료에게 질투심을 드러내는 등 인간적인 면이 부각됐다. 이에 대해 연출자 황의경 CP는 "김혜수가 가진 수많은 자격증은 각종 스펙으로 중무장한 정규직,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지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보여주는 도구"라며 "인물들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들을 디테일하게 그리려 노력했다. 김혜수의 뛰어난 연기력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본격 로맨스 또 '직장의 신'에는 달달한 로맨스가 강조돼 보는 맛을 높였다. 원작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깊은 골, 조직의 생리, 냉혹한 적자생존의 현실 등에 비중을 뒀다. 극후반부에 '정규직 여사원을 좋아하는 이가 있다'는 이야기만 언급되고, 최종회에서 남자주인공 시노하라가 오이즈미 요가 근무하는 지방 물류센터에 여자주인공이 면접을 보러가는 장면을 바로 연결시켰다. 반면 '직장의 신'에서는 전혜빈을 등장시킨 2회부터 러브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제작진은 "전혜빈 캐릭터를 넣으며 로맨스 이야기를 구축했다. 오지호·이희준이 김혜수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이 원작보다 보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을 것"이라고 전했다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
2013.05.22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