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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4주년' 김도향, "CM송 3000곡, 저작권 보호 받았다면…재벌"
김도향 인터뷰 ①에 이어 데뷔 44주년을 맞은 가수 김도향이 9년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흰수염과 너털웃음으로 기억되는 그가 신곡 '마이라이프'를 통해 세상에 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노래는 '야- 기분좋다 정말 내가 오늘도 이렇게 살아있단 그 하나로 행복하다'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흉흉한 사건, 사고로 가득한 세상에서 고개를 떨군 사람들을 향해 ‘이제 좀 웃자’고 말하고 있다. 그는 '젊은 동료' 울랄라세션과 힘을 합쳐 세상을 위로하고자 나섰다. - 데뷔 45년째 해인데. 감회가 어떤가."그렇게 오래 됐나. 정치를 그렇게 오래했다면 대통령도 몇 번 했을 것 같다.(웃음)" - 데뷔 무대가 기억나는가."물론이다. 1970년 9월1일 저녁 9시쯤이었다. 당시 TBS라는 방송국에서 ‘게임쇼’를 했다.지금으로치면 ‘런닝맨’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 날은 서울운동장에 실내수영장이 처음 생긴날이여서 출연자들이 특집으로 모두 수영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스튜디오에서 수조에 발을 담그고 마치 나도 수영장에 있는 듯이 노래를 불렀는데, 다음날부터 스타가 돼있었다. 그날 노래를 부르고 집에 가서 잠이 들었는데 새벽4시부터 깨우더라. 그 이후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 그러다가 투코리언스라는 이름의 듀엣으로 활동했는데."사실은 듀엣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 짝은 군대에서 같이 노래를 하던 친구였다. 그런데 이 친구가 제대했을 때 내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더니 우리집에 무작정 와서 ‘나도 좀 TV에 나오게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신인이 무슨 힘이 있겠나. 그래서 ‘둘이 하는 노래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이 친구랑 같이 나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PD가 ‘그래, 그럼 듀엣 이름도 지어라’라고 해서 ‘두 사람 다 소리를 엄청나게 크게 낸다. 세계적이다’라는 뜻에서 ‘투코리언스’라고 지은거다.(웃음) 정말 둘이서 소리 크게 질러댔죠." - 이후 수많은 CM송을 만들어내면서 한국 광고 음악의 ‘대부’ 라고 불렸다. 작곡한 CM송만 3000여곡에 달하고 ‘스크류바’, ‘월드콘’, ‘양반김’, ‘써니텐’, ‘아카시아껌’, ‘뽀삐’, ‘맛동산’ 등의 곡은 아직까지도 대중의 귀에 익숙하다. 20초의 멜로디를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냈나."이렇게 말씀드리면 안 믿으시는데, 처음 한 1년 정도를 하다 보니 사물을 보면 그냥 음악이 되어 있다. 어떤 형태를 보면 소리로 들리는 느낌이었다. 광고해야 할 제품을 보고 있으면 멜로디에 가사까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 제품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음악을 옮겨낸 거다." - 조금 어려운데 더 쉽게 설명하자면."'슬프다'라는 감정을 예로 들어보자. 말로 ‘슬프다’ 라고 할 수도 있고, 화가는 아마도 그 감정을 떠올리면 그림으로 그려질거다. 시인은 단어들의 조합을 떠올린다. 나는 그게 멜로디와 가사로 표현될 뿐이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 첫 CM송은 무엇이었나."과거에 아는 분이 오리온제과의 ‘줄줄이사탕’의 CM송을 기타로 좀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집에서 카세트에 녹음을 해서 줬는데, 제품이 당시 ‘초 대박’이 났다. 그 후로는 CM송 만들어달라고 줄을 섰다. 그게 계기다." - 당시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었을텐데."없었다. 그 노래들을 모두 저작권으로 보상받았다면 재벌이 됐을거다. (웃음) 당시에는 금전적 보상이라고 해봤자 ‘우리 회장님이 이번 제품 히트치면 김도향씨를 업고 부산까지 가겠다고 하신다’라고 말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한번도 업어준 회장님은 없었지만(웃음)" 김도향 인터뷰 ③에 계속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
2014.08.30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