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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존] 2012년 새해, 꽃중년 배우들이 문 열었다
풋풋한 오빠들이 가고 원숙한 아저씨들이 안방극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11년에 이어 올해도 꽃중년 배우들이 각종 드라마에서 활약할 전망. 지난해 열린 SBS와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각각 한석규(48)·신하균(38)이 대상의 영예를 안고, '2011 MBC 드라마 대상'에선 차승원(42) 김석훈(40)이 남자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30대 후반~40대 후반 남자 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해도 기세를 이어받아 꽃중년 배우들이 분주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정우성(39)과 신하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JTBC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와 KBS '브레인' 촬영을 이어나갈 예정이고, 안재욱(41)은 오는 3월까지 MBC 월화극 '빛과 그림자'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이범수(42)는 지난 2일 첫 방송된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이미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지진희(41)와 이성재(42)는 각각 SBS 수목극 '부탁해요 캡틴'과 다음달 29일 첫 선을 보이는 JTBC 수목극 '아내의 자격'에서 감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이어 3월에는 꽃중년들이 무더기로 출동하는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이 첫 방송된다. 김수로(42)와 김민종(40) 등이 주인공에 캐스팅됐다. 이처럼 꽃중년 배우들이 안방극장을 장악한 이유를 세 가지 포인트로 살펴봤다. ▶영화에서 드라마로꽃중년 배우들이 드라마에 슬며시 다시 발을 담그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잇단 실패 때문. '영화가 아니면 안 해'라고 암묵적 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던 꽃중년 배우들이 수년 간 영화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자 못이기는 척 TV로 돌아왔다.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석규다. 그는 1995년 방송된 드라마 '호텔' 이후 줄곧 영화만 고집했다. 하지만 '텔미썸딩(1999)'을 시작으로 '이중간첩(02)' '그때 그 사람들(04)' '미스터 주부 퀴즈왕(05)' '구타유발자(06)' '백야행(09)' 등 13년 간 거의 매년 영화를 찍었지만, 개인적인 성과면에서나 작품 흥행면에서 빛을 보지 못하자 드라마로 고개를 돌렸다. 16년 만에 SBS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드라마로 복귀한 그는 오랜만의 드라마 컴백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데 이어 섬세하면서도 무게감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브레인'에서 열연중인 신하균도 비슷한 경우다. 출연작 '웰컴 투 동막골(05)' '박쥐(09)' 등은 작품은 엄청나게 떴지만 그의 존재감은 돋보이지 않았다. 영화를 꾸준히 출연했지만 과거 전성기 때 만큼의 인기와 관심을 누리지 못하자 그는 드라마 출연이라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던 때 마침 그의 손에 쥐어진 시나리오가 바로 '브레인'이었다. 제작진이 염두에 두었던 주연 후보인 송승헌이 출연을 고사한 자리를 신하균이 차지한 것. '대타 투입' '구원투수'등의 꼬리표를 단 지 얼마 안돼 그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선방을 날리며 2011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이성재 역시 영화 '상사부일체-두사부일체3(07)' '나탈리(10)' 등으로 울상짓다가 결국 지난해 KBS '포세이돈'으로 드라마에 고개를 내밀었다. 차기작도 드라마로 결정했다. 이성재는 오는 2월 '아내의 자격'에서 김희애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젊은 남자 배우 기근현상 20대~30대 초반 남자배우들의 기근 현상도 꽃중년 배우들을 안방극장으로 불러모으게 한 원인 중 하나다. 현빈·강동원·이준기·비(본명 정지훈)·김남길 등이 줄줄이 입대하면서 연기가 되는 주연급 젊은 남자 배우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웠다. 캐스팅 단계에서 고심하던 제작사와 제작진이 대안으로 생각한 게 바로 검증된 연기력을 가진 꽃중년. 일부 제작진이 샤방샤방한 외모의 신인 연기자와 핫한 아이돌 가수를 기용해 비주얼로 승부를 했다가 출연진이 '발연기' 논란에 휩싸여 낭패를 본 후 꽃중년 배우들을 찾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 '빛과 그림자' 제작사 케이팍스 박채린 이사는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졌다.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게 드라마를 흥행으로 이끄는 일"이라면서 "주연뿐 아니라 조연과 단역도 가급적이면 연극 무대에 많이 올랐던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노력한다. 대본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는 100% 배우의 기량이다. 그런 점에서 노련미가 느껴지는 중년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게 제작사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최근 제대한 젊은 배우들이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는 것도 꽃중년에게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다. 최근 제대한 조인성·주지훈 등이 컴백작을 정하는 데 신중을 기하며 드라마 출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자 제작진도 이들에게 더 이상 크게 공을 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 방송 관계자는 "조인성이 제대를 몇 달 앞두고 있을 때부터 방송사에서 조인성을 서로 캐스팅하려고 경쟁이 붙었다. 하지만 조인성이 계속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방송사에서도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며 "출연 가능한 배우에게 투자하는 게 낫지 않나. 대안책은 많다. 연기와 외모 등을 두루 갖춘 꽃중년도 충분히 많다"고 설명했다.▶잘 가꾼 외모꽃중년의 히든카드는 누가 뭐래도 20대 못지않은 동안 외모다. 주인공의 삼촌 역할이 어울릴 것 같은 40대 전후의 나이. 하지만 시간을 역행한 '방부제 외모'는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그들을 탈바꿈시켰다. '빠담빠담' 정우성을 비롯해 안재욱·김민종·김석훈 등 최근 브라운관을 뜨겁게 달군 꽃중년들이 대부분 싱글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한 공통된 분모다. 로맨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데 미혼이라는 사실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한 방송관계자는 "정우성·안재욱 같은 경우는 워낙 동안인 것도 있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훈훈한 옆집 오빠' 같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메이크 업 기술 등의 발전도 꽃중년들이 전면으로 나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조인성·강동원 뺨치는 몸매를 자랑하는 꽃중년들의 활약은 패션분야에서도 눈부시다. 수트·캐주얼·제복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드라마 속 의상을 완벽히 소화하며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극중 의사로 출연하고 있는 신하균은 캐릭터를 극대화시킨 깔끔한 세미정장 스타일을 잘 살려, 수트에 대한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도 "드라마에서 입고 나오는 의상에 대한 문의가 인터넷 등을 통해 끊이지 않는다"며 "신하균의 높은 인기를 패션 쪽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마흔 살을 넘긴 지진희도 20대 못지않은 빼어난 감각으로 패션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 중이다. 그는 최근 공개된 시계 화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마초같은 모습으로 '고품격 남성상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 패션관계자는 "남성복은 여성복에 비해 완판이 쉽게 잘 되지 않지만, 최근 중년 배우들의 영향으로 수트가 크게 히트를 쳤다. 신하균의 영향으로 극 중 입은 의상을 모은 '이강훈 콜렉션'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연지·배중현 기자 [yjkim@joongang.co.kr]
2012.01.05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