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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 리버풀이 일본 기업과 손잡은 이유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유럽프로축구 셔츠 스폰서십의 본격적인 시작은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시작했다. 1973년 약용주로도 알려진 예거마이스터가 우여곡절 끝에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의 셔츠 스폰서가 된 후, 다른 분데스리가 팀들도 잇달아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렇게 셔츠 스폰서십은 현대 축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기업이 오로지 상업적 이득을 위해 축구 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독일에서 정착에 성공한 셔츠 스폰서십은 바다 건너 영국에 상륙했다. 잉글랜드에서 이를 처음 시도한 클럽은 서던 리그(Southern League, 세미프로와 아마추어 클럽이 소속되어 있는 7~8부 리그)에 속한 케터링 타운(Kettering Town)이었다. 케터링 타운은 로컬 타이어 제조사인 케터링 타이어(Kettering Tyres)와 셔츠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것이다.1976년 1월 잉글랜드 축구 사상 최초로 케터링 타운은 가슴에 타이어 회사의 이름을 새긴 채 바쓰 시티를 상대로 셔츠 스폰서십 데뷔 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독일에 이어 잉글랜드에서도 셔츠 스폰서십은 논란을 일으켰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케터링의 셔츠에 새겨진 스폰서 이름을 지우라는 명령을 내렸다.FA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케터링 타운은 꼼수를 생각해 냈다. 셔츠에 새겨진 “Kettering Tyres”의 Tyres(Tires의 영국식 스펠링)를 이니셜 T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여기의 T는 Tyres가 아닌 Town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꼼수가 통할 리 없었다. FA는 당장 셔츠의 모든 글자를 지우지 않으면 1000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통보했다. 케터링 타운의 첫 번째 시도는 이렇게 실패로 끝났다.당시 케터링의 최고경영자는 유명 축구 선수였던 데릭 도간이었다. 도간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른 클럽들에게 셔츠 스폰서십의 정당성을 전파했고, 볼튼 원더러스와 더비 카운티의 지지를 끌어냈다. 세력을 키운 도간은 FA에 셔츠 스폰서십을 허용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결국 FA는 이미 유럽 대륙 클럽을 통해 대세가 돼가는 스폰서십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FA는 1977~78시즌을 앞두고 셔츠 스폰서십을 허용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는 케터링 타운이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최초로 셔츠 스폰서십을 도입한 1부 리그 클럽은 잉글랜드가 아닌 스코틀랜드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기반을 둔 하이버니안(Hibernian)이었다. 힙스(Hibs)라는 애칭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 클럽은 1977년 의류업체인 벅타(Bukta)와 셔츠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TV 방송국들은 힙스가 스폰서가 새겨진 셔츠를 입으면 경기를 중계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았고, 클럽은 스폰서 로고가 없는 제2의 셔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잉글랜드에서 최초로 셔츠 스폰서십을 도입한 프로 축구팀은 리버풀이다. 1979년 여름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앞두고 리버풀은 일본의 가전기업 히타치와 10만 파운드에 3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리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클럽이었던 리버풀이 셔츠에 광고를 하겠다고 결정하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의 상업적 지형을 바꾸어 놓은 리버풀의 선구자적인 행보에는 충격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존 스미스 당시 클럽 회장은 히타치와의 계약을 발표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We are fighting for our existence(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계속해서 스미스는 “리버풀은 유럽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이지만, 지난해 클럽이 기록한 240만 파운드의 매출액 중 수익은 7만 1000파운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축구의 심각한 ‘돈 부족’을 지적한 스미스는 “더 이상 리버풀 같은 빅 클럽이 관중 입장료에 운명을 좌우할 시대는 지났다. 다른 곳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클럽의 재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히타치와의 계약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리버풀의 간절함과 FA의 셔츠 스폰서십 승인 결정에도 불구하고 BBC와 ITV는 스폰서의 로고가 새겨진 셔츠를 입은 경기를 라이브와 녹화 중계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결국 리버풀은 TV 중계가 있는 경우 히타치 로고가 들어간 셔츠를 입을 수 없었다. 그 후 1983년 TV 중계에서도 셔츠 스폰서십에 관한 규제가 풀렸으나, 이미 그때는 히타치와 리버풀의 계약이 종료된 시점이었다. 따라서 리버풀 선수들이 히타치 셔츠를 입고 뛰는 모습을 본 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그럼에도 히타치가 클럽을 후원하는 3시즌 동안 리버풀은 역사에 길이 남을 성적을 거뒀다. 클럽은 1부 리그 우승 2회, 유러피언컵 우승 1회, 리그컵 우승 2회를 기록한 것이다. 리버풀의 성공은 다른 클럽에도 자극을 주었고, 아스널이 1981년 역시 일본의 가전기업인 JVC와 손잡게 된다. 이후 JVC는 무려 18년 동안 아스널의 얼굴을 담당하며, 클럽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9.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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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뛰던 오르샤, 챔스에서 첼시에 '일격'

한국 팬들 앞에서 뛰던 오르샤(본명 미슬라브 오르시치)가 유럽 프로축구 정상을 다투는 무대에서 '명문' 첼시를 격침했다. 디나모 자그레브는 7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스타디온 막시미르에서 열린 2022~23시즌 유럽프로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첼시를 1-0으로 격파했다. 주도권은 전반전 내내 첼시에게 있었지만, 전반 13분 자그레브의 일격이 통했다. 공격수 브루노 페트코비치가 헤딩으로 연결했고 이어 공을 받은 게 오르샤였다. 오르샤는 공을 따낸 후 전방으로 쇄도했다. 첼시 수비라인을 격파했고, 하프라인을 넘어 드리블로 순식간에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만들었다.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는오르샤를 막으려 했으나 그의 빠른 템포 슛에 넘어가 골을 허용했다. 오르샤는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2015년 크로아티아 HNK 리예카에서 전남 드래곤즈로 임대와 한국 무대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중국 리그 창춘 야타이에서 뛰다 2017년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와 울산 현대에서 1년 6개월 간 뛰었다. 당시 38경기 동안 10골 3도움을 기록, 팀의 기념비적인 FA컵 첫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자그레브로 이적한 그는 지난 시즌 크로아티아 리그 33경기에 나서 14골, UCL 예선 1골과 UEFA 유로파리그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 역시 리그 8경기 5골 5도움, UCL 예선 7경기 4골 1도움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오르샤의 득점은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첼시는 기습적으로 당한 실점을 만회하려 했으나 추가골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경기 결과는 말 그대로 이변이다. 자그레브는 첼시를 비롯해 AC밀란(이탈리아), RB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함께 속한 E조에서 최약체로 분류됐다. 반면 첼시는 불과 두 시즌 전 UCL 정상에 섰던 팀이었으나 승리를 자그레브에게 내주는 이변을 허용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09.0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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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 3총사' 있어 카타르행 든든한 '캡틴 손'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순항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 중 5경기를 소화했다.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는데, 한국은 A조 2위(3승 2무·승점 11)다. 선두 이란(4승 1무·승점 13)에 승점 2점 뒤져있지만, 3위 레바논(1승 2무 2패·승점 5)에 승점 6점이나 앞서 있어, 지금 같은 분위기만 이어간다면 카타르행 가능성이 크다. ‘캡틴 손’ 손흥민(29·토트넘)이 순풍을 이끌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1일 고양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5차전에서 ‘골’ 빼고 다 보여줬다. 특히 전반 막판 하프라인부터 40m를 돌파해 쏜 왼발 슛이 골대를 맞았는데, 2019년 12월 프리미어리그 번리전 79m 드리블 골을 떠올리게 했다. 전반에는 후배 황희찬(25·울버햄튼)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했다. 골대를 2번이나 맞힌 손흥민은 13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골대가 원망스럽기보다는 기회를 놓쳐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토트넘과 대표팀을 오간 손흥민의 3시즌 이동 거리는 2만3637㎞에 달하며, 비행기에서 총 300시간을 보냈다. ‘혹사 논란’에도 손흥민은 “나는 너무 좋다. 누구나 다 하는 거고, 대표팀에 뛰는 건 진짜 특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대표팀의 전 주장 박지성(은퇴)에게 조언도 구하며 팀을 잘 이끌고 있다. 1992년생 손흥민은 ‘96년생 깐부 3총사’가 잘 보좌하고 있다. UAE전에서 미드필더 황인범(루빈 카잔)이 전반에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공격수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성공했다. 중앙수비 김민재(페네르바체)는 철벽수비를 펼쳤다. 89년생(32세) 기성용(서울)과 구자철(알 코르)이 2019년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96라인’ 황인범-황희찬-김민재가 중심을 잡으며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학창 시절 이름값이 좀 떨어졌던 김민재를 황인범과 황희찬이 챙겨주며 그때부터 오랜 우정을 쌓았다. 셋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으며, 현재 유럽프로축구에 진출했다. 동갑내기 나상호(서울)까지 네 명이 절친이다. 황인범은 “넷이 카카오톡 단체방이 있다. 서로 의지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자극이 된다. 특히 희찬이가 어떻게 훈련하고 자기 관리하는지 본 사람이라면 운이라는 사람은 없을 거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이 놀랍지 않다. 민재는 너무 잘하고 있고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친구”라고 했다. 14일 출국해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 대표팀은 17일 0시에 이라크와 6차전을 치른다. 이라크 자국 내부사정으로 중립국 카타르에서 열린다. 한국은 지난 9월 홈에서 이라크와 득점 없이 비겼다. 이라크는 조 4위(4무 1패 승점 4)에 그치고 있다. 손흥민은 “최종예선을 최고의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고, (이라크전도) 결승처럼 준비하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한편 카타르행 항공기 비즈니스석 24석 중 한 자리가 모자라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에게 양보하고 이코노미석에 앉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했다. 박린 기자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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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회장 월드컵 2년 주기 반대 "월드컵이라는 보석 가치 떨어진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주기를 2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유럽축구연맹(UEFA)이 정면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7일(한국시간) “알렉산더 세페린 UEFA 회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럽프로축구 클럽협회(ECA) 총회에서 2년마다 월드컵을 열면 권위가 약해지고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세페린은 “월드컵이라는 보석은 그 희귀성 때문에 가치가 있다”라며 “2년마다 개최하면 (결과가) 무작위화되고 정당성이 떨어지며 월드컵 자체를 희석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1930년 시작된 남자축구 월드컵은 제 2차 세계대전 기간이었던 1942년과 1946년을 제외하면 언제나 4년 주기로 열려 왔다. 1991년 시작된 여자 월드컵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축구연맹이 166개국 협회의 서명을 받아 남녀 대회의 개최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자고 FIFA에 요청했다. 이에 전 아스널 감독인 아르센뱅거가 이끄는 FIFA 글로벌축구개발팀의 주도 아래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뱅거 전 감독은 “현 체제가 사라지고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가 2년마다 열리는 것을 보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중이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뱅거는 “10월과 3월에 모든 예선전을 개최해 클럽들이 더 쉴 수 있게 하겠다”면서 “예선 경기 횟수를 줄이고 묶어서 시즌 막바지 월드컵과 연맹별 대회를 2년마다 치르자는 구상이다”고 주장했다. FIFA 수뇌부도 긍정적이다. BBC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화상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금기된 주제는 없으며 FIFA의 문은 어떤 안건에 대해서든 열려 있다”라면서 “그저 세계 축구를 키우기 위한 방법이다”라고 긍정적인 뜻을 드러냈다. 반면 세페린은 2년 주기가 선수들을 혹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미러’에 따르면 세페린은 총회 연설에서 “선수들이 여름 동안 휴식과 회복에 집중하지 않고 토너먼트에 소진하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선수들의 복지가 토너먼트 증가로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9.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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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위대한 유산①] 조던 vs 코비, NBA를 지배한 '멘탈리티'

미국프로농구(NBA)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 그리고 최강의 프로농구 리그다. 전 세계 모든 농구 선수들이 꿈꾸는 가장 화려한 무대인 NBA는 메이저리그(MLB) 야구나 유럽프로축구 5대 리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저 프로스포츠이기도 하다. NBA가 첫걸음부터 최고의 리그로 군림했던 건 아니다. 1946년 NBA의 전신인 미국농구협회(BAA) 출범 이후 지금까지 70여 년 역사 속에서 NBA를 '꿈의 무대'로 만든 슈퍼스타들이 '위대한 유산'을 남긴 덕분이었다. 일본 스포츠 전문 잡지인 '넘버'는 NBA의 황금기로 꼽히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리그를 지배한 슈퍼스타 8명과 이들이 리그에 남긴 유산을 네 가지로 나눠 소개했다. NBA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위대한 유산, 첫 번째는 바로 '멘탈리티(Mentality·사고방식)'다.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의 이름을 묻는다면 누구라도 마이클 조던을 첫손에 꼽을 것이다. 시카고 불스를 두 번의 쓰리핏(3-peat·3연패)으로 이끈 '농구 황제' 조던은 이견 없는 NBA 최고 스타였다. NBA의 역사는 조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던은 천부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실력, 타고난 스타성을 앞세워 역대 최고의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로 군림했다. 그의 가장 큰 재능은 최고의 위치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치열한 경쟁심과 불타는 승리욕, 끝없는 노력을 가능하게 만든 '멘털리티'였다. 넘버는 조던의 멘탈리티를 두고 "선수 시절 두 번의 3연패를 달성한 '농구의 신'은 항상 전력으로 승리를 추구하며 일절 타협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조던의 후계자'라고 불렸던 또 한 명의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역시, 조던을 동경하고 롤 모델 삼아 '맘바 멘탈리티'를 쌓아 올렸다. 포기하지 않는 향상심과 승리를 위한 신념이라는 두 사람의 DNA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살아있다"고 소개했다. 조던과 브라이언트는 '승리욕'이라는 부분에서 서로 많이 닮아 있었다. 넘버는 "조던도, 브라이언트도 언제나 승리에 대해 철저한 고집을 갖고 있었다. 둘 다 궁극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프로 선수로서 '당연한' 수준을 아득히 넘어설 정도"라고 묘사했다. 조던의 지독한 승리욕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조던을 동경했던 브라이언트 역시 그 못지않았다. 넘버는 NBA 입성 첫 시즌, 유타 재즈와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마지막 5차전에서 브라이언트가 에어 볼(백보드나 림에도 맞지 않는 슛)을 난사했을 때의 일을 예로 들었다. 브라이언트는 4쿼터 마지막부터 연장전까지 5분여의 시간 동안 4번이나 에어볼 을 던졌다. 결국 팀이 패했고, 시즌도 끝났다. 브라이언트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쉬지 않았다. LA로 돌아오자마자 공항에서 그 지역 고등학교 체육관으로 이동해 다음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슛을 계속 던졌다. 넘버는 "플레이오프라는 압박 속에서, 신인이 연속 에어 볼이라는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계속 슛을 던졌다는 점에서 브라이언트의 멘탈리티를 알 수 있다. 계속 빗나가더라도 다음번에는 넣을 거라고 믿는 강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LA 레이커스의 단장이었던 제리 웨스트는 “그런 두려움을 모르는 멘탈리티가 브라이언트의 위대함을 만든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닮은 점이 많았던 둘의 관계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 라스트 댄스'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브라이언트가 농구에 대해 질문하면 조던은 늘 상세하게 대답해줬다. 둘은 형제처럼 서로를 아꼈다. 지난해 1월 코비가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뒤 추도식에 참가한 조던은 "브라이언트는 형에 대해 무엇이든 알고 싶어하던 동생 같은 존재였다"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조던은 또 "브라이언트는 늘 자신이 될 수 있는 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를 알면 알수록, 브라이언트에게 최고의 형으로 남고 싶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종종 세대를 뛰어넘은 라이벌로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브라이언트는 "조던에게 여러 가지를 배웠고, 훌륭한 조언을 얻었다. 조던이 없었다면 나는 5번의 우승 역시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이언트가 조던에게 배운 건 농구 스킬만이 아니었다. 승리를 향한 멘탈리티와 정상을 노릴 때의 사고방식 역시 큰 영향을 받았다. 조던과 브라이언트의 전속 트레이너로 일했던 팀 글로버는 "조던과 브라이언트는 서로 공통점이 많았다. 두 사람 모두 집중력이 무척 뛰어나고 진지하다. 또 무엇을 하든 그 이유를 알고 싶어했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쉬라고 지시하지 않으면 (훈련 중) 절대 쉬지 않았다"며 "성공하더라도 만족하지 않았고, 늘 더욱더 높은 곳을 향했다"고 돌이켰다. 넘버는 "어느 날부터 브라이언트는 자신을 '블랙 맘바(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치명적인 독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조던으로부터 물려받은 '싸우는 자세'를 '맘바 멘탈리티'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타협 없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경기에 나서, 독사처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숨통을 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은 러셀 웨스트브룩, 야니스 아데토쿤보, 자말 머레이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넘버는 이어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NBA에 있는 세대 선수 중 다수가 그들 나름의 '맘바 멘탈리티'를 몸에 익히고자 싸우고 있다. 아이들은 그들을 동경한다. 이런 식으로 조던과 코비의 멘털리티는 지금도 NBA와 그리고 전 세계의 농구 선수들 가운데 계속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전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1.0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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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이슬람이 바꾼 영국축구문화②

"If he’s good enough for you(그가 당신에게 충분하다면), He’s good enough for me(그는 나한테도 충분해)! If he scores another few(만약 그가 몇 골 더 득점한다면), Then I’ll be Muslim, too(그럼 나도 무슬림이 될 거야)!"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에서 서포터스들이 외치는 응원가이다. 여기서 ‘그’는 이집트 출신으로 이슬람 교도인 모하메드 살라를 가리킨다. 물론 리버풀 서포터스들이 실제로 이슬람 개종을 고려하는 건 아니다. 일종의 농담이자 살라를 향한 응원이다.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무슬림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영국축구문화와 팬들의 반응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EPL에서 뛰고 있는 무슬림 선수들은 50명이 넘는다. 레스터 시티의 함자 차우두리만 영국 출신의 무슬림 선수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해외에서 건너왔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 아스날의 메수트 외질, 맨체스터 시티의 리야드 마레즈, 그리고 첼시의 은골로 캉테는 세계적인 레벨의 선수들이다. 무슬림 선수들의 존재감이 EPL에서 높아지면서, 클럽들은 그들의 종교적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할랄(halal,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이라고 한다. 야채, 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 모든 해산물, 그리고 이슬람식으로 도살된 쇠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와 반대로 술과, 돼지고기 등 무슬림에게 금지된 음식을 하람(haram)이라고 한다. 따라서 EPL클럽은 무슬림 선수들에게 할랄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팀들은 또한 다른 선수들과 별도로 샤워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무슬림들은 매일 5차례씩 기도하기에 다수의 클럽은 이들을 위해 기도실도 마련했다. 몇몇 구장은 팬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도실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이슬람교 사제를 고용해 원정 경기에 이들을 동행시켜 무슬림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조언을 해주는 역할도 맡기고 있다. 라마단(Ramadan)은 이슬람 달력에서 9월을 의미한다. 아랍어로 '더운 달'이란 뜻이다. 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을 의미한다. 무슬림들은 이 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면 안 된다. 기독교에도 이와 비슷하면서 더 느슨한 개념이 있다. 부활절을 포함해 일곱 번의 주일을 제외한 뒤 역으로 계산해 40일간인 사순절이 바로 그것이다. 라마단은 무슬림이 지켜야 하는 의무이지만, 이를 면제해 주는 경우도 있다. 특정한 상황에서 금식하다 죽는 건 자살이기 때문이다. 자살은 이슬람 교리상 중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상사태에서는 금식하지 않아도 되고, 이는 신이 자비를 베푼다는 것이다. 환자·노약자·임산부·여행자·전쟁에 참여한 군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해외에서 뛰는 스포츠 선수들도 금식을 면제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종교가 그렇듯이 이슬람교도 교리를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종파가 있는가 하면, 엄격하게 적용하는 곳도 있다. 라마단의 양력 날짜는 매년 조금씩 빨라진다. 윤달이 없는 이슬람 달력은 12개의 태음력으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력보다 보통 12일 정도 적기 때문이다. 한 해에 라마단이 2번 있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유럽프로축구의 정규시즌과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유로나 월드컵 대회 기간과 라마단이 겹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라마단과 축구경기의 일정이 겹칠 때 무슬림 소속 클럽 혹은 대표팀의 고민은 시작된다. 하루 최대 18시간 동안 마시지도, 먹지도 않은 선수들이 90분 동안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마단 기간에 매일 단식을 고집하는 선수도 있다. 그에 반해 어떤 선수들은 훈련 중에만 금식하고 경기날에는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리버풀의 살라도 경기일에는 단식을 하지 않고, 나중에 빠진 시간을 보충한다. 201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살라는 어깨 부상을 당해 교체됐다. 살라가 없는 리버풀은 결승전에서 결국 1-3으로 패했다. 이어 벌어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살라는 부상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이집트는 3패로 예선 탈락했다. 이에 살라의 부상은 금식을 어긴 것에 대한 신의 벌이라는 주장이 이슬람 설교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클럽들은 선수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팀들은 훈련 시간을 저녁으로 옮기기도 한다. 또한 탈수증을 막기 위해 훈련 방식을 바꾸어, 무슬림 선수들의 종교적 편의를 봐주는 클럽도 있다. 하지만 단식 여부를 두고 감독과 선수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뉴캐슬과 첼시 등에서 활약했던 뎀바 바는 “금식으로 인해 자신의 플레이가 저조하면 벤치에 앉아 있으면 된다”는 프로답지 않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스토크 시티에서 활약했던 마마디 시디베는 “경기 당일 금식을 하고도 아주 잘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자신은 경기가 있는 날에는 음식을 섭취해 논란거리를 미리 차단한다”고 밝혔다. 시디베의 말처럼 단식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힘들어도 훌륭한 경기력을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했던 알제리 대표팀이었다. '의리 축구'의 병폐를 보여준 한국대표팀을 상대로 알제리는 아프리카 팀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서 4골을 기록했다. 16강에 진출한 알제리는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라마단이 시작되자 많은 고민을 했다. 덥고 습한 브라질에서 금식을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이에 알제리 선수단을 수행하는 성직자는 희망자에 한해 라마단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독일대표팀의 에이스이자 무슬림인 외질은 라마단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으나, 대부분의 알제리 선수들은 이를 지켰다. 결국 알제리는 그해 월드컵 우승팀 독일을 만나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아쉽게 패했다. 이를 두고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라마단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정우 경영학 박사(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0.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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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유럽프로축구는 모든 걸 판다, 한가지만 빼고

전 세계적인 축구 인기에 힘입어 많은 기업은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스폰서십에 참여하고 있다. 축구 스폰서십에는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스폰서가 존재한다. 셔츠 스폰서(shirt sponsor)와 킷 스폰서(kit sponsor, 나이키·아디다스 등 유니폼 제조사)이다. 셔츠 혹은 저지(Jersey) 스폰서십을 최초로 시도한 축구 클럽은 1950년대 우루과이의 페냐롤(Peñarol, 129년의 역사 동안 리그 우승을 49번 기록한 우루과이 최고의 클럽)이었다. 그 후 1960년대 들어 덴마크와 오스트리아가 유럽 최초로 셔츠 스폰서십을 도입했으나, 다른 축구리그는 이러한 스폰서십을 격렬하게 반대하며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팬들의 강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1970~80년대 셔츠 스폰서십은 독일을 시작으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클럽들은 이를 좀 더 늦게 받아들여 90년대가 돼서야 대부분의 클럽이 셔츠 스폰서를 보유하게 되었다.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는 스폰서에 클럽의 영혼을 팔 수 없다며 오랫동안 셔츠 스폰서십에 저항했다. 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역사였다. 하지만 이러한 바르셀로나마저도 비영리 단체인 유니세프와 카타르 재단을 셔츠에 새기면서 팬들의 반응을 살피더니, 2013~14시즌부터 상업적인 회사 카타르 항공사의 로고를 셔츠에 새겼다. 심지어 바르셀로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셔츠 안쪽에도 스폰서의 로고를 새기는 계약을 맺었다. 유럽축구에서 발전된 셔츠 스폰서십은 이후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이제는 거의 모든 프로축구 리그에 정착되었다. 아울러 이러한 스폰서십은 축구 외에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도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니폼을 성스러운 공간(sacred space)으로 생각해 광고 혹은 스폰서 로고 부착을 터부시한 미국의 프로스포츠도 더는 셔츠 스폰서십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셔츠 스폰서십도 세분되어가고 있다. 셔츠 슬리브(sleeve, 소매) 스폰서십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는 2017~18시즌부터 오른팔 소매에도 스폰서 로고를 새기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과 프랑스의 1부 리그인 라리가와 리그앙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슬리브 스폰서가 존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셔츠 뒷면에도 스폰서를 새기는 프로축구 리그도 늘어나고 있다. 셔츠와 킷 스폰서 외에도 유럽의 프로축구팀은 수많은 스폰서 겸 파트너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글로벌, 지역(regional), 파이낸셜과 미디어 파트너를 거느리고 있다. 맨유의 글로벌 파트너 기업만 23개에 달한다. 아울러 28개 기업이 지역, 파이낸셜과 미디어 파트너에 속해 있다. 즉 현재 맨유가 보유한 스폰서 겸 파트너 기업만 무려 51개인 것이다. 일부 클럽은 축구장 이름도 스폰서에게 팔기 시작했다. 팬들은 보통 새로 건설한 경기장에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 명칭 사용권)를 하는 것에는 커다란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특히 유서 깊은 축구장 이름에 스폰서 기업 이름을 붙이려 하면 강한 거부 반응을 나타낸다. 만약 아스날이 에미레이트 항공사의 이름을 2006년 개장한 새 축구장이 아닌 클럽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예전의 '하이베리 구장'에 붙였다면, 아스날의 서포터스들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맨유의 유서 깊은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의 네이밍 라이츠를 판매한다는 루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나이키가 홈구장의 이름으로 내정되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뉴스를 본 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 2005년 맨유를 인수하면서 막대한 빛을 지게 된 미국의 글레이저 가문은 홈구장의 이름을 팔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맨유의 ‘올드 트래포드’와 리버풀의 ‘안필드’ 같은 유서 깊은 축구장의 이름을 스폰서에게 판매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대신에 맨유는 자신들이 보유한 캐링턴 트레이닝 센터의 이름을 미국의 보험사에 판매했다. 2013년부터 8년 동안 이 센터는 스폰서의 이름을 따 에이온(Aon) 트레이닝 컴플렉스로 불렸다. 이렇듯 유럽 프로축구팀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팔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들이 팔지 않고 마지막 보루로 남겨놓은 것이 있다. 바로 클럽 이름이다. 다음 주 칼럼에서 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이정우 경영학 박사(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0.11.09 06:00
축구

온 나라가 거리두기 난리인데, 축구장 '포옹 세리머니' 괜찮나

지난달 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FC의 경기. 후반 11분 포항 일류첸코가 역전골을 터트린 뒤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어 포항 벤치멤버를 포함해 11명 선수가 우르르 몰려나와 일류첸코를 둥글게 감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온 나라가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난리인데, 프로축구 일부 골 세리머니는 작년과 별반 다를게 없다. 프로축구연맹 코로나19 대응매뉴얼에는 ‘신체접촉이 동반되는 과도한 골 세리머니는 금지’라고 적혀있다. 어깨동무와 하이파이브도 안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자제를 요청하는 의미다. 하지만 ‘탑쌓기 세리머니’ 등 과도한 세리머니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부 감독들은 마스크로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지 않는 ‘턱스크’ 상태로 지시한다. 기술지역에서 지도행위하는 인원은 예외가 적용되기는 한다. 과도하게 침을 뱉는 행위는 금지인데, 위반하는 선수들이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전 구단 대상으로 2차례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등 방역에 힘쓰고 있다. 개막달이었던 5월에는 넘어진 부천 바이아노가 일으켜 달라고 손을 뻗었지만, 최광호 주심이 잡아주지 않으며 ‘언택트’를 실천했다. 요즘 주먹만 맞대는 세리머니로 접촉을 최소화하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같은 유럽프로축구에서도 ‘포옹 세리머니’가 자주 나온다. 다만 1일만해도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고, 파리생제르맹(프랑스) 공격수 앙헬 디 마리아가 의심 증상을 보였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사실 K리그 개막 시점부터 사소한 위반은 비일비재했다. ‘축구는 몸싸움이 격렬한 종목인데, 세리머니 정도는 괜찮겠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진 상황에서, 선수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 구단과 연맹은 통제할 수 있는 권고사항에 대해 감시자 역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09.01 12:00
스포츠일반

코로나 이후의 세계, 스포츠는 어떻게 변할까

끝나지 않는 절망은 없다. 지구촌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시, 언제 어떤 형태로든 끝이 나게 되어있다. 전세계 확진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조금씩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세계적인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에서는 일찌감치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변화에 대해 예측에 나섰다. 반세계화 흐름이 강해지고 거대 부채 시대가 도래하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강세로 인한 디지털 인프라 확대 등이 이런 변화의 흐름에 포함된다. 대규모 관중들이 한 곳에 모이는 공연이나 예술, 그리고 스포츠 역시 변화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스포츠에도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스포츠는 수많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열띤 응원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으로 대표되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이 알려진 이후에는 이런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밀폐된 공간에 모여 숨을 쉬거나 물건을 만지는 일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스포츠가 맞이하게 될 뉴 노멀의 시대도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프로스포츠 인기를 양분하는 북미 지역과 유럽에선 미국프로야구(MLB) 미국풋볼리그(NFL) 미국프로농구(NBA) 등 인기 프로스포츠와 유럽프로축구 5대리그 등이 모조리 중단되며 때 아닌 스포츠 불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 보스턴 지역지인 '프로비던스 저널'은 메이저리그 개막에 대해 얘기하면서 "스포츠가 다시 게임과 재미를 즐길 수 있을 때 보여줄 '뉴 노멀'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영국 생활 체육 기관인 스포트 잉글랜드의 최고경영자 팀 홀링스워스도 스포츠의 '뉴 노멀'과 관련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르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백 가지 옵션을 활용해야 한다"며 "지역 사회에서 스포츠와 신체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일정은 물론 선수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도 "뉴 노멀에 적응해야 한다"며 이메일과 트위터, 페이스타임(영상통화) 및 화상 회의 등을 통해 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을 확대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확대된 '언택트 마케팅(비접촉·비대면 마케팅)'이 스포츠 뉴 노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스포츠가 경기장에 모여 '직관'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쳤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선 대규모 관중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는 것 외에 새로운 방식이 주된 흐름으로 정착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통상적인 개념의 '팬' 역시 직접 경기장을 찾는 적극적인 소비자보다 TV,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들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물론 코로나19가 종식될 경우 그동안의 피로감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은 북미나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스포츠계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남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시즌을 조기 종료하고, 프로축구 K리그와 프로야구도 시즌 개막을 미룬 상황에서 각 종목 구단들은 경기가 없는 가운데서도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보다 활발하게 유튜브를 비롯한 SNS를 통해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청백전 자체 중계 등 콘텐츠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뉴 노멀에는 구단 운영비 감소, 시장 규모 축소 등의 불가피한 변화도 포함된다. 코로나19 뉴 노멀은 결국, 프로스포츠가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생존 전략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4.17 06:01
축구

J리그도 ACL도 상반기 포기... 갈림길에서 신중한 K리그

우리는 과연 2020년 상반기에 축구를 볼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가 유례 없는 홍역을 앓고 있는 2020년,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축구가 중단됐다. 유럽프로축구 5대리그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중국 슈퍼리그, 일본 J리그 등 대부분이 코로나19의 벽에 가로막혀 일정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코로나19 때문에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 K리그도 마찬가지다. 개막 연기를 결정할 때만 해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월 무렵 개막을 염두에 뒀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국내에서도 개학이 연기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등 개막일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위기경보는 여전히 심각 단계로 유지되고 있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요청도 19일까지 2주 연장됐다. 다행히 최근 일주일 가까이 신규 확진자 수가 30여 명으로 안정화 추이를 보이면서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일정 정도의 일상활동을 허용하면서 감염 예방·전파차단 활동을 병행하는 생활 방역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K리그 개막 가능성도 높아진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갈린다. "무관중 경기라도 리그를 개막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과 "섣부른 리그 개막은 위험하다"는 의견이다. 아직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완벽하게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만큼, 보다 신중하게 개막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지만 시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선 늦어도 5월 안에 개막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당장 코로나19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된 탓에 연맹과 K리그 22개 구단(K리그1 12개 팀·K리그2 10개 팀)의 올해 매출액 감소가 57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만큼, 무관중으로라도 리그를 재개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여기엔 세계적으로 축구가 멈춘 상황에서 K리그가 개막할 경우 전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시선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중론 쪽으로 기운다. 섣불리 개막해 리그를 진행하다가 확진자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더 큰 문제라는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연맹 측도 개막 일정 확정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곤 해도 세컨드 웨이브(2차 대유행) 우려가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또다시 연장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국의 추세도 신중함을 더하게 하는 요소다. 일본 J리그는 자국 내 확진자 수 증가로 인해 또 한 번 개막 목표 일자를 뒤로 미뤘다. 닛칸스포츠 등 복수의 일본 언론은 "J리그가 각각 6월, 7월, 8월에 리그를 재개하는 3개의 시나리오를 갖고 일정을 다시 짰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2020년 상반기 리그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전망 속에서 그 중 7월 재개설에 무게가 쏠리는 중이다. 하지만 네 번이나 미뤄진 개막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7월 중 재개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선이 많다. J리그 뿐만이 아니다. 중국 슈퍼리그도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역시 상반기 일정을 모두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AFC는 14일 가맹국 리그 사무국에 공문을 보내 5~6월 모든 경기도 무기한 연기하고 추후 공지하겠다고 알려왔다. 각 국가마다 코로나19 현황이 다른 만큼, 국가클럽대항전으로 치러지는 ACL은 정상 개최가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일단 연맹은 이번 주와 다음 주까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본 뒤, 추후 이사회를 통해 개막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4.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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