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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IS 스타] 10개 구단 응원 속에 전력질주, 강백호는 “행복합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KT 위즈 강백호가 자신을 향한 팬들의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백호는 지난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 2타점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의 5-2 귀중한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강백호는 1-2로 끌려가던 2회 말 2사 2, 3루 상황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의 역전을 이끌었다. 강백호가 가져온 리드는 경기 끝까지 지켜졌고, 강백호의 적시타는 결승타가 돼 팀에 2연승을 안겼다. 안타도 안타였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전력질주였다. 평범한 땅볼에도 1루까지 헬멧을 잡고 끝까지 뛰었고, 타이밍이 한참 늦은 타구에도 전력질주를 이어갔다. 8회 빗맞은 타구에 1루 앞 땅볼이 되는 순간에도 강백호는 끝까지 뛰었다. 매 타석 최선을 다한 모습이었다. 이날 안타로 강백호는 6월 3경기 타율 0.625(8타수 5안타) 6타점 3볼넷이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완벽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5월 타율 0.247에 안이한 수비로 구설수에 오르며 힘든 시기를 보낸 강백호는 6월 완전히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팀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 경기 후 만난 강백호는 “타격감이 다소 떨어져 있을 때 (박)경수, (박)병호, (장)성우 선배님을 비롯해 감독님과 김강 타격코치님, 유한준 코치님이 믿고 잘할 수 있다고 북돋아주셨다. 덕분에 지금의 컨디션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타격 훈련에서부터 심리적인 부분들을 잡아가니 클러치 상황이 왔을 때 집중력도 더 높아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강백호는 “요새 정말 많은 팬분들께서 응원해주시고 계시는데 덕분에 행복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KT 위즈파크에도 연이틀 강백호를 위한 커피차가 등장해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후원자들도 다르다. 전날(3일)엔 ‘2030 여성팬 연합’에서, 이날은 10개 구단 팬들이 커뮤니티로 모금을 진행해 커피차를 마련했다. 5월 29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세 번째 커피차였다. 강백호는 “타석에서도 응원 소리가 크게 다 들리는데, 그분들께서 KT 위즈와 나의 팬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면서 “정말 감사드리는 만큼, 조금이나마 나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려고 한다. 행복하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라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06.05 05:50
야구

'총체적 난국' KT, 응답하라 베테랑 투·박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지난주까지 치른 13경기에서 승률 0.231(3승 10패)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투수들이 잘 버틴 개막 1주 차엔 타자들이 부진했고, 타선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 뒤엔 선발진이 흔들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극심한 투·타 부조화에 "마치 팀 타격이 크게 가라앉았던 지난해 10월 흐름과 지금이 비슷한 것 같다"라고 했다. KT는 지난해 70승에 선착한 10월 7일 이후 급격히 공격력이 떨어졌다. 1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5연패를 당하며 삼성 라이온즈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했다. '우승을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연패 기간 KT 타선의 평균 득점은 1.00점에 불과했다. 당시 막힌 혈을 뚫어낸 선수는 '맏형' 유한준이었다. 그는 10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안타를 치고 2루를 향하며 한 차례, 후속 타자 장성우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며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트레이너가 전력 질주를 금지할 만큼 햄스트링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유한준은 투혼을 보여줬다. KT는 이 경기 승리(스코어 6-0)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삼성과의 타이 브레이커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퍼포먼스라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가 있다. 에이스의 호투, 4번 타자의 홈런은 팀 분위기를 바꾼다. KT엔 부상을 안고도 허슬 플레이를 보여준 41살 노장이 있었다. 강백호, 고영표 등 젊은 투·타 주축들은 "유한준 선배님이 몸소 강한 메시지를 주신 덕분"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 종료 뒤 은퇴했다. 현재 KT 선수단 기둥은 다시 주장을 맡은 박경수(38)와 이적생 거포 박병호(36)다. 팀 위기에서 두 베테랑이 제 몫 이상 해줘야 한다. 좋은 성적뿐 아니라 투지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병호는 올 시즌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 헛스윙을 연발하며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한 뒤 4구 안에 삼진으로 물러난 타석만 10번이다. 타석당 투구수는 리그 평균(3.86개)보다 훨씬 적은 3.60개였다. 박병호의 선구안이 갑자기 좋아질 순 없다. 그러나 허무하게 물러나는 승부는 줄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큰 스윙이 아닌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스윙)를 해야 한다. 투지가 드러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박병호는 끈질기고 집요한 승부로 투지를 보여줄 수 있다. 박경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신들린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주며 KS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그는 지난 3일 삼성전 9회 초 수비에서 결정적인 포구 실책을 범하며 역전패 빌미를 줬다. 박경수는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마저 줄었다. 현재 박경수가 보여줄 수 있는 투지는 지난해 KS처럼 안정감 있는 수비로 투수를 지원하는 것이다. 맏형의 허슬 플레이는 KT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 수 있다. 박병호는 19일 LG 트윈스전에서 8경기 만에 타점을 올렸다. 박경수는 6회 말 만루 위기에서 고영표의 무실점 투구를 돕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KT는 두 베테랑의 활약 속에 리그 2위였던 LG를 5-0으로 잡고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20 06:59
야구

배정대의 남다른 목표 설정, '롤모델' 유한준 영향

선수들은 보통 이전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새 목표를 정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저조했던 기록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대개는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본다. KT 위즈 주전 중견수 배정대(27)는 조금 다르다. 성적이 떨어진 쪽은 타격이다. 2020시즌 타율 0.289를 기록했지만, 2021시즌은 0.259였다. 장타율도 0.420에서 0.378로 낮아졌다. 하지만 배정대는 2022년 목표에 대해 "타격보다 (외야) 수비를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수비 기록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2020시즌 0.987였던 수비율은 2021시즌 0.991로 올랐고, 실책도 5개에서 3개로 줄었다. 13개였던 어시스트(보살·타자주자 또는 주자가 풋아웃을 당하는 데 기여한 야수에게 주어지는 기록)는 7개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강한 어깨를 보여줬다. 배정대는 "많은 선수가 매년 타격 기록에서 커리어하이를 노릴 것이다. 그러나 기량이 정체되는 시기를 겪는 것도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숫자에 너무 연연하기보다는 반드시 잘해야 하는 부분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야구를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9시즌까지 백업 선수였던 배정대는 2020년 스프링캠프에서 크게 좋아진 타격 능력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개막 후에도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은 이유는 분명 공격력 향상이다. 하지만 배정대는 수비력을 더 강조한다. 안정감 있게 KT의 가운데 외야를 지키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한다. 수비력만큼은 리그에서 정상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배정대가 타격 성적을 좇지 않게 된 배경이 있다. 지난해 은퇴한 '롤모델' 유한준을 수 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어떤 자세로 야구를 해야 할지 정립했기 때문이다. 배정대는 "(유)한준 선배님은 결과나 성취도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목표한 야구를 걸어가셨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야구'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한준은 화려하진 않지만, 헌신적인 자세로 팀을 이끈 선수다. 배정대는 그런 선배를 보며 누구나 자신만의 야구로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비 강화를 첫째 목표로 내세웠다. 배정대는 "지난해 펜스 앞 플레이에 문제가 있었다. 보살도 100이닝에 1개꼴 정도 해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타격도 소홀할 생각은 없다. 매년 전 경기 출장, 3할 타율 진입에 도전한다. 배정대는 "작년 타격 기록은 분명히 안 좋았다. '2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며 가볍게 보지 않는다.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희수 기자 2022.01.21 06:59
야구

“백호야 홈런 50개 쳐라” “선배님은 내년에도 MVP”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는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8년 만에 리그 최강팀으로 올라섰다.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 베테랑과 젊은 선수가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원팀(one team)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KT 챔피언 등극의 두 주역 박경수(37)와 강백호(22)를 만나 뜨거웠던 2021년 레이스를 돌아봤다. 강백호는 정규시즌 타격 5개(타율·안타·타점·장타율·출루율) 부문 5걸 안에 이름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경수는 지난달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환상적인 호수비와 결정적인 홈런으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 선수는 서로의 퍼포먼스를 한껏 치켜세웠다. 2022년 KT를 다시 통합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Q.2021년에 두 선수 모두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박경수(이하 박)=입단 19년 차에 기적이 찾아왔다. 나는 애써 (우승) 여운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았다. 강백호(이하 강)=아직도 축하를 받고 있다. (우승 경험이 많은) 두산 선배 몇 명이 ‘우승 처음 해보느냐’라며 농담하더라. 처음이기에 너무 좋았다. 절친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형이 가장 많이 부러워했다. Q. 박 선수는 역대 KS 최고령 MVP에 선정됐다. 박=내가 정말 수상할 자격이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3차전에서 당한)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상을 받을 만한) 스토리가 생긴 덕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MVP는 KT팬과 ‘팀 KT’다.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이다. 강=2021년 KS는 (박)경수 선배님이 단연 최고였다. 우리는 2022년에도 통합 우승을 노릴 것이다. 선배님이 2년 연속 KS MVP를 수상하도록 지원하겠다. (역대 KS MVP를 2회 이상 받은 선수는 김용수·이종범·정민태·오승환·양의지 5명이다.) 박=정말 도전하고 싶다. 레전드 선배들과 같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강)백호가 내년에도 MVP급 활약을 보여준다면 KT의 2년 연속 통합 우승도 가능하다. (강백호는 2021 KBO 시상식 MVP 투표에서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이정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강=MVP나 타격왕은 개인의 능력으로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우승은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많아도 해내기 어렵다. 올해 우승은 KT가 해냈고, 정규시즌 MVP를 받은 선수도 우리를 부러워할 것이다. 박=백호는 15년 이상 더 야구를 할 선수다. 우승을 또 할 수 있고, MVP 수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리 다친 박경수와 영화 같은 세리머니 KT의 우승 직후 장면은 마치 영화 같았다. 우승 확정 후 마운드 위에 모인 KT 선수들이 벤치에 있던 박경수와 유한준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짓했다. 다리 부상 중이었던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유한준의 부축을 받은 채 느리지만, 힘차게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Q. KT 세리머니가 큰 화제였다. 박=다리가 아픈 상태여서 내가 세리머니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한준이 형이 나와 함께 더그아웃에 함께 있어 줬는데, 후배들이 기다리고 있더라. ‘너희가 잘해서 형들한테 우승을 안겨줬는데, 왜 또 우리를 주목받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동받았다. 강=경기 전부터 주장 (황)재균이 형이 ‘두 선배가 오시면 그때부터 제대로 세리머니를 하자’고 당부했다.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목발 짚고 오시는 경수 선배님 뒤로 KT팬이 환호하는 모습이 펼쳐졌고, 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 순간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Q. 눈물을 감추지 못하더라. 박=KS 4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고 한준이 형이 어깨를 툭 치면서 ‘고생했다’고 하더라. 그 순간부터 눈물이 나왔다. KT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하위권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많이 겪었다. 그런 시간을 딛고 해낸 우승이었기에 더 눈물이 났다. KT팬에게 ‘우승팀 팬’이라는 자부심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강=나도 입단 첫해(2018년) 9위를 경험했다. 당시 멤버들이 함께 성장해 우승까지 해낸 점이 너무 좋았다. 또 KT 팬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체감했다. 감격했다. 그동안 분해서 울어본 적은 있지만, 행복해서 눈물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껌 씹은 강백호, 많이 배운 한해 강백호는 KT가 82경기를 치를 때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9월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8월 도쿄 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역전패를 앞둔 상황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힌 후 야구팬에 큰 비난을 받았다. Q. 강 선수는 롤러코스터 같은 2021년을 보냈다. 강=더 잘하고 싶어서 (타격) 변화를 자주 시도한 게 독이 됐다. 체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올림픽에서는 무조건 내가 잘못한 것이다.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도 인정한다. 많이 배웠다. 야구팬과 야구계 선배님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다.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지겠다. 박=당시 올림픽에서 돌아온 백호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이슈가 너무 커졌다. 그래도 잘 이겨내더라. 백호는 한국 야구에 꼭 필요한 선수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다. Q. ‘맏형’ 유한준의 은퇴로 KT가 새 출발선에 섰다. 박=많이 의지했던 형이다. 통합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은퇴하셔서 다행이다. 나는 조금 외로워질 것 같다. 후배들과 한준이 형의 공백을 잘 메워보겠다. 강=좋은 야구 선수의 교본 같은 선배였다. 멋있는 뒷모습을 보여주셨다. 나는 (은퇴를) 축하드리고 싶다. 리더는 너무 힘든 자리인 것 같다. 어떻게 경수 선배님을 도울지 많이 고민하겠다. Q. 2022년 목표를 전한다면. 강=당연히 KT의 2연패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보다 더 잘하는 거다. 매년 ‘나를 뛰어넘자’는 목표를 세운다. 2022년에는 30홈런 이상 치고 싶다. 박=백호는 아직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않았다. 4할 타율과 홈런 40~50개를 칠 수 있는 선수다. 난 다른 바람이 없다. 오로지 KT의 두 번째 통합 우승이 목표다.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완주하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31 08:56
야구

장성우, KT와 4년 더 동행...총액 42억원에 FA 계약

자유계약선수(FA) 포수 장성우(31)가 KT 위즈와 4년 더 동행한다. KT 구단은 20일 오후 "장성우와 기간 4년, 총액 42억원(계약금 18억원·연봉 20억원·옵션 4억원)에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장성우는 그동안 에이전트 없이 직접 구단 실무진과 협상을 진행했다. 난기류를 거치기도 했지만 결국 계약이 잘 마무리됐다는 후문이다. 이숭용 KT 단장은 "올해 KT 통합 우승 주역인 장성우와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팀 중심이 돼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장성우는 고교(경남고)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였다. 블로킹과 송구 등 기본기가 탄탄하고, 힘까지 갖춘 포수로 평가받았다. 2008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역 연고 팀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다. 롯데에는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버티고 있었다. 장성우는 출전 기회가 적었다. 그사이 병역 의무를 마친 장성우는 2015년 5월 KT로 트레이드되며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주전 포수가 필요했던 KT는 당시 팀 최고 유망주 투수였던 박세웅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장성우는 2015년 데뷔 처음으로 800이닝 이상 안방을 지키며 비로소 잠재력을 발휘했다.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후에는 유한준(은퇴), 박경수, 황재균과 함께 팀을 이끌어가는 '주축' 선수로 인정받았다. 안방에서는 KT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2020년 신인왕 소형준은 "장성우 선배님의 투수 리드만 따라간 덕분에 데뷔 시즌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했다. 올 시즌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21번 해낸 고영표는 "구종 선택은 그냥 (장)성우 형한테 맡긴다"라며 치켜세웠다. 이강철 감독도 "장성우가 없었다면 우리 팀 투수들이 이토록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타석에서는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최근 2년(2020~2021)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는 결승타만 10개를 기록하며 클러치 능력도 과시했다. 어느새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한 장성우는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데뷔 14년 만에 얻은 FA 계약 기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장성우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KT는 내 프로 생활에 있어 전환점을 마련해준 구단이다. 늘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2022시즌도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희수 기자 2021.12.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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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선수' 강백호 "박경수·유한준 선배에게 영광을 돌린다"

강백호(22·KT 위즈)가 연말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됐다.강백호는 2일 서울 엘리에나호텔임페리얼홀에서 열린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 수상자로 선정됐다.강백호는 올 시즌 출전한 142경기에서 타율 0.347(3위) 102타점(2위) 출루율 0.450(2위) 장타율 0.521(5위)를 기록했다. 후반기 초반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다.정규시즌 막판 조금 흔들렸다. 개인 타이틀 획득에 실패하며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소속팀 KT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10월 31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 6회 타석에서 상대 에이스 원태인에게 결승 좌전 안타를 치며 1-0 승리 주역이 됐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는 8타석 연속 출루 등 4경기 타율 0.500을 기록하며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강백호는 "감독님, 단장님께 감사드린다. 이 영광을 (팀 선배) 유한준, 박경수 선배님께 돌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우승 확정 순간 뜨거운 눈물을 보인 그는 "운동을 하면서 가장 벅찼던 순간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시즌"이라며 웃었다.처음 나선 KS에서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성적이 증명한다. 강백호는 "앞서 (정규시즌 최종전과 1위 결정전을 치르며) 큰 경기 경험을 많이 한 덕분이다. 팀에서 내게 원하는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감독님과 선배님 모두 부담을 줄여주셨다. '내 역할만 잘하자'는 마음가짐으로 KS를 치른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올해의 선수 시상에 앞서 진행된 올해의 타자는 올 시즌 타격왕 이정우(키움 히어로즈)가 차지했다. 이정후는 타율 0.360을 기록, 강백호의 타격왕 경쟁에서 승자가 됐다.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그는 "백호가 이제 밥을 좀 샀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강백호는 이정후 앞에서 "정후 형이 좋은 길을 열어준 덕분에 고졸 신인으로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목표를 잡을 때 영향을 미치는 선배이자 형"이라는 속내를 전했다.이 자리에서 식사 자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장소는 미정이다. 강백호는 "연봉 계약이 잘 되면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정후가 아닌 장내에 있는 이숭용 KT 단장을 향한 메시지였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02 17:22
야구

'야듀' 유한준 "팀 KT 의미? 꼴등도 1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후배들을 믿고 떠난다. KT 위즈를 위한 결정이다. 유한준(40)은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선배'로 남았다.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맏형' 유한준이 24일 은퇴를 선언했다. 유한준은 일간스포츠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토록 바랐던 우승 반지를 얻었고, 지도자도 아닌데 헹가래까지 받았다. 나는 행복한 선수였다. 은퇴도 축하받고 싶다"라며 웃었다. 유한준은 2021 정규시즌 104경기에 출전, 타율 0.309 5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장타력은 떨어졌지만, 콘택트 능력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팀 리더로서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1~2년은 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유한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명타자는 한 시즌 20~30홈런을 치며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술과 요령으로 안타를 만들 순 있었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타격은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수비하지 않는) 지명타자로도 풀타임을 뛸 수 없는 몸이었다. 경기 후반 조커(대타)로 투입되는 임무는 다른 후배들도 충분히 잘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물러나는 게 팀이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은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나날들.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운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유한준은 "기량이 떨어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KT의 첫 우승에 기여하는 것뿐이었다. (정규시즌 1위를 달리며) 목표가 가시권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의지가 더 커졌다.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으면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돌아봤다. 유한준은 누구보다 뜨거운 가을을 보냈고, 결국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유한준은 인성이 좋은 선수로 알려졌다. 동료, 지도자, 야구계 관계자의 한결같은 평판이다. 봉사·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자선 바자회에 자신의 애장품을 자주 전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늘 편했던 건 아니다. 유한준에게 "그런 선입견으로 사는 건 너무 힘들 것 같다"라고 전하자 "정말 공감되는 얘기다. 부담이 컸다. 말도 행동도 조심스럽게 되더라. 내 한 마디가 후배들에게는 크게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숙했다. 30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 젊은 선수가 많은 '막내 구단' KT로 이적했고, 책임감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했다. 유한준은 "야구 인생에 가장 힘든 결정이었고, 큰 전환점이 됐다. 고참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유한준은 KT 입단에 대해 "행운이었다"라고 했다. 책임감과 인성을 모두 갖춘 리더를 얻은 KT도 행운이다. 유한준은 이강철 감독이 자주 강조하는 '팀 KT'의 힘에 대해 "밑바닥부터 천천히 올라섰다. 꼴찌도 1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게 팀 KT의 힘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유한준은 프런트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를 바라볼 생각이다. 여러 보직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을 생각이다. 유한준은 "행복하게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동료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KT팬에 감사드린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5 17:29
야구

시선과 손짓만으로...역대 최고의 세리머니 보여준 KT

준비한 이벤트는 없었다. 뜨거운 시선과 뭉클한 손짓만으로 KT 위즈는 최고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KT는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8-4로 승리, 역대 9번째로 4연승으로 KS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1위에 이어 2021년 통합우승이다. 그동안 KS 우승 순간에는 수많은 명장면이 나왔다. 고(故) 최동원, 선동열, 김용수 등 레전드 투수들이 포수에게 안겨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2010년대 최강팀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는 미리 준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여유와 관록을 뽐냈다. 2016년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 두산 유희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NC 다이노스는 모기업의 게임 리니지를 상징하는 아이템 '집행검'을 모형으로 만들어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KT '맏형' 유한준은 18일 4차전을 앞두고 "따로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KT 선수들은 우승 확정 후 마운드 위에서 얼싸안는 모습만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평범했다. 하지만 연출하지 않은 진짜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쁨을 나누던 KT 선수들은 갑자기 마운드 위에 모여 1루 쪽 더그아웃을 응시했다. 팬들도 두리번거리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약 30초 후 다시 함성이 터졌다. 목발을 짚은 '둘째 형' 박경수가 유한준의 부축을 받으며 그라운드로 나선 것. KT 선수들은 "어서 오라"는 손짓과 박수를 보내며 두 선배를 맞이했다. 박경수는 3차전 수비 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시리즈 내내 그림 같은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줬고, 3차전 5회 초 타석에서는 0-0 균형을 깨는 솔로 홈런까지 치며 KT의 1~3차전 승리를 이끈 선수다. 개인적으로는 데뷔 19년 만에 출전한 KS와 우승 도전. 하지만 이 부상으로 남은 경기 출전이 무산됐다. 키스톤콤비인 유격수 심우준은 4차전을 앞두고 "경수 형이 그라운드에서 해준 조언을 잘 생각하며 한 발 더 뛰겠다"라고 투지를 불태웠고, 강백호는 "나도 몸을 던지겠다. 선배님에게 꼭 우승을 안기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박경수 대신 선발 2루수로 나선 신본기도 "경수 형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매 순간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유한준은 4차전 내내 박경수 옆을 지켰다.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았을 때는 어깨를 토닥였고, 승리를 확정한 순간에는 포옹을 나눴다. 후배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우러질 때도 두 베테랑은 조용히 서로를 축하했다. 박경수의 등장으로 비로소 완전체가 된 KT 선수단은 두 번째 축하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박경수는 목발을 던져버리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주장 황재균과 부둥켜안고 한동안 울기도 했다. 내야 막내 권동진은 떨어진 목발을 치켜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경수는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역대 최고령 수상이자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선 최초의 MVP다. 그는 "올 시즌 MVP는 팬 여러분과 팀 KT"라는 소감을 남겼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1 15:59
야구

KT는 K-Team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가 정상에 올랐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꺾고, 4승 무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KT는 KS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팀 창단 8년 만이다. ‘가을 타짜’ 두산을 상대로 완벽한 시리즈를 만들었다.3연승을 거둔 KT는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을 1회 초부터 몰아쳤다. 무사 1루에서 황재균이 좌중간 적시타를 쳤고, 강백호의 진루타와 유한준의 볼넷으로 만든 기회에서 장성우와 배정대가 안타를 쳐 3-0으로 달아났다. 선발 투수 배제성은 5회까지 리드를 지켜냈고, 불펜진이 두산의 추격을 막아냈다.KT는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선발 야구’를 KS에서도 보여줬다. 4경기 모두 선발 투수가 승리를 거뒀다. 타선도 꼭 필요한 순간마다 터졌다. 2021년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팀은 두말할 것 없이 KT였다.2013년 제10구단으로 창단한 KT는 2015년 1군에 진입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4년 동안 최하위 세 차례(2015~2017년), 9위 한 차례(2018년)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KT가 리그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KT는 2018년 11월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했다. KT는 이때부터 달라졌다. 취임식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팀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한 이 감독은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새 얼굴을 기용해 마운드를 재편했다. 기존 1군 선수들에게도 명확한 역할을 부여, 실력을 최대한 끌어냈다.타선의 중심은 베테랑 유한준과 박경수가 잡았다. 젊은 선수 중에서는 강백호·배정대·심우준이 성장하며 짜임새가 생겼다. 외국인 선수들까지 제 몫을 다했다. KT는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년 창단 최고 승률(0.500·리그 6위)을 기록했고, 이듬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올해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까지 내달렸다.KT가 이른 시간에 강팀이 된 비결은 객관적인 전력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이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의 앙상블로 만든 팀 문화가 KT를 단단하게 만들었다.이 감독은 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로 유한준을 지목,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이 감독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유한준은 후배들을 이끄는 힘이 있다”라고 했다. 특급 스타는 아니어도 유한준은 묵묵히 후배들과 함께 나아갔다. 이전 3년(2016~2018) 동안 KT 주장을 맡았던 박경수는 “이제 비공식 부주장이 되어 한준이 형을 돕겠다”고 나섰다.이 감독은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수시로 듣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어려울 때 선수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를 나눴다. 박경수의 메시지가 가장 많고, 종종 이 감독도 먼저 대화를 시작한다. 시즌이 끝나거나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는 이 감독은 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소통한다.감독이 먼저 선수들을 존중하자, 선수들은 팀을 위해 충성한다. 각자 할 일을 스스로 찾는다. 황재균은 “(번트가 필요할 때) 감독님은 내 자존심을 생각해서 번트 사인 내는 걸 주저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어떤 작전이든 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웃었다. 포수 장성우는 “내가 타격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투수진을 이끌어 주는 것만으로 고맙다’며 격려하신다. 힘이 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이 감독이 추구하는 건 ‘민주적 위계’다. 한국식 서열 문화를 인정하면서 선수들에게 조금씩 다른 역할을 나눠 맡긴다. 감독이 베테랑을 소중히 여기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배려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감독이 세대교체를 외치며 베테랑들과 갈등하는 경우가 많은 KBO리그에서 KT의 조직문화가 특히 돋보였다. 가장 협력적이며 유기적이다.선수 시절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 감독은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함께 뛴 경험이 있다.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에겐 지금도 깍듯하다. 좋은 선배가 후배에게 주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타이거즈에만 머물지 않고 두산 등 여러 팀에서 수석코치로 일하며 리더십을 쌓았다.KT 베테랑 선수들은 부드럽고도 단단한 이 감독의 스타일을 닮아갔다. 유한준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평소 과묵한 그의 한마디는 제법 묵직하다. 박경수는 적극적인 퍼포먼스로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젊은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야구할 수 있도록 앞장선다.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 후배들을 불러 다그칠 줄도 안다.이런 팀 문화에서 KT의 젊은 선수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운동선수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야구관을 선배들로부터 배울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하나씩 만든 팀워크는 올가을 KT를 정상으로 올려놨다. 강백호는 “선배들이 몸소 보여주는 메시지를 마음에 항상 새긴다”라고 했다. KS 2차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소형준은 “박경수 선배님이 뒤에 있어서 든든했다”고 했다.지도자와 선수, 선배와 후배, 각자의 개성과 팀의 목표가 조화를 이룬 KT는 서로 소통하며 세대를 아울렀다. 모든 구성원이 융복합하며 거대한 힘을 만들었다. 2021년 한국사회에서 KT는 가장 역동적인 팀의 면모를 보여줬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19 08:56
야구

'KT 1차 지명' 박영현 "목표는 신인왕, 추신수 선배님 맞대결 고대"

'새내기 마법사' 박영현(18)이 프로 무대 첫발을 뗐다. KT 신인 선수들이 예비 홈구장 케이티위즈파크를 방문, 선수단·코칭스태프와 상견례를 가졌다.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유신고 출신 투수 박영현이다. 그는 1차 지명 유망주다. KT는 2020시즌 신인왕 소형준의 뒤를 이어줄 유망주에게 계약금 3억원을 안겼다. 박영현은 올해 등판한 14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0.55를 기록했다. 179타자를 상대하며 탈삼진 72개를 기록했다.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를 모두 구사하고, 직구 구위가 묵직한 투수로 평가된다. KT는 유신고 출신 주축 선수가 많다. 최고참 유한준부터, 지난 시즌 신인왕 소형준까지. 박영현은 신인왕을 목표로 내세웠다. 마운드 위에서 '싸움닭' 기질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6시즌 동안 뛰었던 추신수와의 맞대결을 고대하기도 했다. - 상견례 소감은. "첫 만남은 항상 중요한 것 같다. 긴장했다. 하지만 다들 잘 해주셨다." - 이강철 감독에게 들은 말이 있다면. "마무리 캠프를 잘 준비하고, '1군에 올라왔으면 좋겠다'라고 말씀 주셨다." - 위즈파크에 방문한 느낌은. "'이 야구장에서 던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었다. 너무 설렌다." - 고교 선배 소형준과 나눈 얘기가 있다면. "워낙 잘하는 선수다. 소형준 선배가 1차 지명 아닌가. 나도 신인왕을 목표로 삼고 싶다. KT에 1차 지명을 받은 뒤 연락을 많이 했다.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 친형이 한화 내야수 박정현이다. "형은 낯간지러운 얘기는 하지 않더라. 축하한다는 말만 들었다. 반 장난으로 '프로에서 만나면 무조건 직구를 던지겠다'라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형제는 지난달 15일 U-23 대표팀과 U-18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맞대결한 바 있다. 박영현은 박정현에게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 지명 직후 인터뷰에서 마무리 투수를 목표로 내세웠다. "롤모델은 중학교 때부터 오승환 선배님이다. 하지만 꿈이 마무리 투수였던 것이다. KT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내고 싶다." - 강점을 어필한다면. "경기장 밖에서와 달리 안에서는 싸움닭 같은 기질을 갖고 있다." -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는. "SSG 추신수 선배님이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신 분이다. TV에서 보면서 맞대결을 하고 싶었다." 수원=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0.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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