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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엄마, 수고했어" 유호정, 딸이란 이름으로
영화 '써니(강형철 감독)' 이후 무려 8년만의 스크린 컴백이다. '써니'와 마찬가지로 찬란했던 과거, 그리고 현재를 다룬 '그대 이름은 장미(조석현 감독)'의 타이틀롤을 맡아 이끌었다. 극중 싱글맘의 환경과 실제 유호정의 삶은 180도 다르지만 '엄마'라는 공통점은 공감대를 자아낼 수 밖에 없는 포인트였다.유호정은 "영화를 찍으며 '내가 엄마'라는 생각보다 '나의 엄마'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며 현재 엄마로서,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고, 연기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는 대목에서 유호정의 진심어린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책받침 여신'으로 추앙받았던 화려한 솔로 시절보다, 결혼 후 더 큰 행복함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깜짝 고백한 유호정은 자신에게는 '찬란한 시절'이 없었다며 스스로 느끼기에 우울하고 어두웠던 과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서 남편 이재룡과 아들, 딸 두 자녀에게 더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유호정은 "후배들에게 동종업계 배우자를 적극 추천한다"며 여전히 소녀같은 미소를 내비쳤다. -따뜻한 영화다."따뜻하면서도 어둡지 않다. 난 초반부터 계속 울컥했다. 많이 울었다. 행복한 신인데도 그랬다. '주책이다. 갱년기인가?' 싶기도 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내 연기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영화는 같이 공감해 주길 바란다." -왜 눈물이 났나."지금은 내가 엄마이기도 하지만, 우리 엄마 생각이 많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시대 배경도 그렇고 '그래, 예전에 우리 엄마가 그랬지?'라는 마음이 자꾸 들었다. 극중 딸인 (채)수빈이가 '엄마, 내가 성공해서 호강 시켜줄게'라고 말하는데 정말 울컥했다. 홍수가 나서 집을 치우는 신도 많이 슬펐다. 내 실제 경험이라 '엄마가 이런 심정이었겠구나' 싶었다." -힘든 시절이 있었던 것인가."중학교 때 집에 홍수가 나서 방까지 물이 찬 적이 있다. 엄마가 바로 옆 5층짜리 아파트에 우리를 대피시켜 놓고 당신은 가재도구를 옮기고 2층 옥상에 텐트를 친 채 하룻밤을 지냈다. 마음 아픈 기억이다. 사실 우리 엄마도 딸 둘을 혼자 키웠다. 연기하는내내 엄마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엄마로서,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너무 상투적이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엄마 진짜 너무 수고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웃음) 나도 엄마보다 딸일 땐 '엄마니까 당연히 해줘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도시락조차 싫어 투정을 부렸는데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는 정성은 보통 마음으로는 할 수 없다. 그것도 해 보니까 알겠더라. 세상 모든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 -휴먼코미디 장르에 과거와 현재를 그린 구성까지, 전작 '써니'와 비교되는 지점이 많다."나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 시나리오를 받고 '써니' 생각이 안 났던건 아니지만 그 비교가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비슷한 것 아니야?'라는 시선에 대한 우려를 했지만 분명 다른 영화라 생각했다. '써니'가 찬란했던 과거를 돌아 본다면 '그대 이름은 장미'는 홍장미의 일대기를 그렸다. 그 중에서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건 모녀지간의 감정이었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꿈과 사랑을 모두 접을 만큼 소중한 아이, 그 아이를 지키고 싶은 엄마의 이야기다. 스토리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연기할 부분도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써니'와 비교돼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던건 '써니'가 참 매력적인 영화였으니까.(웃음)" -영화에서는 로맨스가 조금 아쉬웠다."나도. 박성웅 씨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되게 강한 이미지인데 '어? 이 사람 로맨스도 되네?' 싶었다. 하지만 영화 스토리상 엄마와 딸의 관계가 조금 더 보여져야 했다. '다음 번에 제대로 된 로맨스 합시다'는 말로 달랬다." -오정세는 어땠나."정세 씨는 영화에서처럼 평생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는 남자친구? 그런 느낌을 받았다. 수 십 년간 기다림이 이어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진짜 뒤에서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연기지만 되게 행복했다. 배우로서 정세 씨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라 생각한다. 재미있고 머리도 좋은 배우다." >>②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리틀빅픽처스
2019.02.06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