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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스타] 곽선영 ‘크래시’서 터졌다

배우 곽선영이 ‘크래시’에서 처음 도전한 액션으로 존재감을 폭발시키고 있다.ENA 월화드라마 ‘크래시’는 도로 위 빌런들을 끝까지 소탕하는 교통범죄수사팀(TCI, Traffic Crime Investigation)의 노브레이크 직진 수사극이다. 지난 13일 첫 방송했다. ‘크래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했던 박준우 PD가 드라마 ‘모범택시’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이민기, 곽선영, 허성태 등이 등장한다. ENA 드라마는 ‘크래시’ 방영 전까지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 2022년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 없었다. 하지만 ‘크래시’는 유의미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크래시’ 1회는 전국 가구 기준 2.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2회 3.0%, 3회 3.8%, 4회 4.1%를 기록하며 계속된 상승세를 보였으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5회도 4.1%를 기록했다. ‘크래시’의 시청률 상승세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곽선영이다. 곽선영은 ‘크래시’에서 남강 경찰서 TCI 에이스 반장 민소희 역을 맡았다. 민소희는 순발력과 무술 실력, 집요함과 끈기로 자신이 맡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이다. 곽선영은 ‘크래시’의 초반 액션신을 대부분 책임지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특히 1회에서 곽선영이 직접 연기한 카체이싱 장면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곽선영은 해당 장면을 직접 촬영하다가 폐차시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촬영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곽선영은 처음이라도 최선을 다해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배우다. 곽선영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극 중 조정석의 동생 이익순 역할을 맡아 소화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곽선영이 정경호에게 발차기를 날리는 장면은 큰 화제가 됐다. 곽선영은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로 무술 감독님이 액션 연기를 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제안했다"며 "발차기 장면 하나를 위해 3개월 동안 무에타이를 배웠다"고 밝혔다.지난 13일 진행된 ‘크래시’ 제작발표회에서 곽선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고 밝히며 “촬영 전에 액션 스쿨에 들어가서 연습을 했다. 몸에 베일 때까지 노력했다”고 말했다. 곽선영은 ‘크래시’를 통해 처음 액션 연기에 도전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처음처럼 보이지 않게 노력한 결과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이러한 곽선영의 노력이 시청률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드라마에서 액션 장면이 완성도 있게 나오면 시청률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여자 배우들이 액션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걸크러시, 페미니즘 열풍을 거치면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액션 장르도 여자 배우들이 소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 배우가 어설프게 액션 연기를 시도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 곽선영의 경우 완성도 높은 액션을 선보이며 그것이 시청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드라마의 주시청층이 여자일 때가 많기 때문에 여자 배우가 액션 장면을 잘 소화한다면 여자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 후련함 등의 감정을 주고 화제성을 일으키기 쉽다”고 덧붙였다.이수진 인턴기자 sujin06@edaily.co.kr 2024.05.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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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뉴하트’·‘하얀거탑’ …’의사 파업’에 소환된 의학 드라마

의대 증원 방침을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의학 드라마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단체를 향한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의학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상반기 방영 예정인 tvN 새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전공의생활’)은 방영 전부터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지난달 tvN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2024년 신작 드라마 라인업’ 영상 댓글에는 “의사 미화하는 드라마”, “파업하는 의사들 현실 반영해라”, “방영 취소하라” 등 부정적인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전공의생활’ 티저 영상 댓글 창에도 비슷한 댓글이 이어졌고, 현재 댓글 창은 폐쇄된 상태다.의학 드라마인 ‘전공의생활’은 신드롬급 인기를 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스핀오프로 올 해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배우 조정석, 전미도 등이 출연한 ‘슬의생’이 40대 의사들의 소소한 일상과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면 ‘전공의생활’은 20대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하지만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일부 의사들이 파업 등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의사들을 향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고, 그 불똥이 의학 드라마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현실에선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의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몰입해서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의학드라마, 의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들도 난처한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토일드라마 ‘닥터슬럼프’도 주인공인 박신혜, 박형식의 극 중 직업이 모두 의사다. ‘닥터슬럼프’는 지난 설 연휴 시청률이 3%대로 급격히 하락한 후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였는데 의사 파업이라는 뜻밖의 고초를 겪게 됐다. 다만 ‘닥터슬럼프’는 의사 또는 병원에 대한 이야기보단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주된 흐름이다 보니 파업으로 인한 논란이 커지지는 않는 분위기다.이런 가운데 의학 드라마가 의사들의 파업을 만류하는 데도 소환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정부 유튜브 채널에 의학 드라마 대사가 담긴 영상을 게재하며 파업 중인 전공의들의 복귀를 호소했다.‘우리 곁으로 돌아와주세요 #we_need_U’라는 제목의 해당 영상에는 ‘의사는 마지막 희망입니다’(굿닥터), ‘나는 의사다. 사람 살리는 의사’(뉴하트), ‘환자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고 가장 극적인 순간이야. 그런 순간에 우리를 만나는 거야’(슬의생), ‘가장 중요한 건 절대 환자보다 먼저 포기하지 않는 거야’(하얀거탑) 등 의학 드라마 속 명대사들이 연이어 나온다.이번 파업으로 드라마업계는 행여 불똥이 번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의학 소재는 드라마의 대표적인 소재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대응 방법을 조심스럽게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03.06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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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vs조정석, 코믹이냐 멜로냐.. 土 시청률 승자는?

토요일 드라마 경쟁이 더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이하늬가 주연을 맡은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순조롭게 출발한 상황에서 조정석 주연의 tvN 토일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이하 ‘세작’)이 오는 21일 첫방송을 시작한다. 방송이 겹치는 날은 토요일뿐이지만 두 드라마 모두 사극인 만큼 비교가 불가피하다. 과연 둘 중에 시청률 경쟁의 승자는 누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16일 “‘밤에 피는 꽃’과 ‘세작’은 모두 사극이지만 세부 장르가 다른 만큼 여러 부분에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연초 경쟁으로 인한 라이벌 구도는 1년 내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번 두 드라마의 경쟁 결과는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밤에 피는 꽃’은 전개가 복잡하지 않고 빠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특히 갇힌 시대에 한 여성이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서사가 사이다를 안기는데 이하늬 표 코믹연기 역시 잘 녹아들어가 적재적소에 웃음을 선사한다”면서 “‘세작’의 경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복귀하는 조정석과 사극과 그 안에 있는 멜로 이야기가 기대되는 만큼 ‘밤에 피는 꽃’과 좋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하늬vs조정석각각 주연을 맡은 이하늬와 조정석, 두 사람 모두 안방 복귀작으로 오랜만에 사극을 선택했다. 이하늬는 2017년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이후 6년 만이다. 조정석 역시 2019년 드라마 ‘녹두꽃’ 이후 4년 만이다. 이전 출연 사극들이 모두 부패한 조정, 탐관오리에 반기를 들고 백성을 지키려 했던 인물이 주인공이었다는 공통점도 갖는다. 이번에는 각각 선택한 작품의 장르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하늬는 ‘밤에 피는 꽃’에서 수절과부 여화를 연기한다. 낮에는 정숙한 여인으로, 밤에는 복면을 쓰고 담을 넘는 이중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영화 ‘극한직업’, ‘킬링 로맨스’ 드라마 ‘열혈사제’, ‘원 더 우먼’ 등을 통해 ‘코믹퀸’으로 거듭난 이하늬는 ‘밤에 피는 꽃’ 초반부터 매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화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다. 여기에 화려한 액션연기까지 더해지며 극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촐싹 방정 코믹 연기는 역시 이하늬”, “이하늬 표 코믹은 안 질린다”, “액션신이 시원시원하다”며 호평했다. ‘세작’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멜로 장르다. 조정석은 ‘세작’에서 임금의 숙명을 타고난 한량 꽃대군 이인 역을 맡았다. 데뷔 이래 첫 임금 역할이다. 조정석은 “평소 임금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그러나 ‘세작’ 속 이인은 신분을 떠나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며 “이인 만의 강인한 성품과 위엄 있는 자태를 신경 쓰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조정석 표 멜로도 관전 요소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질투의 화신’, ‘오 나의 귀신님’, ‘최고다 이순신’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달성했는데 친근한 이미지,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만큼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더한다. 최근 공개된 ‘세작’ 티저 영상에서 조정석은 내기 바둑꾼 강희수(신세경)에게 “너는 내가 싫으냐”고 물었다. 이에 강희수가 “아닙니다”라고 답하자 곧바로 조정석은 “그럼 좋으냐”고 되물음과 동시에 애증 가득한 눈빛으로 설렘을 자극했다. 누리꾼들은 “눈빛 벌써부터 미쳤다”, “신세경, 조정석 조합 기대된다”, “역시 믿고 보는 조정석 멜로”라며 본방 사수를 기약했다.◇ 코믹vs멜로 두 드라마 모두 사극이란 장르를 기본을 끌고 가면서 ‘밤에 피는 꽃’은 코믹으로 ‘세작’은 멜로로 차별화를 꾀했다. ‘밤에 피는 꽃’은 SBS 드라마 ‘홍천기’,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장태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가 처음으로 MBC에서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 감독은 액션과 여화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쾌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액션을 위해 만화처럼 표현했다. 여화의 경우 강렬한 여성 히어로면서 허당끼와 인간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또한 과부의 멜로에 대해서는 “자칫 19금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은은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세작’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비천한 임금 이인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작(첩자)이 된 여인의 잔혹한 운명을 그린다. ‘모범형사’로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조남국 감독과 ‘왕이 된 남자’로 tvN표 웰메이드 사극 신화의 포문을 연 김선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세작’은 멜로를 중심으로, 정치와 갈등도 담아낼 예정이다. CJ ENM 관계자는 “1~2회까지는 이인(조정석)과 이선(최대훈)이 왕좌의 자리를 둘러싸고 형제의 난이 일어난다”면서 “그 이후에는 조정석과 신세경이 각각 임금과 세작으로 만나 잔혹한 운명의 서사를 멜로로 풀어낸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1.17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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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인’ 안은진 “내가 게으르면 길채가 얼마나 화가 날까 생각했죠” [IS인터뷰]

“해내기에 바빴는데 어느새 제 업이 됐네요.”안은진은 올해를 가장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배우 중 한명일 테다. 그가 여자 주인공 길채 역을 맡은 MBC 드라마 ‘연인’은 방영 내내 화제를 모았다. 안은진에 대한 관심도 드라마틱했다. 초반에는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다가 점점 안티팬마저 사로잡아 마침내 안은진의 길채를 모두 사랑하게 만들었다. 안은진이 걸어온 길은,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다. 버티고 버티다 끝내 해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고민을 했다. 기말고사 끝나고 뮤지컬을 봤다. 너무 재밌었다. 저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부모는 처음에는 반대했다. 고2 때 한예종 예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 때 배우가 내 업이 되길” 바랐다. 부모를 설득하고 한예종에 입학했다. 김고은 이상이 박소담 김성철 등 ‘한예종 전설의 10학번’에 합류했다. 동기들보다 두각을 드러내는 건 늦었다.“그냥 매번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이번에 잘해야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했죠.”2015년 극단 차이무의 20주년 공연 ‘꼬리솜 이야기’에 합류하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복기 이성민 전혜진 김소진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했다. “학교에서도 프로젝트 할 때 낙하산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차이무 20주년 공연에 정말 운 좋게 참여하게 됐어요. 아무 것도 잘 모르던 25살이었어요. 너무 힘들었고 제가 부족한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안은진은 “그 때 제 못난 마음들이 많이 꺾였다. 그 뒤로 오디션을 보고 그 결과들에 큰 타격이 없었던 게 다 그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먼저 앞서가는 한예종 동기들에 대한 질투가 없었던 것도 그럼 마음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안은진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거고 그게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아니까 질투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럴 틈도 없었고”라며 “그저 제 눈 앞에 있는 일들을 하기에 바빴다”고 했다. 한 단편영화에서의 노력이 또 다른 작업물로 이어지고, 그 작업물이 또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진다는 걸 알기에 그저 매 순간 눈앞의 일에 충실했다. “다들 얼마나 힘들까” 싶었지만 “내가 전혀 모르는 세상이라 갈피도 안 잡혔다”고 했다. 그랬던 갈피를, 고충을, 안은진은 드라마를 찍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잡고 알게 됐다. 단역과 조연을 거쳐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나고 ‘나쁜엄마’를 거쳤다. 오디션으로 영화 ‘올빼미’와 ‘시민덕희’도 참여했다. “어느 현장에 혼자 떨어뜨려 놔도 잘 할 자신이 있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부족한 점이 뭔지도 너무 잘 알게 됐고. 다행히 좋은 분들을 계속 만나서 행운이 이어졌다고 생각해요.”그리고 ‘연인’을 만났다. 안은진은 “긴 세월에 모든 서사가 담겨 있는 사극인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대본에 있는 그대로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황진영 작가님이 길채는 강인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백성의 생명력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요. 쓰러져도 일어나는 풀 같은, 꺾이지 않는 인물이라고 하셨죠. 그 인물을 잘 표현해서 전달하고 싶었어요.”방영 초반에 쏟아진 비난과 지적에 아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터다. 안은진은 “보고 타격을 받았다”며 “전쟁을 모르던 철없던 길채가 변화하는 순간들이 계속 오기 때문에 초반에는 그렇게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초반 캐릭터를 잡기가 어려웠다. 많이 속상했는데, 감독님과 많이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더 다잡았다”고 밝혔다.“좀 더 편했으면 어땠을까, 나랑 좀 더 밀착돼 있었으면 좋았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처음에는 연기로 끝까지 닿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많았어요.”안은진에게 주연 배우에게 외모와 연기, 둘 중 어떤 게 더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단 번에 “둘 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연인’을 하면서 시청자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하게 됐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고민이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이라고 했다.안은진은 ‘연인’ 파트1 8부 엔딩 시퀀스를 가장 마음에 품었다. 장현(남궁민)의 옷을 들고 산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초혼하는 장면이다. 그는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었어다. 내 마음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장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이 캐릭터가 살아 있다면 내가 게으르게 연기하는 게 얼마나 화가 날까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경을 내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걸 연기하려면 게으르지 않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을 담으려 처음부터 노력했던 장면이었죠.”심양에서 노예 상인을 거쳐 장현과 다시 만난 장면도 그랬다. 자정이 넘어서 비로소 촬영에 들어갔다. “얼마에 날 사셨나요”라고 묻는 대사는, 몸이 힘드니 마음도 소리도 다 내려앉았는데, 현장에서 모두 같이 한 호흡으로 집중해서 만들었던 장면이다. 그렇게 동료들과 힘들고 힘들어도 하나가 되는 순간. 안은진은 그 순간들이 자신을 조금은 더 좋은 배우로 만들어줬다고 믿는다. 그 믿음에 보답하는 게 자신의 몫이라 믿는다.안은진이 남궁민을 존경하는 이유기도 하다. “남궁민 선배는 정말 완벽주의자예요. 하나하나 다 체크를 하는데, 방송을 보면 그게 다 맞아떨어지는거예요. 한 장면을 연기할 때부터 이렇게 표현하고 저렇게 표현하면서 감독님에게 어떤 걸 쓰겠느냐며 저는 이게 이런저런 이유로 더 좋은 것 같긴 하다고 해요. 배우로서 준비하고 집중하고 노력하는 그 태도를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근 1년을 촬영했으니 안은진도 제작진처럼 ‘연인’ 파트2 결말이 원래대로 더 풍성한 이야기가 들어가길 바랐다. 대본상으로는 원래 10년 후의 이야기였던 터다. 그간 홀로 잘 살아온 길채의 여정을 통해 모든 주요 등장인물들의 엔딩이 그려지고, 비로소 길채가 장현과 해후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었다. 은애(이다인)는 죄책감에 목을 매려 했던 연준(이학주)과 이혼을 했으나 다시 만나게 되고, 광인이 됐던 량음(김윤우)은 길채 덕에 지하에서 나온다. 동행을 권했지만 량음은 노래를 부르고 홀로 떠난다. 각화(이청아)는 다른 사람과 아이 낳고 잘 살고. 그 여정에서 길채는 조금씩 장현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를 찾아가고, 장현 역시 길채를 찾아오면서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 모든 걸 다 담고 있는 대본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좋은 공연의 에필로그를 보는 것 같았죠. 그래도 살아가는 이야기,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야기였어요. 저도 그런데 제작진은 얼마나 마지막을 더 잘 그리고 싶었겠어요. 그래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많은 분들이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안은진은 2024년에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촬영한 순서로는 첫 상업영화인 ‘시민덕희’로 관객과 만나고, 김은숙 작가의 신작 ‘다 이루어질지니’ 촬영에 들어간다. “당장 눈앞에 있는 걸 잘하자고 버텨 왔는데 어느새 배우가 제 업이 됐어요. 열심히 오래 하고 싶어요. ‘서울의 봄’을 보면서 남자배우들이 너무 부럽더라구요.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좋은 작품들을 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선배님들이 길을 만들고 걸어가시는 것처럼 저 역시 열심히 노력해서 오래 좋은 배우로 일하고 싶어요.”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12.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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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요즘 뭐 봐?]‘운수 오진 날’, 이성민과 유연석의 연기변신 돋보이는 명작 스릴러

운수 좋은 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최악의 날이었다는 반전과 역설의 서사는 우리에게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로 익숙하다. 그날 따라 유독 손님이 많아 운수대통한 줄 알았던 인력거꾼 김첨지가, 늘 배곯던 아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설렁탕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차가운 시신으로 변한 아내를 발견한다는 이야기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운수 오진 날’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소설을 모티브로 가져왔다. 돼지가 떼로 몰려드는 꿈을 꾼 택시운전기사 오택(이성민)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운수 좋은 하루를 보내는 듯싶었지만, 묵포까지 거액의 택시비를 제안한 장거리 손님을 태우면서 최악의 하루를 맞게 된다. 알고 보니 그가 연쇄살인범이었던 것이다. 인력거 대신 택시로 소재를 바꿔 운수 좋은 줄 알았지만 정반대의 하루를 맞이하게 된 상황은 ‘운수 좋은 날’과 그 반전의 서사가 비슷하지만, ‘운수 오진 날’은 그 택시에 연쇄살인범을 태우면서 완전히 다른 스릴러로 변신한다. 농담처럼 혹은 타인의 이야기처럼 살인의 뉘앙스를 풍겨대던 이 금혁수(유연석)라는 인물은 급기야 본색을 드러낸다. 제 손을 칼로 그으며 자신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오택에게 보여주더니, 이젠 대놓고 자신이 살인자라는 걸 자랑하듯 늘어놓는다. 공포에 질린 오택은 지나는 차량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건 이 살인마가 얼마나 잔혹한가를 직접 목도하게 될 뿐 지옥의 밤은 끝나지 않는다. ‘운수 오진 날’은 바로 이 스릴러의 맛을 극대화했다. 택시를 타고 서울에서 묵포라는 지방까지 달려 나가는 그 한 흐름 속에서 오택과 연쇄살인범 사이에 벌어지는 공포와 긴장을 끊임없는 극적 상황으로 전개한다. 사실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것도 여러 인물이 아닌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란 단조로울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연쇄살인범이 이야기하는 옛 사건들과 오택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들이 겹쳐지고, 두 사람이 대결하는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예기치 못한 전개들이 더해지면서 ‘논스톱 스릴러’의 맛을 보여준다. 여기에 원작 웹툰에는 없는 황순규(이정은)라는 피해자의 엄마가 등장하면서 스릴러는 추격전의 서사를 더해 입체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이미 전편이 공개된 ‘운수 오진 날’은 파트1과 파트2로 나뉘어 방영됐다. 그건 파트1과 파트2의 스토리가 사뭇 다른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파트1이 오택과 연쇄살인범 그리고 황순규의 쫓고 쫓기다 결국 연쇄살인범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 피해자들의 양상을 다루고 있다면, 파트2는 모든 게 다 끝나버린 듯한 절망의 밑바닥에서 연쇄살인범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오택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래서 파트1 6부작이 더 이상 파트2의 이야기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숨 쉴 틈 없는 전개를 보여준 후에도, 파트2 4부작의 동력은 멈추지 않는다. 다 보고 나면 10부작이 이토록 밀도있는 스릴러로 그려질 수 있다는 게 놀랍게 느껴질 정도다. 이게 가능해진 건, 전체 10부작을 관망하는 스토리를 애초 꼼꼼하게 짜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부분에 짧게 등장했던 어떤 장면은 뒷부분에 그 진짜 의미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소름돋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10부작의 논스톱 스릴러를 숨 쉴 틈 없는 쫄깃함으로 채운 건 연기자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형사록’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이성민은 이 작품에서는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겁 많고 정 많은 소시민 역할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또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그 선하디 선한 눈매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유연석은 이 작품에서는 눈을 쳐다보기도 끔찍한 연쇄살인마의 섬뜩함을 연기해낸다. 여기에 아들의 죽음을 비통해하며 연쇄살인범을 끝까지 추적하는 이정은의 슬프기까지 한 모성애 연기가 더해져 ‘운수 오진 날’은 제목처럼 ‘오진’ 연기의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과연 진짜 인간다운 것은 무엇인가. 잘 살고 못 사는 것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판단되고 그것은 타고난 팔자이고 운수라 여기는 세상이지만, 진짜 가치는 그 가운데에서도 어떤 인간적인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드라마는 스릴러를 빌어 에둘러 말하고 있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3.12.1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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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X신현빈이 그려내는 소리없는 멜로 [종합]

“11년 만에 멜로로 돌아와서 설레면서도 대중에게 어떻게 비칠까 궁금한 마음도 있습니다.”배우 정우성이 11년 만에 멜로 드라마로 돌아온다.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통해서다.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지니 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김윤진 감독과 배우 정우성, 신현빈이 참석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다. 정우성이 JTBC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로맨스다. 정우성은 “11년 만에 로맨스로 돌아오게 돼서 대중이 기대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저 역시도 설레는 마음과 동시에 어떻게 비쳐질지 조심스러운 궁금증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선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 ‘서울의 봄’ 흥행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이에 정우성은 “‘서울의 봄’이 응원을 받고 있어서 기쁘다. 이 열기가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서울의 봄’에서 정우성은 수도 서울을 지키기 위해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과 대립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았다. 이태신은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신념을 가진 군인으로, 군사 반란에 맞서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임무를 완수하는 강직함이 특징이다. 반면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사랑 표현에 조심스러운 청각장애인 차진우로 극과 극 인물을 연기한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과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플랫폼,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서로에게 윈윈 효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명배우 정모은을 연기하는 신현빈은 인생 처음으로 가져본 꿈을 이루기 위한 출발선에서 차진이(정우성)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연기한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신현빈이 정우성과 어떤 호흡을 그려나갈지 기대가 모인다. 신현빈은 정우성과 호흡에 대해 “처음에는 낯을 가렸는데 정우성 선배가 편안하게 잘 대해주셔서 현장 자체는 굉장히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에 정우성이 “선배가 밥은 많이 사주지 않았느냐”고 장난치자, 신현빈은 “밥 잘 사주는 예쁜 선배 그 자체였다”고 맞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두 배우 모두 ‘수화’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우성은 “수화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더라. 수화 단어가 많을 때는 헷갈리지 않으려고 집중하게 된다”면서 “수화는 평상시 우리 언어와 어순이 다르다. 그래서 어렵다. 수화에 맡게 대사를 수정하고, 그 대사를 외우는 순서로 연기를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신현빈은 “진우와 모은이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대사를 혼자 채워 나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럼에도 ‘수화’만의 묘미가 있다. 다른 드라마 보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다. 그 자체로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명배우 역할에 대해서는 “제가 지나온 모습을 보기도 했고, 제 주변 친구들을 생각하며 연기하기도 했다. 30대에 접어들어서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꿈을 찾아 떠나는 게 무모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캐릭터에 끌렸던 이유를 밝혔다. 한편 정우성과 신현빈의 케미 이외에도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풋풋하고 싱그러운 감성을 연출한 김윤진 감독과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감각적인 필력을 선보인 김민정 작가가 의기투합해 기대를 높인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이날 오후 9시 지니 TV, 지니 TV 모바일, ENA에서 첫 방송됐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1.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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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들꽃 같은 안은진, 지금까지 이런 사극 여주는 없었다③

사극 속 강인하고 발칙한 여성 캐릭터가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에서 남궁민과 함께 극을 이끄는 안은진, 이청아, 이다인이 그 주인공이다.사극은 과거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특성 때문에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리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인천하’ ‘천추태후’ ‘자명고’ ‘선덕여왕’ ‘대장금’ 등 다양한 여주인공들이 이끄는 사극들이 명맥을 이으며 큰 사랑을 받아왔다. 여기에 현대 시대상이 반영되면서 최근 사극들은 더욱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장한 채 왕위에 오르거나, 내시로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등 고정 관념을 깬 사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종영을 앞둔 MBC 드라마 ‘연인’ 역시 새로운 여성상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연인’은 안은진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안은진은 극중 사대부 집안 딸 유길채로 분해 인생 캐릭터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유길채는 능군리에서 곱게 자란 애기씨다. 병자호란을 겪고 포로로 잡혀가면서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캐릭터다. 과거 많은 사극 속 여성 캐릭터들이 남성에게 순종적이고 지고지순한 모습을 미덕으로 그려졌다면 유길채는 전혀 다르다. 위기 상황 속에서 기지를 발휘해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고 사랑 앞에서 솔직하고 당당하다.유길채 캐릭터는 안은진을 만나 더 빛을 발했다. 안은진은 병자호란 이후 포로가 된 길채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도도하고 귀여웠던 초반의 모습부터 들꽃처럼 강인해지는 모습까지 한 여성의 변화를 심도 있게 표현해냈다. 특히 이장현 역 남궁민과의 절절한 사랑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 추민하, ‘나쁜엄마’ 이미주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라 더 주목받았다. 방송 초반 불거졌던 미스 캐스팅 논란을 순식간에 잠재우고 대체불가한 여배우로 떠올랐다. 안은진 외에도 이청아, 이다인의 활약도 돋보인다. 이청아는 과거 사극 속 여성 캐릭터에 가장 근접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청아가 연기한 각화는 청나라의 황녀. 이장현(남궁민)의 마음을 갖기 위해 유길채를 견제하고 질투하고 심지어 살해하려고 한다. 이청아는 이장현을 집착하는 각화를 악독스럽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고 있다. 전형적인 역이지만, 이청아가 훌륭히 소화하면서 캐릭터가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다인은 길채 친구 경은애를 연기했다. 은애 역시 포로로 잡혀간 길채를 직접 구하겠다고 나설 만큼 주체적이고 강인한 캐릭터다.“사극에서 여성의 주체성은 분명 한계가 있어요. 한계를 어디까지 넘을 수 있는지 매번 시험받는 기분이었죠.”‘옷소매 붉은 끝동’을 연출한 정지인 PD는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PD의 말처럼 사극에서 주체적인 여성을 그려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정 관념과의 싸움이기도 한 탓이다. ‘연인’은 그 한계를 잘 넘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제 시대가 바뀌지 않았나. ‘연인’에서 안은진은 결코 남궁민에게 밀리지 않는 활약을 보여준다”며 “방송가가 여성 캐릭터의 활약을 원하는 대중의 반응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연인’ 이후에도 여성을 앞세운 사극들이 활발히 제작될 예정이다. 내년에 티빙에서 전종서 주연의 새 시리즈 ‘우씨왕후’가 공개되고, IHQ는 소헌왕후, 문정왕후 등 조선 왕비를 주인공으로 한 100부작 사극 ‘조선왕비열전’ 제작을 준비 중이다. 다음 사극 속 여성은 또 어떤 모습일까. ‘연인’에서 빛난 사극 속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기대된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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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연인’ 과거로 현실을 배우게 하다

조선의 왕 인조가 인기다. 인조는 결코 인기를 얻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러니 인조가 아니라 사실은 ‘인조의 시대’가 인기라는 얘기다. 인조는 조선 27대 왕 중에서 가장 못나고 비열하며 정통에서도 어긋난 임금이었다. 서울 인왕산 뒤 냇가인 홍제천에서 칼을 씻고(이후 세검정을 지었다) 산을 타고 넘어가 창덕궁의 광해군을 끌어 내린 후 스스로 왕이 된 인물이다. 당시 이름은 능양군. 광해군은 자신의 이복 삼촌이었다. 그렇게 왕이 된 인조는 병자호란으로 청에게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청에 볼모로 잡혀 갔다 돌아 온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를 시기해 그를 독살했다는 설이 지금까지 파다하다. 청에 끌려갔던 수많은 여자들을 두고는 몸이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양반 가문의 여자인 경우 호적에 올리지 못하게 하다가 홍제천에서 몸을 씻으면 다시 집안에 받아 들이게 하는 기행 정치를 하기도 했다. 그때 나온 말이 환향녀(還鄕女)이지만 이 시대 이후로 화냥년이란 비속어가 됐다. 그러니 인조는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임금이 아니다.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영화와 TV드라마는 비극과 비운, 재앙과 음모를 먹고 자란다. 인조의 얘기는 만들어질 때마다 기이하게도 큰 인기를 모은다. 황동혁 감독이 만든 영화 ‘남한산성’이 그랬고 안태진 감독의 영화 ‘올빼미’는 2022년 코로나 후유증이 아직 채 가시기 전임에도 332만명을 모으며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듯 했던 인조시대의 열풍을 요즘 MBC드라마 ‘연인’이 다시 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12%대를 기록하며 안방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연인’의 강점은 캐릭터이다. 등장인물들과 그 역을 해내는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남궁민은 얄미운 캐릭터를 얄미울 정도의 연기력으로 능수능란하게 그렸다. 안은진은 새삼스러운 발견이다. 영화 ‘올빼미’에서 악독한 소용 조씨(인조의 후궁) 역을 맡았을 때 그를 눈에 두지는 못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나왔지만 이번처럼 메인 타이틀 롤은 아니었다. 그러니 ‘연인’은 안은진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이 했던 최명길 역은 김태훈이 맡았다. 사극이 거의 처음인 배우인 만큼 시청자들로서는 또 다른 재발견의 연기자인 셈이다. 문성근의 괴력 같은 연기도 이 드라마의 화제성을 올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문성근은 디즈니플러스 ‘무빙’을 비롯해 줄기찬 악역 혹은 개성있는 배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쇳소리가 나는 낮은 보이스가 그의 연기의 장점이다. 극작가 황진영이 써내는 발군의 대본은 이 드라마를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만들었다. TV드라마가 빠지기 쉬운 궁중 암투극의 상투성을 넘어서 인조시대의 암운, 조선이라는 거대한 체제와 시대에까지 시청자들을 단숨에 호흡하게 만든다. 조선시대라는 거대 담론에다 한편으로 전쟁과 비정상의 통치 체제를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의 러브 스토리를 적절하게 오가는 리듬감이 매우 뛰어나다. 지칠 만 하면 두 남녀의 연애담이 펼쳐지고 손발이 오그라들 때쯤엔 다시 청과 조선, 조선의 궁중 권력 다툼으로 화면을 재배치 한다. 기본적으로 작가 황진영의 역사관이 잘 정제돼 있는 것으로 보이며 과거의 시대를 추상이 아니라 특정 인물과 민중으로 사고하는 식의 구체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인’의 인기는 격변의 시대가 낳은 극적인 에피소드 때문만이 아니라, 그리고 두 남녀가 보여주는 달콤하고 애달픈 사랑 이야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두 가지가 뒤엉켜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는 변증법적 서사 구조 때문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인’의 인기는 다분히 사회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사람들 각자가 느끼는 시대정신이라는 키워드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역사 드라마가 지니는 요체 중의 요체이다. 과거는 미래이고 미래는 과거이다. 사람들은 지금 이 드라마를 통해 크나 큰 혼란기를 겪을 때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를 보고 싶어 하는 셈이다. 적어도 드라마를 보면서 위안과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허구가 현실을 이기고 가상이 진짜를 앞선다. 허구의 드라마 한편이 우리 사회 현실의 답을 찾고 있다. ‘연인’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다. 좋은 드라마란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11.16 06:05
드라마

[RE스타] “단단한 연기 내공” 안은진, ‘연인’ 통해 입증한 성장 가능성

재조명, RE(Re examination). 일이나 사물의 가치를 다시 들추어 살펴본다는 이 말을 스타에 대입해 보려 합니다. 아니, 스타보다는 한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군요. TV·영화·연극·뮤지컬·OTT·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한 인물 중 왠지 모르게 자꾸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소개하려 합니다. 리(re)스타? 이 스타! <편집자주> “사극 여성상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연기에 대한 그의 내공이 단단하다는 걸 보여주는 확실한 작품입니다.”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MBC 금토드라마 ‘연인’과 작품을 이끄는 안은진에 대해 29일 이 같이 말했다. 안은진은 확실히 ‘연인’을 통해 한 단계 성장 중이다. 김 평론가는 “안은진은 연기 폭이 넓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내면 연기가 굉장히 강하다”며 “연기는 내적 연기를 할 때 발굴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데 안은진이 ‘연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고 평했다.안은진은 ‘연인’에서 여자 주인공 유길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유길채는 곱게 자란 양가댁 애기씨였지만 병자호란을 겪고 진정한 사랑을 하면서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안은진은 ‘연인’에서 애절한 멜로부터 당차고 강한 생명력까지 보여주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안은진 연기가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건 이번 드라마에서 전달하는 깊은 감정이 이렇듯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기 때문이다. ‘연인’의 홍석우 EP는 “능군리 애기씨부터 청나라 포로까지 유길채는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다. 유길채가 보여주는 도발적인 행동도 안은진의 연기가 입혀지며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특히 파트2에서는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가는 고초를 겪는 가운데서도 강인한 생의 의지를 이어가는 모습을 강렬하게 잘 표현했다. 유길채가 ‘그냥, 멋있는 사람’일 수 있는 건 온전히 안은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은진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건 2020~2021년 방영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때부터다. 안은진은 차분하면서도 당찬, 2년차 레지던트를 연기했다. 실제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자연스러운 안은진의 연기는 그의 다음 행보를 궁금케 할 정도로 매력 가득했다. 이후 안은진은 지난 6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쁜엄마’를 통해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연인’ 역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안은진은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발표한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조사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할 만큼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급성장 중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사극은 특수한 장르로 젊은 배우들에게 쉽지 않은 분야다. 그런 점에서 안은진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연기 훈련이 잘 내제화 돼 있는 배우”라며 “어느 때보다도 (안은진의) 연말 시상식 수상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안은진은 ‘연인’을 남궁민과 함께 두 축으로 이끌면서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고 있다. 시청자들은 “안은진은 예쁜 척 하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그 자체인 것 같아 좋다”, “연기 딕션이 너무 좋다”며 칭찬 일색이다.안은진이 ‘연인’으로 입증한 성장 가능성을 어디까지 높일지 기대된다. 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 2023.10.29 13:36
연예일반

‘오늘도 사랑스럽개-> 국민사형투표’ 주1 회 편성, 득일까 독일까

최근 방송가에서는 주 1회 편성을 한 드라마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차은우 주연의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와 박해진, 임지연, 박성웅 주연의 SBS ‘국민사형투표’가 그렇다. 두 드라마 모두 원작을 웹툰으로 하기 때문에 초반 시청자 유입이 쉽다는 점 그리고 화려한 배우들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청률은 미미했다. 과연 주1회 편성은 득일까 실일까.지난 11일 첫 방송한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시청률 2.2%로 시작했지만, 최근 1.9%까지 하락했다. 이 드라마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와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남자가 만나며 그려지는 로맨스다. ‘얼굴 천재’ 차은우와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로 스타덤에 오른 박규영을 앞세웠음에도 아쉬운 성적이다. 상황은 ‘국민사형투표’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시작한 ‘국민사형투표’는 박해진, 임지연, 박성웅 등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이 의기투합하면서 초반 화제 모으기에 성공했다. 스토리도 탄탄했다. 악질범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정체미상 개탈을 추적하는 형사극. 원작 웹툰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임지연 캐릭터를 남자에서 여자로 각색하는 등 흥미를 높였다. 그러나 시청률은 갈수록 하락세다. 4.1%의 무난한 시청률로 시작한 ‘국민사형투표’는 최신 방송에서 2.7%로 자체 최저를 찍었다. 특히 ‘국민사형투표’는 중간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계여파로 결방되면서 2주에 한 번 방송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국민사형투표’ 아직도 하고 있느냐”며 놀라 하는 반응도 있다. 드라마가 아무리 기다리는 맛이라지만, 주 1회 편성은 시청자 입장에서 전혀 ‘득’ 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드라마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 몰입도를 낮출 뿐이다. 현재 지상파 3사는 사실상 수목극을 폐지한 상황이다. 그나마 일일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매주 만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시청률이 예전만 못하다. 대신 계속해서 새로운 예능을 론칭하면서 드라마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추세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서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해도 OTT와 경쟁에서 밀리면서 시청률이 저조하다”며 “그래서 비교적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는 예능을 제작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3사가 예전보다 힘을 못쓰게 되면서 사실상 수목극 폐지는 예견된 일이다. 주 1회 편성은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사들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주1회 편성은 제작비 절감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 1회 편성이 실패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목요일에 방영됐지만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은 주1회 편성 성공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아 보이는 상황.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주 1회 편성은 사정이 어려워진 방송사들이 꺼낸 ‘최후의 카드’와 같은 것이다. 즉 장점이 많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라며 “특히 새로 론칭한 드라마는 초반 3회까지 빌드업을 쌓고 몰입도를 높여야 하는데, 주 1회 편성은 전혀 득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주 1회 편성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이를 기다리는 시청자들도 애가 타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김헌식평론가는 “재방송을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 중간에 텀이 긴 만큼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대한 감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인 자극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0.2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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