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현장에서] '이대로 끝낼 수 없다' 달라진 전북, 다시 시작된 우승 경쟁
아흔 아홉 번째 '현대가 더비'의 승자, 전북 현대가 울산 현대를 무너뜨리며 우승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전북은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21라운드 울산과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3경기 연속 무패(1무2패)를 탈출한 전북은 14승3무4패(승점45)가 돼 1위 울산(14승5무2패·승점47)에 승점 2점 차로 따라 붙었다. 두 팀의 우승 경쟁이 재점화되는 순간이었다. '승점 6점짜리' 경기라는 말로도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이 한 경기가 갖는 의미는 컸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며 부진의 늪에 빠진 전북은 울산과 더이상 격차를 벌리지 않기 위해 이 경기 승리가 절실했고, 전북이 주춤한 사이 도망칠 기회를 잡았으나 2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친 울산 역시 15년 만의 우승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다. 두 팀이 품고 나선 절박함과 다르게, 선제골은 다소 허무하게 터졌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뒤 불과 1분 만에, 바로우가 골문 앞으로 밀어준 땅볼 크로스가 정면으로 쇄도하던 김보경과 오른쪽 측면에서 달려들던 한교원의 압박 속에서 그대로 울산의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1-0, 전북의 리드였다. 너무 이른 시간에 리드를 내준 울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니오 대신 선발로 나선 박정인이 전반 12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전북 골문을 위협해봤으나 득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김도훈 감독은 전반 27분 빠르게 첫 번째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22세 이하(U-22) 자원인 박정인을 빼고 주니오를 투입한 울산은 전반 종료 직전 매섭게 전북을 몰아쳤다. 그러나 신진호의 슈팅이 홍정호를 맞고 나가고, 불투이스의 슈팅은 송범근에게 가로막히면서 동점골 없이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1-0으로 시작한 후반, 전북은 이용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작으로 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11분 좋은 위치에서 쿠니모토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오른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크게 넘어가 아쉬움을 삼켰던 전북은 후반 17분 끝내 추가골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쿠니모토가 바로우에게 이어준 패스를 기점으로, 바로우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문전으로 쇄도하던 한교원에게 패스를 이어줬다. 한교원은 왼발로 침착하게 공을 밀어 넣으며 추가골을 터뜨렸고 스코어는 2-0으로 벌어졌다. 전북의 승리를 결정짓는 쐐기골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얻어낸 울산이 주니오의 골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이날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선발 명단에서 조규성, 이성윤 등 U-22 선수를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교체 카드 한 장을 버리면서까지 상대를 확실히 잡겠다는 모라이스 감독의 의지였다. 경기 내내 울산에 맞춘 전술로 상대를 괴롭혔고, 윤빛가람과 이청용 등 울산의 주축 선수들을 꽁꽁 묶으면서 지난 세 경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승리를 챙겼다. 반면 울산은 전북을 상대로 신중하게 나섰다가 다시 한 번 패배의 아픔을 맛보고 말았다. 올 시즌 울산이 당한 2패 모두 전북전이라는 점이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맞대결,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우승 경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전주=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9.15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