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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가족’ 양우석 감독 “압도적 화두=가족, ‘강철비’보다 전쟁같아” [인터뷰④]

양우석 감독이 가족 코미디 도전 배경을 밝혔다.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영화 ‘대가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이날 양 감독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화두는 가족이다. 전세계가 대한민국 출산률을 보면 비명을 지를 정도다”라며 “한두 세대 안에 가족 형태, 규모, 의미가 달라진 것은 인류학적으로 없는 사례다. 천년 단위로 바뀌어야 할 일이 한국에선 단기간에 벌어지니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왜 이런일이 벌어졌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번 작품에 대해 “20세기와 21세기가 혼재된 2000년을 배경으로 두 세기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이야기다. 가족 해체 위기 앞에서 가족이 정말 필요한 아이들, 가족과 인연을 끊은 사람, 그리고 전쟁을 겪어 가족을 꾸리려 정말 노력했던 사람까지 이 셋이 치열하게 가족에 대한 욕망과 결핍을 부딪치는 이야기라서 제게는 ‘강철비’보다 전쟁 같은 이야기다”라고 소개했다. 전작 ‘변호인’과 ‘강철비’ 시리즈와 달리 가족 코미디 장르를 택한 것을 두고서는 “제게는 결이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한 것”이라며 “치열하게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찍었다. 관객들이 보시는 장르는 코믹 가족 휴먼 드라마지만 저는 성장드라마라고 봤다”라고 밝혔다. 한편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가족 코미디다. 오는 11일 개봉.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2.04 14:31
스타

지드래곤 “믿어 주는 존재 없어서 힘들어”… 저스피스 재단, 창립식 성료

지드래곤이 명예 이사장을 맡는 재단 ‘저스피스 재단’(JusPeace Foundation)이 5일 오후 4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IFC에서 창립행사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이날 행사에는 저스피스 재단 이사장 최용호(갤럭시코퍼레이션 최고행복책임자), 재단 대표이사 오희영, 재단 이사 이승섭(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 공과대학 교수), 안진훈(MSC브레인컨설팅그룹 대표), 재단 감사 조원희(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 안영노(갤럭시코퍼레이션 이사), 지드래곤 대리인으로 고문 변호사 김수현을 비롯해 재단의 공익사업과 기부 모금, 대외홍보 등에 동행해나갈 각계의 전문가들 50여 명이 참석했다.석종훈 갤럭시코퍼레이션 고문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재단 이사장이자 지드래곤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최고행복책임자의 개회사로 시작해 ▲ 오희영 저스피스 재단 대표이사의 재단 사업 소개 ▲ 재단 감사 겸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 조원희 변호사가 ‘창작자와 지적재산권 선용’ 발표 ▲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 ‘저스피스가 나아갈 길, 어떤 평화인가’ 발표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최용호 CHO는 “지드래곤은 정의(Justice) 평화(Peace)를 합친 저스피스(JusPeace)라는 메시지가 지금 세상에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재단을 설립하고자 했다” 등의 재단 설립 취지로 이야기를 이어갔다.그러면서 “지드래곤과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엔터테인먼트가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혁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불가능한 꿈을 이루어내려는 탐험가들”이라며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지드래곤이 재단을 통해 공익에 이바지하는 기품 있는 아티스트가 되도록 함께 하겠다. 명품 아티스트 지드래곤의 품격에 맞는 활동이 펼쳐질 것이라 믿고, 아티스트가 예술가를 넘어서 대중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오희영 저스피스 재단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통해 설립을 예고한 이후, 올해 1월부터 자문회의와 전문가 면담, 분야별 대담, 사업 준비 등을 거쳤다”라며 “저스피스 재단은 그간 이 사회에 꼭 필요하면서도 다른 조직이 다루지 않는 구체적인 분야를 정해 공익사업을 펼치기 위해 숙고해왔다”라고 설립 과정을 전했다.또한 “창의적인 인재들의 양성과 직결되는 저작권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목적을 가지고, 다른 한편으로 예술적 재능을 통한 사회 기여를 목적으로 삼을 예정”이라며 ▲ 저작권의 공익적 활용 ▲ 창의적인 예술 인재의 후원 ▲ 공익활동을 실천하는 창작자들의 지원 ▲ 예술치유와 예술을 통한 마음 건강 ▲ 청소년 마약 중독자에 대한 음악적 치료 지원 등 재단의 구체적인 사업들을 설명했다.재단 감사 겸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 조원희 변호사는 ‘창작자와 지적재산권 선용’에 대해 발표하며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한 저작권 환경 변화들을 보면서, 저스피스 재단과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과 창작자에 관한 새로운 모색을 이어나갈 것이라 믿는”라며 “창작자도 기부 문화와 건강한 창작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문화와 예술, 음악이 공동체성과 변화, 치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스피스 재단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저스피스가 나아갈 길, 어떤 평화인가’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른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지드래곤이 이러한 멋진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떠올린 사람이 동물학자 겸 인류학자 ‘제인 구달’ 선생이었다”라며 “지드래곤은 제인 구달 못지않게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진 분이다.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인간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계속 공헌해주길 바란다”라고 덕담을 건넸다.‘저스피스’라는 재단 이름에 대해서 최재천 교수는 "참 잘 만든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정의와 평화, 굉장히 멋있는 조합이다. 평화가 목적이고 정의는 평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 내지는 방법, 철학일 것이다. ‘평화를 구축해내기 위해서 정의로워야 한다’라는 목표를 참 잘 세운 것 같다”라며 “키가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똑같은 높이의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공평’한 정도다. 평화로운 사회가 되려면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조금 높은 의자를 드리고, 키가 큰 사람에게는 조금 낮은 의자를 드려도 되는 그런 사회가 돼야 모든 사람이 기회를 공정하게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재단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정의(Justice)와 평화(Peace)를 합쳐, 저스피스(JusPeace)로 재단의 이름을 직접 정한 지드래곤은 “거창하고 큰 의미의 정의가 아니더라도, 억울하고 오해가 바로잡아지는 것이 우리 생활 속에서 정의라고 할 수 있다”라며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많고, 그럴 때 끝까지 믿어주고 옆에 있어 주는 존재가 필요하지만, 그런 존재가 없어서 사람들은 더 힘들어한다”라고 재단 설립 계기를 전했다.또한 “아티스트는 단순히 예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행복도 주고 평화도 주는 삶을 살 수 있다. 음악으로 세상에 사랑과 평화를 주는 것을 넘어, 저스피스 재단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돕겠다”라고 앞으로 재단 활동 계획을 밝혔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8.06 18:12
연예일반

[오동진 영화만사] 대중이 추앙하는 영화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믿기지 않겠지만 24일 ‘범죄도시4’가 개봉되기 직전까지 전국 극장가에 개봉 중인 영화는 모두 48편이었다. ‘파묘’와 ‘듄2’가 여전히 상영 중이며 ‘쿵푸팬더4’가 1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댓글 부대’도 있었고 ‘고질라X콩:뉴 엠파이어’ 같은 괴수 영화도 있었으며 아카데미 수상작들이나 후보작이었던 ‘추락의 해부’나 ‘가여운 것들’ ‘패스트 라이브즈’도 찾아 보려면 어떻게든 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48편. 이 영화들이 ‘범죄도시4’의 개봉으로 순식간에 많이들, 거의 사라졌다.그중 아까운 작품들은 ‘라스트 썸머’나 ‘골드 핑거’ ‘마더스’같은 영화들이다. 다분히 애매한 작품들로 분류되는 작품들이다. 이탈리아 영화 ‘키메라’나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처럼 확실한 영화들은 그나마 예술영화관에서,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형국이긴 해도, 살아 남아 있다. 예술영화라고 하기에 이래저래 사이즈가 좀 있거나 메이저 배급사가 담당하는 영화들은 ‘범죄도시4’같은 빅 샷 영화가 나오면 여지없이 종적을 감추게 된다. 스크린 수가 절멸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상영 시간대가 거의 조조나 심야에 걸리는, 형식적인 상영 수준으로 유지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 수입배급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 준다. 할리우드 배급사가 국내에 직접 배급하는 작품들이 아니면 거의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라스트 썸머’처럼 도발적인 작품은 이제 숨 쉴 공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만든 프랑스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은 2000년 ‘로망스’란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당시 한국에서는 서울 종로코아아트홀을 중심으로 한 단관 극장에서 개봉돼 문화적 충격파를 일으켰다. 영화 속에서 언시뮬레이티드 섹스, 곧 리얼 섹스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극장가가 크게 들썩였다. 2000년을 전후해 일어났던 이른바 ‘뉴 코리안 시네마’의 흐름(홍상수 이창동 박찬욱 등으로 이어지던)은 이런 외화의 붐이 일조했던 측면이 크다. 무려 20 여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한번씩 뒤돌아봐야 하는 이슈다. 영화가 도발성을 잃거나 미래세대를 위한 공격적이면서도 의도된 일탈 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고, 전위적이고 기성 파괴적인 무엇인 가를 해내는 도전성을 상실하면 그 나라 영화 문화는 식상함의 원천이 되고 만다. 카트린느 브레야의 이번 새 영화 ‘라스트 썸머’는 의사(擬似) 근친상간을 소재로 다루되 흔히 지금의 사회가 얘기하는 도덕적 근간과 그 기준점을 상당 부분 이동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걸 ‘기준점 이동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영화나 이런 소설, 이런 창작품이 많아지면 사회적 윤리의 기준점이 어느 정도 이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매우 논쟁적이긴 하겠으나 분명한 것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시키기는 한다는 것이다. 인간사, 세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이며 변화하지 않는 사회는 오래 가지 못한다. 따라서 영화와 문화는 일탈의 행위를 강행해서라도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문화인류학자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라스트 썸머’는 5000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한국 사회가 변화를 멈추고 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또 다른 개봉영화였던 ‘마더스’ 같은 영화가 어느 정도 인정받는 수준이냐 아니냐는 것은, 그 나라 영화 문화가 고전에 대한 존중감이 있느냐 아니면 아주 찰나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냐를 가늠하는 것이었다. ‘마더스’는 리메이크 영화다. 프랑스 올리비에 마셰-드파스가 만든 2018년 영화 ‘마더스 인스팅트’가 오리지널이다. 그걸 ‘시클로’ 등을 찍었던 촬영감독 출신의 브누아 들롬 감독이 다시 만들었지만 영화를 잘 들여다 보고 있으면 1955년에 앙리 조르주 클루조가 만든 걸작 스릴러 ‘디아볼릭’의 여러 분위기 톤, 흔히 얘기하는 미쟝센이 많이 닮아 있는 작품이다. ‘디아볼릭’은 1974년 존 바담 감독이 ‘애증의 덫’이란 작품으로, 1996년 제레미아 체칙 감독이 같은 제목의 ‘디아볼릭’으로 연속해서 만들었다. 이 영화들처럼 ‘마더스’ 역시 중산층 가정의 위기나 진보적 가치를 지닌 지식인 세대의 퇴행적 음모와 갈등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런 영화가 안되고 외면 받았다는 것은 그 사회의 영화 문화가 끊임없이, 그리고 점차로 하향평준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대중이 마음껏 즐기는 영화는 항상 존재해야 한다. 대중은 위로 받아야 하며 고된 노동에서 중간중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요한 존재 이유다. 그러나 가끔은, 아니 그같은 전반적 주조의 한 켠에서, 대중이 추앙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영화 지식인들의 해석과 번역이 필요한 작품들이 보란 듯이 존재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영화 존재의 당위적 항목이다. 예술영화관, 작은 영화관의 상영작들이 기억되고 끈기 있게 소환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아마 예술영화관 지원금이 모두 끊겼다고 한다.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참 걱정스러운 일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4.25 06: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대한민국 2등 전략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단골로 다니는 보리밥집이 있었습니다.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 등 나물에다 청국장을 끼얹어 척척 비벼 먹는 집이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홍도식당.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해 있는 섬입니다. 홍도식당의 문을 열 때마다 우리는 먼먼 남도에서 서울에까지 올라온 토속 음식을 맛본다는 기대감에 살짝 흥분이 되곤 하였습니다.어느 날 주인 내외와 조금 길게 말을 나누게 되었습니다.“홍도에서 언제 올라온 거에요?”“우리 홍도 아녀.”“가게 이름이 홍도….”“여기는 전라도 지명을 붙여야 장사가 잘돼.”“그러면, 고향이…?”“경남 합천.”우리가 속았다? 아닙니다. 홍도식당이 음식으로 우리를 속인 것은 없습니다. 보리밥에 ‘홍도 스타일’이란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홍도라는 유명 지명은 누구든 상호로 쓸 수가 있습니다. 홍도라는 명칭 덕분에 우리는 보리밥을 더 맛있게 먹었을 뿐입니다. 홍도식당의 주인이 경남 합천 출신인 줄을 알고 나서도 우리는 홍도식당에 가서 보리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tvN에서 ‘알쓸신잡’을 찍을 때였습니다. 남도 어느 도시에서 음식을 먹으며 남도음식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남도음식은 맛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맛있는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건 제가 만들어낸 말이 아닙니다.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가 말한 “생각하기 좋은 음식”을 남도음식에 적용하여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쉽게 풀이하면, 음식 그 자체보다는 그 음식을 싸고 있는 스토리가 음식 맛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그때 그 자리에서 이런 말까지 나와 다들 크게 웃었습니다. “남도에서는 라면도 맛있다니까.” 남도에서 판매되는 인스턴트 라면은 따로 제조가 되는 것일까요? 남도에서는 인스턴트 라면 끓이는 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홍도식당에 가면 보리밥이 맛있듯이 남도에 가면 라면도 맛있는 겁니다. 제 입에도 그렇습니다.뒤집어, 경상도에 가면 무조건 음식이 맛없다고 합니다. 외지인만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경상도 내부에서 스스로 그럽니다. “경상도는 맛이 없어요.” 특히 경북과 대구는 ‘자기 지역 음식 비하’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경북과 대구에 가면 저를 알아보고 이런 말을 건네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이고, 맛도 없는 우리 동네에 어떻게 오셨어요.”남도음식은 브랜드입니다. 누가 관리를 한 것도 아닌데 자리를 아주 잘 잡은 ‘대박 브랜드’입니다. 남도음식이라는 브랜드 앞에 여타 지역의 모든 음식은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남도라는 명칭의 지역적 범위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는데, 요즘은 전라남도만 남도라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경상남도에서 경남 음식의 위상을 올리고 싶다며 저를 불러 회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10여 명의 공무원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제가 한 첫마디는 이것이었습니다.“어디 가서 경상도 음식이 맛있다고 하면 욕먹습니다.”다들 와~ 하고 웃었지만, 속으로는 “우리 이거 헛일하는 거 아닌가?” 싶었을 것입니다. 이어서 “경상도 음식은 맛없다고 생각을 하니까 맛이 없는 겁니다”라는 말을 이해시키고 “맛은 음식에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려고 애를 쓰기는 했지만, 그게 짧은 회의 시간에 이게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때에 제가 드렸던 조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여러분은 절대 남도음식을 못 이깁니다. 경남 음식은 2등을 목표로 잡읍시다. 경기, 강원, 충청 등을 젖히고 2등이면, 그게 어딥니까. ‘전남만 남도냐, 경남도 남도다’는 주장을 하며 경남 음식을 남도음식 카테고리 안에다 밀어 넣는 겁니다. 전남과 경남이 요리 대결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봅시다. 물론 전남이 무조건 이기는 겁니다. 경남은 늘 2등만 하는 겁니다. 전남의 남도음식과 경쟁하여 2등을 한 경남 음식! 대한민국 2등 경남 음식! 해볼만하지 않습니까?”회의는 이날 이후로 이어지지 못했는데, 경상남도 공무원 여러분은 2등을 하기 싫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등만 기억하는 나라라서 그런가 하고 맙니다. 2024.02.29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장어요리 독립선언

“장어는 애들 도시락 반찬이었지. 옛날에 내 고향 마산에서는 다들 그 정도는 먹고 살았어.”고향 자랑을 할 때에 이런 뻥을 칩니다. 100% 뻥은 아닙니다. 말린 붕장어를 간장 양념에 졸인 반찬은 마산의 서민 음식이었습니다. 장어라고 하면 다들 가격이 제법 나가는 뱀장어를 떠올리니까 이런 장난이 가능합니다. 그때의 도시락 반찬이 붕장어조림이었다고 실토를 하고 나서 저는 다시 토를 답니다.“뱀장어가 맛있다고 하지만 내 입에는 붕장어가 나아. 붕장어가 싸니까 맛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아. 붕장어를 제대로 못 먹어봐서 그래.”우리가 먹는 장어에는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가 있습니다. 먹장어(꼼장어)는 어류가 아니라 원구류라고, 이들과 계통이 다릅니다.뱀장어는 민물장어로 불립니다. 이 장어는 바다에서 산란을 합니다. 바다에서 부화한 실뱀장어가 어미가 살던 모천으로 회귀해 민물에서 내내 삽니다. 자연산 뱀장어는 귀하고 대부분 양식 뱀장어를 우리가 먹습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장어가 이 뱀장어입니다.아, 아닙니다. 일본인은 바다에서 사는 갯장어도 좋아합니다. 여름 계절 음식으로 갯장어를 먹습니다. 유비끼라고, 토막을 낸 갯장어 살에다 자잘한 칼집을 넣어 살짝 데쳐서 먹습니다. 전남 고흥의 갯장어가 맛있다고 일본에도 소문이 나 있습니다.붕장어는 횟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그 장어입니다. 붕장어회는 잘게 채를 썰어서 기름을 꽉 짜낸 것이라 볼품이 없습니다. 비리지 않고 고소하니까 생선회 입문자를 위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번져 있습니다. 일본말로 뱀장어는 우나기, 갯장어는 하모, 붕장어는 아나고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는 붕장어라는 우리말을 몰랐습니다. 모두가 아나고라고 불렀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야 아나고를 붕장어라고 불러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갯장어 산지에도 저와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옛날에 다 하모라 했어요. 요즘에야 참장어니 갯장어니 하지.”우리 바다에서 나는 장어인데 왜 일본말로 부르는 일이 크게 번졌는지는 음식 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은 장어를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약으로 먹는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1893년 ‘조선통어사정’과 1908~11년 ‘조선수산지’의 기록에도 당시 조선인은 장어를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인이 장어 음식을 퍼뜨렸고, 더불어 장어를 이르는 일본말도 크게 번졌다고 추측하는 게 합리적입니다.여기서 의문이 발생합니다. 왜 우리 조상은 장어를 즐기지 않았던 것일까요. 보통은 “뱀처럼 생겨서 꺼렸다”고 설명하는데,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학문적 입장에서 보자면 장어를 먹지 않아서 장어를 꺼렸던 것이지 장어를 꺼려서 장어를 먹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색합니다. 장어의 생김새는 우리 조상이 보았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2023년 우리 조상의 후손들은 맛있게 잘 먹고 있으니까요. 우리 조상은 왜 장어를 즐기지 않았는지에 대해 여러 인문학적 상상을 서로 나누며 장어를 먹는 미식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우리 땅에 들어와 장어를 즐기면서 일본식 장어 조리법을 퍼뜨렸습니다. 우리는 이전에 장어를 즐기지 않았던 터라 일본식 장어 조리법이 아무 저항 없이 한국식 장어 조리법인 양 자리를 잡았습니다. 달고 짠 간장 양념으로 굽는 조리법이 대표적입니다.‘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금요미식회에서 반건조 붕장어를 다루었습니다. 붕장어가 가장 많이 잡혀서 가격이 싸고, 또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쫄깃한 탄력’을 가지고 있는 장어여서 선택하였습니다. 요리를 담당하는 딴지일보 김정수 기자에게 이 주문을 하였습니다. “일본식 간장 양념 조리법은 안 돼.” 그렇게 하여 장어+레몬+양파+소금+후추 조리법이 탄생하였습니다. 일제 잔재에서 벗어나려면 일제 잔재의 실체를 똑바로 아는 게 먼저입니다. 2023.05.25 07:00
해외연예

‘이병헌 절친’ 레이 스티븐슨 별세..“촬영 중 몸에 이상”

영화 ‘토르’에서 아스가르드 전사 볼스태그 역을 맡은 배우 레이 스티븐슨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58세.22일(현지시간) 레이 스티븐슨의 매니지먼트사 대변인은 “레이 스티븐슨이 지난 21일 숨을 거뒀다”고 미 현지 매체 버라이어티, 데드라인 등을 통해 밝혔다.아직 레이 스티븐슨의 사망 경위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탈 리가 일간지 라 리퍼블리카는 그가 이스키아 섬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고 몸이 아파 입원한 바 있다고 전했다.레이 스티븐슨은 1964년생으로 북아일랜드 리즈번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 드라마 배우로 활동하다 지난 2004년 할리우드 영화 ‘킹 아더’에서 원탁의 기사 역으로 출연했다. 이후 마블의 ‘퍼니셔:워 존’에서 주연 퍼니셔를 맡았고 ‘토르’ 시리즈에서 아스가르드 전사 볼스태그를 연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한국 배우 이병헌과는 영화 ‘지.아이.조2’에서 만나 인연을 쌓았다. 이병헌과 이민정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만큼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레이 스티븐슨의 유족으로는 이탈리아 출신 인류학자인 아내 엘리자베타 카라치아와 세 아들이 있다.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5.23 14:07
연예일반

코로나19 다음 팬데믹은 더 강력하다?... KBS1 ‘이슈 픽’ 박한선 교수 강연

코로나19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오는 12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되는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에 생물인류학자 박한선 교수가 출연해 ‘인간과 감염병, 다음 팬데믹은 올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지난 2년여 동안 전 세계적으로 5억 명 이상의 확진자와 63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며 (2022년 6월 8일 기준) 인류를 위협한 코로나19가 최근 감소세를 보인다. 거리두기에서 일상 회복으로의 전환을 시작하며 움츠러들었던 사회 분위기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이날 박 교수는 코로나19에서 파생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개그우먼 강유미는 “2년 만에 전체회식을 잡았는데,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거냐” 라며 울상을 짓는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인류 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비극이라고 설명한다. 농업이 도입 이후 감염병이 생겼고, 인류가 농경 생활을 시작하고 가축을 기르면서 이를 매개로 감염병이 인간 사회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인간이 걸리는 감염병 중 절반 이상이 이러한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설명한다. 또 매년 1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핵 원인이 불의 사용이라는 최신 주장도 소개한다. 세균의 체내 침입량을 줄이고 영양소의 흡수율을 높인 화식(火食) 때문에 인간의 면역계가 느슨해졌다는 것. 박 교수는 코로나19가 불러온 혐오에도 주목한다. 지난 2년여 동안 SNS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 정보와 함께 확진자를 향한 혐오와 편견이 폭발적으로 퍼졌다. 방송인 홍석천은 코로나 기간 허위 소문이 퍼져 가게를 접은 소상공인이 많다며, 자영업자로서 깊이 공감하며 안타까워한다. 박 교수는 특히 코로나19가 심각한 인종 차별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때문에 미국에선 반아시안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박교수는 반아시안 증오범죄가 뉴욕에서는 무려 833%나 증가했다고 전한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19 이후 더 강력한 팬데믹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근 신종 감염병인 원숭이두창도 등장했다. 박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인류가 만든 괴물이라며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감염병 통제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 강조한다. 김다은 인턴기자 2022.06.09 16:53
연예

“과몰입할 수 있을 것”…‘다시 갈 지도’ 김지석X김신영의 이유 있는 자신감 [종합]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행 바이블이 될 ‘다시 갈 지도’가 베일을 벗었다. 채널S 오리지널 新 예능 프로그램 ‘다시 갈 지도’의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오늘(24일) 진행됐다. 기자간담회에는 ‘다시 갈 지도’에서 MC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지석과 방송인 김신영, 그리고 김수현 PD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갈 지도’는 코로나 시대에 꽉 막힌 하늘길을 뚫어줄 단 하나의 지도, 그리운 기억 속 해외여행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랜선 세계 여행 프로그램이다. 김수현 PD는 김지석과 김신영을 MC로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두 사람 다 여행에 진심이다. 김신영 씨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김지석 씨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여행을 가더라. ‘두 사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대리여행자들이 소개하는 감동과 체험을 잘 소개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김신영과 김지석은 ‘다시 갈 지도’에 MC로 함께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김신영은 “제작진 자체가 여행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사람들이라 믿음이 있었다. ‘‘배틀 트립’ 제작진들이 코로나 시국에 맞춰 여행 프로그램을 한다’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지석은 “하늘길이 닫히고 나서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코로나 시국에 랜선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선하고 획기적이라 생각해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시 갈 지도’에는 ‘배틀 트립’ 제작진이 대거 투입됐다. 김수현 PD는 기존 여행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을 묻자 ‘배틀 트립’ 제작진을 언급했다. 그는 “‘배틀 트립’ 제작진이야말로 시청자들의 니즈를 아는 제작진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진행을 하다 보니 노하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아이템 선정부터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할지까지 너무 잘하고 있다”며 제작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신영과 김지석은 MC 입장에서 프로그램의 강점을 꼽았다. 김지석은 “같은 여행지를 두고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 변하는 시기가 있다. ‘다시 갈 지도’는 여행에 대한 신상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또 인류학적으로 설명해 주시는 분이 계시고, 여행을 갔다 왔던 패널들이 있고, 현지에 계시는 분이 직접 찍어주시니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김신영은 “대리여행자들의 스타일이 달라서 영상미가 각각 매력이 있다. 콘텐츠를 다시 구독할 정도로 영상미가 엄청나다”고 덧붙였다. 섭외하고 싶은 게스트를 묻자 김수현 PD는 “게스트보다는 코로나 시국이 풀리면 MC들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MC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김신영은 “개인적으로 고프로를 사 놨다”며 의지를 드러냈고, 김지석은 “드론을 빌려주면 멋진 풍경을 담아오겠다”며 웃어 보였다. 김신영은 랜선 여행의 동행자로 초대하고 싶은 사람으로 가수 양희은을 꼽았다. 그는 “양희은과 일본 여행을 같이 갔다. 둘 다 먹는 것, 보는 것,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편한 여행 친구다. 랜선 여행을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신영과 김지석은 ‘다시 갈 지도’의 관전 포인트도 꼽았다. 김신영은 “우리의 리액션이 포인트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찐 리액션이 나온다. 또 그 문화를 쉽게 설명해준다는 것이 ‘다시 갈 지도’의 포인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석은 “여행을 간지 너무 오래되지 않았나. ‘다시 갈 지도’가 여행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 자부했다. 시국이 바뀌면 콘셉트가 바뀔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김수현 PD는 “지난 2019년에는 대한민국이 여행 6위였다. 그 정도로 해외여행을 많이 가고 붐도 많이 일었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여행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던 때가 있었다. 코로나 시국이 풀리고 변해도 예전만큼 나가진 못하지 않을까”라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분들 위해서 대리여행자들을 통해 좋은 정보 전달하고 현지 생생한 감동을 전달할 것”이라 자신했다. ‘다시 갈 지도’는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 방송된다. 이세빈 인턴기자 2022.03.24 15:18
스포츠일반

도쿄 겨누는 한국의 최종 병기 활·총·검

28일 진천 선수촌에서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개막까지 남은 날은 24일. 올림픽을 앞두고 4년마다(이번에는 5년 만에) 열리는 행사지만, 확실히 그 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취재진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기자만 선수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맘때 줄을 잇던 기업이나 기관의 선수단 격려도 아예 사라졌다. 네 차례 올림픽에 출전했던 전 탁구 국가대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이번 도쿄는) 처음 경험해보는 올림픽”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간담회에서는 ▶후쿠시마산 식자재 ▶욱일기 경기장 반입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독도 자국영토 표기 등 경기 외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이기흥 회장은 “현지에 급식센터를 두고 도시락을 지원하겠다. 선수들에게 생선 섭취 관련 교육을 할 예정이다. 욱일기와 독도 문제는 중국, 러시아와 협력 중이며, 일본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논의하겠다”고 대답했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 5일 전에야 선수촌에 입촌할 수 있다. 미리 가봐야 들어갈 수 없다. 경기가 끝나면 48시간 이내 퇴촌해야 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열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올림픽이다 보니 선수들도 모든 게 궁금하다. 사격 대표 김민정은 “물은 짐 무게 제한 때문에 싸갈 수 없고, 도시락만 매끼 신청했다. 아무래도 걱정이 돼 거기 음식은 안 먹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격 대표 진종오는 “마스크를 쓰면 안경에 김이 서린다. 어떤 종목은 마스크를 코 밑까지 내려도 괜찮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목표는 금메달 7개로 종합 순위 톱10에 드는 것이다. 이기흥 회장은 “엄살이 아니라 선수들 사기가 굉장히 떨어져 있다. 개최 여부, 코로나 문제, 독도 등 외교 문제, 식자재 문제 등으로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올림픽만 보고 최소 5년 이상 준비한 선수들에게 국민이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때 격투기가 메달밭이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에는 병장기가 메달밭이다. 활(양궁)·총(사격)·검(펜싱)이 바로 한국의 최종병기다. 양궁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3개를 수확했다. 사격(7개)과 펜싱(4개)까지 더하면 이들 세 종목에서만 금메달 34개를 따냈다. 직전 대회였던 2016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9개로 종합 8위에 올랐다. 양궁이 전 종목(금 4)을 석권했고, 사격 50m 권총 진종오, 펜싱 에페의 박상영까지 금메달 6개가 이들 종목에서 나왔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눈여겨볼 선수는 우선 양궁에서 3관왕(개인·단체·혼성)에 도전하는 강채영이다. 또 ‘권총 황제’ 진종오가 남자와 혼성 10m 공기권총 두 종목에서, 오상욱이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과 단체 두 종목에서 금 사냥에 나선다. 강채영은 “전관왕과 1위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그래도 심리적으로 잘 지원해줘서 자신감을 갖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자부 동료) 안산은 멘털이 강하고 포커페이스다. 저도 멘털이 세다고 생각하는데, 장민희가 더 세다”고 말했다. 한국은 어째서 활·총·칼에 강할까. 진종오는 “연관성을 찾자면 우리 민족이 집중력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상욱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설명했다. 키가 1m92㎝인 그는 “유럽 선수들은 손동작이 좋다. 그런데 우리는 발이 빠른 이른바 ‘발 펜싱’이 강점이다. 옛날부터 한국 지도자들이 발 펜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체육 철학자인 김정효 서울대 외래교수는 “과학적으로는 훈련량이 많고 훈련 방법이 다른 나라보다 선진화되어 있다. 인류학적으로는 손기술과 관련이 있다. 세 종목 공통점은 최종 발현 지점이 손이라는 거다. 우리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다. 포크를 쓰는 쪽보다 손 감각이 뛰어나다. 손 감각은 두뇌 집중력과 연관되며, 이는 다시 손 감각을 아주 예민하게 만든다. 손으로 하는 e스포츠와 여자 골프가 강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근대 스포츠가 추구하는 이념은 서양 중심적이다. 육상이 대표적이며, 수영도 마이클 펠프스(미국)처럼 키 큰 선수가 유리하다. 우리는 신체적 불평등과 경쟁해야 하는데, 세 종목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최적화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진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6.29 08:45
무비위크

'원더 우먼 1984', 갤 가돗 황금 갑옷→패션 퍼레이드

12월 23일 개봉하는 액션 블록버스터 ‘원더 우먼 1984’의 원더 우먼 스페셜 포스터가 16일 공개되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스틸을 통해 영화 속에서 선보일 갤 가돗의 패션 퍼레이드를 기대하게 한다. ‘원더 우먼 1984’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새로운 시대인 1984년을 배경으로 새로운 적과 만난 원더 우먼의 새로운 활약을 그린다. 공개된 스페셜 포스터에서처럼 이번 영화에서 원더 우먼은 새로운 슈트인 황금 갑옷 골든 아머를 선보인다. 골든 아머는 강력한 적을 상대하고 자신을 요새화하기 위한 무기로 아마존 전설에서도 절대로 뚫을 수 없는 마법의 갑옷으로 알려져 있다. 갑옷에는 새처럼 접었다가 펼쳤다가 할 수 있는 날개가 있는데, 로마 군사들이 대열의 전방에서 방패로 원형을 이룬 것에 착안해 글라이더처럼 만들어 착지와 동시에 방어용 방패가 되는 기능이 있다. 원더 우먼의 의상도 보석 같은 시대를 반영해서 더욱 붉고, 더욱 푸르고, 더욱 황금색을 가미해 전편에 비해 한층 더 화려해졌다. 슈퍼히어로로서 활약하지 않는 평상시 다이애나 프린스는 스미스소니언에서 고대 유물을 큐레이션하는 인류학자이자 고고학자로서 세련되고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80년대 의상 스타일인 어깨가 강조된 오버사이즈 자켓, 당시 유행했던 팬츠 슈트에 벨트로 코디해 활동성을 강조하고, 네이비 색상의 블라우스형 셔츠와 동일 색상 팬츠에 호피 무늬 킬힐로 포인트를 주는 등 캐릭터 설정에 어울리는 이지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여기에 파티석상에서의 우아한 실루엣을 극대화한 드레스로 또 다른 매력을 확인시켜준다. 이번 영화는 슈퍼히어로 영화로서의 흥미롭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더불어 인물을 더 깊이 탐구해 원더 우먼의 감정적인 스토리 라인도 탐색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84년은 미국이 힘과 자긍심의 정점에 다다른 시기로 인류는 최고의 모습과 최악의 모습을 동시에 드러낸다. 상업주의, 부, 예술, 기술, 화려함 등 모든 것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고 “다 가져라!”와 같은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원더 우먼의 연민과 정의감, 공정성, 인류를 향한 변함없는 이타적 사랑을 그려내는데 이상적인 배경이 되었다. 인류에 대한 믿음과 정의로움으로 가득한 원더 우먼 캐릭터 특징처럼 올바른 힘과 용기에 대한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세상이 기다리고 원하는 진정한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원더 우먼 1984'는 12월 23일 2D와 IMAX, ScreenX, 4DX, SUPER 4D, 돌비 비전(Dolby Vision™),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포맷으로 상영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12.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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