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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봄이 오기 전까지는 먹고 마시고 놀아야지요

설은 섣달 그믐부터 정월 대보름까지입니다. 농경시대에 봄을 맞으면서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풍습이 설입니다. 올해 대보름이 2월 12일이니 아직 설이고, 우리는 보름달이 뜨고 질 때까지 계속해서 신나게 먹고 마시고 놀아야 합니다.자연은 인간의 노동과는 무관하게 비를 내리고 바람을 불러옵니다. 한밤에 자다가도 비가 오면 삽을 들고 논으로 뛰어가야 합니다. 농사는 자연에 맞추어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혁명을 이룬 인간은 먹을거리 사정은 나아졌지만 쉼 없는 노동에 목덜미가 잡히고 말았습니다.인간은 놀아야 하는 동물입니다. 놀기 위해 태어난 동물입니다. 곧 봄이 오면 가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싫겠습니까. 봄이 오기 전에, 그러니까 쉼 없는 노동에 목덜미가 잡혀서 어쩌지 못하기 전에, 한바탕 신나게 먹고 마시고 노는 날이 적어도 보름은 이어져야 한다고 우리 조상은 생각했습니다. 1만 년을 이어온 농업사회가 한순간에. 대한민국은 1960년대에, 산업사회로 바뀌었습니다. 농민의 후손은 대부분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산업자본은 노동자에게 틈틈이 놀 수 있는 날을 주기는 했으나 보름씩이나 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산업자본은 국가와 ‘결탁’해 대보름을 설에서 떼어내어 노는 날을 확 줄여버렸습니다.제가 프리랜서여서 일하는 날과 노는 날의 구분이 애매하긴 하지만 섣달 그믐에서 대보름까지는 놀아야 전통을 지키는 것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조선은 농민의 나라”라고 했던 윤봉길 의사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면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해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설 풍습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집안 어르신들이 준비하는 설음식을 보면 양이 참 많습니다. 먹을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양 좀 줄이자고 해마다 잔소리를 해도 줄지가 않습니다. 몇날 며칠을 똑같은 설음식을 먹고도 남아서 냉동실에 집어넣다가 지난해 설에 넣어두었던 음식과 마주치게 됩니다. 예전에는 설은 보름씩이나 노는 날이니까 음식도 보름 동안 먹을 음식을 해두었고, 어르신들은 그때의 관습대로 음식을 하시는 겁니다.저는 경남 마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제 기억의 설 풍습은 남녘의 것입니다. 설날에는 다들 떡국을 먹는 줄 알았는데, 1980년 서울로 이사하고 보니 만두를 먹는 집안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특히 이북 출신들은 설날에 반드시 만두를 먹었습니다.남쪽은 떡국, 북쪽은 만두. 풍속 관련 책에도 이렇게 적혀 있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였습니다. 어느 해 설에 개성 출신 집안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어른 주먹만한 만두를 먹으며 개성 어르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그때 마을에 사는 친인척이 한데 모여서 만두를 빚었지. 대보름 때까지 먹어야 하니까 양이 많았지. 만두는 지금보다 더 큼직하지 빚었지. 작게 빚으면 일이 늘어나잖아. 그래야 푸짐해 보이기도 하고 말야.”그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많은 만두를 어떻게 보름씩이나 보관을 하지? 냉장고도 없었을 때인데. 그래서 어르신께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쪄서 얼리는 거지. 개성이 겨울에 추워. 여기보다 더 춥지. 만두를 가마솥에다 쪄서 채반에 널어서 바깥에 두면 바로 얼어. 그렇게 얼리면 더 맛있어.”그때야 제 고향 마산의 겨울과 개성의 겨울이 크게 다르고, 그러니까 설 음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겨우내 눈 한번 보기 어려운 마산에서는 찐 만두를 채반에 올려 바깥에 내놓을 것은 꿈도 꾸기가 어렵습니다. 가래떡은 그래도 됩니다.개성 출신 그 집안의 만두는 워낙 커서 두 알이면 제 배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큼직한 개성 인절미도 먹어야 하니까 딱 두 알의 만두면! 그러나 어르신은 두 알로 끝낸 적이 없습니다. 두 알을 겨우 다 먹었다 싶을 때쯤 냄비에서 국자로 한 알을 더 떠서 제 그릇에다 스륵 내려놓으십니다. “설날에 장정이 이 정도는 먹어야지. 그래야 일을 하지.” 열심히 일을 하려면 열심히 놀고 먹고 마셔야 합니다. 2025.02.06 07:00
생활문화

내 요리 뽐내고 콘서트 낭만 먹고…캠핑족들 맛있게 놀았다 [2024 캠핑요리축제]

"맛있는 음식,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보내는 즐거운 놀이, 이것이 진정한 캠핑요리축제의 매력이죠."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이코노미스트가 공동 주최한 ‘2024 캠핑요리축제: 딜리셔스 캠핑’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오토 캠핑장에서 펼쳐진 이번 캠핑요리축제에는 수백여 명의 캠핑족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닦은 캠핑요리 실력을 뽐냈다. 낮 기온이 28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지만, 가족·연인들과 함께 자라섬을 찾은 캠핑족들에게는 오히려 '더 잘 놀기 위한' 무대일 뿐이었다.서울 강동구에서 가족과 함께 축제에 참가한 김재윤(44) 씨는 "일반 캠핑 축제와 달리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게 축제에 초대해 준 일간스포츠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내가 캠핑장 요리왕!"캠핑요리축제는 캠핑족 사이에서는 '소문난 잔치'로도 통한다. 텐트 공간 대여비 이상의 환영 선물(웰컴 기프트)과 푸짐한 경품의 기회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환영 선물과 별도로 대상에서 청정원 제품 20여 개가 들어있는 한정판 패키지를 제공, 참가자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축제의 메인 행사는 단연 '요리 경연대회'다. 1일차인 27일 진행된 경연에는 사전 심사를 통과한 110개 팀에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 이들은 5가지 부분에서 그동안 캠핑을 다니면서 갈고닦은 요리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요리 경연 주제는 '나만의 캠핑 고기 요리' '간편식 이색 요리' '우리 가족 최애 요리' '비주얼 끝판왕 요리' '에코-라이프 요리' 등이었다. 심사위원장으로는 스타 셰프 이원일이 나섰다. 올해로 6번째 참여한 이 셰프는 베테랑답게 경연장 곳곳을 누비며 참가자들과 소통하며 요리를 맛봤고, 시상식에서는 전문 예능인 못지않은 입담으로 좌중을 이끌었다.분주한 1시간이 지나고 최종 심사에서는 주제별 3팀씩, 총 15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에게는 총 2000만원 규모의 상금과 부상이 제공됐다.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우리 가족 최애 요리' 부문에서는 이찬희(9) 군의 '떡당'이, '나만의 캠핑 고기 요리'는 김기한(43) 씨의 '취향저격 립버거'가 1위를 차지했다. '간편식 이색 요리'에서는 이채영(29) 씨의 '지코바? 노노 집코바!'가 '비주얼 끝판왕 요리'는 조한구(34) 씨의 '햄(피)버거'가, '에코-라이프 요리'는 임훈(43) 씨의 '도마도 두부게티'가 각각 1위를 수상했다.입선하지 못한 팀들도 '깔끔 뒷처리 상' '자라섬 멋쟁이 상' '웃으면 복이와요 상' '오늘을 더 맛있게 상' '요리에 감동 두 스푼 상' 등 특별상을 가져갔다. 이중 '요리에 감동 두 스푼 상' 수상팀에는 이원일 셰프가 직접 조리한 특별 캠핑요리를 제공, 다른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캠핑장에서의 낭만적인 음악콘서트한바탕 요리 잔치가 끝난 후에는 축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숲속 작은 콘서트'가 펼쳐졌다. 콘서트에는 가수 여행스케치, 써니힐 은주 등이 출연했다. 행사장 무대 주변에 둘러앉은 참가자들은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이들의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했다.경기도 안산에서 온 중학교 1학년 최수빈 양은 "TV에서만 보던 가수들을 눈앞에서 보니 신기하다"며 "아빠, 엄마와 함께 콘서트를 보니 더 신난다"고 했다. 가수들의 공연 후에는 참가자들의 애틋한 사연을 소개하는 '라디오 DJ & 버스킹' 공연도 진행했다. 축제 참가자들은 무대 주변은 물론 각 텐트 안에서 DJ의 음성에 귀 기울였다. 자녀를 향한 따뜻한 엄마의 정성, 남편을 위한 아내의 애틋한 사랑이 듣는 이의 마음을 적셨다.아이들도 축제를 한껏 즐겼다. 부모님들이 요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스탬프 찍기 삼매경에 빠졌다. '캠핑 랜턴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타로카드' 등을 수행할 때마다 스탬프를 받아 푸짐한 경품을 타 갔다.2일차인 28일에도 축제는 이어졌다. 쓸만한 캠핑 용품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캠핑 플리마켓'이 열려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자라섬(가평)=안민구 기자 amg9@kjkj@edaily.co.kr 2024.04.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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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김선호-딘딘, "그 형(김종민) 천재 같아" 애정 뿜뿜

'1박 2일' 김선호와 딘딘이 김종민을 향한 애정을 과시한다. 12일 오후 6시 30분에 방송될 KBS 2TV '1박 2일 시즌4(이하 1박 2일)-여름 노래 큰 잔치' 특집 마지막 이야기에는 여름 무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흥을 찾아 떠난 여섯 남자들의 여행기가 그려진다. 멤버들은 흥이 폭발하는 잔치 한바탕부터 맛깔나는 저녁 잔치 한 상까지 즐거움으로 꽉 찬 하루를 보낸다. 치열했던 잠자리 복불복에서 '예능 챔피언' 김종민의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으로 패배를 맞이한 김선호와 딘딘, 연정훈은 야외취침을 준비한다. 야외취침 3인방은 생각보다 선선한 날씨와 '코 안 고는 사람들' 조합에 뜻밖의 만족감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잠자리에 누운 김선호는 돌연 "오늘 종민이 형 진짜 웃기지 않았어?"라며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잔치를 뜨겁게 달군 김종민을 떠올리던 김선호와 딘딘은 "그 형은 천재 같아", "너무 재밌어"라며 최상의 행복감을 나타낸다. 이에 연정훈은 "너네는 종민이 보러 오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김종민을 향한 두 사람의 남다른 팬심(?)에 감탄한다. 과연 연정훈이 인정한 김종민을 향한 김선호와 딘딘의 팬심은 어느 정도인지 본방송이 더욱 기다려진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2021.09.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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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내운명' 다둥이父 윤상현 "동생 또 나올지도" 의미심장 발언

다둥이 아빠로 완벽 자리매김한 윤상현이다. 15일 방송되는 SBS ‘동상이몽 시즌2 -너는 내 운명’(이하 ‘너는 내 운명’)에서는 윤상현 메이비 부부의 가족 나무 심기가 공개된다. 최근 마당에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기로 한 윤상현 메이비 부부는 600그루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나무를 구입해 시작부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윤상현은 나겸, 나온이와 마당에 나와 나무를 심기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양은 상현’ 소환을 예고했다. 윤상현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있어 우리 아이들과도 함께 하고 싶었다”며 아이들과 함께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특히, 윤상현과 언니 나겸이 나무를 심는 틈을 타 흙장난을 하던 나온이는 장난감을 지키기 위해 흙더미에 온몸을 던지며 울음을 터뜨려 한바탕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메이비는 추운 날씨에 홀로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잔치국수 새참을 준비했고, 틈틈이 나가 응원하는 등 육아 때문에 도와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대신 표현했다. 울타리를 다 심은 윤상현은 메이비, 나겸이와 함께 가족수를 심기 시작했고, “더 심고 싶다”는 나겸이의 말에 메이비는 “우리는 식구가 더 없어서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윤상현은 “동생이 또 나올 수 있다”며 넷째를 향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윤상현은 고된 나무 심기를 끝내고 아이들에게 “물놀이 가자”고 제안했다. 아빠의 말에 한달음에 욕실로 향한 ‘나나 자매’의 모습에 4년간 아이들 목욕을 담당했던 윤상현의 목욕시키기 비법은 무엇일지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04.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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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아츄커플 이세영♥현우, 드디어 결혼골인…축하봇물

이세영과 현우가 드디어 결혼에 골인한다. 19일 방송될 KBS 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는 전통 혼례식을 치르는 '아츄커플' 이세영과 현우의 모습이 그려진다. 방송에 앞서 두 사람의 스틸컷이 공개됐다. 청사초롱을 든 가마꾼을 앞세우고 가마를 탄 이세영(효원)은 하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상큼한 미소를 날리고 있고 현우(태양)는 이런 신부를 흐뭇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다.아츄커플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월계수 양복점 식구들과 이세영네 가족들까지 총출동, 한바탕 잔치집 같은 분위기를 띄운다. 결혼 소감과 관련해 묻자 이세영은 "그렇게 (결혼을) 안 하겠다고 팅기더니 내 도끼질에 넘어 와 보람이 있다"고 웃음을 터뜨린다. 현우는 "마지막에 결혼한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응수하며 아웅다웅한다. 아츄커플의 특별한 결혼식과 갑자기 결혼하게 된 사연은 19일 오후 7시 55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52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2017.02.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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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106. 기우제

104년 만에 대가뭄이 찾아왔다. 얼마 전 산정호수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호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호수바닥은 거북이등처럼 갈라져있었다. 산정호수 뿐 아니다. 전국의 논밭에 물이 없어 난리다. 농사를 포기해야할 정도로 농심(農心)은 타들어가고 있다.이럴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기우제뿐이다. 전 세계 기우제중 가장 확실한 기우제는 미국 애리조나 호피 인디언 기우제라고 한다. 호피 인디언 기우제의 성공률은 100%. 이유는 간단하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다. 왕이 친히 종묘사직·4대문·한강 등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농사가 주산업이던 당시 가뭄은 천재지변 중 하나였다. 가뭄이 발생하면 백성은 굶어죽고 유행병까지 돌며 화전민은 늘어나고 나라의 재정도 파탄된다. 왕이 올리는 기우제에는 단지 하늘을 향한 제사의식만이 아닌 백성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뜻도 담겨 있었다. 1960년대, 나는 기도처를 떠돌아다니며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해는 사상 초유의 가뭄으로 인심이 유독 흉흉했다. 하루는 시골 마을에 기도를 하러 갔는데 산중턱에 오를 때 즈음 마을 사람들끼리 삽자루를 들고 대판 싸우고 있었다. “명당에 묘를 써서 비가 안 오는 게 아니오! 이 묘를 당장 파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파겠소!” 삽자루를 든 여러 명의 마을 사람이 한 가족을 가운데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자 가족의 가장인 듯 보이는 남자가 팔을 걷어 부치고는 “왜 남의 묘를 함부로 파려고 하시오! 비가 안 오는 게 명당에 묘 쓰는 것과 무슨 상관이오?”라고 따졌다. 가만히 듣자니 지독한 가뭄이 온 이유가 한 가족이 마을 명당에 묘를 썼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 명당은 함부로 묘를 쓰면 안 되는 자리인데 명당 욕심에 묘를 썼으니 마을에 가뭄이란 재난이 찾아왔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었다.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름한 옷차림으로 기도를 하러 가던 나는 언쟁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싸움이 벌어지는 한복판으로 끼어들어갔다. 그리고는 마치 도사처럼 “저는 전국방방 곳곳 기도하러 다니는 처사입니다. 제가 풍수를 좀 아는데 이 자리는 결코 명당이 아닙니다.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다들 논물 댈 준비나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주민들이 당장 비가 온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서둘러 논물을 대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갔다. 덩그러니 남은 가족은 허탈한 표정으로 “이 터가 정말 명당이 아닙니까?”라고 울먹이며 물었다. 나는 “명당은 땅이 아니라 사람이 만듭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큰 잔치를 벌이십시오. 그래야 명당을 지킵니다”라며 허허 웃었다.얼마 후 산기도가 끝나는 날 거짓말처럼 큰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산을 터벅터벅 내려오는 길에 그 명당자리를 지났는데 다행히 묘는 건재했다. 명당 터를 내놓으라며 삽을 들고 한바탕 언쟁을 벌였던 마을 주민들도 비가 오자 논에 물을 대느라 분주히 몸을 놀리고 있었다. 하늘의 가뭄도 해결해야하지만 가장 급한 것은 우리 마음의 가뭄이다. 가뭄이 지면 마음의 물도 말라 인심이 야박해지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7월3일 여섯 번째 백일기도가 끝난다. 곧 큰 비가 시작될 것이다. 대학로 후암선원에서 열심히 기우제를 올리고 있으니 조금만 참으시기 바란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2.07.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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