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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공정 중계권② - 또 하나의 논란, 비디오 판독 센터도 대행사가 관리?
KBO와 에이클라의 밀착 관계를 의심할 만한 석연치 않은 구석은 또 있다. 바로 비디오 판독 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이다. KBO는 심판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자 2014년 후반기부터 '심판 합의 판정'을 도입했다. '챌린지(비디오 판독)'를 도입한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본땄지만 이름은 달랐다. 이유가 있었다. 첫째, 심판의 권위를 고려했다. 심판이 직접 TV 중계 화면을 보고 오심 여부를 결정했다. 둘째, 메이저리그처럼 완벽한 수준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였다. 메이저리그는 총 300억원을 들여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 반면 KBO는 방송사가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을 제공받아 실시했다. KBO도 심판 합의 판정 당시부터 외부 비디오 판독 센터 건립 계획을 시사했고, 여러 문제점을 파악한 뒤 실제로 옮겼다. KBO는 방송사의 기존 카메라 6대를 활용하되 판정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각 구장에 3대의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하기 시작했다. 나라장터를 통해 2016년 1월 19일 비디오판독 설치 작업 입찰 공고를 냈다. 얼마지 않아 비디오 판독 카메라 장비 구매 입찰을 알렸고, 최종 선정했다. 2016년 7월 초 각 구장에 카메라 장비 설치가 완료됐다.이듬해 1월 13일 KBO는 나라장터를 통해 KBO Replay Center(Replay Center) 운영 입찰을 공고했다. 배정 예산은 5억6000만원, 추정가격은 5억909만원이었다.하지만 에이클라만 제안서를 냈다. 투찰업체 2개 미만으로 인한 평가 불가로 규정에 따라 1월 21일 재입찰을 실시했다. 이번에도 에이클라 1개 업체만 마감 전에 제안서를 제출해 결국 KBO는 에이클라와 비디오 판독 센터와 관련한 수의계약(매매·대차·도급 등을 계약할 때 경매·입찰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여 맺는 계약)을 맺었다. KBO 관계자는 "최종 유찰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이 과정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적잖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중계권 대행을 맡고 있는 에이클라가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 입찰을 따내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고 의심한다. 방송사의 A 관계자는 "리플레이 센터 입찰 공고 전인 2016년 말 양해영 사무총장과 홍원의 에이클라 대표가 각 구단 대표이사와 함께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방문해 챌린지 시설을 둘러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귀띔했다. 사전 교감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또한 최초 리플레이 센터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마련됐다. 에이클라 건물 내에 위치한다.입찰 공고 후 제안서 마감까지 촉박한 시일 내에 이뤄진 점에도 밀착 관계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최초 입찰 공고 후 제안서 마감까지 8일(1월 13일~20일), 재입찰 공고 후에는 11일(1월 21일~31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A 관계자는 KBO의 비디오 판독 입찰 공고 여부조차 사업자 선정 발표 전까지 몰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방송사 카메라를 활용하는 만큼 KBO에서 협조 요청 내지 상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주말을 포함하면 사업의 수익 여부를 고민하고, 프레젠테이션 등을 준비하는데 있어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하소연했다. 만약 리플레이 센터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사전에 충분한 공지가 이뤄졌다면 "케이블 3사 방송사 간에 단독 혹은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 경우 판정 논란도 더욱 적었을 것으로 확신했다. 방송사의 도움을 얻는다면 최소한의 논의 혹은 공지가 필요한데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불신을 드러냈다.KBO가 마련한 판독 장비 시스템도 미흡한 것으로 추측했다. "케이블 3사가 카메라로 촬영해 보내오는 울트라 슬로우 영상 신호를 분석하는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비디오 판독 논란이 유독 많았던 원인으로 장비 탓도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B 관계자는 "선정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의식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많은 돈을 투자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강화했을 때 제대로 퍼포먼스가 나오지 못했다"며 "타 방송사 입장에선 '첫번째로 왜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냐, 두번째 그런데 결과물이 이게 뭐야' 싶다"고 답답해했다.KBO 관계자는 "최초 리플레이 센터 장소를 두고 상암동과 야구회관을 놓고 엄청 고민했다. 첫 번재 서버 다운이나 정전 등 응급 조치에 대비해야했다. 두 번째로 당시 리플레이 센터의 기능을 통해 프로야구 승부조작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SPOTV 내 아카이브 센터가 있어 영상 저장이 빨리 이뤄지는 등 효율성도 참고했다. 당시에는 첫 시행인 만큼 기술력이나 인력 부족으로 상암동에 리플레이 센터를 뒀다"고 밝혔다. 방송사가 제기하는 '입찰 제안서 제출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것 아니냐'는 불만에 대해선 "방송사의 기술력과 인력 등을 감안하면 적은 시간이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KBO는 비디오 판독 센터 장소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12월 서울시 도곡동 야구회관 내 4층으로 리플레이 센터를 이전했다. 또 리플레이 센터 1년 계약이 마감됨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입찰 참여 접수를 받고 있다. 입찰을 통해 선정되는 업체는 2018년 한 시즌 동안 KBO 비디오판독센터의 운영을 맡는다. 참가 자격은 2017년 국내외 스포츠 중계 제작사 또는 스포츠 중계 방송사다. 입찰 참여를 원하는 업체는 나라장터에서 제안요청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뒤 오는 18일 오후 5시까지 KBO(클린베이스볼센터)를 방문해 필요 서류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서류 심사 결과는 22일 개별 통보할 예정이며, 기타 자세한 내용은 나라장터의 공개 입찰 공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KBO의 입찰 공고문의 '불공정행위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입찰가격의 사전 협의 또는 특정인의 낙찰을 위한 담합 등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적혀있다. 두 번째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 업체 선정과정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더욱 유심히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스포츠취재팀(김성원·배영은·배중현·이형석·김희선·안희수·피주영 기자) [단독] 불공정 중계권①- 후발주자가 두 배 이상 돈 내고 사장은 집에 갔다 [단독] 불공정 중계권② - 또 하나의 논란, 비디오 판독 센터도 대행사가 관리? [단독] 불공정 중계권③ - 여전히 더딘 질적 성장 [단독] 불공정 중계권④ - 뉴미디어에 숨어있는 답
2018.01.1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