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무책임한 KB국민은행, 금융계 넘어 스포츠계까지
"과거 은행 중심의 경영에서 탈피해 고객 중심의 경영으로 혁신하겠다." "금융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며 그 신뢰는 사람에서 비롯된다." 이달로 창립 11주년을 맞은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이 한 말이다. 금융권의 맏형이자 대표적인 서민은행인 국민은행다운 멋진 말이다. 그러나 최근 말과 행동이 다른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금융권 뿐 아니라 스포츠계에서도 이같은 행태를 보여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민상품으로 이윤을?국민은행은 저소득·저신용자 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의 금리를 올려 받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새희망홀씨는 연 소득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나 신용등급 5등급 이하·연 소득 4000만원 이하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최대 2000만원의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대표적인 서민금융 전용상품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타행보다 최고 5.5%포인트나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서민금융 전용상품임에도 금리를 올려 이윤을 남기려고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은행은 또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적격대출로 전환할 때 면제받아야 할 중도상환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물리고 이를 받아 챙겼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다른 은행들은 면제해주고 있는 것을 국민은행은 서민들에게 떠넘긴 것. 국민은행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고객 중심의 경영보다는 은행 중심의 경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도 말 뿐이었다. 최근 3년 간 시중 7개 은행에서 직원을 가장 많이 짜른 곳이 국민은행이었다. 일반 행원이 5918명에서 4541명으로 1377명이 감소했으며 책임자도 1만1933명에서 1만1445명으로 488명이나 줄었다. 전체적으로 3년 사이에 1865명이나 옷을 벗었다. 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하나은행(581명)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신뢰·사람 내던진 축구단 해체 국민은행은 스포츠계에서도 '신뢰'와 '사람'은 안중에 없었다. 이는 실업축구의 명가 고양 KB국민은행의 해체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1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인천 코레일과의 신한은행 2012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2차전을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해체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마지막 일처리 방식이 매끄럽지 못했다. 구단주인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단장직을 맡고 있는 이헌 국민은행 부행장 모두 안방에서 열린 챔피언결정2차전에 불참해 빈축을 샀다. 고양종합운동장 본부석을 원정팀 인천 코레일의 고위 관계자들과 축구계 인사들이 가득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현장을 찾은 한 축구 관계자는 "아무리 축구단에 대해 마음이 떠났다지만,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개탄했다.국민은행은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었다. 14일 일간스포츠의 보도(10면)를 통해 고양 KB국민은행의 해체와 그에 따른 안양시민프로축구단(이하 안양 FC)과의 합병 소식이 알려졌지만 국민은행측은 어떠한 구체적인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양시민들에게, 또는 그간 열렬히 응원한 서포터스 '보레아스'에게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일절 진행하지 않았다.여기에 국민은행이 팀 해체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은행측은 그간 프로 2부리그 진출 여부와 관련해 '금융법상의 한계 탓에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단골 레퍼토리로 활용해왔다. 은행법 규정상 금융법인이 비금융 관련 산업 법인을 소유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재단 법인에 팀 운영을 맡기고 국민은행이 메인 스폰서십 형태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프로축구연맹과 실업축구연맹측이 이같은 방법을 권고했지만, 국민은행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의 한 인사는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위상이 3부리그로 격하되는 내셔널리그에서 연간 30억원을 쓰는 것에 대해 '비용 대비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신속히 팀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며 "역시 국민은행에게는 신뢰나 사람보다는 돈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형구·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12.11.18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