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경륜 스타탄생' 정해민 "아직 보여줄 게 많아, 올해 1, 2인자 충분히 바뀔 수 있어"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통해 경륜을 적극적으로 알린 정해민은 업계에서 ‘경륜 부자’로 유명하다. 아버지 정행모는 원년 1기 출신으로 정해민에게 슈퍼맨 같은 존재였다. 사이클에 매력을 느끼고 경륜 선수가 되기까지 아버지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자전거를 아버지에게 배웠고, 경륜 선수였던 아버지가 너무 멋있었다”며 “무엇보다 자전거에 친숙했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었던 게 경륜이라는 판단이 서서 자연히 본업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경륜 부자' 우월한 DNA 물려받아 물론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우월한 유전자 덕분이다. 아버지의 신장도 182cm로 경륜 원년 멤버 중에 가장 큰 키였다. 정해민은 190cm, 110kg으로 당당한 체격 조건을 갖고 있다. 경륜 선수 중 최장신인 그는 “좋은 신체조건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강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남들보다 힘이 좋고, 체력도 괜찮은 편”이라며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피지컬: 100’에서 드러났던 정해민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허벅지 둘레가 일반 여성의 허리둘레보다 큰 27.5인치에 달했다.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좋은 점은 또 있다. 바로 ‘선행’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꾸준히 기부하면서 ‘경륜계 기부천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지난 1월 광명시지역아동센터에 기부금 500만원을 전달하며 4년 연속 착한 기부를 이어갔다.
정해민은 “선수가 되기 이전부터 기부에 대해 부모님과 얘기를 나눴다”며 “아버지는 선수 시절 본인은 기부를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가 되고 나서 다시 부모님에게 기부 권유를 받았으면서 아이들에게 정기적인 후원을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기부는 정해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아이들에게 자필 편지를 받으면 정말 뿌듯하고 뭉클하다”며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에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정성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 앞으로도 뜻깊고 의미 있는 기부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결혼한 정해민은 이제 아내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스페인을 여행 갔다가 우연히 만난 뒤 한국에서도 인연을 이어간 정해민은 지금의 아내와 2년 6개월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이런 사람을 만나도 되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복 받은 심정”이라며 “생각이 깊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 등 배울 점이 정말로 많은 사람”이라며 애처가의 모습을 보였다. 또 “시합을 위한 짐들도 직접 다 알아서 챙겨준다. 이제 편하게 운동만 전념하면 되는 입장이 됐다”며 미소를 보였다.
최고 전성기로 ‘2강 철옹성’에 도전장 출중한 외모와 실력을 지닌 정해민은 ‘경륜 알리기’에도 진심이다. 경륜 선수 중에 가장 활발하게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며 팬과 소통하고 있다. 이번 ‘피지컬: 100’ 프로그램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정해민에 매료돼 경륜장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팬도 적지 않다. 정해민을 응원하는 해외 팬들도 생겨났다. 정해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급증하며 2만7000명을 넘어섰다. 이제 경기가 열리는 광명스피돔에는 ‘대한민국 피지컬 넘버2’라는 대형 현수막이 팬들을 맞이하고 있다.정해민은 “경륜을 알리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원하는 거 이상으로 된 것 같아 뿌듯하다”며 “경륜 선수들이 강한 훈련을 통해 좋은 피지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결승전 논란’의 아픔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벨로드롬에서는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방송 촬영 이후 진행됐던 최고의 경륜대회인 그랑프리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하며 멋진 피날레로 지난 시즌을 장식했다. 경륜계 ‘양대산맥’이라고 불리는 정종진과 임채빈의 양강구도를 정해민이 깨트린 것이다. 정해민은 “지난해 프로그램 촬영 이후 혼자 속앓이를 했을 때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이겨내야 한다는 각오로 훈련을 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할 만큼 아직 보여줄 게 많다”고 다부진 의지를 보였다.
170cm 안팎으로 신장이 다소 작은 선수들이 폭발적인 스퍼트를 바탕으로 경륜계를 주름잡고 있어 ‘골리앗’ 정해민은 이단아로 꼽힌다. 정해민은 자신을 ‘대형차’로 비유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그는 “대형차와 경차의 대결에서 시속이 붙었을 때는 대형차가 유리하지만 대형차는 많은 연료를 써야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덩치에 비해 지구력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경륜은 올 시즌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을 앞당겨 선수들이 경합하는 승부거리를 늘렸다. 이런 경기 룰의 변경은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보이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정해민도 반기고 있다.그는 “유도원 퇴피 시점을 당기면서 개인적으로 조금 더 나은 것 같다”며 “긴 거리 승부에서 자력 승부를 했을 때 성적이 좋았던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 시속은 임채빈, 정종진보다 느리지만 종속 유지 능력은 괜찮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꾸준하게 훈련하며 기복 없는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게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해민의 아버지는 몸소 이를 실천하며 50세까지 경륜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자전거를 타는 시간과 자전거로 할 수 있는 운동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패달링이 부드러워진다”며 “젖산 훈련을 남들보다 최소 1, 2번을 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해민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슈퍼특선급으로 승급했다. 현역 경륜 선수 중 5명만이 달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최정상급에 도달했지만 안주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이다.그는 “'슈퍼특선급을 달성했으니까'라며 안주하는 순간 내리막을 걷게 되는 것을 많이 봤다”며 “이제 슈퍼특선급으로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되었는데 심리적으로 힘든 위치지만 당장 앞에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했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멘탈케어를 한다는 정해민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그는 “일단 10연승을 해보는 게 목표다. 이전까지 9연승이 최다인데 10연승부터 홈페이지에 기록이 올라간다”며 “10연승을 하려면 정종진과 임채빈 선수를 이겨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경륜의 1, 2인자가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뽐낼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한 만큼 지켜봐달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광명=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3.09 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