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방송 부적합 영상, 권리 활용 범위 불분명… 북한전 녹화 중계를 가로막는 걸림돌
방송에 부적합한 4대3 비율의 SD 영상,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걸림돌은 영상의 불분명한 용도 때문에 빚어진 권리 활용 범위 문제다.평양 원정 90분, 베일에 가려졌던 경기가 우선 취재진을 상대로 1차 공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협회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벤투호의 북한전 평양 원정 영상을 1차 공개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에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두고 돌아왔다.대표팀의 경기를 TV로 지켜보며 응원했던 축구팬들에겐 낯설고 당황스러웠을 북한전이다. 이번 원정길에는 응원단은 물론 취재진, 중계진의 방북이 불허되고 TV 생중계도 없어 90분 동안 어떤 경기가 펼쳐졌는지 알 수 없었다. 간략한 교체 선수 정보와 경고, 득점 관련 사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관을 통해 AFC 본부-대한축구협회를 거쳐 전달됐지만 경기력과 분위기를 알 방법은 없었다.평양 원정 내용은 17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표팀을 통해 당시 상황과 분위기를 전해듣고, 단장으로 동행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설명으로 가늠해보는 정도가 다였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북한이 매우 거칠었다"고 얘기했고 최 부회장은 "전쟁을 치르듯이 하더라"고 북한 선수들의 분위기를 전했다.평양 한복판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상으로도 한참 위인데다 상대전적에서도 압도적 열세인 한국을 상대로 경기를 치르는 건 북한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인지 북한은 이날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렀고 중계도 난항 끝에 협상이 결렬됐다.이날 상영한 북한전 영상은 조선중앙TV가 녹화한 것을 복제해 DVD로 제공한 것인데, SD급(720X480 픽셀 해상도) 영상에 4대3 비율로 무척 조악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당초 녹화 중계를 예고했던 KBS는 대표팀 귀국날 공항에 관계자들을 내보내 영상을 확인한 뒤 방송 중계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중계 취소를 결정하기도 했다.방송에 부적합한 영상의 퀄리티도 문제지만, 녹화중계를 더 어렵게 하는 건 이 영상의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정섭 대한축구협회 홍보마케팅 실장은 "지금으로선 북한 측에서 전달한 DVD 영상이 방송용인지, 대표팀에서 MCM(경기 매니저 미팅) 당시 요청한 기록용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영상의 권리활용범위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상업적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만 분명하다. 활용 범위에 대해 북한과 AFC, FIFA에 질의를 통해 확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영상의 권리가 북한축구협회에 있는 상황에서 상업적인 활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협회의 판단이다. 많은 팬들이 요구하는 '유튜브 업로드'가 불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협회는 중계 취소로 인해 각종 음모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출입기자단을 통해 1차적으로 공개하고, 권리 침해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팬들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각 언론사 홈페이지 또는 홈페이지 자체 영상 플레이어를 통해서만 공개 가능하며, 유튜브나 포털, SNS에 게재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로=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19.10.17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