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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원태인·안우진·김도영...'KBO리그산 빅리거' 명맥 이을 후보

2010년대는 'KBO리그산' 메이저리거가 쏟아진 시기다. 2012년 12월 류현진(38·현 한화 이글스)이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계약했고, 리그 대표 '거포 유격수'였던 강정호(38·은퇴)도 2015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했다. 2016시즌엔 '타격 기계' 김현수(37·현 LG 트윈스), 홈런왕 박병호(39·현 삼성 라이온즈)가 각각 볼티모어 오리올스,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해 빅리그 무대를 누볐다. 일본 프로야구(NPB)를 호령한 이대호(43)와 오승환(43)도 각각 시애틀 매리너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향했다. 류현진과 '좌완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김광현(37)과 양현종(37)은 각각 2020년과 2021년 미국 무대를 밟았다. 이후 2020시즌 30홈런을 기록한 김하성(30)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KBO리그산 '야수' 빅리거 명맥을 이었고, 2022시즌 KBO리그 타격 5관왕을 해내며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가 된 이정후(27)도 2023년 12월, 포스팅으로 MLB 팀과 계약한 역대 아시아 야수 중 가장 많은 몸값(6년·1억1300만 달러)을 받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다시 한번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미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한국시간)에는 KBO리그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3연패(2022~2024)를 해낸 김혜성(26)이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예비 빅리거로 기대받는 선수도 많다. 2018시즌 신인왕 강백호(KT 위즈)가 대표적이다. 이정후와 함께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기대받은 선수로 2022·2023시즌은 부상 탓에 부진했지만, 2024시즌 타율 0.289·26홈런을 기록하며 재기했다. 강백호(26)는 지난해 11월, 김혜성과 함께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기도 했다. 2025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홀가분하게 거취를 정할 수 있다. 강백호는 2022년까지 류현진·김하성 등 빅리거들을 관리하는 에이전시(에이스펙) 소속이기도 했다. 2024시즌 공동 다승왕(15승)에 오른 선발 투수 원태인(25·삼성)도 더 넓은 무대로 나갈 수 있는 선수다. 그도 2025시즌 1군 등록 일수(145일)를 채우고 소속팀 허락을 받으면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다. 원태인은 지난해 한 연말 시작식에서 "포스팅은 할 생각이 없다. 다만 향후 2년 동안 발전, FA 자격을 얻었을 때 내 기량이 충분하다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라고 했다. 원래 일본 리그를 선호했는데, (지난해 3월) 서울시리즈(다저스-샌디에이고)를 겪으며 미국 무대로 생각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원태인만큼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안우진(26)이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과 구위, 슬라이더 퀄리티 모두 KBO리그 최정상급이다. 다만 안우진은 3시즌 더 등록 일수를 채워야 포스팅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그가 복귀해 공백기 없이 시즌을 치른다면, 2028시즌 이후 가능하다. 2024시즌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김도영(22·KIA 타이거즈), 2023시즌 신인왕 문동주(22·한화 이글스), 2003년생 특급 신성들도 MLB 진출을 예약했다. 특히 김도영은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에서 해외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5경기에서 타율 0.412·3홈런·10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1.08 14:08
프로야구

크리에이터로 나선 OB...비시즌도 쏟아지는 야구 콘텐츠 [IS 포커스]

KBO리그 '슈퍼스타'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그 어느 해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특히 류현진은 최근 야구계 선배이자 한국 야구 레전드인 김태균·이대호·윤석민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차례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류현진은 프로 입성 초기 한솥밥을 먹으며 가장 친하게 지낸 김태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20대 시절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이대호와 토크에서는 KBO리그 복귀 첫해 소회를 털어놓았고, 리그 대표 스타로 올라선 2024시즌 최우수선수(MVP) 김도영의 재능을 극찬했다. 2026년 3월 열릴 예정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고 싶다는 의지도 전했다. 윤석민의 채널에서는 자신과 함께 한국 야구 '좌완 트로이카' 한 축을 이루고 김광현(SSG 랜더스)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투수로서 걸어온 길과 은퇴 이후 계획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지난 13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2024년 프로야구 공식 행사는 모두 마무리됐다. 예년이라면 각 구단 스토브리그 소식만이 야구 현장을 향한 팬들의 관심을 채워줄 수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가 도래하며 선수·구단·산업 관련 영상이 많아졌다. 팬들은 경기가 없는 계절에도 충분히 야구를 즐기고 있다. 올겨울엔 '올드보이'가 콘텐츠 생산 중심에 있다. 2000년대 프로야구를 이끈 선수들이 은퇴 뒤 차례로 영상 채널을 개설했고, 프로야구 인기와 맞불려 구독자가 증가해 파워 유튜버로 자리매김했다. 선·후배 관계를 바탕으로 웬만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기 어려운 '섭외력'을 보여줬고, 속 사정을 잘 아는 꾼들 사이 '날것' 같은 대화로 야구팬을 사로잡았다. 선수 시절엔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에서 질문을 받는 사람)로만 나섰던 이들이 진행자로 대화를 이끄는 모습도 색다를 즐거움을 주고 있다. 김도영·양현종·김태군 등 2024시즌 통합 우승 팀 KIA 타이거즈 선수들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비화를 전했다. 이범호 감독도 한화에서 함께 뛴 후배 김태균의 채널에 출연해 초임 감독으로 보낸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채널마다 특색도 다르다. 정근우가 운영하는 채널은 현역·은퇴 선수·지도자들이 두루 출연하는 '인터뷰 전문' 채널이다. 유희관은 특유의 재기 있는 성향을 살려 '체험형' 콘텐츠를 많이 만든다. 전문성 있는 중계 해설로 인정받고 있는 이대형은 인터뷰뿐 아니라 경기 상황 분석도 자주 한다. '야구인' 크리에이터들이 전문성과 섭외력으로 승부한다면, 각 구단 공식 채널 제작진은 다양한 볼거리를 추구한다. 마무리캠프 현장, 시상식 참석자들 뒷이야기, 비활동기간 개인 활동 등 소소한 이벤트를 전한다. 핵심은 스타뿐 아니라 소속 선수들을 두루 조명하는 것. 수도권 A 구단 한 제작 PD는 "휴식도 훈련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단 관계자가 많다. 선수들의 휴식을 뺏거나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올 시즌 KBO리그가 역대 최초 1000만 관중을 돌파한 배경으로 '쇼츠 영상 활성화'를 꼽았다. OTT 서비스(티빙)와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하며 기존 사업자가 제한했던 영상 활용이 일반 야구팬에게도 허용됐다. 여러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야구 콘텐츠가 노출된 덕분에 새로운 팬이 유입됐다는 얘기다. 온·오프라인 모두 즐기는 야구팬이 늘어났고,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크리에이터로 나선 야구인이 늘었다. 이들에 밀리지 않으려는 '전문 방송인'들도 콘텐츠 생산 경쟁에 가세했다. 프로야구에는 팬들이 즐길 거리가 풍부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12.2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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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이슈] 역대 첫 '광현진' 맞대결? '천적' 최정과 승부도 기대 증폭...류현진, 모든 등판이 빅매치

류현진(37)이 한화 이글스로 복귀하며, 2012년 이후 12년 만에 1980년대생 '좌완 트로이카'가 한 무대에 서게 됐다. 선발 매치업을 향한 기대감이 벌써 높아진다. 스타 타자들과의 재대결도 마찬가지다. 한화 구단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다. 2013시즌부터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류현진은 2023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빅리그 잔류와 KBO리그 복귀를 두고 고민했다. 결국 친정팀 복귀를 선택했다. 170억원은 총액 기준 역대 최고 규모 계약이다. 류현진이 KBO리그에 복귀하며 그가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 야구팬 시선이 모이게 됐다. 투·타 매치업뿐 아니라 선발 투수 맞대결도 흥행 카드로 꼽힌다. 특히 류현진이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누비는 동안 KBO리그와 국가대표팀 마운드를 이끈 양현종(36·KIA 타이거즈)과 김광현(36·SSG 랜더스), 두 투수와 맞대결이 기대를 모은다.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뛰었던 7시즌(2006~2012) 동안 김광현, 양현종과의 선발 맞대결은 한 번밖에 성사되지 않았다. 김광현과는 없었고, 양현종과 2017년 4월 29일 만났다. 류현진은 2006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리그 정상급 투수였고, 양현종은 막 프로 리그에 진입한 신인이었다. 데뷔 시즌부터 선발 투수로 나선 양현종의 재능은 놀라웠지만, 류현진과 한 마운드에 오른 경기에선 3분의 1이닝 동안 3점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8이닝 동안 KIA 타선에 2점만 내주고 호투, 한화의 7-2 승리를 이끌고 승리 투수가 됐다. 김광현과는 KBO리그뿐 아니라 그가 MLB 무대에서 뛰었던 2020~2021시즌도 만나지 못했다. 2010년 올스타전과 2011년 시범경기에서 한 마운드에 올랐지만, 정식 경기는 아니었다. 김광현은 2022년 3월, SSG로 복귀하며 "(류)현진이 형이 '먼저 (KBO리그로) 가서 자리를 잘 잡고 있어'라고 당부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한화와 SSG는 정규시즌 첫 주중 3연전(3월 26~27일) 만난다. 한화와 KIA의 첫 3연전은 4월 12~14일이다. 류현진과 리그 대표 타자들과의 승부도 관심을 모은다. MLB에 이어 KBO리그에서도 만나게 되는 추신수(42·SSG)가 대표적이다. 추신수가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했으니, 마지막 대결이 된다. MLB에선 류현진이 LA 다저스, 추신수가 신시내티 레즈 소속이었던 2013년 7월 28일, 딱 한 경기에서 만났다. 첫 승부에서는 류현진이 볼넷을 내줬고, 두 번째 승부에선 추신수가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추신수는 이후 한 토크쇼에서 좌타자에게 좀처럼 구사하지 않는 체인지업으로 자신과 승부한 류현진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류현진과 최정과의 재대결도 관심사다. 류현진은 KBO리그 1기 시절, 최정에게 유독 약했다. 통산 피안타율이 0.362에 이른다. 홈런도 4개를 맞았다. 최정이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선 2007~2012시즌을 기준으로는 피안타율이 0.413까지 치솟는다. 류현진은 과거 토크쇼에서 최정을 천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야구를 이끈 이들이 선수 생활 황혼기에 다시 만나, 다시 한번 흥행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슈퍼스타들의 서사가 야구팬에 설렘을 안기고 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2.22 12:13
야구

꿈꾸는 KIA, 왼손이 든든해

‘왼손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 야구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속설이다. 그만큼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가 긴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하위권(9위)에 머물렀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왼손 투수 트로이카를 앞세워 도약을 노리고 있다. 2017년 최우수선수(MVP) 양현종(34), 지난해 신인왕 이의리(20)와 외국인 투수 션 놀린(33·미국)이 그 주인공이다.KIA는 해태 시절부터 왼손 투수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선동열,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윤석민 등 간판 투수 대부분이 우완이었다. 창단 이후 39년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한 번이라도 기록한 왼손 투수는 딱 3명이다. 신동수가 두 번(1991, 92년), 김정수가 한 번(93년) 10승을 넘겼다. 나머지 한 명이 양현종이다. 2007년 데뷔한 양현종은 무려 9차례나 10승 이상을 따냈다. 2014년부터는 7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면서 기록을 이어갔다.양현종은 지난해 미국으로 떠났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겠다는 일념으로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연봉 손해까지 감수했지만, 그의 도전은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12경기에 나와 3패에 그치면서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어렵게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년 만에 돌아온 양현종은 일찌감치 KIA 복귀를 결정했다. 계약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지만, 결국 4년 총액 103억원(계약금 30억원, 연봉 25억원, 옵션 48억원)에 사인했다.양현종은 미국 진출 직전인 2020시즌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1위(2.29)에 오른 2019년과는 대조적이었다. 볼넷이 급격하게 증가(9이닝당 1.61개→3.34개)한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양현종의 구위나 구속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 미국에서 뛸 때도 평균 구속은 90마일(약 145㎞)이었다. 신임 김종국 KIA 감독은 “양현종이 합류하면서 국내 투수진이 안정됐다”고 밝혔다.양현종이 없는 사이 KIA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85년 이순철(외야수) 이후 무려 36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1차 지명 신인 이의리였다. 이의리는 지난해 19경기에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했다. 발목 부상으로 시즌 후반엔 등판 횟수가 적었지만, 기록은 화려했다. 9이닝당 삼진(8.84개·10위), 피안타율(0.204·1위),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 0.607·6위) 모두 리그 최상위권(100이닝 이상 선발투수 기준)이었다.이의리 역시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다. 힘 있는 포심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조합이 위력적이다. 팔 스윙이 빨라 타자가 대처하기 힘들고, 회전수(최고 초당 2380회)도 높아 좀처럼 강한 타구를 허용하지 않는 능력을 갖췄다.요즘 서울에서 개인 훈련 중인 이의리는 “발목은 이제 전혀 문제가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목표는 부상을 당하지 않고 풀시즌을 소화하는 것이다. 이의리는 “안 다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현재 선발 보직이) 제 자리가 아닌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이의리는 양현종의 후계자로 꼽히지만, 정작 두 선수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지난해 입단한 새내기 이의리는 아직 양현종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의리는 “모든 면에서 아직 배울 게 많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첫 시즌을 보낸 신인인데 현종 선배님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며 “나란히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했다. 후배 투수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걸 좋아하는 양현종과의 만남이 이의리에겐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의리는 “지난 시즌 마운드에 오른 모든 순간이 재밌었다”며 올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KIA의 마지막 왼손 비밀병기는 올 시즌 첫선을 보이는 외국인 투수 놀린이다. KIA는 그동안 외국인 왼손투수로 재미를 본 적이 없다. 2017년 팻 딘이 올린 9승이 최고기록이다. 그런데 놀린은 구단 좌완 외인 사상 첫 10승에 도전한다. 놀린은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10경기(5선발)에 나와 2패 평균자책점 4.39를 기록했다. 연봉은 90만 달러지만 이적료를 지급했기 때문에 외국인 연봉 상한선(100만 달러)을 꽉 채웠다.권윤민 전력기획팀장은 “투수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먼저 계약한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는 불펜 경력이 많았다. 이에 비해 놀린은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한 데다 이닝 이터(많은 이닝 동안 던지는 투수)라는 점이 돋보였다. 제구력이 뛰어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권 팀장은 또 “퀵모션 속도를 조절하거나 팔 각도를 올리고 내리는 등 마운드 위에서 영리한 모습에 주목했다”며 “평균 구속이 시속 140㎞대 중반인데 MLB에선 빠른 편이 아니지만 한국에선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 끝이 지저분해 많은 땅볼 유도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KIA는 지난해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이 8위(5.04)에 그쳤다. 올 시즌엔 왼손 투수 트리오와 우완 윌리엄스, 언더핸드 임기영이 선발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3명의 왼손 투수를 징검다리처럼 활용하면 좌-우-좌-우-좌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KBO리그에 기록될 좌완듀오는?한국인 중 왼손잡이 비율은 약 5% 정도다. 왼손 투수의 비율은 20% 정도다. 그러다 보니 리그를 뒤흔든 왼손 투수는 많았지만, 좌완 듀오를 보유한 팀은 많지 않았다. 2021시즌까지 두 명의 왼손 투수가 한 팀에서 동시에 10승 이상을 거둔 사례는 16차례뿐이다. 좌완 10승 트리오는 단 한 번도 없었다.프로 원년인 1982년엔 삼성의 왼손 투수 권영호와 이선희가 나란히 15승을 거두며 30승을 합작했다. 왼손 투수가 많았던 삼성은 이후에도 성준-김일융(1986년), 김태한-성준(1993년), 차우찬-장원삼(2010·13년) 등을 배출했다.1990년대 가장 인상적인 좌완 콤비는 1995년 LG 트윈스의 이상훈과 김기범이다. 그해 이상훈은 30경기에서 20승 5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했다. 이후 국내 투수 20승은 2017년 양현종이 나올 때까지 22년이나 걸렸다. 이상훈, 정삼흠에 이어 LG 3선발이었던 김기범은 26경기에서 13승 7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했다.10승 투수는 한 명이지만 '레전드 좌완' 3명이 함께 뛴 팀도 있었다. 2006년 한화 이글스다. 그해 입단한 신인 류현진은 18승을 거두며 MVP와 신인왕을 싹쓸이했다. 마무리 구대성은 개인 최다인 37세이브를 챙겼다. 당시 만 41세였던 송진우는 그해 8승(8패)을 추가하며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좌완 원투펀치는 2015년 넥센에서 뛴 앤디 밴헤켄(미국)과 라이언 피어밴드(미국)였다. 밴헤켄은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절묘한 포크볼을 앞세워 20승을 거뒀다. 피어밴드 역시 위력적인 공은 아니지만, 좋은 제구력 덕분에 13승을 올렸다.가장 꾸준했던 사우스포 조합은 두산 베어스 장원준-유희관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두 선수는 나란히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이 기간 두산은 세 차례 한국시리즈에 나가 두 번 우승했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1.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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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MVP] '가을 에이스' 고영표 "좌완 트로이카와 무릎은 나란히..."

프로야구 KT 선발 투수 고영표(30)는 '고퀄스'로 불린다. 팬들이 그의 성과 야구 용어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합쳐 이 별명을 붙여줬다. 고영표는 지난 9일 LG전에서 6이닝 3실점 하며, 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먼저 20QS 고지를 밟았다. 최근 10년(2011~20) 동안 단일 시즌에 20번 이상 QS를 기록한 국내 투수는 한국 야구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토론토), 김광현, 양현종뿐이다. 고영표는 지난 2년 동안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전반기만 12QS를 기록하며 공백기가 무색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당당히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승선했고, 일본전에 선발 투수로 나서 5이닝 2실점 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후반기는 더 뜨겁다. 지난주까지 등판한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4(1위)를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0.92·1위)과 피안타율(0.211·5위)도 빼어났다. 9월 4경기는 모두 8이닝 이상 소화했다. 자책점은 단 1점뿐이었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이 선정하는 9월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차지였다. KT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발돋움한 고영표와 얘기를 나눴다. - 뜨거운 9월을 보냈다. "동료들이 내가 경기를 너무 쉽게 풀어가는 느낌을 받았는지 '뭘 잘못 먹었냐'라고 묻더라. 마침 내가 9월생(9월 16일)이다.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온 것 같다. 등판마다 컨디션이 좋았다. 무엇보다 야수진이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도움은 준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 - 도쿄올림픽을 치른 뒤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다.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고 이전보다 (타자) 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올림픽 무대를 경험하며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KBO리그 재개 뒤 실전을 통해서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포수 장성우 선배가 적절한 타이밍에 (몸쪽 공) 사인을 내준 덕분에 수월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 - 국내 투수 중 유일하게 20QS를 해냈다. 특별한 기록이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6이닝 이상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겠다'라는 각오를 다진다. 다른 기록은 욕심이 없지만, QS만큼은 최대한 많이 해내고 싶다. 류현진·양현종·김광현 선배님에 뒤를 이어 이 기록을 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선배들은 구속도 빠르고 삼진도 많이 잡는다. 이닝 소화 능력도 나보다 훨씬 좋다. 어깨를 견줄 정도는 아니고, 무릎 정도만 나란히 맞춘 게 아닐까. 나는 아직 멀었다." - 롤모델이 있나. "딱 한 명을 꼽아서 '그 투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내 투구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좋은 인성을 갖추고 야구를 향한 열정이 큰 선수, 그리고 득점이나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해도 맡은 바 임무만큼은 항상 잘 해내는 선수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피홈런(8개)이 가장 적다. 유일하게 한 자릿수다. "운이 따라준 게 아닐까. 홈런성 타구를 허용했는데, 담장까지 비거리가 짧은 구장이었다거나. 특별한 비결은 없다. '실점을 막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다 보니까 피홈런도 적은 거 같다. 스윙이 큰 타자보다는 콘택트 위주로 짧게 치는 타자가 더 까다롭다. 그런 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피홈런 1위를 욕심내진 않는다." - 데뷔 첫 포스트시즌 등판을 앞두고 있다. (KT는 19일 기준으로 리그 1위다.) "팀이 창단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나선 지난해는 군 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TV로 지켜봤다. 팬과 같은 입장이었다. 동료들이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샘도 났다. 올해는 마운드 위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 이제 관중 입장이 가능하지 않나. 기분 좋은 설렘과 떨림이 이어지고 있다. KT 팬분들이 나에게 고퀄스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다. 그 별명에 걸맞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고 싶다." -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예전 별명은 '암흑기 에이스'였다. 내가 다시 합류한 뒤 KT 성적이 (2020시즌보다) 떨어질까 봐 걱정도 컸다. 지금은 팀이 1위를 지키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 몰랐다. 아내가 복무 기간에 심적으로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정말 고맙다." 안희수 기자 2021.10.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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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 트로이카만 해낸 '국내 투수' 20QS, 고영표가 겨냥

KT 선발 투수 고영표(30)가 한국 야구 대표 '좌완 트로이카'와 어깨를 견줄 기회를 잡았다. 고영표는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기록했고, 최다 땅볼(17개)을 유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고의 투구였다"라며 극찬했다. KT는 11-1로 승리했고, 고영표는 시즌 9승(4패)째를 거뒀다. 고영표는 LG전 호투로 2021시즌 15번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팀 동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6번)에 이어 이 부문 리그 단독 2위에 올랐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1위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히 6이닝 이상 막아내는 투수라는 의미다. 그는 4일 현재 경기당 투구 이닝(6이닝)도 공동 1위다. 조기강판은 단 한 번뿐이다. 고영표가 부상 없이 남은 시즌을 마무리한다면, 최소 9번 이상 더 등판할 수 있다. 앞선 18차례 등판에서 기록한 QS 확률은 83.3%(18번 중 15번). 올 시즌 20QS 이상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기록은 의미가 있다. 최근 10시즌(2011~20) 동안 '단일 시즌 20QS' 이상 달성한 투수는 연평균 3.1명이다. 2019시즌이 최다인 6명, 2011·2014시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국내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더 희소가치가 있는 기록이다. 한국 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이자 현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만 해냈다. 세 투수의 KBO리그 커리어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류현진 3회(2007·2010·2012), 양현종 3회(2016·2017·2019), 김광현은 2회(2010·2019) 기록했다. 2020시즌에 20QS 이상 기록한 투수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국내 투수 1위였던 양현종은 15QS에 그쳤다. 고영표가 20QS 고지를 밟는다면 국내 투수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김광현과 양현종의 뒤를 잇는 리그 대표 선발 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 고영표는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 중 이닝당 평균 투구 수(14.7개)가 가장 적다. 100구 이상 기록한 등판도 한 번뿐이다. 공격적인 승부를 선호한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을 때는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커브와 슬라이더 등 다른 변화구를 두루 구사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고영표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구종으로 스트라이크 2개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전과 다른 투구(볼 배합) 패턴으로 타자와의 승부를 이겨내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전까지 잘 구사하지 않던 투심 패스트볼 구사율을 높였다. 효과적으로 통하고 있다. 고영표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승선, 일본과의 준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값진 경험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은 레이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영표도 "선발 투수 임무를 맡으면서 항상 QS를 목표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못 하면 안 된다'라는 부담도 있지만, 최대한 많이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9.0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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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포스트 김광현, '없었다' 국대 4번 타자

이승엽의 후계자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포스트 좌완 트리오 시대는 열렸다. 도쿄올림픽에서 확인한 한국 야구의 숙제와 위안이다. 한국 야구가 무너졌다.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미국과의 2차(패자) 준결승전에서 2-7로 완패했다. 5회까지 1득점에 그치며 1-2로 끌려갔고, 6회 수비에서 투수 4명을 투입하고도 5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름값 있는 타자들은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벤치의 투수 교체 의도도 의구심만 남았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 야구 부흥기를 열었다. KBO리그는 800만 관중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선수 몸값 거품 현상과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며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까지 닥쳤다. 도약 발판으로 기대됐던 도쿄올림픽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렀다. 일본에 이기지 못했고, 미국에 패하며 결승전에서 설욕 기회마저 잃었다. 야구 내적으로도 풀지 못한 숙제가 많다. 우선 붙박이 4번 타자를 찾지 못했다. 그동안 대표팀 4번 타자는 일본 격파를 주도했다. 베이징올림픽 이승엽이 그랬고, 프리미어12 이대호가 그랬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대회 개막에 앞서 2021 KBO리그 전반기 타율 1위(0.395) 강백호를 새 4번 타자로 낙점했다. 강백호는 첫 경기 이스라엘전과 두 번째 경기 미국전에서 침묵했다. 결국 4번에서 2번으로 전진 배치됐다. 강백호는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2루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고, 2일 이스라엘전에서는 4안타를 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결승 진출이 무산된 미국전에서는 두 차례나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침묵했다. 강백호에 이어 4번 타자로 나선 양의지도 침묵했다. 그는 KBO리그 전반기 홈런 공동 1위. 현역 최고의 포수이자 우승 청부사다. 그러나 도미니카전에서는 희생플라이 타점 1개에 그쳤고, 한국이 11-1 콜드게임 승리한 2일 이스라엘전은 5타수 1안타, 4일 일본전은 삼진만 4개를 당하며 침묵했다. 미국전에서는 김현수가 나섰다. 김현수는 전날 일본전에서 동점 적시타를 쳤다. 이 대회 타율 0.455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그런 김현수조차 5일 미국전에서 4번 타자로 나섰지만, 무안타에 그쳤다. 이승엽은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 8회 초 역전 투런 홈런을 치고 6-2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후배들에게 미안했다며. 그만큼 중압감이 높은 자리가 4번 타자다. 계보를 이어온 한국 야구 대표 타자들은 이겨내며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새 4번 타자를 찾지 못했다. 반면 마운드는 희망을 봤다. 신인 투수 이의리가 에이스 자리를 예약했다. 이의리는 5일 미국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며 분투했다. 6회 1이닝 동안 한국 대표 불펜 투수들을 상대로 5점을 낸 미국 타선을 그 전 5이닝 동알 비교적 잘 막아냈다. 주목되는 기록은 삼진. 미국 타자들은 이의리의 낮은 코스 체인지업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포심 패스트볼도 낮은 코스로 잘 던졌기 때문에 미국 타자들은 무작정 낮은 공을 버릴 수 없었다. 이의리는 5이닝 동안 무려 9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의리는 대회 개막 전부터 대표팀 에이스 계보를 이어줄 투수로 기대받았다. 특히 김광현과 비견됐다. 프로 데뷔 2년 차에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김광현은 일본전만 두 차례 등판해 승리 발판을 놓았다. 같은 유형(좌완), 비슷한 연차 탓에 이의리가 주목받았다. 이의리는 도쿄올림픽에서 비록 일본전에 등판하진 않았지만, 화력만큼은 뒤지지 않는 미국을 상대로 호투했다. 지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경기에서 자신의 투구를 보여준 멘털도 칭찬을 받을만했다. 한국 야구는 좌완 트로이카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 산하 트리플A)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투수가 필요하다. 도쿄올림픽에서 이의리를 얻었다. 참담한 레이스에서 얻은 유일한 위안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8.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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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 트로이카, 데뷔전 슈퍼스타와의 승부는 어땠나

세계 최고 타자와의 맞대결. KBO리그를 평정한 투수들이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한 가지다. 빅리그 성공은 부와 명예를 보장한다. 류현진(34·토론토)는 2013년 데뷔, 어깨 수술을 받는 위기 속에서도 버텨내며 MLB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그런 그에게도 MLB 신인 시절이 있었다. 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이겨내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제는 류현진을 상대로 안타를 치는 유망주가 더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경쟁하는 MLB 무대. 한 타석, 공 한 개에도 의미가 부여된다. 양현종(33·텍사스)은 27일(한국시간) LA 에일전스와의 빅리그 데뷔전에서 현역 최고 스타들을 연달아 상대했다. 마이크 트라웃과 알버트 푸홀스. 3회 초 2사 2·3루 위기에서 앤서니 렌돈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잘 넘긴 양현종은 4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푸홀스와 첫 대결에 나섰다. 개인 통산 666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이 부문 5위에 올라 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양현종은 초구로 가운데 낮은 코스 시속 132.6㎞ 체인지업을 구사한 뒤 시속 130.8㎞ 슬라이더를 같은 코스에 구사, 트라웃을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정타가 나왔고 가운데서 약간 우측으로 흘렀지만, 텍사스 중견수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잘 잡아냈다. 트라웃과의 첫 승부는 6회 초 1사 1루에서 펼쳐졌다. 양현종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5.6㎞ 낮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을 뿌려 빗맞은 내야 타구를 유도했다. 그러나 텍사스 내야진은 우타자 트라웃을 상대로 좌편향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뒤늦게 텍사스 2루수 닉 솔락이 잡아냈지만, 송구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내야 안타. 양현종은 이어진 위기에서 자레드 월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데뷔 첫 실점을 했다. 두 번째 승부에서는 푸홀스와 트라웃을 제압했다. 6회 이어진 위기에서 상대한 트라웃은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7회 2사 1루에서 상대한 트라웃도 우익수 방면 뜬공으로 잡아냈다. 양현종은 이 경기에서 4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트라웃, 푸홀스뿐 아니라 2020 FA(자유계약선수) 야수 최대어로 에인절스에 영입된 렌돈, 왕년의 거포 저스틴 업튼에게도 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의 데뷔 시즌은 어땠을까. '슈퍼스타'로 인정받을만한 선수와의 승부는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2020년 8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이뤄졌다. 2016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앤서니 리조를 만났다. 김광현은 1회 말 선두 타자(1번)으로 상대한 브라이언트를 유격수 팝플라이로 잡아냈다.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우타자 기준) 낮은 코스에 떨군 뒤 몸쪽 슬라이더로 히팅 포인트를 빼앗았다. 이어진 2번 리조와의 대결에서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3회 초 브라이언트와의 두 번째 승부에서는 시속 146.7㎞ 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들어가며 좌전 안타를 맞았다. 후속 리조에게는 또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이어진 하비에르 바에즈와의 승부에서 3루 땅볼을 유도했다. 내야진이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윌슨 콘트레라스와의 2사 뒤 승부에서는 1루수 직선타를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김광현은 이 경기에서 3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좋은 기세를 다음 등판(8월 22일)인 신시내티전까지 이어갔다. 6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김광현은 이 경기에서 MLB 대표 '출루 머신' 조이 보토를 압도했다. 1회 초 1번 타자로 맞은 그를 유격수 땅볼 처리했고, 3회는 풀카운트에서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보토의 루킹 삼진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6회 세 번째 승부에서는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김광현은 2020시즌 신시내티 상대 2경기에서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올 시즌 최근 등판이었던 4월 24일 신시내티전에서도 5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첫 승 제물로 삼았다. 류현진은 2013년 4월 4일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는 2012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지구(내셔널리그 서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간판타자는 그해(2012시즌) 내셔널리그 타격왕(0.336)과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주전 포수 버스터 포지, 월드시리즈 MVP 파블로 산도발. 류현진은 1회 초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 놓였지만, 산도발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4번 타자로 나선 포지에게 병살타(3루수-2루수-1루수)를 유도해 실점 없이 데뷔 첫 이닝을 마쳤다. 4회 초 산도발과의 두 번째 승부에서도 제압했다. 유격수 직선타를 유도했다. 그러나 이어진 포지와의 승부에서 중전 안타를 맞았다. 무사 1루에 놓인 뒤 후속 타자 헌터 펜스와 호아킨 아리아스에게 적시타를 맞고 데뷔 첫 실점을 했다. 6회 세 번째 승부에서는 산도발을 땅볼, 포지를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은 이 경기에서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안타 2개를 내준 헌터 펜스와의 천적 관계도 이 경기에서 시작됐다. 류현진도 데뷔 시즌에 에인절스(아메리칸리그 서부)를 상대했다. 2013년 5월 29일 등판.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2012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던 트라웃, 에인절스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었던 푸홀스를 상대했다. 트라웃은 4번, 푸홀스는 3번 상대해 모두 범타 처리했다.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트라웃을 2루 땅볼 처리하며 완봉승을 완성했다. 류현진은 2013시즌 '5툴 플레이어'로 인정 받고 있던 '한국인 빅리거' 추신수(당시 신시내티)와도 3번 상대했다. 피안타 없이 볼넷 1개와 삼진 1개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최고 타자였던 보토와에게도 3번 승부해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2013년 6월 20일 나선 뉴욕 양키스전에서는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에게 홈런 1개 포함 2안타를 맞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4.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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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 쳤던 양현종, 도전자의 신분으로…좌완 이점

'안정' 대신 '도전'을 택한 양현종(33)이 마침내 꿈의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했다. 텍사스는 13일(한국시간) 양현종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바랐던 조건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여의치 않았다. 양현종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뛰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늘 희망했다. 16승 8패를 기록한 2014년 시즌 종료 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 진출에 도전했다. 하지만 포스팅 금액이 예상보다 적어 KBO 무대에 남았다. 소속팀 KIA도 '에이스'를 적은 금액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2016년 시즌 뒤에는 일본 구단으로부터 좋은 대우를 제시받았지만, 가족과 상의 끝에 한국에 남기로 했다. 2020년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부진한 양현종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한번 미국 무대 진출을 타진했다.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이적 시장은 더디게 흘러갔다. 빅리그 구단은 오랫동안 양현종을 관찰했지만, 영입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2014년부터 7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지난해 성적도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성적은 아니었다. 적지 않은 나이도 협상의 장애물이었다. 당연히 KIA는 14년간 뛴 '에이스'를 붙잡으려 노력했다. 양현종은 1월 20일까지 협상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미국 구단과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KIA와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KIA 구단에 재차 양해를 구해 시간을 확보했다. 특별한 성과는 없었지만, KIA도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더는 '시간 연장'을 요청할 수 없었다. 결국 1월 30일 구단 사무실을 들러 'KIA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최종 입장을 전달했다. 어느 것도 정해진 것 없는 상황, 양현종은 배수진을 치며 미국 무대 진출에 올인했다. KBO리그에 남았다면 더 많은 연봉과 안정적인 환경에서 뛸 수 있었지만,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선택했다. 양현종은 스플릿 계약 형식으로 도전 기회를 얻었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했고, 당연히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도 없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으면 연봉 130만달러를 포함해 55만달러 인센티브까지 최대 185만달러(약 20억 5000만원)를 수령할 수 있다. 마이너리그 최저 연봉까지 감수해야 한다. KBO리그에서 '최고'의 자리에 섰던 그가 낯선 미국 무대에선 '도전자'의 신분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상황이다. KBO리그에서 '좌완 트로이카'를 형성한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앞서 메이저리그 계약을 할 때처럼 대우를 받진 못했지만,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앞날은 달라질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닷컴은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텍사스 구단 선발 로테이션 혹은 불펜 모두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텍사스의 선발 투수는 카일 깁슨, 마이크 폴티네비치, 아리하라 고헤이 3명만 결정됐다. 현지 언론은 양현종이 스프링캠프에서 조던 라일스, 한국계 데인 더닝, 카일 코디 등과 4∼5선발을 다툴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가운데 좌완 투수는 양현종뿐이다. 양현종은 좌완 선발 후보라는 이점에 내구성을 갖춘 자원이다. 텍사스의 마운드가 약한 편이라 기회를 받을 여지도 크다.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입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양현종의 소속사도 "텍사스는 양현종 선수가 포스팅할 때부터 관심을 보여준 팀이다"라며 "그만큼 양현종 선수를 잘 파악하고 있기에 실력 발휘할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구단이라고 판단했다"고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양현종은 성공 의지와 희망을 안고 미국행에 오른다. 이형석 기자 2021.02.13 17:00
야구

'신성 클로저' 대표팀 합류, 세대 교체 신호탄

한국 야구가 '뒷문지기' 세대 교체를 향해 신호탄을 쐈다. 지난 2일 발표된 2019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고우석(21·LG), 문경찬(27·KIA), 하재훈(29·SK)이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세 선수는 올 시즌 자신의 커리어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대체 요원이었다. 그러나 뛰어난 구위와 배포를 보여주며 고정 클로저 부재에 시달리던 소속팀에 단비가 됐다. 경쟁력을 인정 받았고, 국제 대회에서 자신의 구위를 시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2013시즌까지는 오승환(37·삼성)과 손승락(37·롯데) 그리고 봉중근(39·은퇴) 해설위원이 KBO 리그 대표 트로이카를 구성했다. 오승환이 해외 진출하며 공백이 생긴 한 자리는 국내 무대로 복귀한 임창용(43·은퇴)이 메웠다. 최근 세 시즌(2017~2019년)은 정우람(35)이 가장 많은 세이브(87개)를 올렸다. 손승락은 올 시즌까지 꾸준히 세이브를 쌓으며 오승환이 남긴 현역 최다 기록(277개)에 다가섰다. 김세현, 임정우, 정찬헌 등 당해 좋은 컨디션을 앞세워 세이브 부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투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마무리투수는 대체로 경험이 많은 투수들이 맡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트로이카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9시즌에는 하재훈이 36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고, 고우석이 1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문경찬은 5위(24개)에 이름을 올렸다. 하재훈과 고우석은 리그 대표 타자들도 허를 내두를만큼 뛰어난 묵직한 구위를 뽐낸다. 문경찬은 평균 구속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인다. 71.1%에 달하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증명한다. 세 투수 모두 경험에 비해 배포도 뛰어다나는 평가를 받는다. 일시적인 선전으로 여겨졌다면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등판해 경험까지 쌓으면 더 좋은 마무리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비로소 리그와 대표팀 뒷문에 진짜 세대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에는 이미 대표팀 경험이 있는 파이어볼러 조상우(25·키움)와 좌완 함덕주(24·두산)도 선발 됐다. 리그에서는 두산의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우완 이형범(25)이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양의지(NC)의 FA(프리에이전트) 보상 선수로 이적한 뒤 잠재력을 발휘한 투수다. 새 시대에 주역이 될 수 있는 후보가 많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는 베테랑과 신성 마무리투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손승락은 0-1으로 뒤진 8회말 수비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제구 난조로 1점을 내줬다. 반면 2-0에서 등판한 고우석은 실점 없이 1이닝을 막아내며 세이브를 챙겼다. 세대교체의 신호탄같은 경기였다. 기존 베테랑 투수와의 존재는 다음 세대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경쟁은 자양분이다. 경험이 풍부한 원종현(32·NC)과 오주원(34·키움)은 정통 마무리투수가 아니지만 올 시즌 그 역할을 해냈다. 2020시즌에도 전천후 불펜투수가 구원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손승락도 여전히 1군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 오승환도 다음 시즌에 돌아온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19.10.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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