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상화폐 광풍' 탄 서호성 은행장, 케이뱅크 첫 분기 흑자 성과
케이뱅크가 출범 이후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지난 2월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이 취임한 지 1분기 만에 낸 성과다. 히트상품인 '아파트담보대출'의 영향에 더해 상반기 내내 휘몰아치던 가상화폐 열풍에 서 은행장이 올라탄 덕을 봤다는 분석이다. 3일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문을 연 이후 4년여 만에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잠정 당기순이익은 39억원으로, 지난 1분기에만 해도 당기순손실이 123억원이나 됐다. 상반기를 보면 누적 손실은 8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9억원의 손실 규모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첫 분기 흑자의 이유로 '외형 성장'을 꼽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400만명 이상 고객이 늘어 6월 말 기준 고객 수가 619만명을 넘어섰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7월 말 기준 고객 수는 628만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상반기 수신과 여신은 각각 7조5400억원, 2조1000억원 늘어 6월 말 현재 잔액 기준으로 수신 11조2900억원, 여신 5조90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고객 수와 자산 증가를 기반으로 수익성도 확대됐다. 순이자 부문에서는 올해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약 3.8배 증가한 709억원의 이익을 냈다.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해 2분기 80%를 넘어서는 등 자금조달 비용을 줄였다. 특히 100% 비대면의 편의성과 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아파트담보대출이 큰 역할을 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일별 가입 제한에도 불구하고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취급액이 7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대출 자산이 가파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강조하는 중·저신용자(KCB 평점 기준 820점 이하) 대출에서도 상반기 목표치를 뛰어넘는 비중을 달성하면서 이자이익 상승을 견인했다. 금융시장의 상황도 케이뱅크의 흑자 전환을 도왔다.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의 제휴로 상반기 내내 불던 '가상화폐 광풍' 덕을 톡톡히 봤다. 업비트 내 가상화폐 거래자금을 입출금하기 위해서는 케이뱅크를 통해야 한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거래량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곳으로, 이를 통해 케이뱅크가 지난 1분기 얻은 수수료만 50억4100만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5억6200만원에 불과했다. 업비트의 총 거래금액은 5월에만 1184조원, 6월에는 357조원이었다. 비트코인 값이 8000만원 선까지 올랐던 지난 4월에는 하루 평균 약 20조7000억원이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케이뱅크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52억원 손실) 대비 약 137억원이 늘어 85억원을 기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6월 가상화폐 열풍이 수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5월까지만 해도 거래가 활발했다"며 "2분기에도 1분기에서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분기에도 계속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에 서호성 은행장은 곧장 '흑자'가 쓰인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취임 직후 '자본 확충'에 적극적이던 서 은행장은 취임 100일여 만에 1조2499억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하며 실탄 확보에 성공했다. 서 행장 취임 전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9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를 바탕으로 케이뱅크의 대표 대출 상품 '아파트담보대출'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다른 은행에 비해 더 나은 적금 금리 조건을 제시하며 고객 확보에도 성공했다. 서 은행장은 기세를 몰아 하반기 중금리대출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이 포용금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공급 확대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서 은행장은 "하반기 KT그룹과의 시너지 강화는 물론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에 집중해 디지털 혁신 기반의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8.04 07:00